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41화

Author: 김원호
문아름이 말을 마친 뒤 앉아있던 문창정은 입을 열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그의 복부로부터 전해졌다.

“세가가 날뛰기 시작하니 천하가 뒤집히겠구나.”

문창정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네요.”

“그래, 시작해야겠구나.”

“청룡을 불러와, 이제부터는 청룡이 하이라이트니까.”

문창정이 말속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

태화루를 떠난 윤구주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윤구주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과 천현수도 조용히 있었다. 윤구주의 기분이 엄청 나쁘다는 것을 모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모두 침묵을 지키며 윤구주의 집에 도착했다.

저택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이, 철영과 용민이 윤구주를 보고 달려 나왔다.

“도련님!”

그런데 윤구주는 그들을 무시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굳게 잠갔다.

재이가 방으로 돌아간 윤구주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지휘사님, 무슨 일 있어요? 도련님 안색이 않 좋으시네요.”

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누가 우리 도련님을 기분 나쁘게 한 겁니까! 이런 망할 놈을 제가 죽여버리겠어요.”

용민이 흥분해서 뛰쳐나왔다.

“진정하세요. 저희는 도움이 되지 못해요. 왜냐하면 이건 저하 감정이 얽힌 사적인 일이에요.”

정태웅이 한쪽으로 중얼거리며 옆에 있는 돌의자에 앉았다.

“감정이라니요?”

“맞아요, 저번에 만났던 공주님 기억하세요? 바로 그분이에요.”

정태웅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았다.

공주님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금세 알아차렸다.

전에 공주님께서 막북으로부터 돌아오자마자 윤구주를 찾아다녔다.

그 자리에 재이, 철영과 용민이 있었기에 공주님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윤구주가 또 한 번 그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

“아이고, 우리 도련님께서 사랑의 빚을 많이 지셨나 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142화

    소채은의 목소리를 들은 윤구주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바보야, 내가 어떻게 실종되겠어.”“지금까지 뭐 하고 다닌 거야? 왜 연락을 안 하는 건데. 네가 진짜 보고 싶다고.”소채은의 섭섭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부터 들려왔다.“미안해, 내가 요즘 진짜 바빴어. 너희들은 강성에서 별일 없어?”윤구주가 미안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었다.“우린 다 괜찮은데. 나 요즘 매일 규비 씨랑 무술을 연마하고 있어. 그리고 나 점점 강해지고 있는걸.”소채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윤구주도 그 웃음소리에 전염되어 함께 미소를 지었다.윤구주가 강성을 떠나기 전에 특별히 연규비에게 무술을 전수할 것을 당부했다.동시에 ‘접무구변’이라는 책을 소채은에게 남겨줬다.소채은이 ‘접무구변’을 연마해야만 무술 대가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나 요즘 뉴스에서 봤는데 서울에 큰일이 났던데? 그리고 규비 씨 말로는 문벌과 무인들이 모두 서울로 모인대. 이 모든 게 너하고 상관있어?”소채은이 근심할가 봐 윤구주는 거짓말을 하며 그녀를 달랬다.“채은아, 걱정하지마. 난 모르는 일이야.”“진짜?”“진짜야.”“놀랬잖아, 나는 규비 씨가 말하는 사람들이 다 너 잡으러 서울 가는 줄 알았어.”소채은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바보야, 걱정하지 말래도. 서울에서 일 끝내면 너 보러 갈게.”“그래, 꼭 빨리와야 해. 네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콩달콩 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윤구주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옛 기억 속에 빠져들어 갔다.16년 전, 그는 윤씨 일가로부터 쫓겨났다.그리고 2년 후 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그 뒤로부터 사부님을 만나 곤륜으로 떠나기 전까지 윤구주는 혼자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고 다녔다.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윤구주가 제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이홍연이다.이홍연은 그의 죽마고우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그의 짝이기도 했다.하지만

  • 구주, 왕의 귀환   제1143화

    “아무리 그래도 마가는 제지백가의 후예예요. 만약 그들이 구주를 없애려고 나오면 세가들이 모두 일떠설 거에요.”윤창현은 미래가 걱정되어 마음이 쉬이 놓이지 않았다.“제지백가면 어떻고 세가서열이면 어떠냐?”“그들이 난동을 피우고 내 아들을 건들면 모두 죽어 마땅하다.”“숨어 지내던 그 늙은 괴물들이 나선다고 해도. 나 윤신우는 무섭지 않아.”윤신우가 진지하게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윤씨 가문은 문벌에 속해있지만, 그까짓 세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윤신우는 무서울 게 없었다.30년 전 서울 제일의 절정이라 불리던 그는 세가의 늙은 괴물들을 죽인 적 있었다.그리하여 윤신우 안중에는 애초에 마가가 존재하지 않았다.“형님, 세가는 확실히 위협되지 않습니다만 그거 아십니까? 구주가 오늘 태화루에서 또 일을 쳤어요.”“나는 구주를 무조건 응원하고 있어.”윤신우는 윤구주 편을 들며 말했다.“형님, 잠깐만요. 제 말 다 듣고 얘기하세요. 오늘 우리 황실 공주님께서도 태화루에 행차하셨어요.”공주님이 태화루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윤신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공주님이 거길 왜 가?”윤창현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당연히 구주 때문에 갔죠. 형님도 아시다시피 공주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우리 구주를 좋아했잖아요. 드디어 구주를 찾았는데 당연히 만나러 가겠죠.”그, 말을 듣고 윤신우는 코끝을 슬쩍 만지며 물었다.“그래서?”“글쎄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요. 들은 바로는 공주님이 엄청나게 슬퍼하시면서 구주를 평생 미워할 거라고 했다네요.”윤창현이 탐정에게서 들은 그대로 전해줬다.“뭐라고?”윤창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신우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네 말은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다는 것이니?”“그렇다니까요.”“이놈이 머리를 다쳤나. 홍연이를 거절하면 어떡해.”윤신우가 윤구주를 욕하며 좀 전에 아들을 무조건 응원한다고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그

  • 구주, 왕의 귀환   제1144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여섯째 공주님을 거절할 수 있는 거야. 이놈 때문에 진짜 열 받네.”윤신우가 대전에서 욕을 한바탕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신우 씨, 무슨 일 있어요? 화 많이 나시나 봐요.”대전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은 윤신우 현재 와이프 설희윤이였다.“다 구주 그놈 때문이야.”윤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설희윤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물었다.“창현 씨한테서 구주랑 관계 많이 좋아지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세요? 구주가 또 신우씨 심기를 건드렸나요?”“구주가 이번에는 나를 건드린 게 아니라 우리 화진 공주님 심기를 건드렸어.”“공주님이라니요?”설희윤은 깜짝 놀라 가슴이 뜨끔했다.“애가 완전히 미쳤어.공주님은 죽마고우인 이 자식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이놈이 공주님을 대놓고 거절했다는구나.”윤신우는 말하면 말할수록 기가 찼다.“구주가 왜 거절했대요? 신우 씨가 구주랑 공주님은 천생연분이라고 하셨잖아요.”설희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이놈이 강성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었나 봐. 그래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윤신우는 윤구주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지 투덜거렸다.“그렇군요!”설희윤은 드디여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깨달았다.“내가 젊었을 때처럼 모두 만나보며 살아야지. 한사람에게만 매달려서 쓰나. 쓸모없는 녀석.”“흥! 저는 구주가 옳다고 생각해요. 신우 씨처럼 정을 줄 사람이 많으면 안 되죠!”설희윤이 윤신우를 째려보며 대답했다.예전에 서울 제일의 꽃미남이었던 윤신우는 윤구주보다 바람기가 심했다. 그때 윤신우 주위에는 항상 여자들이 맴돌았다.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윤신우는 급히 발뺌했다.“아니, 그건 내가 젊었을 때잖아.”“쳇, 웃기시네요.지금도 그렇잖아요.”설희운이 또 한 번 윤신우를 째려보았다.윤신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못 본 척하며 말을 돌렸다.“아무튼, 지금 공주님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야. 공주님께서 뒤끝이 작렬하니까 구주를 미워하게 되면 미래에 무

  • 구주, 왕의 귀환   제1145화

    여씨 가문 뒤뜰에 하미연이 살고 있었다.하미연은 한쪽 눈이 빛을 잃은 후부터 외출이 뜸해졌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윤하율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현재.해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뒤뜰 안에서 하미연이 윤하율과 함께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 장난감들에는 나무로 만든 총, 목검, 새총과 유리구슬 등등이 있었다.옆에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윤구주와 이홍연의 흙인형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할머니, 이 장난감들이 모두 구주 오빠가 어릴 때 놀던 거에요?”“그래.”하미연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도 놀고 싶어요. 저도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윤하율이 자그마한 손을 내놓으며 물었다.“우리 하율이 착하지, 이 장난감들은 다 오빠 꺼야. 게다가 이젠 낡아서 놀다가 망가지면 어떡해.”하미연은 윤구주를 더 생각해주고 있었다.“알겠어요.”하미연 말을 들은 윤하율은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갈망의 눈길로 장난감들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어머니.”바로 그때, 윤신우가 정원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하미연이 윤신우를 보고 몸의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큰일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어요.”윤신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큰일?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큰일을 묻겠다는 거니?”하미연이 말하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 일은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시는 손주 일이에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하미연은 원래 윤신우를 무시하려 했지만 윤구주일이라는 것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우리 구주에게 무슨 일 있었니?”“구주에게는 별일 없는데, 구주와 공주님이 약간의 오해가 있었나 봐요.”윤신우가 용건을 털어놓았다.“홍연이와 오해가 있다고?”“네.”하미연은 화진 공주님과 사랑하는 손자의 일이라는 것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들어와서 얘기하자꾸나.”“하율아, 너는 이곳에서 놀고 있으렴? 할머니는 너희 아버지와 할 얘기

  • 구주, 왕의 귀환   제1146화

    하미연은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미연이 말했다.“그래, 홍연이는 속아 좁았어. 어렸을 때 옆집 여자아이가 구주랑 놀려고 찾아왔어. 그런데 이튿날 홍연이가 그 여자아이를 연못 물웅덩이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뻔했었지.”“그래서 저도 걱정돼요.”윤신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홍연이를 거절한 거 아니니?”하미연은 나이가 90세 고령이었지만 머리는 아직도 영민했다.“맞아요. 제가 조사를 해보았는데 강성에 소채은이라고 구주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소채은?”하미연을 윤신우의 말을 듣고 소채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우리 손주가 좋아하는 여자애니 분명히 우수할 거야.”“신우야, 지금 당장 그 여자애를 여씨 가문으로 모셔오너라. 내가 직접 만나보고 싶구나.”하미연이 소채은을 만나겠다는 말에 윤신우는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진심이세요?”하미연은 윤신우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장난 같으냐?”“하지만 소채은을 제멋대로 데려왔다가 구주가 알면 어쩌려고요?”“이건 걱정하지마, 내 손자며느리를 내가 직접 봐야겠어.”하미연이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말했다.윤신우는 하미연의 명령에 가슴이 답답했다.“홍연이에게는 뭐라고 하실 거에요?”윤신우가 한참 생각하다가 물었다.“홍연이 얘는 속은 좁지만, 마음씨는 착해. 홍연이는 나한테 맡기거라, 정 방법이 없으면 구주더러 두 사람을 다 부인으로 들이라고 하지. 그러면 완벽하잖아.”하미연은 예쁜 손자며느리 두사람을 둘 것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어머니, 너무 구주만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젊었을 때는 구박만 하셨으면서.”윤신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투정했다.“너는 입 다물 거라, 내가 늙었다고 모를 줄 아는 것이냐? 밖에서 바람 피운 적이 적었더니?”윤신우는 하미연의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이 얘긴 그만 하세요. 희윤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147화

    황궁. 으리으리한 공주님 저택 안에서 물건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와 하녀들이 전전긍긍하여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왜냐하면, 금방 막북에서 돌아온 공주님께서 갑자기 화를 크게 내셨다.지금 누구도 감히 공주님 저택을 드나들지 못했다.얼마니 지났을까 방에서 이홍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청을 질렀다.“지금 당장 황성 제일 절정인 한진모를 들라 하여라!”이 소리를 들은 시녀들이 머리를 수그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20여 분 정도 지난 뒤 내시 복장을 하고 머리에 고깔모자를 쓴 늙은 내시가 공주님 저택으로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의 절정 강자 한진모였다.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내공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십여 년 전 오 국의 난에서 흑여국 판인국과 부성국에서 비밀리에 수십 명의 최강 절정을 파견해 황성에 잠복하여 국주를 살해하려 했다.하지만 다음날.이 수십 명의 최강 절정들은 목이 잘렸고 그들의 머리가 황성 벽에 높이 달려있었다.그때 직접 나서서 손을 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 절정 한진모라고 한다. 한진모는 허리를 약간 굽히고 있었고 그의 새하얀 얼굴에서 정확한 나이를 알아볼 수 없었다.그는 웃음기를 띠고 늦은 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상냥한 어르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이 황성 제일의 절정으로 이름을 날렸다.한진모는 공주님 거처에 도착한 뒤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머리를 들고 어디론가 시선을 주고 천천히 거처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공주님 거처 안이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진귀한 문화재 화분이 깨진 채 유리 부스러기와 함께 이곳저곳 흩어져있었다.이홍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옆에 앉아서 기분이 울적해 있었다.“소인 한진모 공주님을 뵙습니다.”한진모는 들어오자마자 공주님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한진모 씨가 제일 절정이라고 하시던데요. 명령입니다. 저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여주세요.”이홍연이 화를 내는 모습은 마치 다친

  • 구주, 왕의 귀환   제1148화

    지금 이홍연의 머릿속은 온통 윤구주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찼다.“공주님 무례하오나 저는 화진 제일 인왕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한진모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지금 무슨 뜻입니까? 윤구주를 못 이기는 겁니까? 아니면 무서운 겁니까?”이홍연은 화난 아기 치타처럼 발톱을 치켜세우고 한진모에게 질문했다.“공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공주님도 아시다시피 저하는 홀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꺾어 내린 사람입니다. 국주님께서도 저하를 천하무쌍이라고 격찬하셨습니다.”“소인이 담이 열 개라도 감히 저하를 죽이지 못할 것입니다.”한진모가 윤구주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홍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황성 제일 절정이라는 분이 이렇게 소용이 없나요? 모두 무능하기 짝이 없네요.”불쌍한 한진모는 이홍연의 욕설을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한진모는 정말로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전에 윤구주가 검술 하나로 황성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는데 황성 제일의 절정 한진모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공주님께서 한진모에게 윤구주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다.이홍연이 한진모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홍연아 무슨 일이야? 왜 이리 화가 났니?”말이 끝나자 머리에 봉황 관을 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는 여자가 방안에 나타났다.그 아름다운 여인 옆에는 두 명의 궁복을 입은 노파가 서 있었다.한진모는 그 여인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소인 한진모 희빈마마를 뵙사옵니다.”이 여인이 바로 국주가 가장 사랑하는 귀빈 희빈마마였다.동시에 이홍연의 친어머니시다.“어머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어머니를 발견한 이홍연이 잽싸게 다가왔다.“시녀들이 네가 또 공연히 화를 낸다고 해서 와봤어.”“아니에요.

  • 구주, 왕의 귀환   제1149화

    “어머니, 윤구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요!”“윤구주는 아버지께서 친임하신 천하무쌍한 제일의 구주왕이에요.”이홍연이 토끼처럼 빨간 눈으로 희빈을 보며 말했다.“구주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말이니?”이 소식을 들은 희빈마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희빈마마는 이홍연의 어머니로서 그녀가 어릴 적 날마다 황성을 몰래 떠나서 운구주를 만나러 갔고 윤구주와 죽마고우로 자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희빈마마는 두 사람의 얽혀있는 감정 또한 잘 알고 있었다.지금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희빈은 놀라며 의아해하게 여겼다.“구주가 아직 살아있는데 너희 아바마마께서 왜 사망 소식을 천하에 널리 알리시고 전국사람들이 묵념하게 하시는 거야?”희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그건 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직접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윤구주가 너무 미워요!”이홍연은 태화루에서 발생한 일을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희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보며 운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말해봐, 윤규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너는 어렸을 때부터 운구주를 좋아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편단심이더니 왜 이번에 얼굴을 보고 이리 슬퍼하는 거니?”희빈이 이홍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그 나쁜 놈이 저를 버렸어요. 다른 여자를 좋아한대요!”그 말을 들은 희빈은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는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이게 작은 문제에요?”이홍연이 빨갛게 부은 눈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우선 너는 우리 화진의 공주로서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렇게 슬퍼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니? 그리고 너는 구주랑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구주에게 여자친구 생긴 것이 정상이지.”“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주만 바라봤단 말이에요.”“네 감정은 네 몫이고 구주 감정은 구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1814화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

  • 구주, 왕의 귀환   제1813화

    “이 전투는 위태롭구나!”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은 원래 구주 오방의 무인들보다 한 수 위인데 지금 이 자식의 수련이 나보다 훨씬 높으니 내가 열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동왕 임성진은 벌써 기가 죽어 있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음? 임성진, 보아하니 너는 전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구나. 하지만 상관없지. 각오가 있든 없든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세 번, 세 번의 공격 안에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난 신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호천신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금빛 번개와 붉은 불꽃 두 가지 술법을 하나로 합쳐 아래의 진동왕을 향해 날렸다. “왔다!” 진동왕은 크게 외치며 임씨 가문의 기술을 펼치는 동시에 몸에 지닌 모든 법기를 꺼냈다. 진동왕이 방어를 마친 순간, 호천신의 술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서운 위력이 사방을 압도했다. 진동왕은 그 기세에 거의 무너질 뻔했다. “막아내!” 진동왕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쿵!’ 눈 부신 빛이 천옥의 모든 색을 압도하며 하늘의 절반을 환하게 비추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치고 붉은 불꽃은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산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폭발음이 사방을 울렸다. 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했다. 평정을 되찾은 후, 진동왕이 원래 있던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발 아래 수백 미터의 땅이 유리처럼 녹아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심한 화상을 입은 진동왕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단 한 방에 진동왕은 중상을 입었고 법기는 모두 부서졌다. 법기가 없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음, 법기를 이용해 내 일격을 막아냈구나. 너의 실력은 인간계의 다른 구오 지존들보다는 한 수 위지만 그뿐이야. 다음 공격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호천신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천지의 영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영기가 실체화되어 얼음으로 변했다. 아래의 진동왕은

  • 구주, 왕의 귀환   제1812화

    “소자, 그 말은 잘못되었네. 너희 신들도 결국 사람이잖아? 단지 수련 기술이 좀 더 높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곤륜 구역의 힘으로 구오 지존에 올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야. 구주왕이 나를 도와 정상에 오르게 한 거야. 곤륜 구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곤륜 구역을 공격했다고? 나에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듯이 천옥은 이미 곤륜 구역에서 제명되었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야. 너희는 우리 선대 국주와 약속을 했었지. 귀신족은 너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지금 너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신 그 약속을 이행하려는 거야.” 진동왕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천신의 귀에는 단지 웃음거리로 들릴 뿐이었다. “말주변이 좋군. 말은 잘하지만 소용없다. 신도는 죄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호천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진동왕은 욕하고 싶었다. 신도는 죄가 없다. 그것은 봉신방 이후에 정해진 첫 번째 신규였다. 쉽게 말해 모든 해석권은 신계에 있다는 것이다. 신계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 한 마디로 신을 거역하는 자는 용서 없이 죽인다. “임성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너희는 귀신족을 죽일 수 없어. 약속에 관해서는 임세현을 불러와.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너는 육체를 버리고 나를 따라 신계로 돌아가. 표현이 좋다면 전주께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십만 명은 말이지, 하늘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벌레의 목숨도 목숨이니까. 하지만 신규가 있으니 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인간은 더욱 천지 신도를 지켜야 해! 십만 명은 너희 스스로 처리해. 마지막으로 죽는 만 명은 천옥을 떠날 수 있어. 물론 너희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 거절의 결과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호천신은 조용히 아래의 십만 명을 바라보았다. 십만 명이 놀라움에서

  • 구주, 왕의 귀환   제1811화

    ‘쿵!’ 현모는 천옥을 뚫고 나와 산을 들이받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천옥 전법 안에서 수옥인이 분노했다. “구주왕! 저 자식이 감히 나를 협박한 거야?” 윤구주는 놀랐다. ‘이 겁쟁이에게도 성격이 있네?’ “오! 진흙으로 만든 사람도 화를 낸다더니, 하물며 당신 같은 ‘신'은 말할 것도 없겠지!” 윤구주는 놀리듯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 부하인 그 전신이 한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나보고 당신을 보호하라고 하다니? 당신이 문제 생기면 나를 죽이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사람 잡는 짓이야! 당신이 나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해!” 수옥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젠장!’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수옥인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조상님! 당신 부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들이 진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까? 말하기 전에 머리 좀 쓰지!” 수옥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리 가! 나한테 말 걸지 마!” 윤구주는 이 쓰레기 같은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귀산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검은 연기가 대지를 뒤덮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하나의 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번개 빛에 의해 무한히 길게 늘어져 땅에 비친 그림자가 산보다 더 높았다. 십만 전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괴나 귀신이 오든 간에 그저 죽이면 그만이었다. 진동왕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전사들을 무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듣기 좋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번에 온 ‘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이미 절정에 달했어. 안 되겠어. 이번에 온 건 구오 지존 대원만의 신경이야!” “이 한 걸음을 넘어서면 그는 극전 신경이 될 거야!” 진동왕은 얼마 전에야 구오 지존 신경에 진급했다. 그것도 윤

  • 구주, 왕의 귀환   제1810화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 구주, 왕의 귀환   제1809화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808화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 구주, 왕의 귀환   제1807화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 구주, 왕의 귀환   제1806화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