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40화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의 눈 부신 햇살이 마루 너머로 천천히 쏟아져 들어왔다.

서유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따뜻했지만 또 낯설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정가혜가 따듯한 물을 들고 들어왔다.

“서유야, 깼어?”

서유는 정가혜를 보고는 이곳이 그녀의 새집이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나른한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어.”

정가혜는 물을 옆에 두고 서유를 부축해 침대 머리맡에 기대게 하면서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기절한 거래...”

서유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 가혜야.”

정가혜는 손을 들어 그녀 이마의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바보야, 왜 그런 말을 해. 언니로서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아. 널 돌보는 건 어릴 때부터 내 의무였어...”

오랜만에 듣는 따듯한 말에 서유는 차가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고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정가혜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손바닥만 한 서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서유야, 그만 울어. 그럼 나도 마음이 아프잖아.”

서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울음을 그쳤다.

정가혜는 그녀가 여전히 전처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서유가 살아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내 인생에 드디어 빛이 생겼어.’

정가혜는 물컵을 들고 서유의 입에 건넸다.

“물부터 마셔.”

서유는 입을 벌리고 조금씩 마셨다. 메마른 목이 점차 촉촉해졌다.

“가혜야, 나 사월이 묘지에 데려다 줄래?”

정가혜는 물컵을 내려놓고 서유를 바라보았다.

“묘지는 없어. 김씨 가문 사람들 말로는 유골을 바다에 뿌렸다고 했어.”

서유는 송사월의 비보를 듣고 곧장 부산으로 향했지만 시신을 볼 겨를도 없이 김씨 가문 사람들은 장례식을 치렀다.

정가혜의 말을 듣고 나서 서유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묘지도 없으니 마치 이 세상에 송사월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