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8화

정가혜의 단호한 말에 이승하는 갑자기 무언가를 잃은 듯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는 눈을 붉히며 정가혜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서유는 죽지 않았어요. 이렇게 빨리 화장했을 리가 없어요...”

김시후가 얼마나 서유를 사랑하는데, 이렇게 빨리 화장할 수 있을까?

정가혜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가 매우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믿지 않는다니.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서유는 연지유의 목소리를 듣고 죽으면 바로 화장해 달라고 했어요.”

자신이 죽으면 바로 화장하라고 서유가 요구했다.

그녀는 이승하가 떠나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아서, 연지유에게 상처를 입어서, 이승하에게 자신의 시신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녀가 한을 품고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승하는 온몸의 피가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마치 혼이 나간 듯 버티지 못하고 벽을 따라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었고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조이는 것 같아 당장이라도 호흡이 멈출 것 같았다.

정가혜는 이승하가 땅에 주저앉아 넋을 잃은 모습이 우습게 여겨졌다.

“서유를 연지유의 대역으로 여겼을 뿐이면서 왜 이제 와서 애틋한 척해요? 그러고도 당신 첫사랑을 볼 면목이 있어요?”

이승하는 고개를 들어 물안개로 가득 찬 눈으로 정가혜를 보며 말했다.

“난 한 번도 서유를 누군가의 대역으로 생각한 적 없어요...”

정가혜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서유는 죽기 전까지 자기가 연지유 대역인 줄 알았어요.”

이승하의 심장이 또 조여오더니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아픔이 조금씩 퍼져나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그는 천천히 눈을 내리뜨고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깊고 진한 어둠이 그를 감싸 침묵에 빠뜨렸다.

한참 후 그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떨리는 목소리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