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돈킹 호텔의 문 앞에 도착해 슬쩍 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커다란 규모의 돈킹 호텔은 싸움으로 인해 장사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들로 가득했다.호텔 로비에는 사람들이 오고 갔고 입구에는 어린 팬들로 붐볐다.어떤 팬들은 손에 사진을, 어떤 팬들은 팻말을 들고 몰려있는 모습이 마치 슈퍼스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린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팬들이 손에 들고 있는 대형 포스터 속 스타 사진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다시 한번 들여다본 윤구주는 상대를 알아보았다.“서남에서 구해줬던 미녀 연예인, 은설아 아니야? 왜 서울로 온 거지?”윤구주의 머릿속엔 몸에 영음 도체를 지닌 대스타가 떠올랐다.과거 서남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나 연예계 거물인 천음 엔터 사건을 해결해 주었고 나중에 강성에 돌아온 뒤 그녀의 공연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그런데 서울에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몰려든 팬들과 손에 든 포스터, 그리고 포스터에 적힌 ‘은설아'라는 이름을 보며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보아하니 미인께서는 서남 사건 이후로 점점 잘 나가나 보네.”윤구주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 몸에 보기 드문 영음 성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다만 윤구주는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당시 은설아가 영음 지체의 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녀에게 말하지 않고 잠깐 영음 지체의 징후를 억누를 수 있도록 도왔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윤구주는 은설아의 아름다운 포스터 사진을 다시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한번 만나 볼까?됐다.윤구주는 마음을 다잡았다.한낱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인데 왜 굳이 가까워지려 해서 두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주겠나.앞으로의 인생이 긴데 차라리 남처럼 지내는 게 나았다.게다가 애초에 돈킹 호텔은 곤륜 지역에서 도망친 그 꼬마 때문에 온 것이었다. 꼬맹이가 자주 말썽을 부리고 그가 제압해 호되게
은설아는 톱스타지만 전혀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7, 8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직접 사인까지 해줬다.이렇게 친근하게 다가가니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이 장면을 본 윤구주는 슬쩍 보다가 뒤돌아서서 호텔 로비 왼쪽에 있는 덜 붐비는 곳으로 걸어갔다.윤구주가 떠날 때 수백 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톱스타 은설아는 마음 한편에 설명할 수 없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지며 무언가에 찔린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윤구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어렴풋한 뒷모습이 나타났고 단호한 뒷모습은 로비에서 가장 붐비지 않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그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은설아의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저 뒷모습... 왜 이렇게 그 사람이 생각나지? 내가 잘못 본 건가? 너무 생각해서 헛것이 보이나?”은설아는 자기가 보고 있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어서 발끝을 세운 채 윤구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은설아 씨! 여기 사인 좀 해줄래요? 영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 ktx로 몇시간을 달려와서 기다렸어요! 제발 은설아 씨, 꼭 사인해 주세요!”17, 18세로 보이는 통통한 소녀가 은설아를 향해 포스터를 들고 사인을 요청했다.윤구주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은설아는 팬의 말에 생각을 뒤로한 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요!”이윽고 펜을 들고 빠르게 사인했고 주위에 있던 다른 팬들도 은설아가 사인을 해주는 모습에 더 모여들었다.은설아는 수백 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마음은 점점 괴로워지고 있었다.그녀는 서둘러 뒷모습을 쫓아가 자신이 그리워하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요. 더 모이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수백명의 팬들을 돌려보냈다.그들에게 일일이 사인해 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곧 경호원들이 열광하는 팬들을 제지하기 시작했고 팬들을 뒤로한 채 은설아는 뒤도 돌아보
신념이 열리고 무수한 불꽃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흔들리며 나타났다.촛불 불꽃 하나하나가 한 생명을 상징하는데 평범한 촛불은 평범한 인간이고 밝은 불꽃을 가진 사람은 무술가 또는 수련자를 상징했다!그리고 이 순간, 윤구주의 신명술이 발동되면서 촘촘하게 채워진 촛불의 불꽃이 나타났다.윤구주는 이 촛불의 밝기에 따라 스님의 영험한 불을 찾기 시작했다.신념술이 60층 정도에 도달했을 때 펑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신념에 무시무시한 불꽃이 나타났고 화산과도 같은 영적 불꽃 안에는 불교의 기운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강력한 영적 불꽃을 느낀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찾았다, 꼬맹이!”이 말을 끝으로 윤구주는 신념술을 철회한 뒤 60층을 바라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저기요!”윤구주의 손가락이 올라가는 버튼을 막 누르는 순간 뒤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익숙하고도 듣기 좋은 목소리에 윤구주의 손가락이 공중에 멈췄다!그도 아는, 그녀의 목소리였다.“저기요, 잠깐 얼굴 좀 봐도 될까요?”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녀를 등지고 있던 윤구주는 몇 초간 멈칫하다가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눈이 붉어진 채 자신의 뒤에 있었다.대스타, 은설아였다.“은설아 씨, 오랜만이네요!”윤구주는 미소를 지은 채 과거 서남의 대스타를 바라보았다.“은인님, 정말 당신이었어요? 나, 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윤구주를 바라보던 은설아는 눈에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설레었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를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접니다.” 윤구주가 환하게 웃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이 밤마다 그리워하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라고 확신했을 때 은설아는 한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은인님!”그녀는 갑자기 미쳐버린 듯 윤구주의 품에 뛰어들었고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윤구주를 하얀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이 아름다운 미녀 대스타가 갑자기 끌
윤구주를 꼭 껴안고 있던 은설아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에 정신을 차린 뒤 서둘러 윤구주의 품을 떠났다.“은인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너무 흥분해서요!”윤구주는 한낱 파파라치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이때 은설아의 경호원 몇 명이 달려왔고 파파라치들이 카메라를 들고 은설아를 찍고 있는 것을 보자 곧바로 제지했다.“찍지 마세요!”“다들 찍지 마세요!”이 경호원들은 은설아의 경호뿐만 아니라 은설아의 대외적인 홍보까지 책임지고 있었다!카메라를 든 수많은 미디어 파파라치가 은설아를 향해 촬영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달려와서 막고 쫓아 보냈다.빠르게 교활한 파파라치 무리가 뿔뿔이 도망쳤다!파파라치들을 보낸 후 8명의 경호원은 재빨리 은설아 곁으로 다가왔다.“은설아 씨, 괜찮아요?”경호원들은 말하며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았다.“난 괜찮아요.” 은설아가 말했다.“은설아 씨, 지금 언론에서 조금 전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으니 보험 차원에서 먼저 저희와 함께 올라가는 게 좋겠습니다. 언론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한 경호원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난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먼저 올라가세요.” 은설아가 곧바로 말했다.“하지만 은설아 씨, 그런 장면이 찍히면... 앞으로 팬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안 좋게 될 겁니다.”경호원들의 뜻은 분명했다.조금 전 파파라치들이 은설아가 윤구주와 포옹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 엄청난 스캔들이 아니겠나.하지만 은설아는 이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다시 말하지만 난 지금 당장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먼저 올라가세요.”은설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경호원들은 당황한 듯 옆에 서 있던 윤구주를 바라봤다.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왜 자신의 이미지조차 신경 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작 이 평범한 녀석을 만나려고?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의 연애 스캔들이 항상 연예계 가십거리의 가장 흥미로운 주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은설아
은설아가 물었다.“채은이는 아직 강성에 있고 서울엔 나 혼자 왔어요.”윤구주가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서울엔 왜 왔어요?”은설아가 계속 물었다.“작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은설아는 윤구주가 감추는 게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그저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얌전히 윤구주의 곁에 있었다.밤낮으로 그리워하며 흠모하던 사랑이었다.그런데 마침내 윤구주와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그립고 보고 싶었다는 말로 가득 차 윤구주를 만나면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는데 왠지 모르게 윤구주를 실제로 만나니 부끄러워지는 그녀였다....60층에서 잘생긴 스님이 태블릿을 들고 은설아가 춤추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예쁜 누나, 다리도 너무 예쁘네! 이 몸매, 이 춤 실력! 젠장, 맹세코 이 예쁜 누나를 손에 넣을 거야! 누나가 좋아하는 쓰레기가 누구인지 상관없어. 만나면 제대로 두들겨 팰 거야!”자신이 온 마음 다해 사랑하는 대스타의 마음속에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생각에 스님은 질투에 휩싸였다.그의 눈에 이렇게 예쁜 대스타 은설아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남자가 쓰레기였다.씩씩거리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스님은 태블릿을 옆에 내려놓았다.“엥? 예쁜 누나가 방금 아래층에서 팬들과 만나서 사인해 줬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됐어, 예쁜 누나의 안전을 위해서 아래층에 내려가서 직접 봐야겠어!”말하며 스님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려 했고 방에서 나오려는데 마침 경호원 몇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걸어가며 경호원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었다.“은설아 씨 어떻게 된 거야? 왜 낯선 남자를 껴안고 있지? 너무 이상해!”“그러게! 3년 동안 은설아 씨 경호원으로 지내면서 왜 나는 은설아 씨가 사랑에 빠지는 걸 한 번도 못 봤지?”“맞아 맞아!”“게다가 그 남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야. 어디서 튀어나온 자식인지!”“이제 은설아 씨가 그
반면 윤구주는 태연했다.“은인님, 지난번에 헤어진 이후로 계속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은설아는 행복한 듯 말했다.“저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쩌면 이게 운명 아닐까요?”은설아가 기분 좋게 말했다.“은인님...”“은인님이라고 하지 말고 윤구주라고 불러요.” 윤구주는 은인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렇게 말했다.“네, 그럼 구주 씨라고 부를게요.”은설아도 은인이라고 하면 벽이 느껴지는 것 같아 호칭을 바꾸기로 했다.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달려왔다.“예쁜 누나! 누구랑 얘기하는 거예요?”다름 아닌 스님 공수이가 등장했고 공수이가 나타난 것을 본 은설아는 황급히 말했다.“구주 씨랑요.”구주 씨?당황한 공수이는 눈동자를 굴려 윤구주를 힐끗 보고는...젠장!스님은 너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윤구주, 이 자식, 너 왜 여기 있어?”공수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니 그가 눈을 크게 뜨고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한편 윤구주는 공수이를 보자 살짝 웃으며 말했다.“수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간이 커졌나 봐? 이젠 나한테 욕도 하네?”“아...”윤구주의 말을 들은 스님은 순간 다소 겁에 질렸다.“아, 아니! 형님, 오해에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스님은 가면이라도 뒤집어쓰듯 표정이 빠르게 바뀌며 설명했다.그는 두려웠다. 혹시나 이 형님을 화나게 하면 지금이라도 자신을 바닥에 대고 제압할까 봐!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스님은 마음 한쪽이 섬뜩해 났다.살면서 두려운 게 하나도 없다며 자부하던 스님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눈앞에 있는 이 형님이었다.오히려 당황한 건 은설아였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앞에 있는 윤구주와 공수이를 번갈아 보았다.“구주 씨... 혹시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나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
고대하던 만남이었지만 그게 이런 방식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윤구주가 공수이를 한번 보더니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 씨, 이 꼬맹이랑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은설아는 당연히 윤구주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구주 씨. 저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은설아는 아쉬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쳐다보고 나갔다.은설아가 떠난 후 공수이는 은설아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커다란 손이 공수이의 귀를 잡았다.“아파요... 아프다고요...”귀를 잡힌 공수이는 소리를 질렀으나 반격할 엄두는 없었다.지금 자신의 귀를 잡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형님, 윤구주였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꼬맹이, 너 이리 와!”윤구주는 공수이의 귀를 잡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갔다.곤륜 지역에서 무서워하는 거 없던 공씨 가문 세자가 이렇게 귀를 잡힌 채로 끌려나가다니, 다들 보면 깜짝 놀랄 일이었다.“형님, 살살 잡으세요. 아파요!”공수이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빌었지만 윤구주는 그를 조용한 곳으로 끌고 온 후에야 손을 놨다.“꼬맹이, 누가 네가 곤륜 지역에서 나가는 걸 허락했는지 말해.”윤구주가 물었다.“난 다 형님 때문이에요!”공수이가 빨개진 귀를 쥐면서 말했다.“날 위해서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윤구주는 공수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공수이는 아파하며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형님 때문이죠! 그러게 누가 우리 누나 맘 아프게 하라고 했어요? 목매달고 죽겠다고 한 적도 있단 말이에요!”윤구주는 갑자기 곤륜 지역에서 보았던 큰 판다를 타고 손에는 나무 검을 쥐었으며 포니테일을 묶은 공수민이 생각났다.공수민의 능력은 아주 높아 윤구주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더 놀라운 것은 공수민이 어렸을 때 자주 윤구주의 침대 곁에 와서 귀신 이야기를 해주며 놀렸다는 사실이다.윤구주가 놀랄 때마다 공수민은 윤구주를 안아주며 말했다.“괜찮아, 누나가 있잖아. 신이든 악마든 그
옛 형제들 사이에는 윤구주가 어릴 때 창립한 악당방도 있었다.이 파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종문의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거나 세가의 자식이라서 악당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의 배경은 모두 엄청났다.그런 악당방에서도 제일 큰 조력자는 단연 윤구주였다.곤륜 지역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던 윤구주가 살짝 웃었다.“그러네, 오랫동안 돌아가 보지 않았어.”윤구주의 눈에는 서서히 슬픔이 드러났다.“형님, 제 말이 맞죠?”공수이가 고개를 들고 원망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쳐다봤다.“그래,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곤륜 지역에서 말도 없이 나와버리면 안 되는 거야. 알겠어?”“칫, 어쩌라고요. 난 그냥 형님만 찾을 수 있으면 그딴 규칙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고요! 제가 몰래 나올 때 악당방의 형제들은 엄청나게 응원해 줬다고요!”윤구주의 꾸중에도 공수이는 득의양양해 하며 말했다.이 말을 하자마자 윤구주는 또 딱밤을 때렸다.하지만 이번에는 힘을 세게 주지 않았다.“수이야, 너 스승님은 잘 계시지?”스승님의 안부를 묻는 윤구주에 공수이가 웃으며 대답했다.“건강히 잘 계세요. 하지만 요 몇 년간 종종 형님하고 다시 바둑 한판 둬보고 싶다고 하세요. 어쨌거나 오랫동안 형님을 한 번도 못 이겨봤으니 얼마나 이겨보고 싶으시겠어요.”“하하하, 내가 돌아가게 되면 한번은 이기시게 해드릴게.”윤구주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그러셔야죠. 안 그러면 죽어도 맘 편히 눈은 못 감으실 거예요.”공수이가 웃으며 말했다.“스승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잘 있지?”윤구주는 악당방의 사람들에 관해서도 물었다.“다 잘 있어요! 근데 형님께서 떠나신 후로 모두 선조들에게 불려가서 폐관 수련을 시작했어요!”“그랬구나, 잘됐어!”윤구주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녀석들의 도심이 흔들려 수련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했었는데 모두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듣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형님, 저희 안부 말고 형님 얘기해봐요. 형님은요? 곤륜 지역을
“이는 지극히 순수한 공법으로 제가 수련한 얼음의 술법을 완전히 억누르는군요. 천지 음양, 오행 팔괘. 그쪽의 공법이 천지 음양에 속하고 제 오행보다 우위에 있으니 제가 수련한 이 술법은 완전히 억눌려 더는 상대가 되지 못하겠군요.”북경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지난번 싸움에서 윤구주가 처음부터 구양진용결을 사용했다면 북경왕은 단 한 판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극 신급 절정에 도달한 그는 내공을 믿고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마리의 용도 깨뜨리지 못했다.“북경왕, 그쪽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진 거나 마찬가지예요. 죽음을 자초한 셈입니다. 절대로 제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니 지금 후회하면 살길을 남겨줄 거에요.”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천옥 진법 쪽을 힐끔 돌아보았다.“저와 대결하면서도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겁니까? 윤구주, 그쪽은 완전히 저를 무시하는군요. 다시 생각해 보니 구주왕과 제 옛정도 거짓이었던 거 아닐까요? 이 위선적이고 간악한 악당의 목숨은 제가 가져갈 것입니다.”북경왕이 다시 돌진했다. 윤구주가 다른 데 신경을 쓴 틈을 노려 공격한 것이다.그는 여전히 윤구주에게 완전히 억눌리는 얼음의 술법을 사용했기에 연이은 공격으로도 윤구주를 보호하는 아홉 마리의 용을 깨뜨리지 못했다.“북경왕! 문아름은 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쪽의 술법이 저에게 억눌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쪽을 이곳으로 보냈죠. 그쪽 내공이 저보다 강하더라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말해보세요. 문아름이 또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윤구주가 진지하게 물었다.빙신전과 북경왕보다 문아름이 윤구주에게 더 큰 위협이었다.그 여자에게 반드시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그렇게 알고 싶나요? 그럼 먼저 저를 이기세요. 승자만이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습니다.”“금술, 빙역만리.”금술로 인해 대지가 얼어버렸고 주변의 산마저 꽁꽁 얼어붙었다.동시에 천지에 이
수옥인이 북경왕을 말리려 했지만 북경왕은 더는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수옥인을 내리쳐 기절시킨 뒤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윤구주 씨, 지난번 싸움은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건 몇 년 전 일이었죠. 그땐 저도 아직 구주왕이 아니었죠.”“그래요. 그때 저도 아직 북경왕이 아니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지난번은 그쪽이 온 힘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긴 거라는 겁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죠? 이번에 제가 온 힘을 다하길 바라는 겁니까 아니면 저번처럼 비겨주는 걸 원하는 겁니까?”이 질문에 북경왕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제가 왜 문씨 가문과 손을 잡았는지 궁금하지 않나요?”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 이유가 뭐든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 반드시 저와 싸워야 한다면 장소를 바꾸는 게 어때요?”“안 됩니다. 문씨 가문은 저더러 천옥 전법을 파괴하고 폭주하는 영기를 외부로 흘러 나가게 하라고 했어요. 그쪽을 죽이는 건 주요한 임무가 아니에요.”웅!북경왕은 윤구주에게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한 걸음을 내디뎌 얼음을 만들어냈다. 차가운 기운이 전법의 절반을 얼려버렸다.윤구주는 이제야 그의 의도를 이해한 듯했다.전법을 파괴해서 영기가 새어나가면 화진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팔기지, 부자결.”수많은 화염 부적이 나타나 북경왕의 한기를 막아냈다. 이번 대결은 북경왕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북경왕은 이것이 윤구주의 진짜 실력인지 아니면 전법을 지키느라 너무 많은 힘을 써 지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북경왕은 두 손을 모아 앞으로 힘껏 밀어냈다. 극한의 한기가 윤구주의 부적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한기가 전법의 핵심을 얼려버리기 직전...“팔기지, 이화금안.”홍!끝없이 치솟는 불이 사방으로 퍼지며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시켰다.굉음과 함께 산이 뚫리더니 봉황 모양
“드디어 왔군!”윤구주도 다시 눈을 떴다.그는 문아름의 수단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이번에 온 자는 강적이 아니라 윤구주가 차마 죽이지 못할 친구일 것이다.천옥 북쪽에서 한 사람이 산을 뚫고 나와 귀산에 나타났다.그의 모습을 본 십만 대군은 환호성을 멈출 수 없었지만 진동왕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십만 병사들은 이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화진의 북경왕이었다.새로운 세대의 왕으로 윤구주와 거의 동시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윤구주보다 먼저 왕위에 올랐다. 그는 화진 북쪽 영토를 빼앗아 와서 국치를 씻은 영웅 같은 존재였다.그의 명성은 화진에서 윤구주에 버금갈 정도였다.그 때문에 왕실은 그를 미래 윤구주의 오른팔로 키우려 했다.“현모, 정신 차려!”진동왕은 지쳐 의식이 흐릿해진 현모에게 소리쳤다. 동시에 북경왕을 맞이하려던 모든 부하에게 후퇴를 명령했다.“후퇴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북경왕은 우리 편이 아니었나요?”장수들이 하나둘 의아해하며 물었다.“이 바보들아! 저 사람이 우리 편처럼 보이냐!”진동왕이 크게 꾸짖었다.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북경왕은 온몸에 살기가 넘쳤고 차가운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현모도 무언가를 깨닫고 북경왕을 향해 소리쳤다.“북경왕! 그쪽은 화진의 왕입니다! 저와 목숨을 나눈 전우였고 저희 왕은 그쪽을 형제처럼 대했어요. 문아름 씨가 그 쪽에게 무슨 짓을 시켰든 이건 그쪽 본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아요.”현모가 절규했다.북경왕이 지금 손을 쓰면 새로 태어난 국운이 위태로워진다. 국운을 위해서라도 진동왕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새로운 국운이 북경왕의 손에 망가져서는 안 된다.만약 북경왕이 국운을 깨뜨린다면 화진 사람의 손에 의해 국운이 깨진다면 화진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정말 훌륭한 계략이로군. 윤구주, 나올 것인가 숨어있을 것인가.”빙신전 대 제사장은 블랙홀 속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웃었다.북경왕이 현모와 진동왕을 쓸어버리고 화진의
“어디서 감히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너 같은 인간이 어찌 감히 곤륜 신계를 거스르려 하느냐?”형체가 노발대발해서 소리쳤다.“곤륜뿐만이 아니다. 누구든 화진을 건드리면 바로 나 윤구주의 적이다. 그게 신이든 마귀이든, 나 윤구주가 빠짐없이 죽여버릴 것이다!”형체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윤구주에게 섣불리 손을 쓸 수 없었기에 더욱 답답했다. 윤구주가 말한 대로 그가 직접 왔다 하더라도 윤구주를 이길 확신이 없었다.직접 와서도 윤구주를 이기지 못하면 이 소식을 들은 곤륜의 다른 신전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 틀림없다.“건방지게 굴지 말고 기다려라. 내가 혼쭐을 내줄 터이니.”“당장 꺼져! 오지도 못하면서 내 앞에서 떠들지 마.”윤구주는 그와 더는 말싸움하기 싫어 금안을 발동해 그 형체를 지워버렸다. 그는 곤륜의 이놈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싸우더라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진짜로 운구주를 죽이려는 것은 문씨 가문이다.윤구주는 문아름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의 예감이 맞았다. 형체가 망가진 빙신전의 대 제사장은 즉시 문아름에게 연락을 보냈다.“웃기고 있네요. 말은 잘만 하더니 어디로 간 거죠? 저희가 정면에서 방해하면 그쪽이 숨에서 공격한다면서 어디로 사라진 거죠? 그리고 현무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쪽이 해결하겠다며 죽지 않고 오히려 임씨의 금술을 익혀 구오 후기로 우리 구오 대원만 천신을 죽일 뻔했잖아요.”대 제사장이 비꼬는 말투로 문아름에게 물었다.화진 변경의 설산 꼭대기.법기 속에서 그녀를 꾸짖는 형체를 바라보며 문아름은 담담히 대답했다.“현무가 살아있는 것은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저도 임세현이 현무를 그렇게 중히 여길 줄은 몰랐어요. 윤구주에게 금술을 맡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무에게 전수하다니. 윤구주의 실력이 더욱 정진했나 봐요.”형체는 잠시 당황하더니 의심스러운 눈길로 문아름을 바라보았다.“제 뜻은 임씨 가문의 절학이 윤구주에게는 쓸모가 없다는 얘기에요. 윤구주
수옥인은 음령을 제압하는 부적으로 기습공격을 했다.“감히 기습을 해? 내가 널 못 본 줄 알았나? 겨우 구오 초경의 실력으로 진동왕보다도 못한 것이 누가 너에게 그런 배짱을 줬냐!”호천신은 귀기로 수옥인의 부적을 깨뜨리고 그를 쓰러뜨렸다. 수옥인은 반쯤 얼어붙은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온몸에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수옥인을 처리한 호천신은 즉시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윤구주, 죽어!”으스스한 바람이 크게 일며 사신이 윤구주의 목숨을 노렸다.지금 이 자리에서 윤구주를 죽인다면 빙신전의 가장 큰 적을 해결하는 것이니 호천신은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윤구주 영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윤구주가 갑자기 눈을 떴다.“팔기지, 이화금안.”금안이 발동되자 공간을 왜곡되는 듯하더니 혈홍색 연꽃이 피어나며 호천신의 영혼을 불태웠다.그로 인해 귀신족의 귀기는 순식간에 타버렸고 호천신의 영혼은 진법 안에서 허우적댔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리자 정신을 차린 수옥인도 함께 울부짖었다.호천신의 영혼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사라졌다. 호천신이 사라졌는데도 수옥인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시끄러워. 내가 저놈 태우는데 너는 왜 비명을 지르는 거야?”귀청을 찌르는 비명에 짜증이 난 윤구주는 금안으로 수옥인을 기절시켜 버렸다.호천신이 죽자마자 또 다른 형체가 진법 안에 나타났다.그 투명체는 천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형체를 이룬 것인데 이는 극 신급 절정만이 가능한 일이다.“빙신전의 대 제사장께서 직접 오다니.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그쪽도 알고 있을 텐데.”윤구주가 웃으며 말하자 그 형체의 표정이 굳어졌다.윤구주의 말은 그를 이곳으로 유인해 죽이려는 것 같게 들렸다.“윤구주,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라!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우리가 섣불리 나서면 우리 사람이 죽고 다른 신전이 이득을 보겠지.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나.”형체가 냉소하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어이가 없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하왕결, 천하무쌍!”현모가 기법을 바꾸어 화진 임씨의 금술을 펼쳤다.금술과 함께 왕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어두운 금색의 기세가 천하를 흔들며 호천신의 얼음의 왕좌를 순식간에 산산조각냈다.호천신이 반응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뒤바뀌었다.“뭐야! 이게 뭐야! 현모가 화진 임씨의 금술을 익혔다고? 젠장! 임씨가 저자를 왕실로 삼은 거야?”뭔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호천신의 금창이 부서졌다.법기와 전법이 연이어 파괴되며 그 부작용으로 호천신은 반쯤 죽은 목숨이 되었다.“하우, 왕은 무적이다.”현모가 다시 금술을 펼치자 구름 속에서 금빛 신검이 내려와 호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꿰뚫었다.이 일격으로 호천신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 더는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내공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이런 쓸모없는 놈! 곤륜 대원만이 구오 후기를 이기지 못하다니. 너는 우리 신계의 수치야!”구름 위로부터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호천신이 윤구주의 목숨을 거두겠다고 큰소리를 쳤기에 호천신과 윤구주의 대결을 기대했는데 윤구주의 얼굴도 못 보고 그의 수하인 현모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하다니 참 망신이로다.연이은 금술로 현모도 힘이 빠져 더는 술법을 펼칠 수 없었고 간신히 신수인으로 국운을 지킬 뿐이었다.“저희 계획에 현모는 없었잖아요. 저는 현모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고.”호천신이 간신히 숨을 내쉬며 구름 위에 있는 상신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육신이 망가진 네가 무슨 쓸모가 있지? 그래도 마지막 기회를 주마. 내가 너에게 귀신족의 귀기를 주겠다. 네 영혼을 움직여 윤구주를 죽여라.”신의 말을 들은 호천신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지금 이 지경이 된 나더러 윤구주를 죽이라고? 현모도 못 이겼는데 어떻게 윤구주를 죽이란 말이지? 게다가 나는 내공이 부족해 강제로 영혼을 내보냈다가 귀기가 사라지면 죽을 거야.’“일을 완수하면 네 잔혼을 거둬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바로 네 혼을 흩어버릴 것이야.”신의 목소리가 다
“성수인, 진압!”현모의 몸에 새겨진 녹색 문양이 다시 강렬한 빛을 발하며 번쩍였다.네 개의 돌기둥에서 그물 모양의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 영역을 형성하며 귀산을 봉쇄했다. 이 영역은 십만 대군 위에 떠 있는 국운을 보호하고 있었다.하지만 호천신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에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영역을 향해 돌진했다. 영역을 들이받는 순간 강한 힘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게 부적인가 전법인가? 대체 뭐야? 당장 깨져라!”호천신은 신술을 발동해 영역을 마구 두들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멍청한 놈! 이건 성수인이야. 구주왕 휘하 네 명의 군신이 사용하는 필살기지! 이런 망할 놈 같으니라고! 윤구주가 성수전의 봉인된 술법을 부하들에게 전수했단 말인가!”상공의 검은 구멍에서 분노와 질투로 가득 찬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윤구주가 그런 귀한 술법을 얻었으면서도 그것을 네 명의 평범한 부하에게 전수했다는 것이었다.필살기라니!필살기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호천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신이 그렇게 말했다면 현모의 이 술법이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현모가 다루는 성수인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다. 네 눈은 장식품인 것이냐?”호천신은 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상공에는 신귀수의 허상이 떠올라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수였다.“헉! 성경이다!”호천신의 이마에 차가운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사방의 네 개 돌기둥을 바라보니 돌기둥은 실체로 존재했고 그 위에 부적과 토템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이 정보들로 호천신은 현모의 능력을 대략 알아챌 수 있었다.“성수의 허상은 주로 날짐승과 들짐승을 제압하는 데 사용되며 인간이나 신에게는 효과가 미약할 것이야. 그뿐만 아니라 현모 내공의 제한을 받아 이 전법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아.”“하지만 이건 성수전의 천술입니다. 저 혼자서는 깨기 어려워요.”곤륜 출신의 호천신은 마음을
진정한 대전이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르렀다. 호천신은 ‘신술'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체질에만 의존하여 현모와 격투를 벌였다. 두 사람은 맨주먹으로 싸움을 벌였는데 속도에서는 호천신이 현모보다 한 수 위였고 힘에서도 약간 우세하여 전세는 현모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래쪽 귀산 전장에서는 십만 대군이 귀신족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중상을 입은 진동왕은 도망치는 귀왕을 추격했다. 그는 왕도의 기세로 귀왕을 압도했으며 귀왕이 패배하고 참수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천옥 대진에서는 수옥인이 전장 상황을 윤구주에게 보고했다. “조상님, 그 호천은 빙신전 출신으로 신전 술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조상님의 부하인 현모를 압도하고 있어. 만약 신기를 사용한다면 현모가 이기기 어려울 거야. 하지만 현모가 이기기를 바란 것은 아니니까. 그저 호천을 묶어두기만 하면 되는 거지. 결국 당신들의 임무는 귀신족을 섬멸하는 것이니까. 귀신족을 제거하면 당신들의 계획은 성공한 거야.” 수옥인이 말했다. “그런가? 곤륜 구역의 수단이 고작 이 정도인가? 아니면 그 문씨 가문이 나를 천옥으로 끌어들인 것은 나를 도우려는 착한 마음에서였던가?” 윤구주는 눈을 뜨며 차갑게 비웃었다. 수옥인은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문씨 가문은 이미 계획을 세웠고 나를 이 판에 끌어들였어. 나는 문아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문아름은 곤륜 구역의 세력이 나를 도우리라는 것을 이미 예측했을 거야. 내 부하인 현모 하나가 곤륜 구역의 사람을 막아내고 있는데 문아름이 이렇게까지 계획을 세운 이유가 무엇이겠어?” 이 말을 듣고 수옥인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당신의 말은 아직 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지!” “그래, 기다려 보자.” “현모쪽은 뭐, 현모는 나의 부하고 군신이라는 이름은 허세가 아니야. 나는 현모를 굉장히 믿고 있어.” 이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전법을 완전히 굳혔다. ‘전법은 이미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어. 시간이 더 주어지고 내가 손을 뗄 수만 있다면 누가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