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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정가혜는 병실로 돌아왔지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문 앞에 서 있었다.

서유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서유가 곧 영원히 떠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가혜의 몸이 벽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지더니 두 팔로 다리를 부둥켜안은 채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세상에 버려진 사람처럼 가엽기 그지없었다.

주서희는 의사들을 거닐고 진찰을 돌다가 그런 정가혜를 발견하고는 의사들을 먼저 보내고 그쪽으로 걸어가 정가혜를 일으켜 세웠다.

“정가혜 씨, 괜찮아요?”

정가혜는 멍해서 고개만 저었다.

주서희는 퉁퉁 부어오른 그녀의 눈을 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가혜 씨, 인명은 재천이라고 가혜 씨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서유 씨 곁을 지키는 거예요. 그래야 후회가 안 돼요.”

이 말에 정가혜는 끝내 정신을 차렸다. 어두웠던 동공에 한 줄기 빛이 생겼다.

“서유... 얼마나 더 살 수 있어요?”

한참 침묵하던 정가혜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주서희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

“한주 정도 남았어요...”

정가혜는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주서희가 그녀를 잡으며 타일렀다.

“이럴 때일수록 가혜 씨가 잘 버텨줘야 해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가혜 씨가 무너지면 서유 씨는 어떡해요.”

정가혜는 반쯤 나간 정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내가 잘 버텨야 해요. 서유 걱정시켜서는 안 되지...”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서유의 침대맡으로 걸어가 서유의 볼을 쓰다듬었다. 주서희는 이 모습을 창문으로 지켜봤다.

따스한 햇살이 기구한 운명의 두 사람을 비춰주었다. 마치 온기로 그들을 녹여주려는 것 같았다.

주서희는 그제야 서유가 왜 아껴서 모은 돈을 정가혜에게 모두 남겨주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서로 생명을 의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주서희는 몇 년간 의지할 사람 없이 혼자 싸워온 자신을 떠올리며 살짝 서글퍼졌다.

그녀는 시선을 늘어트리며 몸을 돌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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