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만남이었지만 그게 이런 방식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윤구주가 공수이를 한번 보더니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 씨, 이 꼬맹이랑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은설아는 당연히 윤구주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구주 씨. 저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은설아는 아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쳐다보고 나갔다.은설아가 떠난 후 공수이는 은설아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커다란 손이 공수이의 귀를 잡았다.“아파요... 아프다고요...”귀를 잡힌 공수이는 소리를 질렀으나 반격할 엄두는 없었다.지금 자신의 귀를 잡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형님, 윤구주였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꼬맹이, 너 이리 와!”윤구주는 공수이의 귀를 잡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갔다.곤륜 지역에서 무서워하는 거 없던 공씨 가문 세자가 이렇게 귀를 잡힌 채로 끌려나가다니, 다들 보면 깜짝 놀랄 일이었다.“형님, 살살 잡으세요. 아파요!”공수이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빌었지만 윤구주는 그를 조용한 곳으로 끌고 온 후에야 손을 놨다.“꼬맹이, 누가 네가 곤륜 지역에서 나가는 걸 허락했는지 말해.”윤구주가 물었다.“난 다 형님 때문이에요!”공수이가 빨개진 귀를 쥐면서 말했다.“날 위해서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윤구주는 공수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공수이는 아파하며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형님 때문이죠! 그러게 누가 우리 누나 맘 아프게 하라고 했어요? 목매달고 죽겠다고 한 적도 있단 말이에요!”윤구주는 갑자기 곤륜 지역에서 보았던 큰 판다를 타고 손에는 나무 검을 쥐었으며 포니테일을 묶은 공수민이 생각났다.공수민의 능력은 아주 높아 윤구주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더 놀라운 것은 공수민이 어렸을 때 자주 윤구주의 침대 곁에 와서 귀신 이야기를 해주며 놀렸다는 사실이다.윤구주가 놀랄 때마다 공수민은 윤구주를 안아주며 말했다.“괜찮아, 누나가 있잖아. 신이든 악마든 그
옛 형제들 사이에는 윤구주가 어릴 때 창립한 악당방도 있었다.이 파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종문의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거나 세가의 자식이라서 악당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의 배경은 모두 엄청났다.그런 악당방에서도 제일 큰 조력자는 단연 윤구주였다.곤륜 지역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던 윤구주가 살짝 웃었다.“그러네, 오랫동안 돌아가 보지 않았어.”윤구주의 눈에는 서서히 슬픔이 드러났다.“형님, 제 말이 맞죠?”공수이가 고개를 들고 원망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쳐다봤다.“그래,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곤륜 지역에서 말도 없이 나와버리면 안 되는 거야. 알겠어?”“칫, 어쩌라고요. 난 그냥 형님만 찾을 수 있으면 그딴 규칙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고요! 제가 몰래 나올 때 악당방의 형제들은 엄청나게 응원해 줬다고요!”윤구주의 꾸중에도 공수이는 득의양양해 하며 말했다.이 말을 하자마자 윤구주는 또 딱밤을 때렸다.하지만 이번에는 힘을 세게 주지 않았다.“수이야, 너 스승님은 잘 계시지?”스승님의 안부를 묻는 윤구주에 공수이가 웃으며 대답했다.“건강히 잘 계세요. 하지만 요 몇 년간 종종 형님하고 다시 바둑 한판 둬보고 싶다고 하세요. 어쨌거나 오랫동안 형님을 한 번도 못 이겨봤으니 얼마나 이겨보고 싶으시겠어요.”“하하하, 내가 돌아가게 되면 한번은 이기시게 해드릴게.”윤구주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그러셔야죠. 안 그러면 죽어도 맘 편히 눈은 못 감으실 거예요.”공수이가 웃으며 말했다.“스승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잘 있지?”윤구주는 악당방의 사람들에 관해서도 물었다.“다 잘 있어요! 근데 형님께서 떠나신 후로 모두 선조들에게 불려가서 폐관 수련을 시작했어요!”“그랬구나, 잘됐어!”윤구주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녀석들의 도심이 흔들려 수련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했었는데 모두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듣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형님, 저희 안부 말고 형님 얘기해봐요. 형님은요? 곤륜 지역을
“이 일은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은 묻지 마.”공수이는 본인이 말하기 싫은 일이라면 아무리 부추겨도 말하지 않는 윤구주의 성격을 알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형님 말 들을게요.”“근데 은설아 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은설아와 공수이가 함께 있는 걸 봤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던 윤구주가 물었다.곤륜 지역에서 금방 나온 녀석이 어떻게 은설아랑 함께 있었던 건지 윤구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형님, 이 일은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요. 그날 형님을 찾으러 간 뒤 길에서 차 두 대를 보게 됐는데 마침 두 예쁜 누나가 나쁜 놈한테 돈을 뜯기고 있더라니까요.”공수이는 은설아를 만나게 된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윤구주는 공수이의 말을 듣고 자초지종을 이해했다.“그러니까 은설아 씨를 네가 구한 거네?”“네, 맞아요!”공수이가 기쁘게 말했다.“저 사실 예쁜 누나 좋아해요!”“뭐라고? 은설아 씨를 좋아한다고?”공수이의 말에 윤구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러세요 형님? 좋아하면 안 돼요? 누나 예쁘잖아요! 그리고 사람도 엄청 좋고요! 멍청이가 아닌 이상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멍청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말하는 공수이에 윤구주는 또 그의 딱밤을 때렸다.“형님, 왜 또 때리세요? 전 그저 멍청이가 아닌 이상 예쁜 누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지. 형님을 말한 게 아니잖아요?”그에 윤구주는 눈을 부라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바보야, 입 닥쳐! 날 말하는 게 아니면 누굴 말하는 건데?’하지만 공수이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형님은 어떻게 예쁜 누나를 알게 된 거예요? 두 사람 꽤 친한 사이인 것 같아 보이던데요.”은설아와의 관계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윤구주는 대충 얼버무렸다.“나도 은설아 씨를 안 지는 얼마 안 돼.”“아하, 그렇군요. 근데 형님, 그거 아세요? 예쁜 누나가 마음이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몸도 만 명 중에 한 명 나올락 말락 한 수련 성체예요! 스승님께 전에 예쁜 누나 같은 음량 성체는 이중
윤구주의 말을 듣고 공수이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공수이의 마음속의 신 같은 존재인 윤구주의 허락이었기에 공수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했다.“아차, 하마터면 이 일을 잊을 뻔했네!”신나게 말하던 공수이가 갑자기 이마를 치자 윤구주가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러는데?”“방금 위층에 있을 때 경호원들이 말하는 걸 들으니 어떤 놈이 예쁜 누나랑 안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빨리 내려온 건데 도대체 어떤 놈이 나랑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형님, 예쁜 누나가 어떤 놈이랑 안고 있었는지 보셨어요?”욕을 하며 계속해서 묻던 공수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공수이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형님, 왜 차세요?”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던 공수이는 엉덩이를 만지며 억울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쳐다봤다.“네가 매를 벌어서!”윤구주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는 걸어갔다.“형님은 왜 갑자기 이러시는 거야? 내가 언제 건드리기라도 했나? 형님께서 곤륜 지역을 떠나신 후 고생을 많이 하셔서 이렇게 화가 많이 쌓인 걸 거야.”공수이는 중얼거리며 윤구주를 따라갔다.화려한 인테리어의 돈킹 호텔 로비에서는 은설아가 기쁜 마음으로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계속 보고 싶었던 윤구주를 보는 오늘이 은설아에게는 이 반년 중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윤구주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은설아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구주가 공수이를 데리고 왔다.“구주 씨, 얘기 다 나눴어요?”윤구주가 웃으며 대답했다.“네.”“오늘 드디어 구주 씨를 만나서 너무 기뻐요! 구주 씨, 오늘은 내가 살게요.”“미안한데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밥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요.”윤구주는 은설아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구주 씨, 이렇게 빨리 떠나시는 거예요?”윤구주의 거절에 밝게 웃던 은설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실망한 표정으로 변했다.“급한 일이라서 꼭 가봐야 해요.”애초에 윤구주가 이번에 온 것도
서울의 도로 위.윤구주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공수이는 원한에 가득 찬 눈빛으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은설아를 떠난 후 마음이 좋지 않았다.어쩔 수 없다.공수이의 첫사랑이었으니 말이다.겨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윤구주가 공수이를 끌고 나와버린 것이다.“형님, 저는 예쁜 누나가 너무 좋은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조용히 따라 걷던 공수이가 갑자기 물었다.“그 생각은 없애는 게 좋을 거야.”“네? 형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다른 뜻은 없어, 그저 네가 나중에 속상해할까 봐 그러는 거야.”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묻는 공수이에 윤구주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속상해한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예쁜 누나가 그렇게 예쁘고 또 사람도 좋은데 어떻게 속상할 수가 있어요?”한동안 투덜거리던 공수이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유일하게 절 속상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바로 예쁜 누나가 절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거겠죠! 형님께서 보시기엔 제가 어디가 모자라요? 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사람을 왜 이기지 못하는 건지. 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나쁜 자식한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었어요. X발, 예쁜 누나가 어떻게 이런 나쁜 자식을 좋아할 수 있어요? 안 그래요, 형님?”공수이는 계속 윤구주에게 말했지만 의도치 않게 저격을 당한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이 지금 자신을 나쁜 자식이라고 한 것인가?이런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언젠가 그 나쁜 자식을 만나게 된다면 꼭 때려눕혀 버릴 거예요! 예쁜 누나에게 상처 준 대가를 똑똑히 알려줄 거예요!”공수이는 한편으로는 말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먹을 꽉 쥐었다.“수이야, 말 다 했어? 다 했으면 빨리 따라오기나 해.”윤구주는 공수이가 재잘거리는 것을 듣기 싫다는 듯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공수이는 윤구주가 가는 것을 보고 그저 따라갔다.“형님, 밖에서 6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예쁜 형수님은 찾으셨어요? 형님처럼
윤구주는 공수이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그렇다.윤구주는 하마터면 공수이가 제자백가 중 공씨 가문의 세자라는 것을 잊을 뻔했다.제자백가 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대표적인 공씨 가문의 유도는 화진에서 전통이 오래됐고 문하생이 아주 많았다.그러니 서울에서 윤구주를 찾는 것은 공수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윤구주는 더 물어보지 않고 작은 별장으로 들어갔고 공수이도 윤구주의 뒤를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구주는 공수이를 데리고 정원에 도착했다.“누구세요?”두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용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하? 저하를 뵙습니다, 저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용민이 윤구주인 것을 보고 즉시 참배를 했다.그때 소리를 들은 철영, 재이, 정태웅, 그리고 민규현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저하!”그러고는 모두 윤구주를 보고 인사를 올렸다.입으로는 윤구주를 외치고 있었지만 사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윤구주 뒤에 있는 공수이에게로 향해있었다.“왜 또 이 스님이에요? 어떻게 저하와 함께 있는 거죠?”정태웅이 첫 번째로 물었다.공수이는 아무렇지 않게 윤구주의 옆에 서 있으며 사람들의 궁금해하는 시선에 우물쭈물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자신의 등장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었을 때 윤구주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모두 꼬맹이를 전에 본 적 있지?”윤구주가 말한 것은 공수이였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저하, 이 꼬마 스님은 누구세요?”정태웅이 묻자 모두들 공수이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얘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이야.”윤구주가 이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수이야, 이리 와서 인사해.”수이?이 이름을 들은 정태웅이 참 독특한 이름에 흠칫하며 놀랐다.공수이가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여러분, 안녕하세요! 공수이라고 하고 법호는 만천이에요.”이 말을 듣고 정태웅이 먼저 뿜었고 다른 사람들도 특이한 이름에 넋을 잃었다.“이제 금방 오게 됐는데 앞으로 형님, 누님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공수이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훑어보았다.“꼬마 스님, 진짜 이름이 수이야? 이름이 참 독특해.”정태웅이 먼저 앞으로 나와 물었다.“네!”공수이는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싫어한 적도 없었고 또 자신의 이름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독특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우리 저하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물어봐도 될까?”정태웅이 또 묻자 공수이가 바로 대답했다.“제 형님이신데 어려서부터 따라다녔었어요!”“저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고?”“네! 곤륜 지역에서 저희 형제들은 모두 형님이라고 불러요!”공수이가 또 말했다.곤륜 지역이라고 말하자마자 정태웅은 흠칫했다.옆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 그리고 무표정이었던 남궁서준도 곤륜 지역을 들었을 때는 표정에 살짝 변화가 나타났다.화진 곤륜 지역은 모든 무인들이 추구하는 무술의 성지가 아닌가!곤륜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절세 노마 외에 많은 화진의 천재들뿐이었다. 여러 지역 금기의 땅과 이어져 있는 곤륜 지역은 무인들이 모두 추구하는 성지였으며 동시에 무인들의 금기의 땅이기도 했다.눈앞에 있는 이 얌전해 보이는 공수이가 화진에서 제일 신비로운 곤륜 지역에서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네가 화진의 무술 성지 곤륜 지역에서 왔단 말이야?”정태웅은 놀라서 입이 크게 벌어졌다.“네! 왜 그러세요? 형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공수이가 질문에 정태웅이 고개를 저었다.“소문에 의하면 곤륜 지역은 우리 화진의 무술의 성지인데 그 안에는 많은 절세 강자들이 숨어있다고 하던데 이게 사실이야?”정태웅이 물었다.“이건 맞아요. 하지만 그곳은 정말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공수이가 투덜댔다.“곤륜 지역이 재미가 없다니? 거긴 화진의 무술의 성지라고! 모든 무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금기의 땅이라고!”정태웅이 어이없어했다.“쳇, 무슨 성지긴요. 아무튼 난 너무 심심했어요!”공수이가 말하고는 눈을 깜빡이며 먼 곳에 있는 서울의 높은 빌딩을 보며 말했다.“그래도 큰 도시가
당분간은 금기의 술법을 배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정태웅이 말했다.“그럼 무슨 보물이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아하, 잘 물어보셨어요! 제가 다른 건 없어도 보물은 엄청 많거든요!”제자백가의 공씨 가문의 세자로서 공수이가 한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공수이가 말을 하고 낡은 가방을 열자 정태웅은 공수이의 낡은 가방만 뚫어져라 쳐다봤다.옆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 용민, 철영, 그리고 재이까지 모두 궁금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이렇게 낡은 가방에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공수이가 낡은 가방을 열고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얼마 되지 않아 공수이는 가방에서 물건을 몇 개 꺼냈다.도자기 병에 든 단약, 갑옷 그리고 장갑이었다.“이건 용역 단약인데 우리 스승님께서 만드신 무인이 복용하면 효과가 아주 좋은 단약이에요! 이건 화서갑이라고 하는데 칼이고 총알이고 다 막아낼 수 있어서 상대가 대가 경지 아래라면 머리를 베지 않는 이상 아무 문제 없어요! 이건 신풍장갑이라고 하는데 곤륜 지역에서 사는 질풍 늑대의 가죽으로 만든 거예요. 이걸 끼면 주먹 속도가 최소 두 배는 빨라질 수 있어요!”공수이가 보물을 일일이 소개하자 정태웅 등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야? 수이야, 우리를 속이면 안 돼.”단약, 갑옷과 장갑 모두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해 보였기에 정태웅이 먼저 의심하고 나섰다.“못 믿겠으면 사용해 보던가요.”공수이가 말에 정태웅은 반신반의의 태도로 걸어가 그 많은 물건 중에서 신풍장갑을 골랐다.그 신풍장갑은 검은색이었는데 위에 있는 코팅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였다.만약 공수이가 보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길가에 던져도 정태웅은 줍지도 않을 것이다.한번 시도해 본다는 마음으로 정태웅은 신풍장갑을 손에 꼈는데 신기하게도 장갑을 끼자마자 가벼운 느낌이 두 팔을 감돌았다.마치 두 팔이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는 것 같은 느낌에 정태웅이 기쁘게 소리쳤다.“헐, 이런 가벼운 느낌 죽이는데!”“주먹 한 번 날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