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저녁 9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데스크 직원이 오늘은 정가혜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서유는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클럽을 나섰다.주차장으로 걸어가 차를 픽업하려는데 크고 건장한 체구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고개를 든 서유는 빨갛게 충혈된 예쁜 눈과 시선이 맞닿았다. 순간 심장이 덜컹했고 자기도 모르게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허리를 휘감으며 두 사람의 거리를 확 좁혔다.다른 손은 그녀의 등에서 머리로 더듬더듬 올라갔고 그렇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온 힘을 다해 서유를 으스러질 듯이 꼭 끌어안은 남자는 조각 같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갖다 댔다.그녀의 체온과 익숙한 향기를 느끼고 나서야 이승하는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자각했다.텅 빈 가슴을 안고 3년을 살아왔는데 그녀를 꼭 껴안은 순간 잠깐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그렇게 오래 그리워한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니, 이승하는 서유를 되돌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를 몸속에 스며들게 해 그녀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서유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이승하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찬 바람이 쌩쌩 불더니 지금 이렇게 갑자기 끌어안는 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단 한 번도 공공장소에서 그녀를 이렇게 안은 적이 없었다. 서유는 3년 동안 이승하의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했다.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버둥거리며 이승하를 밀어냈지만 이승하는 한 손으로 서유의 팔목을 꾹 누르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차 문에 밀착시켰다.“당신...”서유가 욕설을 퍼붓기도 전에 그는 허리를 굽히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입
“서유는 누구예요? 저는 김 씨에요. 서 씨가 아니라. 설마 죄를 짓고 사람을 잘못 알아봐서 그랬다는 둥 그런 핑계 대려는 거 아니죠?”서유는 이승하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손에는 핸드폰을 꼭 쥔 채 앞으로 팔짱을 끼고는 턱을 살짝 들고 이승하를 노려보고 있었다.표정이 오만했고 말투도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온순하고 얌전했던 서유와는 완전 딴판이었다.하지만 뼈에 새길만큼 익숙한 얼굴은 여전했다. 그저 화장을 조금 짙게 했을 뿐이었다.이승하의 잘생긴 얼굴은 불신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분명 그가 찾던 서유가 맞았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뒤로 목을 빼더니 그의 터치를 피했다.“저기요. 자꾸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사람 부를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혹시 아직도 내 탓 하는 거야?”이승하의 말투에서 난감함과 셀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서유는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이승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서유는 격렬한 키스로 약간 부어오른 입술을 만지작거리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이승하를 노려봤다.“됐어요. 그냥 미친개한테 물린 거라고 생각하죠 뭐.”그녀는 이렇게 말하더니 얼른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 문을 열자마자 뒤에서 크고 예쁜 손이 나타나 차 문을 세게 다시 닫았다.서유에게 반항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미친 사람 아니야! 얼른 내려줘요! 사람 살려!”서유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힘껏 발버둥 쳤지만 이승하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컸다.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니 서유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서유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먹히지 않자 그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그녀를 안고 타고 온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는 한 손으로 조수석의 문을 열더니 서유
예전에는 거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렇게 구걸하다시피 말한 적은 종래로 없었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수척해진 듯했다. 잠을 잘 잘 자지 못하는지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올라와 있었다.생김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매우 피곤해 보였고 핼쑥했다. 마치 3년간 잘 지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이제 이런 건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지금 이승하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고 그저 그를 최대한 밀어내 멀어지고 싶었다.서유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기요, 주민등록증 차에 놓고 왔는데 가져다가 보여드릴까요?”서유는 태연하고 침착했지만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이에 이승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서유야...”서유가 차가운 목소리로 단칼에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진짜 사람 잘못 보셨어요.”이승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너의 생김새와 숨결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서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승하가 고집스러운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더는 이렇게 그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지현우가 귀찮게 할 게 뻔했다.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승하에게 말했다.“좋을 대로 생각해요. 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봐야 해요.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서요.”‘남... 편?’이승하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남편’이라는 단어가 나온 게 믿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서유는 부연 설명하지 않고 차량 잠금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저기요, 아까 일어난 일은 그쪽이 사람을 잘못 봤으니 그냥 넘어갈게요. 그러니 이제 문 열고 보내줘요.”이승하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너... 남편이 있어?”서유는 전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승하에게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약지에 낀 반짝이는 다이아 반지를 본 순간
이승하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서유의 눈을 가리며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억지로 키스를 이어갔다.지현우는 이런 어이없는 광경에 눈을 부라리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앞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는 허리를 숙이고는 차 문을 두드렸다.“초희 씨, 내려요.”서유는 지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더니 그녀를 꽉 누른 채 키스해 대는 이승하를 밀쳐냈다.그녀는 숨이 가빠왔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이승하에게 말했다.“문 열어요. 남편이에요.”이승하는 표정이 굳더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들어 밖에 서 있는 남자를 스캔했다.깔끔한 회색 슈트를 입은 지현우는 매우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고 차갑고 도도하지만 귀티가 좔좔 흐르는 게 딱 봐도 보통이 아니었다.이승하는 지현우의 생김새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지현우가 서유를 김초희라고 불렀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섰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안전벨트를 당겨 서유에게 매주고는 자세를 고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서유를 태운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지현우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부가티를 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래서 귀국하기 싫었던 건데 역시나 오자마자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다.그는 다시 자기 차로 돌아와 올라타더니 빠른 속도로 뒤를 따랐다.이승하는 180까지 속도를 올리고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다.지현우도 또라이라 상대가 얼만큼 올리면 그도 얼만큼 내달렸다.서유는 안전벨트를 꼭 붙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운전하는 이승하를 힐끔 쳐다보다가 다시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지현우를 돌아봤다.그녀는 둘이 이렇게 쫓고 쫓기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워 입을 열었다.“내 남편한테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당신 고소할 거예요.”그녀는 여전히 자기가 서유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을 남편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에 이승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차를 세울 생각이 없었고 바로 JS그룹 소유의 별장으로 향했다.차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바람에 서유는 멀미가 났고
그 방망이는 마치 서유의 몸에 내리치는 것처럼 서유를 두렵게 했고 이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다가 돌부리를 잘못 밟고 몸이 휘청거렸다.그렇게 넘어지려는데 뒤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정확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승하가 서늘한 눈빛으로 지현우를 노려보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본 서유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승하의 신분은 지현우라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 그녀는 얼른 이승하를 뿌리치고 용기 내어 지현우의 손을 잡았다.“여보... 그만하고 이제 가요.”‘여보?’지현우는 방망이질을 멈추더니 불만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마치 왜 함부로 그렇게 부르냐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는 지금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지현우의 팔을 끌어안으며 까치발을 하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협조 좀 해줘요.”그러나 지현우는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자초한 일이니 직접 해결해요.”서유는 낮은 목소리로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만약 저 사람이 나를 데려간다면 우리 언니 심장도 같이 가져가는 거예요.”“...”지현우는 할말을 잃었다.그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내려놓고 협조했다.“가요.”서유는 수그러든 그의 태도에 그의 팔을 단단히 부여잡고 몸을 돌렸다.“거기 서!”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지현우는 걸음을 멈췄다.서유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요.”하지만 지현우는 오히려 몸을 돌리더니 손에 든 방망이를 돌리며 턱을 살짝 든 채 이승하를 쳐다봤다.“제 아내를 괴롭힌 것도 뭐라 안 했는데 오히려 다시 시비를 거네요?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이승하는 지현우를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는 뚜벅뚜벅 서유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나랑 가자.”서유가 거절하기도 전에 지현우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감싸더니 품에 꼭 끌어안으며 이승하를 도발했다.“왜 그래야 되는데요?”이승하는 서유를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커다란 몸집 하나가 길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까만 세단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그 차는 꼬박 3년을 그리워한 여자를 싣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쫓아가려는 충동을 애써 참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주서희는 소준섭의 품속에서 핸드폰 진동을 들었다. 핸드폰은 소준섭 쪽 머릿장에 놓여 있었다.그녀가 몸을 일으켜 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소준섭은 그런 그녀가 내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서희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그러더니 주서희를 등지고 누웠다. 진동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게 많이 언짢아 보였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다.주서희는 그런 소준섭의 뒷모습을 보며 잠자리를 가진 뒤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써 만들어낸 만족스러운 표정을 싹 거두고 싸늘해졌다.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대표님...”이승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희야, 심부전 말기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어?”주서희가 잠시 멈칫했다.심부전 말기, 이 다섯 글자는 이승하에게 금기어였다. 3년 동안 그 누구도 이 단어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지금 와서 심부전 말기를 갑자기 꺼냈다는 건 아직도 서유의 죽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주서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심장병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이승하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주서희가 덧붙였다.“대표님, 조지라는 분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심장병 전문가입니다. 대표님께서도 알고 계실 거예요.”이승하의 눈동자에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얼른 전화를 끊더니 조지에게 연락했다.Y국.바닷가에서 산책하던 조지는 이승하가 걸어온 전화를 보고는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받을 때까지 걸어오는 이승하를 못 이겨 끝내는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이승하는 간단하게 인사하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까만 세단 내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서유는 몰래 지현우를 힐끔 쳐다봤다.그는 한 손으로 차를 운전하며 기다란 손가락으로 가끔 핸들을 톡톡 건드렸다.잘생긴 얼굴에는 특별한 표정이 없었고 조금 전 그 남자가 누구인지도 묻지 않았다.그는 마치 그녀에게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냥 그녀의 몸속에서 뛰고 있는 이 심장이 그의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서유가 그의 속내를 이렇게 추측하고 있는데 지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금 본 그 남자가 이승하예요?”서유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남자가 왜 그렇게 많아요?”“...”서유는 말문이 막혔다.남자가 많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서유는 살짝 짜증을 내며 되물었다.“내 과거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지현우는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싸늘하게 대답했다.“전혀요...”관심이 없다면서 묻긴 왜 묻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서유는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차는 이내 별장에 도착했고 서유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방으로 향했다.문이 닫히기 전 지현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문 잠그지 마요.”서유는 밤에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라고 너무 무섭다고 얘기하려는데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탈칵 문을 잠갔다.“...”서유는 다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정가혜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3년간 서유가 죽고 믿었던 강은우에게 배신당하며 정가혜가 얼마나 마음고생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얼마나 고생해야 클럽 사장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밤새워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이 되어서야 서유는 조금 졸려와 잠깐 잠에 들었다. 다시 깨었을 땐 이미 점심이었다.그녀가 비몽사몽해서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메이드 차림의 도우미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사모님, 깨셨나요?”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거북해 서유는 미
불빛이 너무 어두운 데다가 여러 번 바뀌기까지 하니 서유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단발에 빨간 옷을 입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어도 정가혜는 가슴에 새긴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정가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그 사람, 그 사람이 지금 저기에 서 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끼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가혜야!”서유가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불렀다.정가혜는 그제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를 향해 걸어오더니 물었다.“서유야, 정말 너야...?”서유가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언니...”정가혜는 서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떨리는 손을 들어 서유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서유는 정가혜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는 울먹이며 말했다.“언니, 나 다시 돌아왔어...”정가혜는 서유의 체온이 느껴졌다. 이토록 따듯하고 진짜 같을 수는 없었다. 정가혜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서유야...”정가혜는 두 손을 내밀어 서유를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우리 서유 맞지? 안 죽고 살아있는 거 맞지?”서유도 똑같이 그녀를 감싸안으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서유 맞아. 나 안 죽고 아직 살아있어.”정가혜는 그렇게 서유를 한고 한참을 울다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더니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과 몸을 더듬거렸다.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가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를 바라봤다.“어떻게...”그녀는 분명히 서유가 숨을 거두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고 송사월이 직접 화장장으로 데려가 화장했다. 하지만 3년 뒤인 지금 서유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온 것일까.서유는 어떻게 살아남게 됐는지 모든 경과를 정가혜에게 다 알려주었다.“미안해. 혼수상태로 2년을 있다가 깨어나서는 바로 1년간 재활했거든. 그래서 바로 찾으러 올 수가 없었어.”정가혜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