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홍연의 머릿속은 온통 윤구주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찼다.“공주님 무례하오나 저는 화진 제일 인왕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한진모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지금 무슨 뜻입니까? 윤구주를 못 이기는 겁니까? 아니면 무서운 겁니까?”이홍연은 화난 아기 치타처럼 발톱을 치켜세우고 한진모에게 질문했다.“공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공주님도 아시다시피 저하는 홀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꺾어 내린 사람입니다. 국주님께서도 저하를 천하무쌍이라고 격찬하셨습니다.”“소인이 담이 열 개라도 감히 저하를 죽이지 못할 것입니다.”한진모가 윤구주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홍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황성 제일 절정이라는 분이 이렇게 소용이 없나요? 모두 무능하기 짝이 없네요.”불쌍한 한진모는 이홍연의 욕설을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한진모는 정말로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전에 윤구주가 검술 하나로 황성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는데 황성 제일의 절정 한진모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공주님께서 한진모에게 윤구주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다.이홍연이 한진모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홍연아 무슨 일이야? 왜 이리 화가 났니?”말이 끝나자 머리에 봉황 관을 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는 여자가 방안에 나타났다.그 아름다운 여인 옆에는 두 명의 궁복을 입은 노파가 서 있었다.한진모는 그 여인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소인 한진모 희빈마마를 뵙사옵니다.”이 여인이 바로 국주가 가장 사랑하는 귀빈 희빈마마였다.동시에 이홍연의 친어머니시다.“어머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어머니를 발견한 이홍연이 잽싸게 다가왔다.“시녀들이 네가 또 공연히 화를 낸다고 해서 와봤어.”“아니에요.
“어머니, 윤구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요!”“윤구주는 아버지께서 친임하신 천하무쌍한 제일의 구주왕이에요.”이홍연이 토끼처럼 빨간 눈으로 희빈을 보며 말했다.“구주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말이니?”이 소식을 들은 희빈마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희빈마마는 이홍연의 어머니로서 그녀가 어릴 적 날마다 황성을 몰래 떠나서 운구주를 만나러 갔고 윤구주와 죽마고우로 자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희빈마마는 두 사람의 얽혀있는 감정 또한 잘 알고 있었다.지금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희빈은 놀라며 의아해하게 여겼다.“구주가 아직 살아있는데 너희 아바마마께서 왜 사망 소식을 천하에 널리 알리시고 전국사람들이 묵념하게 하시는 거야?”희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그건 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직접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윤구주가 너무 미워요!”이홍연은 태화루에서 발생한 일을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희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보며 운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말해봐, 윤규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너는 어렸을 때부터 운구주를 좋아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편단심이더니 왜 이번에 얼굴을 보고 이리 슬퍼하는 거니?”희빈이 이홍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그 나쁜 놈이 저를 버렸어요. 다른 여자를 좋아한대요!”그 말을 들은 희빈은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는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이게 작은 문제에요?”이홍연이 빨갛게 부은 눈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우선 너는 우리 화진의 공주로서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렇게 슬퍼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니? 그리고 너는 구주랑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구주에게 여자친구 생긴 것이 정상이지.”“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주만 바라봤단 말이에요.”“네 감정은 네 몫이고 구주 감정은 구
세 번째는 윤구주가 곤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무술을 널리 알려 이름을 날리게 하고 문벌과 세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이다.지금, 윤구주는 16년 전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다.이 문제의 정답은 황성 안에 있다.어쩌면 지금 국주님이 그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윤구주는 아직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못한다. 앞으로 나갔다가는 화진에 큰 동란이 생길 것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진국전신으로서 무작정 앞으로 나갔다가 어떤 나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구주는 꼭 참아야 한다.문씨 세가를 생각하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돌아온 뒤 한 번도 문씨 가문을 찾아간 적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윤구주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절정에 달했다.펑!윤구주의 방문이 절로 열리고 그 속에서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걸어 나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 재이, 용민과 철영이 갑자기 방 안에서 나오는 윤구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지금 윤구주로부터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윤구주의 살기를 느끼고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오늘 밤, 사람을 죽일 것이다.”윤구주의 차가운 말투에 모두 움찔했다.“저하, 누굴 죽이시려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민구현이 앞장서서 말했다.“괜찮아,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있어. 오늘 내가 죽일 사람은 너희와 상관없는 사람이야. 내가 직접 없애버릴 거야.”윤구주가 냉담하게 대답했다.“형님, 같이 가고 싶습니다.”이때 꼬맹이 남궁서준이 나서서 윤구주에게 말했다. 남궁서준은 기대의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순진무구하고 그를 친 형님으로 모시는 남궁서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윤구주는 웃으며 꼬맹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거절했다.“모두 여기 남아있어. 오늘 밤은 혼자서 움직이고 싶어.”남궁서준은 조금 서운했지만, 머리를 끄덕이며 윤
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거대한 궁전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문씨 세가의 여러 조상의 저택 중 하나다! 이곳은 음산하고 차가웠다! 전혀 생기가 없었다! 마치 죽은 땅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바로 그때,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유령처럼 궁전 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궁전 대문 앞에는 두 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었다. 이 두 조각상은 문씨 세가의 천 년 전 선조라고 전해진다! 하나는 칼을 들고 고개를 하늘로 향해 서있다! 다른 한 조각상은 비록 손에 아무것도 없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위엄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순간,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의 차가운 시선이 궁전을 스쳐 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구름처럼 퍼져나가면서 눈앞의 궁전을 순식간에 덮었다. “윤구주, 문씨 세가를 찾아왔다!”우렁찬 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소리는 천둥처럼 산들 사이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궁전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저하가 결국 왔군요! 저하를 모시기 위해 문씨 세가가 나갑니다!”이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낡은 돌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낡고 황폐한 냄새가 윤구주의 코에 스며들었다. 눈을 들어 보니 거대한 궁전 안은 잡초로 가득하고 바닥에는 두껍게 쌓인 낙엽이 있어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어두운 궁전 안에는 불빛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오직 어두운 달빛만이 이 죽음의 기운에 휩싸인 궁전을 감싸고 있다! 여기는 마치 끝없는 절망의 땅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황폐한 곳에서 네 명의 노인이 네 개의 큰 돌기둥에 앉아 있었다! 이 네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아니 십여 년 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는 강력한 절정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윤구주는 걸음을 내디디며 신왕처럼 두 손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노인도 입을 열었다. 이 네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어찌하여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윤구주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 사람의 말에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너희 네 사람은 유명전에서 온 게 분명하군.” “오호?” “저하께서 우리 유명전을 알고 계시다니요?” 눈동자에 붉은색 부적이 흘러 다니고 온몸에서 진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는 검은 머리의 노인이 놀라며 말했다. “저하께서는 정말로 식견이 넓으시군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시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성이 강인 외눈의 노인도 이때 말했다. “유명전은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로 나뉜다. 너희 네 사람은 염라냐, 명부냐?” 윤구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네 개의 돌기둥에 앉아있던 네 명의 절정 고수들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이상하군요! 어떻게 우리 유명전에 대해 이리도 잘 알고 있는가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겨우 20대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우리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를 알고 있는 것입니까?”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그건 너희 같은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들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다! 너희가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오늘 나를 만난 너희는 운이 나빴다는 것이다!” 윤구주의 이 강한 발언에 검은 머리의 노인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저하, 참으로 큰소리치는군요!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단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이 우리를 선배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검은 머리의 노인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뭘 웃는 거냐? 내가 틀린 말을 했단 말인가?” 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선배 행세를 할
바로 그때, 유명전에서 온 김씨 절정 고수인 노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한결같이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당당하게 말했다.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나와 맞설 자격조차 없다!” 윤구주가 자신을 대중 앞에서 이렇게 모욕하자 유명전에서 온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화가 나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알다시피 이 사람은 삼중천 절정의 정점에 있는 고수였다! 그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그의 내공은 이미 무적의 경지에 있었다! 만약 과거에 원수에게 쫓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유명전에 들어가 귀신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윤구주에게 이처럼 멸시를 당하자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이놈, 어디서 그렇게 자신감을 얻었길래 이렇게 건방진 것이냐!”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긴 창이 허공에서 요동쳤고 곧이어 검은색 창의 빛줄기가 휘몰아치듯 발사되었다. 쾅, 수많은 검은 기운이 창끝에서 솟구쳐 나와 하나의 검은 용의 머리를 형성했다! 이 용의 머리는 사납게 울부짖으며 나타나자마자 천지의 기운이 격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죽음이나 다름없다!”김씨 고수는 손에 쥔 긴 창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끔찍한 검은 용의 머리가 삼중천 절정의 기운을 온몸에 실고 마치 세상을 멸망시킬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것이 진정한 절정 고수였다! 진정한 강자였다! 아직 그가 다가오지 않았는데도 절정 고수의 기운이 먼저 닿았다! 쾅쾅! 윤구주의 발밑 대지는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고 이 모든 균열은 바로 김씨 고수의 기운에 의해 억눌려 생겨난 것이었다! “김 노인이 드디어 경지를 넘었구나! 이제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참이로군!” 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그의 눈에 빛나는 생기를 띠며 말했다. “맞다! 김 노인의 멸룡창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그는 우리 사대 명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윤구주의 봉왕팔기. 제1기, 뇌왕인! 제2기, 소생술! 제3기, 화련금안! 제4기, 어검술! 제5기, 천주금술! 제6기, 술의 끝, 연의 절정! 제7기, 부적 천하, 만물멸하! 그리고 이 순간, 윤구주는 유명전의 한 발로 사상 절정에 들어선 강자와 맞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가지 기술, 화련금안과 부자술을 발동시켰다! 부적이 나타나자 공간을 왜곡하는 부적의 멸망의 힘이 성씨 김의 절정 고수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김씨 절정 고수는 그 무시무시한 부적의 힘을 감지하고는 깜짝 놀라며 눈썹을 심하게 찡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신통이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억제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이냐?”그러나 그는 사상 절정에 발을 딛고 있는 강자였다. 손에 들고 있는 멸룡창을 다시 한번 들어 올리고 검은 기운이 물결처럼 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순간,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이 어둠의 창은 더욱 강력해져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윤구주는 당당하게 대지를 지키며 서 있었다. 하늘에는 금빛 부적이 떠올랐고 그의 두 눈에서는 연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 하나로 아래를 가리켰다. 쿵쿵! 길쭉하고 거대한 금빛 부적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부적 위에 금빛 불꽃이 은은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말했지,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이제 네 죽을 때가 됐어! 진압!” 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쾅!만 장의 금빛 부적이 쏟아져 나와 눈부신 빛줄기가 그 김씨 절정 강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금빛 부적 속에는 불멸의 련화도 함께 있었다!그 김씨 절정 강자는 이 광경을 보고 본능적으로 경악하며 외쳤고 곧바로 온몸에 어둠의 기운을 모아 방어막을 형성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하지만, 시간이 충분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공포스러운 금빛 부적은 마치 레이저처럼 그의 몸을 관통했고 더 무서운 것은 그 금빛 광선에 달라붙은
화공두목을 떠올리며 유명전의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백년 전. 유명전은 그 화공두목과 한 차례 처절한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유명전은 사대 명부에서 무려 20명 이상의 육도 절정 고수와 10명의 칠살 절정 고수, 그리고 제일 명부의 팔부 절정 고수까지 동원되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화공노마를 포위 공격하러 갔던 자들 중 살아 돌아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심지어 시체의 잔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알려진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화공두목을 포위 공격했던 절벽산의 절반이 불타버렸다는 것뿐이었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그 산이 지금까지도 한 줌의 풀조차 자라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전투 이후 화공노마는 영원히 자취를 감춰버렸다...전설에 따르면 그는 화진 무도의 성지인 곤륜 구역으로 떠났다고 한다! 백년 전의 화공노마를 떠올리며 이때 유명전의 남은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얼굴이 잔뜩 굳어진 채 윤구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련화도화!! 저 녀석이 쓰는 건 분명히 화공노마가 백년 전에 사용했던 련화도화야!설마, 저 녀석이 노마의 후계자란 말인가?” 그 순간, 외눈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오른쪽 눈이 휘둥그레졌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 정말로 화공노마의 제자냐?”윤구주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지만! 화공두목은 내 스승이 될 자격이 없어!”뭐라고? “네 녀석, 정말로 대단하구나? 백년 전의 그 노마마저도 비웃을 수 있다니?”눈동자에 붉은색 부적 문자가 떠다니는 유명전의 절정 고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은 멀리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화련금안은 그 화공노마에게서 전수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 기술을 그 노마에게서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
예전에 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줬고, 그래서 설국을 이 정도로 파괴할 수 있었던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 순간 세나미는 그를 증오할 용기 또한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윤구주가 더는 설국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말이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설국의 국운은 마치 강물처럼 윤구주의 체내로 천천히 흘러들었다.같은 시각, 설국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 세 명이 나타났다.그 세 사람은 모두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금발 머리카락의 남자였다.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우아했다.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사악한 기운이 그를 매우 음산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그의 곁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남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는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세 사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눈보라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들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게다가 선두에 있는 금발의 남자는 칠살 급의 초극 준절정 강자였다.다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역시 오악 이상의 절정 강자였다.이 순간 설국에 이 세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아나스, 곧 설국이죠?”유럽 악센트가 강한 금발의 남자가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곧 도착할 겁니다.”아나스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설국이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연락해서 나서달라고 했다니, 이번에 설국이 정말로 화진을 제대로 건드렸나 봐요.”금발의 남자는 그 말을 할 때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었다.“흥! 설국이 자초한 일이죠. 왜 하필 화진을 건드린 건지. 설마 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히 실패했는지를 잊은 걸까요?”아나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아나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비록 화진은 세계 최강의 무도 강국이지만 그럴
“정말요? 아버지,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하실 생각이세요?”이홍연은 예쁜 눈을 크게 뜨고 들뜬 얼굴로 국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국주는 천천히 말했다.“6년 전 그때 난 구주를 이미 진북왕으로 책봉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종문과 세가에서 날 방해했지. 그러나 이번에 감히 날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자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조정 전체를, 무도 천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국주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얘기하자 육도진은 흥분하며 말했다.“국주님, 대단하십니다. 국주님, 만세!”국주는 싱긋 웃더니 옆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게다가 구주는 앞으로 우리 화진의 진국왕일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의 부마가 될 것이니 말이다.”부마라는 말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화진의 여섯째 공주는 순간 목까지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리더냐?”국주가 말했다.이홍연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전, 전, 전 구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비록 이홍연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꿀을 먹은 것보다도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국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니 기회를 봐서 구주를 위해 다른 배필을 찾아봐 줘야겠구나. 어차피 구주는 지금 연인이 없고 우리 화진에는 여자들이 많으니 말이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구주는 제 거예요. 아무도 저에게서 구주를 빼앗을 수 있어요.”아버지가 윤구주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겠다고 하자 이홍연은 버럭 화를 냈다.국주는 큰 소리로 웃었다.“그래. 장난은 그만할게. 육도진 우상, 구주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다면 나는 태산에서 친히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것이다.”육도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네!”...설국.윤구주가 설태현을 머리를 벤 뒤 설국 전체가 설태현을 위해 애도했다.설국의 국주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수도 금전.윤구주의 부적대진
그 말에 육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설국 국주가 죽었다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이홍연은 이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심지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바로 이때 국주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구주가 설국의 그 젊은 국주를 정말로 베었나 보구나.”그 말에 이홍연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윤구주가 설국 국주를 죽였다는 말씀이세요?”화진 국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이 세상에 그 정도 능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 윤구주 말고 또 있겠느냐?”“하지만... 하지만 윤구주는 설국에 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걸요!”이홍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구주가 설국의 국주를 죽여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말거라. 6년 전, 설국의 전 국주 역시 구주가 죽였었다.”꿀꺽.국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자신의 남자가 설국 국주를 두 명이나 죽였다는 생각에 이홍연은 크게 놀랐다.“구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대답해 보거라.”국주의 질문에 신하가 대답했다.“국주님, 그쪽에서 전해온 전보에 따르면 구주왕께서는 지금도 설국 수도에 있을 거로 예상됩니다.”“아직도?”국주는 조금 의아했다.“그렇습니다. 전보에 따르면 설국 금전이 빛에 완전히 뒤덮였고 설국 백성들은 구주왕이 자줏빛 기운을 빨아들이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자줏빛 기운?그 말을 들은 국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망할 놈, 설국 국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설국의 국운까지 흡수하려는 것이구나.”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국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국 국주를 죽였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 남아서 무슨 자줏빛 기운을 흡수한단 말이에요? 뭘 위해서요?”이홍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국주는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자줏빛 기운이랑 한 나라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