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내가 이렇게 살아남은 거구나. 고아가 아니라 나한테 언니가 있었어... 그 언니가 날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심장까지 나한테 줬다니.’다만 서유는 왜 언니가 자신을 안고 해외에서 도망치는 생활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조지의 말에 따르면 언니가 급히 생을 마감한 이유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지현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언니와 지현우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언니가 왜 목숨까지 끊으면서 그를 피하려고 했던 거지? 서유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물었지만 조지한테서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언니 분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은 나도 잘 몰라요.”“그리고 언니 분이 지현우 씨를 피하려 했던 건 아마도 지현우 씨가 언니한테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일인지에 대해 조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이전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서유 씨, 난 당신을 살린 후 이 대표님한테 알리려 했어요. 어찌 됐든 당신에게 심장을 찾아달라고 나한테 부탁한 사람이었으니까요.”“하지만 지현우 씨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당신의 지인들한테 알리는 걸 원치 않아 했어요. 난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로 하였고요.”“이제는 당신이 깨어났으니 이 대표님한테 말할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해요.”또다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서유는 얼굴이 굳어졌다.냉정하고 무정한 남자니까 자신이 죽든 살든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신경이 쓰였다면 자신을 때리고 나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5년 동안 함께 하면서 자신의 전화번호조차 핸드폰에 저장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니 2년이나 지난 지금 그를 다시 방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결심이 선 서유는 담담하게 눈을 들고 조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한테 알리지 말아요.”
“예전에 언니가 나한테 당신 이름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어요.”그 말에 서유는 사진에서 시선을 떼고 조지를 향해 쳐다보았다.“김초아라고 했어요. 어머니께서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었죠.”서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김초아, 참으로 따뜻한 이름이다. 어머니가 이름을 지을 때 어쩌면 그녀가 따뜻하게 살아가길 바라서 지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껏 살면서 그녀에게 잘해 준 정가혜와 송사월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서도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적에 고아원의 담벼락에 엎드려 바깥 아이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에 그녀의 웃음은 점차 사라져 버렸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눈가에 차올라 슬픔과 외로움이 그녀의 온몸을 집어삼켜 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지는 신사답게 휴지 몇 장을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 말아요. 눈은 아주 중요한 것이에요.”서유는 그의 말에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어머니...”조지의 푸른 눈동자에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안타깝지만 당신 어머니는 당신들이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했어요.”사실 서유는 이런 결과일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김초희가 그녀를 안고 도망갈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어머니와 언니가 분명 무슨 일을 겪은 것이 분명하다.조지가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자 그녀는 또 물었다.“그럼 아버지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미안해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예요.”서유는 더 이상 조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고 그의 눈빛을 살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병 전문의가 언니의 일을 이렇게 많이 도와준다고? 두 사람은 또 어떤 관계일까?조지는 액자를 협탁 위에 올려놓은 뒤 서유의 눈빛을 보고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눈치챘다.“나와 김초희 그리고 지현우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그
가능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서유는 조지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반년 후, 서유는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한 동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지의 말로는 재활 치료를 계속 견지한다면 반년 뒤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도 서서히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 예전만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충분히 만족한다. 지난 반년 동안, 그녀는 카톡, 트위터, 메일 등 모든 방법을 통해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였다. 지현우는 그녀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다만 그녀가 귀국하겠다고 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김초희의 심장을 가지고 그를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눈치가 빠른 서유는 다시는 그 앞에서 귀국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떠나는 일에 대한 계획을 멈추지 않았다.그 후 반년 동안, 지현우는 여전히 평소처럼 가끔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그녀의 심장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그의 행동에 많이 놀랐지만 그런 일이 많아지니 이젠 대수롭지 않게 되었다. 그는 가끔 기분이 좋아지면 그녀를 휠체어에 앉히고 해변으로 산책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길가에 혼자 두고 자신은 바닷가에 앉아 먼바다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매번 이런 지현우를 볼 때마다 서유는 그가 언니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엇 때문에 언니가 죽으면서까지 그를 피하려고 했던 건지 그녀는 알 수가 없다. 서유는 그와 친해지고 나서도 몇 번이나 물었지만 지현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게다가 가끔 김초희라는 이름을 들으면 지현우는 약간 멘붕이 왔다. 김초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지 아니면 그녀에게 미안해서 그런 건지 그는 그녀의 이름을 듣는 걸 두려워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색한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다가 서유의 머리카락이 귀까지 길어졌을 때 그녀를 보는 지현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의 모습에서 김초희를 보는 듯한 기
서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이 나한테 이러는 걸 언니가 알았다면 언니는 분명 이 심장을 남기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말이 지현우의 가슴을 찔렀고 그의 그윽한 눈동자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휘청거리는 그의 뒷모습은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그러나 서유는 그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조지의 말로는 그녀는 회복이 빨리 되고 있고 한 달 정도 더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잠시도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중요한 건 그녀는 이미 국내에서 죽은 사람이었고 개인정보도 없어서 어떻게 귀국해야 할지 막막했다. 김초희의 여권으로 몰래 비행기표를 끊어 귀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김초희는 사망신고를 한 적이 없어서 그녀의 개인정보는 여전히 Y국에 있는 상태였다.게다가 그녀와 김초희는 생김새도 비슷하고 지금은 스타일링도 비슷해서 화장만 비슷하게 하면 입국장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통과되지 못한다면 구치소에 구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구치소에 있는 것이 지현우 곁에 남아서 김초희의 대역이 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었다. 다만, 김초희의 여권은 지현우의 방에 있었다. 이 해변의 큰 별장은 지현우가 김초희에게 사준 것으로 별장 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지냈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지현우가 김초희의 물건을 모두 자신의 방에 모아두었기 때문에 서유는 여권을 손에 넣으려면 그를 찾아가야 했다. 서유는 그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몰래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번에 지현우의 방으로 처음 들어갔다. 방 안에 온통 언니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언니가 죽은 후 지현우가 얼마나 미친 듯이 언니를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언니는 영원히 돌아올 수가 없고 지현우는 언니의 초상화만 보면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서유는 생각을 접고
지현우는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거절해도 돼요. 하지만 귀국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서유는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지현우는 여권으로 반지 함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5분만 더 시간 줄게요.”그 뜻인 즉 기회는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거절하면 앞으로 귀국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했다.서유는 큰 돌덩이로 가슴을 짓누르듯 숨통이 조여왔다. 너무 어려운 선택이었다.지현우는 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녀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다. 그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고 매우 태연했다.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이 말한 대로 할게요. 근데 그냥 법적으로, 명의만 부부인 거예요.”이를 들은 지현우가 콧방귀를 꼈다.“그게 아니면 뭔데요?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지현우는 다이아 반지를 반지 함에서 꺼내더니 그녀에게 손을 내밀라고 눈짓했다.서유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지현우는 투박하게 그녀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그러더니 이내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성당 가요.”그는 이렇게 말하더니 김초희의 여권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서유는 약지에 낀 반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뭔가 이번 생은 이렇게 지현우에게 단단히 묶일 것 같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아니다. 애초에 그가 자기 누나의 심장을 그녀에게 이식한 순간부터 묶였다고 봐야 했다.지현우가 무슨 수단으로 서유의 신분부터 얼굴까지 김초희로 바꿨는지 모른다.하지만 오늘부터 그녀는 더 이상 서유가 아니라 김초희다.한 달 뒤, 서유는 서울로 가는 국제항공에 탑승했다.일등석 창가 자리에 앉은 서유는 창밖을 내다보며 멍을 때렸다.선신물이 곧 닫히려는데 기다란 체구를 가진 누군가가 잽싸게 안으로 들어왔다.서유는 그를 보자마자 놀란 듯 동공이 살짝 커졌다.“혼자 돌아가라면서요?”지현우는 그녀의 옆
빛은 잃었지만 여전히 잘생긴 눈은 그녀를 보자마자 색감을 조금 되찾은 듯 보였다.수척하면서도 준수한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눈동자는 그리움으로 가득했다.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눈앞에 오로지 그녀만 남은 느낌이었다.그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그녀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죽지 않은 거야?’‘살아 있었던 거야?’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서유를 향해 걸어갔다.서유는 그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를 향해 걸어오던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눈동자를 가득 채웠던 그리움이 사라지고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다. 눈빛도 어느새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유도 그런 그의 눈빛을 읽어냈고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그는 역시 그녀의 죽음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살아 돌아온 그녀를 보고도 그저 잠깐 놀랐을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그녀는 입을 앙다문 채 망설임없이 몸을 돌려 수하물 컨베이어로 향했다.서유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이승하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더니 손에 쥔 약을 내려다보았다.졸피뎀을 그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유증이 심해지니 벌건 대낮에도 환각이 보이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환각으로 본 서유는 다른 때와 조금 달랐다.허리춤까지 길렀던 머리를 단발로 잘랐고 옷도 옅은 컬러에서 환한 레드로 바뀌었다.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 힘들어하는데 먼저 정신을 차린 소수빈이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조금 전에 서유 씨 본 거 같은데요?”이 말에 이승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크고 웅장한 몸집이 그렇게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현우가 수하물 컨베이어에서 짐을 내리는데 마침 서유가 그쪽으로 걸어갔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거기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잖아요?”퉁명스러운 말투는 마치 말을 듣지 않은 서유를 나무라는 것 같
서유는 지현우에게 굽신거리는 기사를 보고 살짝 어리둥절했다.그렇게 아무것도 모른채 차에 오른 서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지현우를 쳐다봤다.“현우 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Y국에서 1년을 같이 지냈지만 지현우가 일자리를 찾거나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귀국하자마자 대표님이라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지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약간은 오만한 말투로 물었다.“건축 설계사에요.”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설명을 덧붙였다.“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건축 설계사 중에 대표님은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서유는 기사의 말을 이용해 되물었다.“그럼 1위는 누구예요?”기사가 갑자기 입을 꾹 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현우도 그저 고개를 돌려 창밖만 뚫어져라 쳐다봤다.마치 무슨 민감한 화제라도 꺼낸 듯 차 안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설마 세계 1위라는 사람이 현우 씨 누나되는 분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한 별장 앞에 멈췄다. 기사는 차를 차고에 대고 캐리어를 꺼냈다.기사는 캐리어를 앞으로 끌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대표님, 초희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지현우는 이 별장의 지리를 잘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기사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그는 심드렁하게 뒤를 따랐다.서유도 천천히 별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별장 환경을 보니 Y국에서 지내던 별장과 구두가 비슷했다.아마 지현우가 외국에 있을 때 미리 기사에게 연락해 김초희가 좋아하던 스타일로 매입한 별장인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는 구도니, 스타일이니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빨리 정가혜와 송사월을 만나고 싶었다.그녀는 지현우가 보는 앞에서 2층의 안방을 제외한 다른 방 하나를 선택하고는 다급하게 물었다.“이제 가봐도 되죠?”지현우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어 서서는 느긋하게 물었다.“운전할 줄은 알아요?”서유는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알아요!”지현우는 몸을 돌려 서재로 향하더니 차키 하나를 가져와
서유가 아직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강이설이 3살 좌우의 어린아이를 안고 서유 앞에 나타났다.서유는 잠깐 멈칫했지만 강이설이 잠시 정가혜와 강은우의 집에 얹혀사는 줄로만 생각하고 더 캐묻지 않았다.“저는 당신 올케 되는 사람의 친구입니다. 가혜 지금 집에 있나요?”강이설은 처음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다가 서유가 입을 열어서야 누군지 생각났다.“당신, 당신...”강이설은 얼굴이 핼쑥해지더니 아이를 안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귀신이야!”서유는 이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고 앞으로 나서며 자신은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강이설은 그녀의 행동에 놀라 얼른 안으로 달려갔다.“여보, 그 빌어먹을 년의 친구가 귀신이 되어 우리를 찾아왔어요!”서유는 이를 듣더니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지금 누구를 여보라고 부르는 거지? 빌어먹을 년은 또 누구고?’서유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해하는데 강은우가 주방에서 걸어 나오더니 위아래를 레드로 맞춰 입은 서유를 보고 놀라서 혼비백산했다.“당신...”강은우는 뭔가 크게 켕기는 게 있는 듯 강이설보다 더 크게 놀라며 말도 제대로 못 했다.서유는 강은우와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없는지라 바로 강은우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가혜 지금 어디 있어요?”강은우는 바짝 다가온 서유의 몸에서 풍기는 옅은 향기를 맡고 나서야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귀신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서유는 3년 전에 이미 죽었는데 왜 갑자기 멀쩡하게 여기에 나타난 건지 의문이었다.강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는 서유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보니 서유가 한 말을 아예 듣지 못했다.서유는 짜증을 내며 다시 물었다.“가혜, 어디 있냐고요?”강은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아마도... 클럽에 나갔을 거예요...”정가혜가 클럽을 나간다 해도 거의 밤에 나갔지 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