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 가문 뒤뜰에 하미연이 살고 있었다.하미연은 한쪽 눈이 빛을 잃은 후부터 외출이 뜸해졌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윤하율과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현재.해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뒤뜰 안에서 하미연이 윤하율과 함께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이 장난감들에는 나무로 만든 총, 목검, 새총과 유리구슬 등등이 있었다.옆에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윤구주와 이홍연의 흙인형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할머니, 이 장난감들이 모두 구주 오빠가 어릴 때 놀던 거에요?”“그래.”하미연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도 놀고 싶어요. 저도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윤하율이 자그마한 손을 내놓으며 물었다.“우리 하율이 착하지, 이 장난감들은 다 오빠 꺼야. 게다가 이젠 낡아서 놀다가 망가지면 어떡해.”하미연은 윤구주를 더 생각해주고 있었다.“알겠어요.”하미연 말을 들은 윤하율은 더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갈망의 눈길로 장난감들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어머니.”바로 그때, 윤신우가 정원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냐?”하미연이 윤신우를 보고 몸의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큰일이 나서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어요.”윤신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큰일? 이 늙은이가 나이가 얼만데 무슨 큰일을 묻겠다는 거니?”하미연이 말하면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이 일은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시는 손주 일이에요. 듣고 싶지 않으세요?”하미연은 원래 윤신우를 무시하려 했지만 윤구주일이라는 것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우리 구주에게 무슨 일 있었니?”“구주에게는 별일 없는데, 구주와 공주님이 약간의 오해가 있었나 봐요.”윤신우가 용건을 털어놓았다.“홍연이와 오해가 있다고?”“네.”하미연은 화진 공주님과 사랑하는 손자의 일이라는 것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들어와서 얘기하자꾸나.”“하율아, 너는 이곳에서 놀고 있으렴? 할머니는 너희 아버지와 할 얘기
하미연은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미연이 말했다.“그래, 홍연이는 속아 좁았어. 어렸을 때 옆집 여자아이가 구주랑 놀려고 찾아왔어. 그런데 이튿날 홍연이가 그 여자아이를 연못 물웅덩이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뻔했었지.”“그래서 저도 걱정돼요.”윤신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홍연이를 거절한 거 아니니?”하미연은 나이가 90세 고령이었지만 머리는 아직도 영민했다.“맞아요. 제가 조사를 해보았는데 강성에 소채은이라고 구주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소채은?”하미연을 윤신우의 말을 듣고 소채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우리 손주가 좋아하는 여자애니 분명히 우수할 거야.”“신우야, 지금 당장 그 여자애를 여씨 가문으로 모셔오너라. 내가 직접 만나보고 싶구나.”하미연이 소채은을 만나겠다는 말에 윤신우는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진심이세요?”하미연은 윤신우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장난 같으냐?”“하지만 소채은을 제멋대로 데려왔다가 구주가 알면 어쩌려고요?”“이건 걱정하지마, 내 손자며느리를 내가 직접 봐야겠어.”하미연이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말했다.윤신우는 하미연의 명령에 가슴이 답답했다.“홍연이에게는 뭐라고 하실 거에요?”윤신우가 한참 생각하다가 물었다.“홍연이 얘는 속은 좁지만, 마음씨는 착해. 홍연이는 나한테 맡기거라, 정 방법이 없으면 구주더러 두 사람을 다 부인으로 들이라고 하지. 그러면 완벽하잖아.”하미연은 예쁜 손자며느리 두사람을 둘 것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어머니, 너무 구주만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젊었을 때는 구박만 하셨으면서.”윤신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투정했다.“너는 입 다물 거라, 내가 늙었다고 모를 줄 아는 것이냐? 밖에서 바람 피운 적이 적었더니?”윤신우는 하미연의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이 얘긴 그만 하세요. 희윤이
황궁. 으리으리한 공주님 저택 안에서 물건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와 하녀들이 전전긍긍하여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왜냐하면, 금방 막북에서 돌아온 공주님께서 갑자기 화를 크게 내셨다.지금 누구도 감히 공주님 저택을 드나들지 못했다.얼마니 지났을까 방에서 이홍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청을 질렀다.“지금 당장 황성 제일 절정인 한진모를 들라 하여라!”이 소리를 들은 시녀들이 머리를 수그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20여 분 정도 지난 뒤 내시 복장을 하고 머리에 고깔모자를 쓴 늙은 내시가 공주님 저택으로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의 절정 강자 한진모였다.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내공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십여 년 전 오 국의 난에서 흑여국 판인국과 부성국에서 비밀리에 수십 명의 최강 절정을 파견해 황성에 잠복하여 국주를 살해하려 했다.하지만 다음날.이 수십 명의 최강 절정들은 목이 잘렸고 그들의 머리가 황성 벽에 높이 달려있었다.그때 직접 나서서 손을 쓴 사람이 바로 황성 제일 절정 한진모라고 한다. 한진모는 허리를 약간 굽히고 있었고 그의 새하얀 얼굴에서 정확한 나이를 알아볼 수 없었다.그는 웃음기를 띠고 늦은 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상냥한 어르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 사람이 황성 제일의 절정으로 이름을 날렸다.한진모는 공주님 거처에 도착한 뒤 눈을 비스듬히 뜬 채 머리를 들고 어디론가 시선을 주고 천천히 거처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공주님 거처 안이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진귀한 문화재 화분이 깨진 채 유리 부스러기와 함께 이곳저곳 흩어져있었다.이홍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옆에 앉아서 기분이 울적해 있었다.“소인 한진모 공주님을 뵙습니다.”한진모는 들어오자마자 공주님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한진모 씨가 제일 절정이라고 하시던데요. 명령입니다. 저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여주세요.”이홍연이 화를 내는 모습은 마치 다친
지금 이홍연의 머릿속은 온통 윤구주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찼다.“공주님 무례하오나 저는 화진 제일 인왕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한진모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지금 무슨 뜻입니까? 윤구주를 못 이기는 겁니까? 아니면 무서운 겁니까?”이홍연은 화난 아기 치타처럼 발톱을 치켜세우고 한진모에게 질문했다.“공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공주님도 아시다시피 저하는 홀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꺾어 내린 사람입니다. 국주님께서도 저하를 천하무쌍이라고 격찬하셨습니다.”“소인이 담이 열 개라도 감히 저하를 죽이지 못할 것입니다.”한진모가 윤구주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홍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황성 제일 절정이라는 분이 이렇게 소용이 없나요? 모두 무능하기 짝이 없네요.”불쌍한 한진모는 이홍연의 욕설을 그대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한진모는 정말로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전에 윤구주가 검술 하나로 황성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는데 황성 제일의 절정 한진모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공주님께서 한진모에게 윤구주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다.이홍연이 한진모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홍연아 무슨 일이야? 왜 이리 화가 났니?”말이 끝나자 머리에 봉황 관을 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는 여자가 방안에 나타났다.그 아름다운 여인 옆에는 두 명의 궁복을 입은 노파가 서 있었다.한진모는 그 여인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소인 한진모 희빈마마를 뵙사옵니다.”이 여인이 바로 국주가 가장 사랑하는 귀빈 희빈마마였다.동시에 이홍연의 친어머니시다.“어머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어머니를 발견한 이홍연이 잽싸게 다가왔다.“시녀들이 네가 또 공연히 화를 낸다고 해서 와봤어.”“아니에요.
“어머니, 윤구주 그 나쁜 놈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요!”“윤구주는 아버지께서 친임하신 천하무쌍한 제일의 구주왕이에요.”이홍연이 토끼처럼 빨간 눈으로 희빈을 보며 말했다.“구주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말이니?”이 소식을 들은 희빈마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희빈마마는 이홍연의 어머니로서 그녀가 어릴 적 날마다 황성을 몰래 떠나서 운구주를 만나러 갔고 윤구주와 죽마고우로 자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희빈마마는 두 사람의 얽혀있는 감정 또한 잘 알고 있었다.지금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희빈은 놀라며 의아해하게 여겼다.“구주가 아직 살아있는데 너희 아바마마께서 왜 사망 소식을 천하에 널리 알리시고 전국사람들이 묵념하게 하시는 거야?”희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그건 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직접 아버지께 물어보세요. 저는 지금 윤구주가 너무 미워요!”이홍연은 태화루에서 발생한 일을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희빈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이홍연을 보며 운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말해봐, 윤규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너는 어렸을 때부터 운구주를 좋아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편단심이더니 왜 이번에 얼굴을 보고 이리 슬퍼하는 거니?”희빈이 이홍연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그 나쁜 놈이 저를 버렸어요. 다른 여자를 좋아한대요!”그 말을 들은 희빈은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는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이게 작은 문제에요?”이홍연이 빨갛게 부은 눈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우선 너는 우리 화진의 공주로서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렇게 슬퍼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니? 그리고 너는 구주랑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구주에게 여자친구 생긴 것이 정상이지.”“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주만 바라봤단 말이에요.”“네 감정은 네 몫이고 구주 감정은 구
세 번째는 윤구주가 곤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무술을 널리 알려 이름을 날리게 하고 문벌과 세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이다.지금, 윤구주는 16년 전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다.이 문제의 정답은 황성 안에 있다.어쩌면 지금 국주님이 그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윤구주는 아직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못한다. 앞으로 나갔다가는 화진에 큰 동란이 생길 것이다. 윤구주는 화진의 진국전신으로서 무작정 앞으로 나갔다가 어떤 나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구주는 꼭 참아야 한다.문씨 세가를 생각하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윤구주는 돌아온 뒤 한 번도 문씨 가문을 찾아간 적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윤구주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절정에 달했다.펑!윤구주의 방문이 절로 열리고 그 속에서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걸어 나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규현, 꼬맹이, 정태웅, 재이, 용민과 철영이 갑자기 방 안에서 나오는 윤구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지금 윤구주로부터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윤구주의 살기를 느끼고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오늘 밤, 사람을 죽일 것이다.”윤구주의 차가운 말투에 모두 움찔했다.“저하, 누굴 죽이시려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민구현이 앞장서서 말했다.“괜찮아,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있어. 오늘 내가 죽일 사람은 너희와 상관없는 사람이야. 내가 직접 없애버릴 거야.”윤구주가 냉담하게 대답했다.“형님, 같이 가고 싶습니다.”이때 꼬맹이 남궁서준이 나서서 윤구주에게 말했다. 남궁서준은 기대의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순진무구하고 그를 친 형님으로 모시는 남궁서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윤구주는 웃으며 꼬맹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거절했다.“모두 여기 남아있어. 오늘 밤은 혼자서 움직이고 싶어.”남궁서준은 조금 서운했지만, 머리를 끄덕이며 윤
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거대한 궁전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문씨 세가의 여러 조상의 저택 중 하나다! 이곳은 음산하고 차가웠다! 전혀 생기가 없었다! 마치 죽은 땅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바로 그때,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유령처럼 궁전 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궁전 대문 앞에는 두 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었다. 이 두 조각상은 문씨 세가의 천 년 전 선조라고 전해진다! 하나는 칼을 들고 고개를 하늘로 향해 서있다! 다른 한 조각상은 비록 손에 아무것도 없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위엄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순간,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의 차가운 시선이 궁전을 스쳐 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구름처럼 퍼져나가면서 눈앞의 궁전을 순식간에 덮었다. “윤구주, 문씨 세가를 찾아왔다!”우렁찬 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소리는 천둥처럼 산들 사이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궁전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저하가 결국 왔군요! 저하를 모시기 위해 문씨 세가가 나갑니다!”이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낡은 돌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낡고 황폐한 냄새가 윤구주의 코에 스며들었다. 눈을 들어 보니 거대한 궁전 안은 잡초로 가득하고 바닥에는 두껍게 쌓인 낙엽이 있어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어두운 궁전 안에는 불빛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오직 어두운 달빛만이 이 죽음의 기운에 휩싸인 궁전을 감싸고 있다! 여기는 마치 끝없는 절망의 땅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황폐한 곳에서 네 명의 노인이 네 개의 큰 돌기둥에 앉아 있었다! 이 네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아니 십여 년 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는 강력한 절정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윤구주는 걸음을 내디디며 신왕처럼 두 손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노인도 입을 열었다. 이 네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어찌하여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윤구주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 사람의 말에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너희 네 사람은 유명전에서 온 게 분명하군.” “오호?” “저하께서 우리 유명전을 알고 계시다니요?” 눈동자에 붉은색 부적이 흘러 다니고 온몸에서 진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는 검은 머리의 노인이 놀라며 말했다. “저하께서는 정말로 식견이 넓으시군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시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성이 강인 외눈의 노인도 이때 말했다. “유명전은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로 나뉜다. 너희 네 사람은 염라냐, 명부냐?” 윤구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네 개의 돌기둥에 앉아있던 네 명의 절정 고수들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이상하군요! 어떻게 우리 유명전에 대해 이리도 잘 알고 있는가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겨우 20대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우리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를 알고 있는 것입니까?”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그건 너희 같은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들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다! 너희가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오늘 나를 만난 너희는 운이 나빴다는 것이다!” 윤구주의 이 강한 발언에 검은 머리의 노인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저하, 참으로 큰소리치는군요!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단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이 우리를 선배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검은 머리의 노인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뭘 웃는 거냐? 내가 틀린 말을 했단 말인가?” 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선배 행세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