이렇게 해서 은설아는 윤구주의 대가족에 완전히 녹아들었다.한때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톱스타였던 은설아의 등장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했다.정태웅이든, 천현수든, 용민이나 철영까지도 매일 은설아 주위를 돌며 신경을 썼다.왜냐하면 은설아는 외모나 분위기 모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기 때문이다.오직 공수이만이 얼굴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은설아를 볼 때마다 무슨 이유인지 도망치기 일쑤였다.마치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은설아는 공수이를 따로 불렀다.공수이는 은설아를 보자마자 도망가려 했으나, 은설아는 그를 불러 세웠다.공수이는 멈춰 서서 수줍은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예쁜 누나. 전에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과드릴게요.”“사과? 저한테 왜 사과를 해요? 제 목숨을 구해 준 걸 잊었어요?” “하지만! 저는 미처 몰랐어요. 누나가 형님의 여자인 줄도 모르고…”공수이는 말을 하다가 점점 얼굴이 뜨거워지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너무 생각이 많아요! 저는 비록 구주 씨를 좋아하지만, 구주 씨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 저는 아직 그의 여자가 아니에요.” 은설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공수이는 머리를 긁적였다.“하지만 상관없어요. 형님의 여자인데, 제가 가까이 있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공수이가 작게 중얼거렸다.은설아는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이 작은 스님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 저는 수이 씨를 항상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어요.”은설아가 덧붙였다.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살짝 아팠지만, 이내 형님의 여자라는 걸 떠올리고 마음을 정리했다.“예쁜 누나, 사실 우리 형님도 누나를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공수이가 갑자기 말했다.“저를 신경 쓴다고?”“그럼요! 생각해 보세요. 제가 그날 유명전의 늙은 거북이 같은 놈들이 누나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을 때, 형님이 바로 누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잖아요. 그게 신경 쓰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 공수이가 눈을 깜박이며 말
알고 보니 매일 이 시간은 바로 이홍연이 폭발하는 시간이었다!방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을 들으며, 주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 여섯 번째 공주가 이렇게 소리치고 나면 곧바로 후회할 것이라는 사실을 주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주도의 생각이 맞았다. 곧 방 안에서 이홍연의 후회에 가득 찬 나지막한 자책 소리가 들려왔다.“왜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거지? 어릴 때는 분명 나한테 직접 말했었는데, 나랑 결혼하겠다고! 지금은 왜 이러는 거야? 이 멍청한 녀석이 혹시 무슨 사정이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가?”이홍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화가 나면 날수록, 더 참을 수 없었다.쿵!이홍연은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 앞에 있던 육도 주도는 그 발차기에 날아가 땅바닥을 구르며 한 바퀴를 돌았다.“공주님, 또 왜 이러십니까?”주도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땅에서 일어나 이홍연에게 물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저랑 갑시다!”이홍연은 말하면서 그대로 문밖으로 나섰다.“공주님,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주도는 이홍연을 따라가며 물었다.“어디겠어요? 당연히 그 멍청한 윤구주를 찾으러 가야죠!”“또 그 무서운 녀석을 찾아가신다고요? 제발 공주님, 저 좀 살려주세요! 그 녀석은 정말 무서운 놈입니다. 저는 그를 이길 수 없어요!”주도는 울상을 지으며 처음 윤구주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한때 천하를 제패했던 육도의 절정이었던 그는 살아오면서 그런 상황을 겪은 적이 없었다.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이 무적의 절정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지금 이 공주가 자신에게 다시 윤구주를 만나러 가자고 하니, 주도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참 한심하네요! 예전에는 육도의 절정이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 멍청한 놈 하나도 못 이긴다고요?”이홍연은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부릅뜨며 술꾼을 꾸짖었다.술꾼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정말입니다! 제가 본 그 친구는 완전 괴물 같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주 앞에서 여섯 명의 하녀는 공포에 질려 몸을 떨기 시작했다.“방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말해 봐.”이홍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하녀들을 향해 추궁했다.“공주님. 저희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공주에 관해 말한 소녀는 두려움에 떨며 대답했다.“방금 너희가 무슨 얘기하는지 똑똑히 들었는데도, 아직도 잡아떼겠다는 거냐? 나를 화나게 해서 모두 벌받고 싶다는 거야?” 이홍연은 목소리를 높이며 날카롭게 말했다.그 말에 하녀들은 즉시 겁에 질렸다.“공주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제 입이 방정이었어요.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공주님, 제발 살려 주세요!” 동그란 얼굴의 소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홍연에게 빌었다.“잘못 말했다고?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말해 봐.” 이홍연이 물었다.하녀는 겁에 질려 입을 우물쭈물하며 도무지 말을 꺼내지 못했다.“걱정 하지마. 네가 솔직히 말하면 절대 너를 나무라지 않을 거야.”이홍연은 겁먹은 소녀를 달래듯 말했다.이홍연의 말에 용기를 얻은 하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 입이 방정이었습니다. 공주님을 연애에 푹 빠진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뭐? 내가 연애에 빠진 사람이라고?”그 말을 듣고 이홍연은 갑자기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하녀들은 공주가 화내기는커녕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다.공주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뒤로 젖혔다.한참을 웃고 난 후 이홍연이 말했다. “세상에, 내가 연애에 빠졌다고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야!”그 말에 하녀들은 몸을 움찔했다.“하지만 너희 말이 맞아. 난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맞아.”이홍연은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하녀들은 공주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저 긴장한 채 서 있었다.하지만 이홍연은 전혀 화내는 기색 없이 말했다.“인제 그만 무릎 꿇고 일어나. 너희에게 화내지 않을 거야. 너희 말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확실히 사
이홍연은 기분 좋게 차에서 주도와 함께 윤구주를 찾아가고 있었다. 앞좌석에 앉은 택시 기사는 나이가 사십 대쯤 되어 보이는 기름진 중년 남자였다.한 손으로는 운전하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짧은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와, 이게 뭐야? 저 유명한 여자 연예인이 남자친구 스캔들 때문에 연예계를 떠났다고? 정말 웃기네”그 중년 기사는 혼잣말하며 비꼬듯 말했다.“두 분, 요즘 연예계 소식 좀 보고 계시는가요?”중년 남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 이홍연과 주도에게 물었다.“저희와 한 말인가요?"이홍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습니다. 손님. 요즘 연예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뉴스로 가득해요. 국제적인 대스타 은설아가 어떤 남자랑 공개적으로 포옹한 사진이 찍혔어요. 지금은 은설아가 그 평범한 남자 때문에 연예계를 떠났다는 소식까지 나온 걸 보셨어요?”그 말을 들은 이홍연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이홍연은 화진의 여섯 번째 공주였기에, 여자 연예인과 배우 같은 사람들은 그의 눈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게다가, 이홍연은 애초에 연예계 같은 혼란스러운 세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생각해 보세요.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쁜 국제적인 스타가 어떻게 평범한 남자 하나 때문에 연예계를 떠나겠어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가? 그렇게 가치 있는 사람일까요?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중년 기사는 계속 혼잣말을 늘어놓았다.원래 연예계 얘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이홍연은 기사가 점점 열을 올리는 말을 듣고 나서 궁금해졌다.“그 은설아라는 여자가 그렇게 유명한가요?”“그럼요, 당연히 유명하죠! 작년에만 해도 영화 세 편을 찍었고, 올해는 전국에서 60번 넘는 공연을 열었어요! 지금 아마도 연예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타일 거에요.”중년 남자는 은설아에 대해 말할 때, 눈에 띄게 설레는 기색을 보였다.이홍연은 그저 무심하게 듣고 다시 질문하였다.“그 미녀 스타 사진 좀 보여줄 수 있나요?” “손님 휴대폰으로
“세상에, 정말로 윤구주네요? 왜 사진 속에 있는 거죠?”주도도 그를 알아보았다.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홍연은 서둘러 스크린을 내렸고 사진 아래에 영상 링크가 있는 걸 보았다.링크를 클릭하자 은설아가 은퇴를 선언한 뒤 팬들과 기자들 앞에서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고 돈킹 호텔을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그 광경을 본 순간 이홍연은 마음이 차게 식었다.바보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팔짱을 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이다.아래 댓글들을 본 이홍연은 넋이 나갔다.[은설아 씨 남자 친구가 사실은 저 사람이었군요!][얼굴은 꽤 잘생겼네요. 설마 제비는 아니겠죠?][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은설아 씨가 저 녀석에게 푹 빠졌을 리가 없죠!][정말 화가 나네요. 저 남자 대체 누구길래 우리에게서 은설아 씨를 빼앗아 간 거죠?]댓글들을 본 이홍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옆에 있던 주도는 이홍연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순간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는 화진의 여섯째 공주인 이홍연이 줄곧 윤구주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태화루에서 윤구주가 공공연히 거절했는데도 이홍연은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막북에서 10년간 윤구주를 기다렸을 리도 없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여자 연예인과 만나고 있었다니, 누구라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이홍연은 애써 분노를 다스렸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계속해 다른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그중 한 기사에는 윤구주와 은설아가 돈킹 호텔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사진 속 은설아는 윤구주의 품에 폭 안겨 있었고 윤구주는 두 팔을 벌리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그 사진을 본 이홍연은 더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윤구주! 이 망할 놈!”이홍연이 사납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그 목소리에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중년 남성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돌려 물었다.“손님, 왜 그러세요?”“세워요! 당장
황성 공주저.수십 명의 하녀들이 전전긍긍한 상태로 문밖에 서서 안쪽에서 들려오는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몸을 흠칫 떨면서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화를 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화진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가 대스타 은설아와 만난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이홍연은 완전히 폭발했다.그녀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건 배신과 다름없었다.이홍연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그녀는 오늘 윤구주를 찾아가서 그에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해 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지금 그 모든 사랑이 증오로 변했다.“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서 내게 진 빚을 모조리 갚게 할 거야!”분노에 찬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이때 이홍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공주님 왜 저러시지? 오늘 외출하실 때까지만 해도 괜찮지 않았어? 왜 갑자기 저렇게 돌변한 거지?”한 하녀가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분명 공주님이 좋아했던 그 남자 때문일 거야!”“그래?”“당연하지! 소문에 따르면 그 남자가 우리 화진 제일의 왕 구주왕이라고 해. 공주님이 막북에서 10년간 지내셨던 것도 그 남자 때문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그 남자가 지금 다른 여자랑 만나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공주님이 화가 나셨지!”“휴, 공주님이 슬퍼하실 만하네. 구주왕 사실은 나쁜 놈이었잖아?”하녀들은 작은 목소리로 의논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이홍연을 위로하거나 설득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공주저 안.이홍연은 마치 화가 난 암사자처럼 난폭해졌다.그녀는 두 눈이 벌겠는데 너무 오래 울어서 눈가가 퉁퉁 부어있었다.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오심이었다.그 증오심으로 인해 이홍연은 이성을 잃었다.“죽여버릴 거야. 윤구주 그 빌어먹을 놈을 죽여서 내게 진 빚을 갚게 할 거야!”이홍연은 악랄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주도! 지금 당장 가서 윤구주를 죽여버려
내각대학사 은성구의 곁에는 위풍당당한 젊은 청년이 무릎 꿇고 있었다.남자는 검은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옥패를 하나 달고 있었는데 남다른 분위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내각의 여덟 장로 중 수장인 은성구가 데려온 비단옷을 입은 소년이 대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금란 대전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이때 이홍연이 빨개진 눈으로 씩씩거리면서 다가왔다.오늘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것은 전부 윤구주 때문이었다.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이홍연은 아버지를 찾아가서 대신 복수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내각의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은성구가 이홍연을 발견했다.“공주님을 뵙습니다!”은성구는 서둘러 예를 갖추었다.은성구가 외치자 그의 곁에 있던 청년의 시선 또한 이홍연에게로 향했다.이홍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순간 청년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이분이 바로 공주님이셨군!’이홍연은 은성구의 목소리를 듣고는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은성구 대학사, 왜 여기서 무릎 꿇고 있는 거죠?”“공주님, 저희는 국주님을 뵈러 왔습니다.”“어머, 여러분도 우리 아버지를 보러 오신 건가요?”“네!”“그렇다면 저와 함께 들어가요.”내각대학사 은성구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그가 입을 열려는데 금란 대전 안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나왔다.그 사람은 환관 옷을 입고 있었고 흰 수염이 있었다.그는 아주 활력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쉽게 나이를 추측할 수가 없었다.그가 바로 황성 최고의 고수라고 불리는 내시 총관 한진모였다.한진모는 모습을 드러내더니 싱긋 웃으면서 먼저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공주님께서 오셨군요. 공주님을 뵙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살짝 숙였다.이홍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진모를 힐끗 보았다.“우리 아버지는요? 전 아버지를 뵈어야겠어요!”이홍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진모가 대답했다.“공주님,
제멋대로인 이홍연은 곧장 금란 대전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이홍연이 억지로 금란 대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홍연아, 누가 여기서 그렇게 말썽을 부리래?”그 목소리와 함께 경국지색의 전통 복식 차림의 여성이 갑자기 금란 대전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녀의 양쪽에는 두 명의 남다른 분위기를 띤 궁녀가 있었다.“어머니!”이홍연은 아름다운 여성을 본 순간 서둘러 그녀를 불렀다.“희빈마마를 뵙습니다!”“희빈마마를 뵙습니다!”아름다운 여성이 걸어 나오자 내각의 여덟 장로의 수장인 은성구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서둘러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그 여성은 화진의 희빈마마이자 이홍연의 친어머니였다.희빈은 모습을 드러낸 뒤 손을 살짝 저었다.“다들 일어나세요.”“감사합니다, 희빈마마!”사람들이 일어났다.“홍연아, 누가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래? 국주님께서 요 며칠 정양 중이시라는 걸 모르는 거니?”희빈은 쌀쌀맞은 목소리로 이홍연을 혼냈다.혼이 난 이홍연은 눈이 빨개져서 말했다.“어머니, 전 그저 아버지를 뵙고 싶은 것뿐이에요. 아버지가 제 화풀이를 해줬으면...”“그만!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한가한 분이신 줄 아니?”희빈이 또 혼을 내자 이홍연은 그제야 풀이 죽어서 말했다.“죄송해요. 잘못했어요.”“잘못한 걸 알았으면 여기서 소란 일으키지 말고 얼른 돌아가. 너희 아버지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또 외출을 금지당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자, 이만 다들 돌아가시죠.”희빈은 싸늘하게 말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희빈이 떠난 뒤 이홍연은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어쩔 수 없었다.어머니의 말은 반드시 들어야 했다.눈물을 닦은 뒤 이홍연은 슬퍼하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윤구주, 이 빌어먹을 자식.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연은 그렇게 말한 뒤 그곳을 떠났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을 떠난 뒤 은성구의 곁에 서 있던 검은색 비단옷을 입은 청년이 참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어르신, 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