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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김시후는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묘지를 골랐다.

건너편에 있는 명승지는 그와 서유가 왔던 곳이다.

그때 서유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자주 놀러 오자고 했었다.

나중에 김시후는 그녀를 데리고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잊고 말았다.

김시후는 품에 안긴 유골함을 내려다보며 죄책감에 눈시울을 붉혔다.

“서유야, 미안해...”

유품을 들고 오던 정가혜는 마침 김시후의 사과를 들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유골함을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김시후를 바라보며 순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엇갈리게 된 것은 얼마나 큰 아쉬움이고 고통일까!

정가혜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을 애써 참고 트렁크를 그의 앞에 밀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월아, 이제 묻을까?”

이혜선은 이미 사람을 통해 매장하기 좋은 날을 골랐다. 더 이상 미루면 시간이 지체될 것이고 서유도 가는 길이 편안하지 못할 테니 서둘러 묻는 것이 좋았다.

김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정가혜가 들고 온 트렁크를 보았다.

“물건이 이것밖에 없어요?”

정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른 건 태우기 아까워서. 서유 물건을 남기고 싶어.”

김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유골함을 쳐다보더니 여전히 아쉬운 듯 무덤에 넣었다.

곧 직원들은 관을 박아 무덤을 만들고 묘비를 세우더니 고인의 옷감을 태우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시후가 대답하지 않자 경호원 몇 명이 다가가서 직원을 통해 묘지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담당자에게 풀과 나무가 훼손되지 않게 태울 것을 약속하고 또 묘지에 자금을 후원하기로 하자 담당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경호원들은 전화를 끊고 방화판을 바닥에 깔고 옷감을 태울 준비를 마치고는 김시후의 앞으로 걸어갔다.

“대표님, 이제 태우셔도 됩니다.”

김시후는 시종일관 묘비 위 서유의 영정사진을 주시하다가 경호원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가져와.”

경호원 중 한 명이 몸을 돌려 그늘에 놓인 대형 트렁크를 가져왔다.

정가혜는 트렁크 안에 온통 남자 옷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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