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표정을 본 은설아는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다.그녀는 한낱 평범한 인간인데 이제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영음 성체, 최고의 수련 지체, 눈앞에 그녀를 쫓아다니는 노마들까지. 이게 다 뭘까?전부 그녀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당... 당신 그 사람이랑... 좀 닮았어요.”갑자기 은설아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엥? 예쁜 누나, 누구 얘기하는 거예요?” 공수이가 얼굴을 기울이며 물었다.“내가 좋아한다는 사람이요! 솔직히 그 사람은 엄청 대단했고 내 마음속에는 항상 신과 같은 존재였어요!” 은설아가 윤구주에 대해 설명하자 이 말을 들은 공수이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 속으로 저주했다.‘퉷퉷, 감히 어떤 놈인데 나와 비교하는 거지? 내 눈에 보이기만 해봐, 제대로 때려줄 거다!’하지만 공수이는 은설아를 배려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예쁜 누나,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앞으로 누나 곁에 있으면서 지켜줄 거예요!”공수이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네? 내 옆에 있겠다고요?”은설아가 할 말을 잃은 듯 물었다.“네, 누나 안전을 위해서요. 내가 있으면 나쁜 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할 테니까.”공수이가 말하자 은설아는 망설였다.스님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며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그가 자신의 곁에 있겠다고 하니 은설아는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만나서 따져야 할 사람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사람은 이제 안 찾아요?”은설아가 묻자 스님은 당황했다.참! 윤구주 그 망할 자식을 잊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민둥한 머리를 때리며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찾아야죠, 꼭 찾아야죠! 하지만 그 자식을 찾기 전에 예쁜 누나 먼저 지켜줄 거예요. 이렇게 예쁜데 나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은설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호의는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예쁜 누나! 그럼 이렇게 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내가 누나의 안전을 책임질게요!”공수이가 신이 나서 말하자 은설아도 더 마다하지 않았
스님이 토큰을 들고 중얼거렸다.“뭐라고 했어요?”이때 은설아가 와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스님은 눈앞에 그녀를 납치하려 했던 노마가 사실은 백여 년 전 화진에서 가장 신비롭고 무서운 조직 중 하나인 유명전 소속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이런 얘기를 해도 별 소용이 없으니까.고민 끝에 스님은 그 유명전 토큰을 챙긴 뒤 은설아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고 하루 동안 공수이는 은설아를 계속해서 지켰다.이날의 만남을 통해 스님은 은설아에 대해 점점 더 깊게 알아갔고 그녀가 세계적인 스타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팬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 한번 갈 때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동시에 스님은 은설아가 세계적인 슈퍼스타일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에도 능하다는 걸 알았고 이에 따라 공수이는 은설아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방안에서 스님은 은설아가 건넨 태블릿을 들고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 재생되는 영상은 다름 아닌 이번 서울 콘서트에서 은설아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었다.화면 속 짧은 치마를 입은 은설아는 그토록 아름다웠다.몸매든 얼굴이든 모든 것이 스님의 혼을 빼놓았다.“젠장, 이 예쁜 누나를 꼭 꼬셔야겠어! 아무도 못 빼앗아! 게다가 중요한 건 이 누나가 그토록 보기 드문 수련 성체라는 거야. 이 성체만 있으면 난 앞으로 예쁜 누나와 이중 수련을 할 수가 있다고.”이중 수련을 떠올리니 스님은 문득 흥분에 목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예쁜 누나 마음속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어떡하지?”스님은 머리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은설아가 그 남자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를 위해 직접 곡을 쓰지 않았을 테니까.게다가 매일 방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던 걸 생각하니 스님의 마음속에 강한 질투심이 생겼다.“예쁜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자식은 대체 누구일까? 언젠가 만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망할 놈을 제대로 혼내줄 거야!”스님은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윤구주는 돈킹 호텔의 문 앞에 도착해 슬쩍 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커다란 규모의 돈킹 호텔은 싸움으로 인해 장사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들로 가득했다.호텔 로비에는 사람들이 오고 갔고 입구에는 어린 팬들로 붐볐다.어떤 팬들은 손에 사진을, 어떤 팬들은 팻말을 들고 몰려있는 모습이 마치 슈퍼스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린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팬들이 손에 들고 있는 대형 포스터 속 스타 사진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다시 한번 들여다본 윤구주는 상대를 알아보았다.“서남에서 구해줬던 미녀 연예인, 은설아 아니야? 왜 서울로 온 거지?”윤구주의 머릿속엔 몸에 영음 도체를 지닌 대스타가 떠올랐다.과거 서남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나 연예계 거물인 천음 엔터 사건을 해결해 주었고 나중에 강성에 돌아온 뒤 그녀의 공연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그런데 서울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몰려든 팬들과 손에 든 포스터, 그리고 포스터에 적힌 ‘은설아'라는 이름을 보며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보아하니 미인께서는 서남 사건 이후로 점점 잘 나가나 보네.”윤구주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 몸에 보기 드문 영음 성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다만 윤구주는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당시 은설아가 영음 지체의 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녀에게 말하지 않고 잠깐 영음 지체의 징후를 억누를 수 있도록 도왔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윤구주는 은설아의 아름다운 포스터 사진을 다시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한번 만나 볼까?됐다.윤구주는 마음을 다잡았다.한낱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인데 왜 굳이 가까워지려 해서 두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주겠나.앞으로의 인생이 긴데 차라리 남처럼 지내는 게 나았다.게다가 애초에 돈킹 호텔은 곤륜 지역에서 도망친 그 꼬마 때문에 온 것이었다. 꼬맹이가 자주 말썽을 부리고 그가 제압해 호되게
은설아는 톱스타지만 전혀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7, 8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직접 사인까지 해줬다.이렇게 친근하게 다가가니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이 장면을 본 윤구주는 슬쩍 보다가 뒤돌아서서 호텔 로비 왼쪽에 있는 덜 붐비는 곳으로 걸어갔다.윤구주가 떠날 때 수백 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톱스타 은설아는 마음 한편에 설명할 수 없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지며 무언가에 찔린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윤구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어렴풋한 뒷모습이 나타났고 단호한 뒷모습은 로비에서 가장 붐비지 않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은설아의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저 뒷모습... 왜 이렇게 그 사람이 생각나지? 내가 잘못 본 건가? 너무 생각해서 헛것이 보이나?”은설아는 자기가 보고 있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어서 발끝을 세운 채 윤구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은설아 씨! 여기 사인 좀 해줄래요? 영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 ktx로 몇시간을 달려와서 기다렸어요! 제발 은설아 씨, 꼭 사인해 주세요!”17, 18세로 보이는 통통한 소녀가 은설아를 향해 포스터를 들고 사인을 요청했다.윤구주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은설아는 팬의 말에 생각을 뒤로한 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요!”이윽고 펜을 들고 빠르게 사인했고 주위에 있던 다른 팬들도 은설아가 사인을 해주는 모습에 더 모여들었다.은설아는 수백 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마음은 점점 괴로워지고 있었다.그녀는 서둘러 뒷모습을 쫓아가 자신이 그리워하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요. 더 모이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수백명의 팬들을 돌려보냈다.그들에게 일일이 사인해 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곧 경호원들이 열광하는 팬들을 제지하기 시작했고 팬들을 뒤로한 채 은설아는 뒤도 돌아보
신념이 열리고 무수한 불꽃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흔들리며 나타났다.촛불 불꽃 하나하나가 한 생명을 상징하는데 평범한 촛불은 평범한 인간이고 밝은 불꽃을 가진 사람은 무술가 또는 수련자를 상징했다!그리고 이 순간, 윤구주의 신명술이 발동되면서 촘촘하게 채워진 촛불의 불꽃이 나타났다.윤구주는 이 촛불의 밝기에 따라 스님의 영험한 불을 찾기 시작했다.신념술이 60층 정도에 도달했을 때 펑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신념에 무시무시한 불꽃이 나타났고 화산과도 같은 영적 불꽃 안에는 불교의 기운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강력한 영적 불꽃을 느낀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찾았다, 꼬맹이!”이 말을 끝으로 윤구주는 신념술을 철회한 뒤 60층을 바라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저기요!”윤구주의 손가락이 올라가는 버튼을 막 누르는 순간 뒤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익숙하고도 듣기 좋은 목소리에 윤구주의 손가락이 공중에 멈췄다!그도 아는, 그녀의 목소리였다.“저기요, 잠깐 얼굴 좀 봐도 될까요?”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녀를 등지고 있던 윤구주는 몇 초간 멈칫하다가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눈이 붉어진 채 자신의 뒤에 있었다.대스타, 은설아였다.“은설아 씨, 오랜만이네요!”윤구주는 미소를 지은 채 과거 서남의 대스타를 바라보았다.“은인님, 정말 당신이었어요? 나, 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윤구주를 바라보던 은설아는 눈에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설레었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를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접니다.” 윤구주가 환하게 웃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이 밤마다 그리워하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라고 확신했을 때 은설아는 한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은인님!”그녀는 갑자기 미쳐버린 듯 윤구주의 품에 뛰어들었고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윤구주를 하얀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이 아름다운 미녀 대스타가 갑자기 끌
윤구주를 꼭 껴안고 있던 은설아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에 정신을 차린 뒤 서둘러 윤구주의 품을 떠났다.“은인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너무 흥분해서요!”윤구주는 한낱 파파라치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이때 은설아의 경호원 몇 명이 달려왔고 파파라치들이 카메라를 들고 은설아를 찍고 있는 것을 보자 곧바로 제지했다.“찍지 마세요!”“다들 찍지 마세요!”이 경호원들은 은설아의 경호뿐만 아니라 은설아의 대외적인 홍보까지 책임지고 있었다!카메라를 든 수많은 미디어 파파라치가 은설아를 향해 촬영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달려와서 막고 쫓아 보냈다.빠르게 교활한 파파라치 무리가 뿔뿔이 도망쳤다!파파라치들을 보낸 후 8명의 경호원은 재빨리 은설아 곁으로 다가왔다.“은설아 씨, 괜찮아요?”경호원들은 말하며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았다.“난 괜찮아요.” 은설아가 말했다.“은설아 씨, 지금 언론에서 조금 전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으니 보험 차원에서 먼저 저희와 함께 올라가는 게 좋겠습니다. 언론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한 경호원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난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먼저 올라가세요.” 은설아가 곧바로 말했다.“하지만 은설아 씨, 그런 장면이 찍히면... 앞으로 팬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안 좋게 될 겁니다.”경호원들의 뜻은 분명했다.조금 전 파파라치들이 은설아가 윤구주와 포옹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 엄청난 스캔들이 아니겠나.하지만 은설아는 이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다시 말하지만 난 지금 당장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먼저 올라가세요.”은설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경호원들은 당황한 듯 옆에 서 있던 윤구주를 바라봤다.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왜 자신의 이미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작 이 평범한 녀석을 만나려고?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의 연애 스캔들이 항상 연예계 가십거리의 가장 흥미로운 주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은설아
은설아가 물었다.“채은이는 아직 강성에 있고 서울엔 나 혼자 왔어요.”윤구주가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서울엔 왜 왔어요?”은설아가 계속 물었다.“작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은설아는 윤구주가 감추는 게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그저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얌전히 윤구주의 곁에 있었다.밤낮으로 그리워하며 흠모하던 사랑이었다.그런데 마침내 윤구주와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그립고 보고 싶었다는 말로 가득 차 윤구주를 만나면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는데 왠지 모르게 윤구주를 실제로 만나니 부끄러워지는 그녀였다....60층에서 잘생긴 스님이 태블릿을 들고 은설아가 춤추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예쁜 누나, 다리도 너무 예쁘네! 이 몸매, 이 춤 실력! 젠장, 맹세코 이 예쁜 누나를 손에 넣을 거야! 누나가 좋아하는 쓰레기가 누구인지 상관없어. 만나면 제대로 두들겨 팰 거야!”자신이 온 마음 다해 사랑하는 대스타의 마음속에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생각에 스님은 질투에 휩싸였다.그의 눈에 이렇게 예쁜 대스타 은설아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남자가 쓰레기였다.씩씩거리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스님은 태블릿을 옆에 내려놓았다.“엥? 예쁜 누나가 방금 아래층에서 팬들과 만나서 사인해 줬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됐어, 예쁜 누나의 안전을 위해서 아래층에 내려가서 직접 봐야겠어!”말하며 스님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려 했고 방에서 나오려는데 마침 경호원 몇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걸어가며 경호원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었다.“은설아 씨 어떻게 된 거야? 왜 낯선 남자를 껴안고 있지? 너무 이상해!”“그러게! 3년 동안 은설아 씨 경호원으로 지내면서 왜 나는 은설아 씨가 사랑에 빠지는 걸 한 번도 못 봤지?”“맞아 맞아!”“게다가 그 남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야. 어디서 튀어나온 자식인지!”“이제 은설아 씨가 그
반면 윤구주는 태연했다.“은인님, 지난번에 헤어진 이후로 계속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은설아는 행복한 듯 말했다.“저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쩌면 이게 운명 아닐까요?”은설아가 기분 좋게 말했다.“은인님...”“은인님이라고 하지 말고 윤구주라고 불러요.” 윤구주는 은인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렇게 말했다.“네, 그럼 구주 씨라고 부를게요.”은설아도 은인이라고 하면 벽이 느껴지는 것 같아 호칭을 바꾸기로 했다.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달려왔다.“예쁜 누나! 누구랑 얘기하는 거예요?”다름 아닌 스님 공수이가 등장했고 공수이가 나타난 것을 본 은설아는 황급히 말했다.“구주 씨랑요.”구주 씨?당황한 공수이는 눈동자를 굴려 윤구주를 힐끗 보고는...젠장!스님은 너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윤구주, 이 자식, 너 왜 여기 있어?”공수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니 그가 눈을 크게 뜨고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한편 윤구주는 공수이를 보자 살짝 웃으며 말했다.“수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간이 커졌나 봐? 이젠 나한테 욕도 하네?”“아...”윤구주의 말을 들은 스님은 순간 다소 겁에 질렸다.“아, 아니! 형님, 오해에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스님은 가면이라도 뒤집어쓰듯 표정이 빠르게 바뀌며 설명했다.그는 두려웠다. 혹시나 이 형님을 화나게 하면 지금이라도 자신을 바닥에 대고 제압할까 봐!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스님은 마음 한쪽이 섬뜩해 났다.살면서 두려운 게 하나도 없다며 자부하던 스님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눈앞에 있는 이 형님이었다.오히려 당황한 건 은설아였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앞에 있는 윤구주와 공수이를 번갈아 보았다.“구주 씨... 혹시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나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