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여섯째 공주님을 거절할 수 있는 거야. 이놈 때문에 진짜 열 받네.”윤신우가 대전에서 욕을 한바탕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신우 씨, 무슨 일 있어요? 화 많이 나시나 봐요.”대전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은 윤신우 현재 와이프 설희윤이였다.“다 구주 그놈 때문이야.”윤신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설희윤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물었다.“창현 씨한테서 구주랑 관계 많이 좋아지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세요? 구주가 또 신우씨 심기를 건드렸나요?”“구주가 이번에는 나를 건드린 게 아니라 우리 화진 공주님 심기를 건드렸어.”“공주님이라니요?”설희윤은 깜짝 놀라 가슴이 뜨끔했다.“애가 완전히 미쳤어.공주님은 죽마고우인 이 자식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이놈이 공주님을 대놓고 거절했다는구나.”윤신우는 말하면 말할수록 기가 찼다.“구주가 왜 거절했대요? 신우 씨가 구주랑 공주님은 천생연분이라고 하셨잖아요.”설희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이놈이 강성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었나 봐. 그래서 공주님을 거절했어.”윤신우는 윤구주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지 투덜거렸다.“그렇군요!”설희윤은 드디여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깨달았다.“내가 젊었을 때처럼 모두 만나보며 살아야지. 한사람에게만 매달려서 쓰나. 쓸모없는 녀석.”“흥! 저는 구주가 옳다고 생각해요. 신우 씨처럼 정을 줄 사람이 많으면 안 되죠!”설희윤이 윤신우를 째려보며 대답했다.예전에 서울 제일의 꽃미남이었던 윤신우는 윤구주보다 바람기가 심했다. 그때 윤신우 주위에는 항상 여자들이 맴돌았다.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윤신우는 급히 발뺌했다.“아니, 그건 내가 젊었을 때잖아.”“쳇, 웃기시네요.지금도 그렇잖아요.”설희운이 또 한 번 윤신우를 째려보았다.윤신우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못 본 척하며 말을 돌렸다.“아무튼, 지금 공주님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야. 공주님께서 뒤끝이 작렬하니까 구주를 미워하게 되면 미래에 무
여씨 가문 뒤뜰에 하미연이 살고 있었다.하미연은 한쪽 눈이 빛을 잃은 후부터 외출이 뜸해졌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윤하율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현재.해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뒤뜰 안에서 하미연이 윤하율과 함께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 장난감들에는 나무로 만든 총, 목검, 새총과 유리구슬 등등이 있었다.옆에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윤구주와 이홍연의 흙인형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할머니, 이 장난감들이 모두 구주 오빠가 어릴 때 놀던 거에요?”“그래.”하미연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도 놀고 싶어요. 저도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윤하율이 자그마한 손을 내놓으며 물었다.“우리 하율이 착하지, 이 장난감들은 다 오빠 꺼야. 게다가 이젠 낡아서 놀다가 망가지면 어떡해.”하미연은 윤구주를 더 생각해주고 있었다.“알겠어요.”하미연 말을 들은 윤하율은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갈망의 눈길로 장난감들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어머니.”바로 그때, 윤신우가 정원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하미연이 윤신우를 보고 몸의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큰일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어요.”윤신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큰일?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큰일을 묻겠다는 거니?”하미연이 말하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 일은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시는 손주 일이에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하미연은 원래 윤신우를 무시하려 했지만 윤구주일이라는 것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우리 구주에게 무슨 일 있었니?”“구주에게는 별일 없는데, 구주와 공주님이 약간의 오해가 있었나 봐요.”윤신우가 용건을 털어놓았다.“홍연이와 오해가 있다고?”“네.”하미연은 화진 공주님과 사랑하는 손자의 일이라는 것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들어와서 얘기하자꾸나.”“하율아, 너는 이곳에서 놀고 있으렴? 할머니는 너희 아버지와 할 얘기
하미연은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미연이 말했다.“그래, 홍연이는 속아 좁았어. 어렸을 때 옆집 여자아이가 구주랑 놀려고 찾아왔어. 그런데 이튿날 홍연이가 그 여자아이를 연못 물웅덩이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뻔했었지.”“그래서 저도 걱정돼요.”윤신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홍연이를 거절한 거 아니니?”하미연은 나이가 90세 고령이었지만 머리는 아직도 영민했다.“맞아요. 제가 조사를 해보았는데 강성에 소채은이라고 구주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소채은?”하미연을 윤신우의 말을 듣고 소채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우리 손주가 좋아하는 여자애니 분명히 우수할 거야.”“신우야, 지금 당장 그 여자애를 여씨 가문으로 모셔오너라. 내가 직접 만나보고 싶구나.”하미연이 소채은을 만나겠다는 말에 윤신우는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진심이세요?”하미연은 윤신우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장난 같으냐?”“하지만 소채은을 제멋대로 데려왔다가 구주가 알면 어쩌려고요?”“이건 걱정하지마, 내 손자며느리를 내가 직접 봐야겠어.”하미연이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말했다.윤신우는 하미연의 명령에 가슴이 답답했다.“홍연이에게는 뭐라고 하실 거에요?”윤신우가 한참 생각하다가 물었다.“홍연이 얘는 속은 좁지만, 마음씨는 착해. 홍연이는 나한테 맡기거라, 정 방법이 없으면 구주더러 두 사람을 다 부인으로 들이라고 하지. 그러면 완벽하잖아.”하미연은 예쁜 손자며느리 두사람을 둘 것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어머니, 너무 구주만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젊었을 때는 구박만 하셨으면서.”윤신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투정했다.“너는 입 다물 거라, 내가 늙었다고 모를 줄 아는 것이냐? 밖에서 바람 피운 적이 적었더니?”윤신우는 하미연의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이 얘긴 그만 하세요. 희윤이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착한 소채은은 이 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구하려 했다.다행히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 소채은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검은 옷 남자를 끌고 바닷가로 힘껏 헤엄쳐 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야 소채은은 그 남자를 바닷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소채은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얼른 남자의 생사를 확인했다.맥을 짚어보니 뛰고 있긴 했지만, 너무 미세했다. 그래도 살아있었다.소채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고 옷은 이미 바닷물에 푹 절여져 있었다.소채은은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나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절세 미남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에 너무 오래 떠 있어서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너무... 잘생겼잖아!”소채은은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소채은은 얼빠가 아니었다.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몇십 번 정도 시전하니 남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남자를 살려낸 것이었다.“와, 드디어 살렸네!”소채은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근데 이 사람 누구지? 왜 바다에 버려진 거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에 버려뒀다가 밀물이라도 들어오면 죽게 놔두는 거나 다름없잖아.”한바탕 고민한 끝에 소채은은 이 생판 모르는 남자를 잠시 옛 본가에 데려가기로 했다.옛 본가에 도착해 소채은은 남자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온몸에 모래가 묻은 소채은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 먼저 샤워를 한 뒤에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한편, 굽이진 산길에 3대의 벤츠가 달리고 있었다.“채은이 이 계집애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혼자 옛 본가에 휴가를 와?”“채은이 친구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계집애를 어디서 찾아?”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채은아, 지금 뭐 하는 거야?”“이 남자는 또 누구야?”소청하가 호통을 쳤다.특히 소채은이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벌거벗은 남자와 침대에 있는 걸 보니 뇌출혈이라도 올 것만 같았다.소채은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빠, 오해하지 마요. 이 남자 모르는 사람이에요.”“뭐? 모르는 사이라고?”“이 계집애야! 미쳤어? 모르는 사이에 잠자리를 가져?”소청하가 포효하다시피 했다.“아빠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예요. 그냥...”소채은이 해명하려는데 큰아버지 소천홍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둘째야, 진짜 대단하다.”“딸을 참 훌륭하게 키웠어.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다 들고.”“곧 중해 그룹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계집애 어떻게 처리할지 좀 말해봐.”소청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마저 빨개졌다.“망할 계집애, 우리 소씨 가문이 뭘 잘못해서 너 같은 불효녀를 낳은 거야?”“차라리 때려죽이고 말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청하는 손을 들어 소채은의 뺨을 때리려 했다.소청하의 손이 소채은의 어여쁜 얼굴에 거의 닿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소청하의 팔목을 움켜잡았고 소채은을 자기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소채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장하기 그지없는 뒷모습과 등 뒤에 새겨진 용의 머리가 보였다.‘이 남자 깨어난 거야?’소청하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에 의해 단번에 손목을 잡혔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 언성을 높였다.“너... 너... 뭐하자는 거야?”남자는 거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군주처럼 소청하를 내려다봤다.“놔, 이거 놓으라고!”소청하가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무쇠처럼 전혀 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봐라, 이 새끼 처리해.”소청하의 분노가 끝내는 터지고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