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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삐-

심전도 모니터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술대 위에 있던 사람은 이렇게 떠난 것이다.

울다 못 한 정가혜가 결국 기절했고, 주서희는 황급히 그녀를 끌고 가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김시후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자세를 유지한 채 꼼짝하지 않고 수술대 위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없이 몇 분 동안 쳐다보다가, 그는 나약해진 서유의 몸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옆방 응급 구조 실에 있던 주서희가 김시후를 가로막았다.

“김 대표님, 서유 씨 마지막 유언은 곧장 화장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알아...”

그는 창백한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옷 좀 갈아입혀 주고 싶어서.”

서유의 옷은 그의 손에 묻은 피로 더러워졌다. 평소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서유였기에 틀림없이 이런 옷을 입고 화장하러 가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은 주서희를 놀라게 했다. 김시후는 서유를 매우 사랑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이렇게 평온할 수 있는 걸까?

주서희는 멀어지는 김시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김 대표님은 적어도 서유 씨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주려 하는데, 이 대표님은 그림자조차 안 보인다니...’

그러다 마음속의 놀라움도 점차 옅어졌다.

‘남자는 항상 이렇게 매정하기 때문에 어떠한 희망도 품어서는 안 돼...’

김시후는 서유를 안고 병실로 돌아와 그녀의 몸을 깨끗이 닦고 멀끔한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다시 서유의 주민등록증을 집어 들고 경호원에게 사망 진단서를 떼도록 했다.

진단서를 손에 넣은 순간 역시 김시후는 매우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안아 병원 옆에 있는 화장터로 향했다.

곧이어 서유를 직접 화장터로 데려온 김시후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직원이 그를 막아 나섰다.

“선생님, 이 안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다음 소각 작업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결국 소각문 밖에서 멈춰 선 김시후는 서유가 몇몇 직원의 인도하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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