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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김시후는 국화꽃 한 다발을 사서 묘원으로 갔다.

묘비로 걸어가던 중에 그는 멀리서 묘비 앞에 우뚝 솟은 그림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에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김시후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승하가 서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아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이승하는 입을 열지 않았고 그저 그녀의 영정 사진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김시후는 가까이 다가가서 국화꽃을 묘비 앞에 놓아두었다.

인기척을 느낀 이승하는 눈꺼풀이 살짝 떨렸지만 누구인지 아는 사람처럼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묘비 앞에 서서 그녀의 영정사진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쫓아낼 정도로 적대시하지도 않았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김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유를 사랑하나요?”

이승하는 가슴이 아팠고 절망에 휩싸여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오른쪽 손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있는 힘껏 눌렀고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본 김시후가 뭔가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은 서유를 사랑하나 봅니다...”

이승하는 여전히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오른쪽 손목을 더 힘껏 눌렀다.

한편, 김시후는 그를 쳐다만 볼 뿐 그를 막지 않았다.

“서유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까?”

그의 말에 이승하는 자극받은 듯 고개를 들고는 빨간 눈으로 김시후를 노려보았다.

“서유가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잠결에 송사월의 이름만 불렀었고 단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찌 그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녀가 남긴 몇 마디 말을 들어보면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움직였다 하더라도 그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득 이승하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의 마음조차 잘 알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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