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망이는 마치 서유의 몸에 내리치는 것처럼 서유를 두렵게 했고 이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다가 돌부리를 잘못 밟고 몸이 휘청거렸다.그렇게 넘어지려는데 뒤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정확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승하가 서늘한 눈빛으로 지현우를 노려보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본 서유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승하의 신분은 지현우라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 그녀는 얼른 이승하를 뿌리치고 용기 내어 지현우의 손을 잡았다.“여보... 그만하고 이제 가요.”‘여보?’지현우는 방망이질을 멈추더니 불만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마치 왜 함부로 그렇게 부르냐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는 지금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지현우의 팔을 끌어안으며 까치발을 하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협조 좀 해줘요.”그러나 지현우는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자초한 일이니 직접 해결해요.”서유는 낮은 목소리로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만약 저 사람이 나를 데려간다면 우리 언니 심장도 같이 가져가는 거예요.”“...”지현우는 할말을 잃었다.그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내려놓고 협조했다.“가요.”서유는 수그러든 그의 태도에 그의 팔을 단단히 부여잡고 몸을 돌렸다.“거기 서!”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지현우는 걸음을 멈췄다.서유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요.”하지만 지현우는 오히려 몸을 돌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돌리며 턱을 살짝 든 채 이승하를 쳐다봤다.“제 아내를 괴롭힌 것도 뭐라 안 했는데 오히려 다시 시비를 거네요?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이승하는 지현우를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는 뚜벅뚜벅 서유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나랑 가자.”서유가 거절하기도 전에 지현우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감싸더니 품에 꼭 끌어안으며 이승하를 도발했다.“왜 그래야 되는데요?”이승하는 서유를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커다란 몸집 하나가 길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까만 세단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그 차는 꼬박 3년을 그리워한 여자를 싣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쫓아가려는 충동을 애써 참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주서희는 소준섭의 품속에서 핸드폰 진동을 들었다. 핸드폰은 소준섭 쪽 머릿장에 놓여 있었다.그녀가 몸을 일으켜 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소준섭은 그런 그녀가 내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서희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그러더니 주서희를 등지고 누웠다. 진동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게 많이 언짢아 보였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다.주서희는 그런 소준섭의 뒷모습을 보며 잠자리를 가진 뒤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써 만들어낸 만족스러운 표정을 싹 거두고 싸늘해졌다.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대표님...”이승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희야, 심부전 말기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어?”주서희가 잠시 멈칫했다.심부전 말기, 이 다섯 글자는 이승하에게 금기어였다. 3년 동안 그 누구도 이 단어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지금 와서 심부전 말기를 갑자기 꺼냈다는 건 아직도 서유의 죽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주서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심장병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이승하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주서희가 덧붙였다.“대표님, 조지라는 분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심장병 전문가입니다. 대표님께서도 알고 계실 거예요.”이승하의 눈동자에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얼른 전화를 끊더니 조지에게 연락했다.Y국.바닷가에서 산책하던 조지는 이승하가 걸어온 전화를 보고는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받을 때까지 걸어오는 이승하를 못 이겨 끝내는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이승하는 간단하게 인사하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까만 세단 내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서유는 몰래 지현우를 힐끔 쳐다봤다.그는 한 손으로 차를 운전하며 기다란 손가락으로 가끔 핸들을 톡톡 건드렸다.잘생긴 얼굴에는 특별한 표정이 없었고 조금 전 그 남자가 누구인지도 묻지 않았다.그는 마치 그녀에게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냥 그녀의 몸속에서 뛰고 있는 이 심장이 그의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서유가 그의 속내를 이렇게 추측하고 있는데 지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금 본 그 남자가 이승하예요?”서유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남자가 왜 그렇게 많아요?”“...”서유는 말문이 막혔다.남자가 많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서유는 살짝 짜증을 내며 되물었다.“내 과거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지현우는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싸늘하게 대답했다.“전혀요...”관심이 없다면서 묻긴 왜 묻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서유는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차는 이내 별장에 도착했고 서유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방으로 향했다.문이 닫히기 전 지현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문 잠그지 마요.”서유는 밤에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라고 너무 무섭다고 얘기하려는데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탈칵 문을 잠갔다.“...”서유는 다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정가혜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3년간 서유가 죽고 믿었던 강은우에게 배신당하며 정가혜가 얼마나 마음고생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얼마나 고생해야 클럽 사장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밤새워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이 되어서야 서유는 조금 졸려와 잠깐 잠에 들었다. 다시 깨었을 땐 이미 점심이었다.그녀가 비몽사몽해서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메이드 차림의 도우미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사모님, 깨셨나요?”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거북해 서유는 미
불빛이 너무 어두운 데다가 여러 번 바뀌기까지 하니 서유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단발에 빨간 옷을 입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어도 정가혜는 가슴에 새긴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정가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그 사람, 그 사람이 지금 저기에 서 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끼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가혜야!”서유가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불렀다.정가혜는 그제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를 향해 걸어오더니 물었다.“서유야, 정말 너야...?”서유가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언니...”정가혜는 서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떨리는 손을 들어 서유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서유는 정가혜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는 울먹이며 말했다.“언니, 나 다시 돌아왔어...”정가혜는 서유의 체온이 느껴졌다. 이토록 따듯하고 진짜 같을 수는 없었다. 정가혜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서유야...”정가혜는 두 손을 내밀어 서유를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우리 서유 맞지? 안 죽고 살아있는 거 맞지?”서유도 똑같이 그녀를 감싸안으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서유 맞아. 나 안 죽고 아직 살아있어.”정가혜는 그렇게 서유를 한고 한참을 울다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더니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과 몸을 더듬거렸다.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가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를 바라봤다.“어떻게...”그녀는 분명히 서유가 숨을 거두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고 송사월이 직접 화장장으로 데려가 화장했다. 하지만 3년 뒤인 지금 서유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온 것일까.서유는 어떻게 살아남게 됐는지 모든 경과를 정가혜에게 다 알려주었다.“미안해. 혼수상태로 2년을 있다가 깨어나서는 바로 1년간 재활했거든. 그래서 바로 찾으러 올 수가 없었어.”정가혜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널
정가혜는 서유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녀는 서유의 체온이 점차 식어가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서유야, 나도 믿기지 않지만...”정가혜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3년 전, 정가혜는 송사월이 결국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몰래 그의 뒤를 따라 묘지로 향했다.묘지에 도착했지만 송사월은 보이지 않고 묘비에 튄 핏자국만 보였다.정가혜는 마음이 불안해져 송사월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이튿날 바로 기사가 났다. 화진 그룹의 김시후가 묘지에서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그제야 정가혜는 송사월이 정말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되었다.정가혜는 서유를 꼭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미안해, 서유야. 내가 사월이를 잘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아니야...”서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듯 아팠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많은 사람이 서유에게 송사월은 죽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그녀도 정가혜에게서 직접 듣고 싶어서 서둘러 귀국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정가혜마저 그녀에게 송사월이 죽었다고 말해주고 있다.믿을 수밖에 없었다. 서유는 송사월에게 빚을 진 건 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송사월이 차 사고를 당한 것도 서유와 다투고 서유를 구하려다 대신 차에 뛰어든 것이었다.서유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제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몸을 파는 방법으로 수술비를 마련했다.송사월은 그녀를 원망하고 욕했지만 그녀는 그런 송사월을 이해할 수가 없어 화를 내며 병원을 나섰고 그렇게 화진 그룹 사람들이 송사월을 데려가게 되었다.하지만 송사월은 그녀를 위해 차에서 뛰어내리면서도 화진 그룹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고 그 충격으로 기억을 잃게 된 것이다.그러다 뒤에 서유는 송사월을 찾아갔다가 김준혁의 손에 호되게 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송사월이 그런 줄로만 알고 송사월에게 완전히 실망했다.그 순간부터 송사월과 서유는 철
서유는 눈물이 마르고 몸이 나른해질 때까지 울었다.정가혜는 그녀를 부축하여 방에 가서 쉬게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소리 없이 거절했다.벽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앉아 두 팔을 두르고 머리를 팔꿈치에 파묻었다.잔뜩 움츠린 몸은 세상에 버림받아 홀로 남은 듯 외로워 보였다.정가혜는 그녀의 모습에 차마 방해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을 물린 후, 몸을 웅크리고 앉아 곁을 지켰다.3년 전, 두 절친이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가혜도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지금의 그녀는 남편에게 배신당해 세상이 무너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그녀는 복수를 해야만 했다. 강은우, 박하선, 연지유 그리고 이승하에게 복수하기 전에는 절대 죽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런 신념으로 버텨왔지만 살아서 서유를 만날 줄은 몰랐다.서유를 만났으니 절대 서유가 바보 같은 짓을 하게 놔둘 수 없었다.지난번에는 그녀의 부주의로 송사월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 서유를 지켜야 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서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러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따듯함을 전해주려 했다.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오기 전까지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정가혜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시종일관 서유에게 향한 것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그에게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남자는 서유에게 다가와 긴 손가락으로 서유의 머리를 밀었다.“열 시예요. 이제 집에 가야죠.”서유는 지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지만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지현우는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자 눈살을 찌푸리고 허리를 약간 숙인 다음 인내심 있게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초희 씨, 나랑 집에 가요.”서유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들어 지현우를 보았다.“오늘은 돌아가기 싫어요...”서유는 여기에 남고 싶었다. 정가혜와 함께 조용히 자신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지현우는 그녀의 말에 표정이 바로 어두워지더니 말했다.“다시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의 눈 부신 햇살이 마루 너머로 천천히 쏟아져 들어왔다.서유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따뜻했지만 또 낯설었다.자신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정가혜가 따듯한 물을 들고 들어왔다.“서유야, 깼어?”서유는 정가혜를 보고는 이곳이 그녀의 새집이라고 추측했다.그녀는 나른한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어.”정가혜는 물을 옆에 두고 서유를 부축해 침대 머리맡에 기대게 하면서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기절한 거래...”서유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마워, 가혜야.”정가혜는 손을 들어 그녀 이마의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바보야, 왜 그런 말을 해. 언니로서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아. 널 돌보는 건 어릴 때부터 내 의무였어...”오랜만에 듣는 따듯한 말에 서유는 차가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고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정가혜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손바닥만 한 서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서유야, 그만 울어. 그럼 나도 마음이 아프잖아.”서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울음을 그쳤다.정가혜는 그녀가 여전히 전처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서유가 살아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내 인생에 드디어 빛이 생겼어.’정가혜는 물컵을 들고 서유의 입에 건넸다.“물부터 마셔.”서유는 입을 벌리고 조금씩 마셨다. 메마른 목이 점차 촉촉해졌다.“가혜야, 나 사월이 묘지에 데려다 줄래?”정가혜는 물컵을 내려놓고 서유를 바라보았다.“묘지는 없어. 김씨 가문 사람들 말로는 유골을 바다에 뿌렸다고 했어.”서유는 송사월의 비보를 듣고 곧장 부산으로 향했지만 시신을 볼 겨를도 없이 김씨 가문 사람들은 장례식을 치렀다.정가혜의 말을 듣고 나서 서유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묘지도 없으니 마치 이 세상에 송사월이
열여덟 살 되던 해, 서유는 송사월의 팔을 껴안고 물었다.“사월아, 대체 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책을 읽던 송사월은 펜으로 그녀의 코를 찌르며 말했다.“내가 너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불만스레 말했다.“그럼 언제 능력이 있는 건데?”송사월은 손에 든 책을 집어 들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열심히 공부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되면 너랑 결혼할 수 있어.”서유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때가 되면 나 잊는 건 아니겠지?”그때의 말이 씨가 될 줄이야. 송사월은 결국 능력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녀를 잊어버렸다.다시 생각났을 때, 그녀는 곧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하지만 송사월 그 바보는 그녀가 죽더라도 자신의 아내로 맞이했다.서유는 혼인신고서를 가슴에 안은 채 저도 모르게 한바탕 울었다.송사월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 서유와 결혼했지만, 서유는 돌아오기 위해 지현우와 결혼했다...두 사람의 엇갈린 인연에 서유는 죄책감이 한없이 밀려왔다.정가혜는 그녀의 팔을 잡고 빨간 눈으로 곁을 지켰다.석양이 질 무렵, 서유는 그제야 마음을 다잡고 가혜에게 물었다.“이 혼인신고서 내가 가져도 돼?”정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지. 이거 원래 네 거야.”이것은 송사월이 서유에게 남겨 준 혼인신고서였다.송사월의 혼인신고서는 이미 찢겨 있었다.정가혜가 급히 묘지에 달려갔을 때 찢어진 혼인신고서를 발견했다.그녀는 송사월이 왜 혼인신고서를 찢고 자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송사월이 아마 이런 방식으로 서유에게 그들이 결혼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 같았다.서유는 혼인신고서를 움켜쥐고 죄책감과 비참함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억누른 후 천천히 정가혜를 바라보았다.“가혜야, 네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때 다시 사월이 찾으러 갈 거야.”송사월은 자신의 짧은 인생으로 서유에게 무한한 따듯함을 주었으니 서유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