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윤구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요!”“윤구주는 아버지께서 친임하신 천하무쌍한 제일의 구주왕이에요.”이홍연이 토끼처럼 빨간 눈으로 희빈을 보며 말했다.“구주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말이니?”이 소식을 들은 희빈마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희빈마마는 이홍연의 어머니로서 그녀가 어릴 적 날마다 황성을 몰래 떠나서 운구주를 만나러 갔고 윤구주와 죽마고우로 자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희빈마마는 두 사람의 얽혀있는 감정 또한 잘 알고 있었다.지금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희빈은 놀라며 의아해하게 여겼다.“구주가 아직 살아있는데 너희 아바마마께서 왜 사망 소식을 천하에 널리 알리시고 전국사람들이 묵념하게 하시는 거야?”희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그건 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직접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윤구주가 너무 미워요!”이홍연은 태화루에서 발생한 일을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희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보며 운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말해봐, 윤규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너는 어렸을 때부터 운구주를 좋아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편단심이더니 왜 이번에 얼굴을 보고 이리 슬퍼하는 거니?”희빈이 이홍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그 나쁜 놈이 저를 버렸어요. 다른 여자를 좋아한대요!”그 말을 들은 희빈은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는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이게 작은 문제에요?”이홍연이 빨갛게 부은 눈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우선 너는 우리 화진의 공주로서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렇게 슬퍼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니? 그리고 너는 구주랑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구주에게 여자친구 생긴 것이 정상이지.”“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주만 바라봤단 말이에요.”“네 감정은 네 몫이고 구주 감정은 구
세 번째는 윤구주가 곤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무술을 널리 알려 이름을 날리게 하고 문벌과 세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이다.지금, 윤구주는 16년 전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다.이 문제의 정답은 황성 안에 있다.어쩌면 지금 국주님이 그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윤구주는 아직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못한다. 앞으로 나갔다가는 화진에 큰 동란이 생길 것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진국전신으로서 무작정 앞으로 나갔다가 어떤 나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구주는 꼭 참아야 한다.문씨 세가를 생각하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돌아온 뒤 한 번도 문씨 가문을 찾아간 적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윤구주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절정에 달했다.펑!윤구주의 방문이 절로 열리고 그 속에서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걸어 나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 재이, 용민과 철영이 갑자기 방 안에서 나오는 윤구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지금 윤구주로부터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윤구주의 살기를 느끼고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오늘 밤, 사람을 죽일 것이다.”윤구주의 차가운 말투에 모두 움찔했다.“저하, 누굴 죽이시려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민구현이 앞장서서 말했다.“괜찮아,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있어. 오늘 내가 죽일 사람은 너희와 상관없는 사람이야. 내가 직접 없애버릴 거야.”윤구주가 냉담하게 대답했다.“형님, 같이 가고 싶습니다.”이때 꼬맹이 남궁서준이 나서서 윤구주에게 말했다. 남궁서준은 기대의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순진무구하고 그를 친 형님으로 모시는 남궁서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윤구주는 웃으며 꼬맹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거절했다.“모두 여기 남아있어. 오늘 밤은 혼자서 움직이고 싶어.”남궁서준은 조금 서운했지만, 머리를 끄덕이며 윤
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거대한 궁전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문씨 세가의 여러 조상의 저택 중 하나다! 이곳은 음산하고 차가웠다! 전혀 생기가 없었다! 마치 죽은 땅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바로 그때,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유령처럼 궁전 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궁전 대문 앞에는 두 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었다. 이 두 조각상은 문씨 세가의 천 년 전 선조라고 전해진다! 하나는 칼을 들고 고개를 하늘로 향해 서있다! 다른 한 조각상은 비록 손에 아무것도 없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위엄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순간,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의 차가운 시선이 궁전을 스쳐 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구름처럼 퍼져나가면서 눈앞의 궁전을 순식간에 덮었다. “윤구주, 문씨 세가를 찾아왔다!”우렁찬 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소리는 천둥처럼 산들 사이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궁전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저하가 결국 왔군요! 저하를 모시기 위해 문씨 세가가 나갑니다!”이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낡은 돌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낡고 황폐한 냄새가 윤구주의 코에 스며들었다. 눈을 들어 보니 거대한 궁전 안은 잡초로 가득하고 바닥에는 두껍게 쌓인 낙엽이 있어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어두운 궁전 안에는 불빛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오직 어두운 달빛만이 이 죽음의 기운에 휩싸인 궁전을 감싸고 있다! 여기는 마치 끝없는 절망의 땅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황폐한 곳에서 네 명의 노인이 네 개의 큰 돌기둥에 앉아 있었다! 이 네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아니 십여 년 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는 강력한 절정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윤구주는 걸음을 내디디며 신왕처럼 두 손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노인도 입을 열었다. 이 네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어찌하여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윤구주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 사람의 말에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너희 네 사람은 유명전에서 온 게 분명하군.” “오호?” “저하께서 우리 유명전을 알고 계시다니요?” 눈동자에 붉은색 부적이 흘러 다니고 온몸에서 진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는 검은 머리의 노인이 놀라며 말했다. “저하께서는 정말로 식견이 넓으시군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시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성이 강인 외눈의 노인도 이때 말했다. “유명전은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로 나뉜다. 너희 네 사람은 염라냐, 명부냐?” 윤구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네 개의 돌기둥에 앉아있던 네 명의 절정 고수들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이상하군요! 어떻게 우리 유명전에 대해 이리도 잘 알고 있는가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겨우 20대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우리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를 알고 있는 것입니까?”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그건 너희 같은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들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다! 너희가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오늘 나를 만난 너희는 운이 나빴다는 것이다!” 윤구주의 이 강한 발언에 검은 머리의 노인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저하, 참으로 큰소리치는군요!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단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이 우리를 선배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검은 머리의 노인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뭘 웃는 거냐? 내가 틀린 말을 했단 말인가?” 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선배 행세를 할
바로 그때, 유명전에서 온 김씨 절정 고수인 노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한결같이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당당하게 말했다.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나와 맞설 자격조차 없다!” 윤구주가 자신을 대중 앞에서 이렇게 모욕하자 유명전에서 온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화가 나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알다시피 이 사람은 삼중천 절정의 정점에 있는 고수였다! 그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그의 내공은 이미 무적의 경지에 있었다! 만약 과거에 원수에게 쫓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유명전에 들어가 귀신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윤구주에게 이처럼 멸시를 당하자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이놈, 어디서 그렇게 자신감을 얻었길래 이렇게 건방진 것이냐!”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긴 창이 허공에서 요동쳤고 곧이어 검은색 창의 빛줄기가 휘몰아치듯 발사되었다. 쾅, 수많은 검은 기운이 창끝에서 솟구쳐 나와 하나의 검은 용의 머리를 형성했다! 이 용의 머리는 사납게 울부짖으며 나타나자마자 천지의 기운이 격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죽음이나 다름없다!”김씨 고수는 손에 쥔 긴 창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끔찍한 검은 용의 머리가 삼중천 절정의 기운을 온몸에 실고 마치 세상을 멸망시킬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것이 진정한 절정 고수였다! 진정한 강자였다! 아직 그가 다가오지 않았는데도 절정 고수의 기운이 먼저 닿았다! 쾅쾅! 윤구주의 발밑 대지는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고 이 모든 균열은 바로 김씨 고수의 기운에 의해 억눌려 생겨난 것이었다! “김 노인이 드디어 경지를 넘었구나! 이제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참이로군!” 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그의 눈에 빛나는 생기를 띠며 말했다. “맞다! 김 노인의 멸룡창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그는 우리 사대 명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윤구주의 봉왕팔기. 제1기, 뇌왕인! 제2기, 소생술! 제3기, 화련금안! 제4기, 어검술! 제5기, 천주금술! 제6기, 술의 끝, 연의 절정! 제7기, 부적 천하, 만물멸하! 그리고 이 순간, 윤구주는 유명전의 한 발로 사상 절정에 들어선 강자와 맞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가지 기술, 화련금안과 부자술을 발동시켰다! 부적이 나타나자 공간을 왜곡하는 부적의 멸망의 힘이 성씨 김의 절정 고수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김씨 절정 고수는 그 무시무시한 부적의 힘을 감지하고는 깜짝 놀라며 눈썹을 심하게 찡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신통이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억제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이냐?”그러나 그는 사상 절정에 발을 딛고 있는 강자였다. 손에 들고 있는 멸룡창을 다시 한번 들어 올리고 검은 기운이 물결처럼 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순간,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이 어둠의 창은 더욱 강력해져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윤구주는 당당하게 대지를 지키며 서 있었다. 하늘에는 금빛 부적이 떠올랐고 그의 두 눈에서는 연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 하나로 아래를 가리켰다. 쿵쿵! 길쭉하고 거대한 금빛 부적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부적 위에 금빛 불꽃이 은은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말했지,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이제 네 죽을 때가 됐어! 진압!” 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쾅!만 장의 금빛 부적이 쏟아져 나와 눈부신 빛줄기가 그 김씨 절정 강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금빛 부적 속에는 불멸의 련화도 함께 있었다!그 김씨 절정 강자는 이 광경을 보고 본능적으로 경악하며 외쳤고 곧바로 온몸에 어둠의 기운을 모아 방어막을 형성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하지만, 시간이 충분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공포스러운 금빛 부적은 마치 레이저처럼 그의 몸을 관통했고 더 무서운 것은 그 금빛 광선에 달라붙은
화공두목을 떠올리며 유명전의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백년 전. 유명전은 그 화공두목과 한 차례 처절한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유명전은 사대 명부에서 무려 20명 이상의 육도 절정 고수와 10명의 칠살 절정 고수, 그리고 제일 명부의 팔부 절정 고수까지 동원되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화공노마를 포위 공격하러 갔던 자들 중 살아 돌아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심지어 시체의 잔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알려진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화공두목을 포위 공격했던 절벽산의 절반이 불타버렸다는 것뿐이었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그 산이 지금까지도 한 줌의 풀조차 자라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전투 이후 화공노마는 영원히 자취를 감춰버렸다...전설에 따르면 그는 화진 무도의 성지인 곤륜 구역으로 떠났다고 한다! 백년 전의 화공노마를 떠올리며 이때 유명전의 남은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얼굴이 잔뜩 굳어진 채 윤구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련화도화!! 저 녀석이 쓰는 건 분명히 화공노마가 백년 전에 사용했던 련화도화야!설마, 저 녀석이 노마의 후계자란 말인가?” 그 순간, 외눈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오른쪽 눈이 휘둥그레졌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 정말로 화공노마의 제자냐?”윤구주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지만! 화공두목은 내 스승이 될 자격이 없어!”뭐라고? “네 녀석, 정말로 대단하구나? 백년 전의 그 노마마저도 비웃을 수 있다니?”눈동자에 붉은색 부적 문자가 떠다니는 유명전의 절정 고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은 멀리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화련금안은 그 화공노마에게서 전수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 기술을 그 노마에게서
“너희들을 죽이기 전에 하나 물어보겠다.” “유명전, 아홉 대전의 염라, 사대 명부. 전해지기로는 사대 명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사상급 이상의 절정 고수여야 한다더군. 너희들은 어느 명부에서 온 것이냐?” 윤구주가 천천히 물었다. 그의 입에서 유명전의 아홉 대전의 염라와 사대 명부가 언급되자 그 두 명의 사상급 절정 고수들은 일제히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젠장, 이 꼬마 녀석이 어떻게 유명전의 사대 명부를 알고 있는 거지?” 외눈 노인이 경악하며 말했다. 외눈 노인의 말처럼 유명전은 이미 백 년 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문씨 세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윤구주가 어떻게 유명전의 사대 명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너희들이 알 필요 없다. 너희들은 어느 명부에서 왔는지만 대답하면 된다.” 눈동자 속에 붉은색 부적 문자가 떠다니는 사상급 절정 고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려줘도 상관없다! 우리는 제4명부, 나사 명부에서 왔다!” “오! 겨우 제4명부의 하찮은 졸개들이었군.” 이 말에 세 명의 유명전 절정 고수들은 일제히 폭발했다. “네가 감히 우리를 모욕해?” 윤구주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욕할 게 뭐 있냐? 당연한 것을 말했을 뿐이야.” 윤구주는 유명전의 사대 명부가 서열에 따라 분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가 가장 강력했다. 전해지기로는 제1명부인 윤전 명부에는 구오 최강의 절정 고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만약 오늘 제1명부에서 사람들이 왔다면 윤구주도 신중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마주한 건 유명전 사대 명부 중 가장 약한 제4명부, 나사 명부에 불과했다. “물어볼 것은 다 물었다. 이제 너희는 죽을 차례다.” 윤구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눈앞의 유명전 절정 고수들은 삼중천 절정 고수 한 명과 사상 절정 고수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