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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정가혜가 이렇게 소리 지르더니 얼굴을 감싸고 통곡했다.

그런 그녀를 보니 서유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유는 온 힘을 다해 정가혜의 옷깃을 잡았다.

하지만 정가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정가혜는 울면서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서유는 참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가혜는 단숨에 VIP 병동에서 달려 나왔다. 발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일반 병실에 멈춰 섰다.

강은우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냥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정가혜는 울며 병실로 걸어갔다. 하지만 강은우 남매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 있는 일인 병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몸을 돌려 한 걸음 한 걸음 옆에 있는 병실로 걸어갔다.

문은 잠겨 있었고 커튼도 닫혀 있었다. 하지만 살짝 열린 틈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천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두 사람의 형체였다.

정가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구역질이 나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고 강은우와 강이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집안은 별 볼 것 없지만 성실하고 듬직하다고 생각했고 강은우가 그녀를 배신할 일은 영원히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한낱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절대 자기를 배신할 리 없다고 생각한 남자가 ‘동생’과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우스웠다, 정말 너무 우스웠다.

정가혜가 믿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멘탈도 동시에 날아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병원 밖으로 달려갔다.

‘서유는 곧 죽는다고 그러고 강은우는 바람피우고, 그럼 나는, 나는 어떡하는 거지?’

정가혜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저 막무가내로 앞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어디로 달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와 부딪혀서야 그녀는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좀비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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