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의 목소리를 들은 윤구주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바보야, 내가 어떻게 실종되겠어.”“지금까지 뭐 하고 다닌 거야? 왜 연락을 안 하는 건데. 네가 진짜 보고 싶다고.”소채은의 섭섭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부터 들려왔다.“미안해, 내가 요즘 진짜 바빴어. 너희들은 강성에서 별일 없어?”윤구주가 미안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었다.“우린 다 괜찮은데. 나 요즘 매일 규비 씨랑 무술을 연마하고 있어. 그리고 나 점점 강해지고 있는걸.”소채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윤구주도 그 웃음소리에 전염되어 함께 미소를 지었다.윤구주가 강성을 떠나기 전에 특별히 연규비에게 무술을 전수할 것을 당부했다.동시에 ‘접무구변’이라는 책을 소채은에게 남겨줬다.소채은이 ‘접무구변’을 연마해야만 무술 대가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나 요즘 뉴스에서 봤는데 서울에 큰일이 났던데? 그리고 규비 씨 말로는 문벌과 무인들이 모두 서울로 모인대. 이 모든 게 너하고 상관있어?”소채은이 근심할가 봐 윤구주는 거짓말을 하며 그녀를 달랬다.“채은아, 걱정하지마. 난 모르는 일이야.”“진짜?”“진짜야.”“놀랬잖아, 나는 규비 씨가 말하는 사람들이 다 너 잡으러 서울 가는 줄 알았어.”소채은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바보야, 걱정하지 말래도. 서울에서 일 끝내면 너 보러 갈게.”“그래, 꼭 빨리와야 해. 네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콩달콩 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윤구주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옛 기억 속에 빠져들어 갔다.16년 전, 그는 윤씨 일가로부터 쫓겨났다.그리고 2년 후 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그 뒤로부터 사부님을 만나 곤륜으로 떠나기 전까지 윤구주는 혼자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고 다녔다.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윤구주가 제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이홍연이다.이홍연은 그의 죽마고우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그의 짝이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가는 제지백가의 후예예요. 만약 그들이 구주를 없애려고 나오면 세가들이 모두 일떠설 거에요.”윤창현은 미래가 걱정되어 마음이 쉬이 놓이지 않았다.“제지백가면 어떻고 세가서열이면 어떠냐?”“그들이 난동을 피우고 내 아들을 건들면 모두 죽어 마땅하다.”“숨어 지내던 그 늙은 괴물들이 나선다고 해도. 나 윤신우는 무섭지 않아.”윤신우가 진지하게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윤씨 가문은 문벌에 속해있지만, 그까짓 세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윤신우는 무서울 게 없었다.30년 전 서울 제일의 절정이라 불리던 그는 세가의 늙은 괴물들을 죽인 적 있었다.그리하여 윤신우 안중에는 애초에 마가가 존재하지 않았다.“형님, 세가는 확실히 위협되지 않습니다만 그거 아십니까? 구주가 오늘 태화루에서 또 일을 쳤어요.”“나는 구주를 무조건 응원하고 있어.”윤신우는 윤구주 편을 들며 말했다.“형님, 잠깐만요. 제 말 다 듣고 얘기하세요. 오늘 우리 황실 공주님께서도 태화루에 행차하셨어요.”공주님이 태화루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윤신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공주님이 거길 왜 가?”윤창현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당연히 구주 때문에 갔죠. 형님도 아시다시피 공주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우리 구주를 좋아했잖아요. 드디어 구주를 찾았는데 당연히 만나러 가겠죠.”그, 말을 듣고 윤신우는 코끝을 슬쩍 만지며 물었다.“그래서?”“글쎄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요. 들은 바로는 공주님이 엄청나게 슬퍼하시면서 구주를 평생 미워할 거라고 했다네요.”윤창현이 탐정에게서 들은 그대로 전해줬다.“뭐라고?”윤창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신우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네 말은 우리 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공주님을 거절했다는 것이니?”“그렇다니까요.”“이놈이 머리를 다쳤나. 홍연이를 거절하면 어떡해.”윤신우가 윤구주를 욕하며 좀 전에 아들을 무조건 응원한다고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그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여섯째 공주님을 거절할 수 있는 거야. 이놈 때문에 진짜 열 받네.”윤신우가 대전에서 욕을 한바탕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신우 씨, 무슨 일 있어요? 화 많이 나시나 봐요.”대전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은 윤신우 현재 와이프 설희윤이였다.“다 구주 그놈 때문이야.”윤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설희윤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물었다.“창현 씨한테서 구주랑 관계 많이 좋아지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세요? 구주가 또 신우씨 심기를 건드렸나요?”“구주가 이번에는 나를 건드린 게 아니라 우리 화진 공주님 심기를 건드렸어.”“공주님이라니요?”설희윤은 깜짝 놀라 가슴이 뜨끔했다.“애가 완전히 미쳤어.공주님은 죽마고우인 이 자식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이놈이 공주님을 대놓고 거절했다는구나.”윤신우는 말하면 말할수록 기가 찼다.“구주가 왜 거절했대요? 신우 씨가 구주랑 공주님은 천생연분이라고 하셨잖아요.”설희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이놈이 강성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었나 봐. 그래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윤신우는 윤구주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지 투덜거렸다.“그렇군요!”설희윤은 드디여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깨달았다.“내가 젊었을 때처럼 모두 만나보며 살아야지. 한사람에게만 매달려서 쓰나. 쓸모없는 녀석.”“흥! 저는 구주가 옳다고 생각해요. 신우 씨처럼 정을 줄 사람이 많으면 안 되죠!”설희윤이 윤신우를 째려보며 대답했다.예전에 서울 제일의 꽃미남이었던 윤신우는 윤구주보다 바람기가 심했다. 그때 윤신우 주위에는 항상 여자들이 맴돌았다.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윤신우는 급히 발뺌했다.“아니, 그건 내가 젊었을 때잖아.”“쳇, 웃기시네요.지금도 그렇잖아요.”설희운이 또 한 번 윤신우를 째려보았다.윤신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못 본 척하며 말을 돌렸다.“아무튼, 지금 공주님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야. 공주님께서 뒤끝이 작렬하니까 구주를 미워하게 되면 미래에 무
여씨 가문 뒤뜰에 하미연이 살고 있었다.하미연은 한쪽 눈이 빛을 잃은 후부터 외출이 뜸해졌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윤하율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현재.해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뒤뜰 안에서 하미연이 윤하율과 함께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 장난감들에는 나무로 만든 총, 목검, 새총과 유리구슬 등등이 있었다.옆에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윤구주와 이홍연의 흙인형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할머니, 이 장난감들이 모두 구주 오빠가 어릴 때 놀던 거에요?”“그래.”하미연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도 놀고 싶어요. 저도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윤하율이 자그마한 손을 내놓으며 물었다.“우리 하율이 착하지, 이 장난감들은 다 오빠 꺼야. 게다가 이젠 낡아서 놀다가 망가지면 어떡해.”하미연은 윤구주를 더 생각해주고 있었다.“알겠어요.”하미연 말을 들은 윤하율은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갈망의 눈길로 장난감들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어머니.”바로 그때, 윤신우가 정원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하미연이 윤신우를 보고 몸의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큰일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어요.”윤신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큰일?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큰일을 묻겠다는 거니?”하미연이 말하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 일은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시는 손주 일이에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하미연은 원래 윤신우를 무시하려 했지만 윤구주일이라는 것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우리 구주에게 무슨 일 있었니?”“구주에게는 별일 없는데, 구주와 공주님이 약간의 오해가 있었나 봐요.”윤신우가 용건을 털어놓았다.“홍연이와 오해가 있다고?”“네.”하미연은 화진 공주님과 사랑하는 손자의 일이라는 것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들어와서 얘기하자꾸나.”“하율아, 너는 이곳에서 놀고 있으렴? 할머니는 너희 아버지와 할 얘기
하미연은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미연이 말했다.“그래, 홍연이는 속아 좁았어. 어렸을 때 옆집 여자아이가 구주랑 놀려고 찾아왔어. 그런데 이튿날 홍연이가 그 여자아이를 연못 물웅덩이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뻔했었지.”“그래서 저도 걱정돼요.”윤신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홍연이를 거절한 거 아니니?”하미연은 나이가 90세 고령이었지만 머리는 아직도 영민했다.“맞아요. 제가 조사를 해보았는데 강성에 소채은이라고 구주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소채은?”하미연을 윤신우의 말을 듣고 소채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우리 손주가 좋아하는 여자애니 분명히 우수할 거야.”“신우야, 지금 당장 그 여자애를 여씨 가문으로 모셔오너라. 내가 직접 만나보고 싶구나.”하미연이 소채은을 만나겠다는 말에 윤신우는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진심이세요?”하미연은 윤신우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장난 같으냐?”“하지만 소채은을 제멋대로 데려왔다가 구주가 알면 어쩌려고요?”“이건 걱정하지마, 내 손자며느리를 내가 직접 봐야겠어.”하미연이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말했다.윤신우는 하미연의 명령에 가슴이 답답했다.“홍연이에게는 뭐라고 하실 거에요?”윤신우가 한참 생각하다가 물었다.“홍연이 얘는 속은 좁지만, 마음씨는 착해. 홍연이는 나한테 맡기거라, 정 방법이 없으면 구주더러 두 사람을 다 부인으로 들이라고 하지. 그러면 완벽하잖아.”하미연은 예쁜 손자며느리 두사람을 둘 것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어머니, 너무 구주만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젊었을 때는 구박만 하셨으면서.”윤신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투정했다.“너는 입 다물 거라, 내가 늙었다고 모를 줄 아는 것이냐? 밖에서 바람 피운 적이 적었더니?”윤신우는 하미연의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이 얘긴 그만 하세요. 희윤이
황궁. 으리으리한 공주님 저택 안에서 물건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와 하녀들이 전전긍긍하여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왜냐하면, 금방 막북에서 돌아온 공주님께서 갑자기 화를 크게 내셨다.지금 누구도 감히 공주님 저택을 드나들지 못했다.얼마니 지났을까 방에서 이홍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청을 질렀다.“지금 당장 황성 제일 절정인 한진모를 들라 하여라!”이 소리를 들은 시녀들이 머리를 수그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20여 분 정도 지난 뒤 내시 복장을 하고 머리에 고깔모자를 쓴 늙은 내시가 공주님 저택으로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의 절정 강자 한진모였다.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내공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십여 년 전 오 국의 난에서 흑여국 판인국과 부성국에서 비밀리에 수십 명의 최강 절정을 파견해 황성에 잠복하여 국주를 살해하려 했다.하지만 다음날.이 수십 명의 최강 절정들은 목이 잘렸고 그들의 머리가 황성 벽에 높이 달려있었다.그때 직접 나서서 손을 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 절정 한진모라고 한다. 한진모는 허리를 약간 굽히고 있었고 그의 새하얀 얼굴에서 정확한 나이를 알아볼 수 없었다.그는 웃음기를 띠고 늦은 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상냥한 어르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이 황성 제일의 절정으로 이름을 날렸다.한진모는 공주님 거처에 도착한 뒤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머리를 들고 어디론가 시선을 주고 천천히 거처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공주님 거처 안이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진귀한 문화재 화분이 깨진 채 유리 부스러기와 함께 이곳저곳 흩어져있었다.이홍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옆에 앉아서 기분이 울적해 있었다.“소인 한진모 공주님을 뵙습니다.”한진모는 들어오자마자 공주님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한진모 씨가 제일 절정이라고 하시던데요. 명령입니다. 저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여주세요.”이홍연이 화를 내는 모습은 마치 다친
지금 이홍연의 머릿속은 온통 윤구주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찼다.“공주님 무례하오나 저는 화진 제일 인왕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한진모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지금 무슨 뜻입니까? 윤구주를 못 이기는 겁니까? 아니면 무서운 겁니까?”이홍연은 화난 아기 치타처럼 발톱을 치켜세우고 한진모에게 질문했다.“공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공주님도 아시다시피 저하는 홀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꺾어 내린 사람입니다. 국주님께서도 저하를 천하무쌍이라고 격찬하셨습니다.”“소인이 담이 열 개라도 감히 저하를 죽이지 못할 것입니다.”한진모가 윤구주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홍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황성 제일 절정이라는 분이 이렇게 소용이 없나요? 모두 무능하기 짝이 없네요.”불쌍한 한진모는 이홍연의 욕설을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한진모는 정말로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전에 윤구주가 검술 하나로 황성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는데 황성 제일의 절정 한진모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공주님께서 한진모에게 윤구주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다.이홍연이 한진모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홍연아 무슨 일이야? 왜 이리 화가 났니?”말이 끝나자 머리에 봉황 관을 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는 여자가 방안에 나타났다.그 아름다운 여인 옆에는 두 명의 궁복을 입은 노파가 서 있었다.한진모는 그 여인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소인 한진모 희빈마마를 뵙사옵니다.”이 여인이 바로 국주가 가장 사랑하는 귀빈 희빈마마였다.동시에 이홍연의 친어머니시다.“어머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어머니를 발견한 이홍연이 잽싸게 다가왔다.“시녀들이 네가 또 공연히 화를 낸다고 해서 와봤어.”“아니에요.
“어머니, 윤구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요!”“윤구주는 아버지께서 친임하신 천하무쌍한 제일의 구주왕이에요.”이홍연이 토끼처럼 빨간 눈으로 희빈을 보며 말했다.“구주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말이니?”이 소식을 들은 희빈마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희빈마마는 이홍연의 어머니로서 그녀가 어릴 적 날마다 황성을 몰래 떠나서 운구주를 만나러 갔고 윤구주와 죽마고우로 자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희빈마마는 두 사람의 얽혀있는 감정 또한 잘 알고 있었다.지금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희빈은 놀라며 의아해하게 여겼다.“구주가 아직 살아있는데 너희 아바마마께서 왜 사망 소식을 천하에 널리 알리시고 전국사람들이 묵념하게 하시는 거야?”희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그건 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직접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윤구주가 너무 미워요!”이홍연은 태화루에서 발생한 일을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희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보며 운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말해봐, 윤규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너는 어렸을 때부터 운구주를 좋아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편단심이더니 왜 이번에 얼굴을 보고 이리 슬퍼하는 거니?”희빈이 이홍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그 나쁜 놈이 저를 버렸어요. 다른 여자를 좋아한대요!”그 말을 들은 희빈은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는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이게 작은 문제에요?”이홍연이 빨갛게 부은 눈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우선 너는 우리 화진의 공주로서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렇게 슬퍼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니? 그리고 너는 구주랑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구주에게 여자친구 생긴 것이 정상이지.”“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주만 바라봤단 말이에요.”“네 감정은 네 몫이고 구주 감정은 구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