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잃었지만 여전히 잘생긴 눈은 그녀를 보자마자 색감을 조금 되찾은 듯 보였다.수척하면서도 준수한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눈동자는 그리움으로 가득했다.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눈앞에 오로지 그녀만 남은 느낌이었다.그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그녀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죽지 않은 거야?’‘살아 있었던 거야?’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서유를 향해 걸어갔다.서유는 그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를 향해 걸어오던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눈동자를 가득 채웠던 그리움이 사라지고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다. 눈빛도 어느새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유도 그런 그의 눈빛을 읽어냈고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그는 역시 그녀의 죽음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살아 돌아온 그녀를 보고도 그저 잠깐 놀랐을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그녀는 입을 앙다문 채 망설임없이 몸을 돌려 수하물 컨베이어로 향했다.서유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이승하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더니 손에 쥔 약을 내려다보았다.졸피뎀을 그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유증이 심해지니 벌건 대낮에도 환각이 보이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환각으로 본 서유는 다른 때와 조금 달랐다.허리춤까지 길렀던 머리를 단발로 잘랐고 옷도 옅은 컬러에서 환한 레드로 바뀌었다.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 힘들어하는데 먼저 정신을 차린 소수빈이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조금 전에 서유 씨 본 거 같은데요?”이 말에 이승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크고 웅장한 몸집이 그렇게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현우가 수하물 컨베이어에서 짐을 내리는데 마침 서유가 그쪽으로 걸어갔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거기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잖아요?”퉁명스러운 말투는 마치 말을 듣지 않은 서유를 나무라는 것 같
서유는 지현우에게 굽신거리는 기사를 보고 살짝 어리둥절했다.그렇게 아무것도 모른채 차에 오른 서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지현우를 쳐다봤다.“현우 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Y국에서 1년을 같이 지냈지만 지현우가 일자리를 찾거나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귀국하자마자 대표님이라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지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약간은 오만한 말투로 물었다.“건축 설계사에요.”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설명을 덧붙였다.“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건축 설계사 중에 대표님은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서유는 기사의 말을 이용해 되물었다.“그럼 1위는 누구예요?”기사가 갑자기 입을 꾹 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현우도 그저 고개를 돌려 창밖만 뚫어져라 쳐다봤다.마치 무슨 민감한 화제라도 꺼낸 듯 차 안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설마 세계 1위라는 사람이 현우 씨 누나되는 분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한 별장 앞에 멈췄다. 기사는 차를 차고에 대고 캐리어를 꺼냈다.기사는 캐리어를 앞으로 끌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대표님, 초희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지현우는 이 별장의 지리를 잘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기사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그는 심드렁하게 뒤를 따랐다.서유도 천천히 별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별장 환경을 보니 Y국에서 지내던 별장과 구두가 비슷했다.아마 지현우가 외국에 있을 때 미리 기사에게 연락해 김초희가 좋아하던 스타일로 매입한 별장인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는 구도니, 스타일이니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빨리 정가혜와 송사월을 만나고 싶었다.그녀는 지현우가 보는 앞에서 2층의 안방을 제외한 다른 방 하나를 선택하고는 다급하게 물었다.“이제 가봐도 되죠?”지현우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어 서서는 느긋하게 물었다.“운전할 줄은 알아요?”서유는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알아요!”지현우는 몸을 돌려 서재로 향하더니 차키 하나를 가져와
서유가 아직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강이설이 3살 좌우의 어린아이를 안고 서유 앞에 나타났다.서유는 잠깐 멈칫했지만 강이설이 잠시 정가혜와 강은우의 집에 얹혀사는 줄로만 생각하고 더 캐묻지 않았다.“저는 당신 올케 되는 사람의 친구입니다. 가혜 지금 집에 있나요?”강이설은 처음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다가 서유가 입을 열어서야 누군지 생각났다.“당신, 당신...”강이설은 얼굴이 핼쑥해지더니 아이를 안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귀신이야!”서유는 이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고 앞으로 나서며 자신은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강이설은 그녀의 행동에 놀라 얼른 안으로 달려갔다.“여보, 그 빌어먹을 년의 친구가 귀신이 되어 우리를 찾아왔어요!”서유는 이를 듣더니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지금 누구를 여보라고 부르는 거지? 빌어먹을 년은 또 누구고?’서유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해하는데 강은우가 주방에서 걸어 나오더니 위아래를 레드로 맞춰 입은 서유를 보고 놀라서 혼비백산했다.“당신...”강은우는 뭔가 크게 켕기는 게 있는 듯 강이설보다 더 크게 놀라며 말도 제대로 못 했다.서유는 강은우와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없는지라 바로 강은우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가혜 지금 어디 있어요?”강은우는 바짝 다가온 서유의 몸에서 풍기는 옅은 향기를 맡고 나서야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귀신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서유는 3년 전에 이미 죽었는데 왜 갑자기 멀쩡하게 여기에 나타난 건지 의문이었다.강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는 서유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보니 서유가 한 말을 아예 듣지 못했다.서유는 짜증을 내며 다시 물었다.“가혜, 어디 있냐고요?”강은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아마도... 클럽에 나갔을 거예요...”정가혜가 클럽을 나간다 해도 거의 밤에 나갔지 낮에
그렇게 저녁 9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데스크 직원이 오늘은 정가혜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서유는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클럽을 나섰다.주차장으로 걸어가 차를 픽업하려는데 크고 건장한 체구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고개를 든 서유는 빨갛게 충혈된 예쁜 눈과 시선이 맞닿았다. 순간 심장이 덜컹했고 자기도 모르게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허리를 휘감으며 두 사람의 거리를 확 좁혔다.다른 손은 그녀의 등에서 머리로 더듬더듬 올라갔고 그렇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온 힘을 다해 서유를 으스러질 듯이 꼭 끌어안은 남자는 조각 같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갖다 댔다.그녀의 체온과 익숙한 향기를 느끼고 나서야 이승하는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자각했다.텅 빈 가슴을 안고 3년을 살아왔는데 그녀를 꼭 껴안은 순간 잠깐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그렇게 오래 그리워한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니, 이승하는 서유를 되돌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를 몸속에 스며들게 해 그녀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서유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이승하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찬 바람이 쌩쌩 불더니 지금 이렇게 갑자기 끌어안는 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단 한 번도 공공장소에서 그녀를 이렇게 안은 적이 없었다. 서유는 3년 동안 이승하의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했다.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버둥거리며 이승하를 밀어냈지만 이승하는 한 손으로 서유의 팔목을 꾹 누르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차 문에 밀착시켰다.“당신...”서유가 욕설을 퍼붓기도 전에 그는 허리를 굽히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입
“서유는 누구예요? 저는 김 씨에요. 서 씨가 아니라. 설마 죄를 짓고 사람을 잘못 알아봐서 그랬다는 둥 그런 핑계 대려는 거 아니죠?”서유는 이승하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손에는 핸드폰을 꼭 쥔 채 앞으로 팔짱을 끼고는 턱을 살짝 들고 이승하를 노려보고 있었다.표정이 오만했고 말투도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온순하고 얌전했던 서유와는 완전 딴판이었다.하지만 뼈에 새길만큼 익숙한 얼굴은 여전했다. 그저 화장을 조금 짙게 했을 뿐이었다.이승하의 잘생긴 얼굴은 불신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분명 그가 찾던 서유가 맞았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뒤로 목을 빼더니 그의 터치를 피했다.“저기요. 자꾸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사람 부를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혹시 아직도 내 탓 하는 거야?”이승하의 말투에서 난감함과 셀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서유는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이승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서유는 격렬한 키스로 약간 부어오른 입술을 만지작거리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이승하를 노려봤다.“됐어요. 그냥 미친개한테 물린 거라고 생각하죠 뭐.”그녀는 이렇게 말하더니 얼른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 문을 열자마자 뒤에서 크고 예쁜 손이 나타나 차 문을 세게 다시 닫았다.서유에게 반항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미친 사람 아니야! 얼른 내려줘요! 사람 살려!”서유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힘껏 발버둥 쳤지만 이승하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컸다.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니 서유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서유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먹히지 않자 그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그녀를 안고 타고 온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는 한 손으로 조수석의 문을 열더니 서유
예전에는 거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렇게 구걸하다시피 말한 적은 종래로 없었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수척해진 듯했다. 잠을 잘 잘 자지 못하는지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올라와 있었다.생김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매우 피곤해 보였고 핼쑥했다. 마치 3년간 잘 지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이제 이런 건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지금 이승하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고 그저 그를 최대한 밀어내 멀어지고 싶었다.서유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기요, 주민등록증 차에 놓고 왔는데 가져다가 보여드릴까요?”서유는 태연하고 침착했지만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이에 이승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서유야...”서유가 차가운 목소리로 단칼에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진짜 사람 잘못 보셨어요.”이승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너의 생김새와 숨결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서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승하가 고집스러운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더는 이렇게 그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지현우가 귀찮게 할 게 뻔했다.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승하에게 말했다.“좋을 대로 생각해요. 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봐야 해요.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서요.”‘남... 편?’이승하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남편’이라는 단어가 나온 게 믿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서유는 부연 설명하지 않고 차량 잠금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저기요, 아까 일어난 일은 그쪽이 사람을 잘못 봤으니 그냥 넘어갈게요. 그러니 이제 문 열고 보내줘요.”이승하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너... 남편이 있어?”서유는 전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승하에게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약지에 낀 반짝이는 다이아 반지를 본 순간
이승하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서유의 눈을 가리며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억지로 키스를 이어갔다.지현우는 이런 어이없는 광경에 눈을 부라리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앞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는 허리를 숙이고는 차 문을 두드렸다.“초희 씨, 내려요.”서유는 지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더니 그녀를 꽉 누른 채 키스해 대는 이승하를 밀쳐냈다.그녀는 숨이 가빠왔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이승하에게 말했다.“문 열어요. 남편이에요.”이승하는 표정이 굳더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들어 밖에 서 있는 남자를 스캔했다.깔끔한 회색 슈트를 입은 지현우는 매우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고 차갑고 도도하지만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게 딱 봐도 보통이 아니었다.이승하는 지현우의 생김새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지현우가 서유를 김초희라고 불렀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섰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안전벨트를 당겨 서유에게 매주고는 자세를 고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서유를 태운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지현우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부가티를 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래서 귀국하기 싫었던 건데 역시나 오자마자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다.그는 다시 자기 차로 돌아와 올라타더니 빠른 속도로 뒤를 따랐다.이승하는 180까지 속도를 올리고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다.지현우도 또라이라 상대가 얼만큼 올리면 그도 얼만큼 내달렸다.서유는 안전벨트를 꼭 붙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운전하는 이승하를 힐끔 쳐다보다가 다시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지현우를 돌아봤다.그녀는 둘이 이렇게 쫓고 쫓기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워 입을 열었다.“내 남편한테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당신 고소할 거예요.”그녀는 여전히 자기가 서유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을 남편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에 이승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차를 세울 생각이 없었고 바로 JS그룹 소유의 별장으로 향했다.차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바람에 서유는 멀미가 났고
그 방망이는 마치 서유의 몸에 내리치는 것처럼 서유를 두렵게 했고 이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다가 돌부리를 잘못 밟고 몸이 휘청거렸다.그렇게 넘어지려는데 뒤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정확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승하가 서늘한 눈빛으로 지현우를 노려보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본 서유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승하의 신분은 지현우라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 그녀는 얼른 이승하를 뿌리치고 용기 내어 지현우의 손을 잡았다.“여보... 그만하고 이제 가요.”‘여보?’지현우는 방망이질을 멈추더니 불만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마치 왜 함부로 그렇게 부르냐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는 지금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지현우의 팔을 끌어안으며 까치발을 하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협조 좀 해줘요.”그러나 지현우는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자초한 일이니 직접 해결해요.”서유는 낮은 목소리로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만약 저 사람이 나를 데려간다면 우리 언니 심장도 같이 가져가는 거예요.”“...”지현우는 할말을 잃었다.그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내려놓고 협조했다.“가요.”서유는 수그러든 그의 태도에 그의 팔을 단단히 부여잡고 몸을 돌렸다.“거기 서!”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지현우는 걸음을 멈췄다.서유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요.”하지만 지현우는 오히려 몸을 돌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돌리며 턱을 살짝 든 채 이승하를 쳐다봤다.“제 아내를 괴롭힌 것도 뭐라 안 했는데 오히려 다시 시비를 거네요?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이승하는 지현우를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는 뚜벅뚜벅 서유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나랑 가자.”서유가 거절하기도 전에 지현우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감싸더니 품에 꼭 끌어안으며 이승하를 도발했다.“왜 그래야 되는데요?”이승하는 서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