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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주서희는 죽기 직전의 하연을 보고 나서 몇 달간 악몽만 꾸었었다.

왜 어머니라는 사람이 자기 배로 낳은 아들에게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는지 주서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승하가 신경 쓰는 것이면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망가뜨리는 게 그의 어머니라는 작자였다.

주서희가 이승하의 연인인척할 때도 어느 날엔가 하연이라는 사람처럼 죽게 될까 봐 늘 두려웠었다.

하지만 주서희는 위험한 걸 알면서도 자처하고 나섰다. 주서희는 소준섭이 보낸 사람에게 강간당했을 때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이승하가 어떤 원수는 천천히 갚는 거라고, 그러다 보면 성공하는 날이 올 거라고 주서희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승하의 도움을 받아 주서희는 해외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승하에 의해 살게 된 두 번째 인생이었으니 주서희가 이승하에게 충성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이승하를 만나며 서유를 이승하의 가족들로부터 보호해 왔건만 그게 서유에게 해가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주서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속에 가득한 죄책감을 떨쳐 내보려 애썼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보며 외쳤다.

"대표님! 얼른요!"

최악의 결과라 해도 그저 죽는 것일 텐데 그런 건 이제 두렵지 않았다.

이승하는 주서희를 한번 보더니 그 차가운 시선을 다시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옮겼다.

"저 사람은 제가 아끼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걸론 저 협박 못 하십니다."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채찍을 돌리던 손을 멈추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불에 탄 얼굴이 따라서 움직이는 게 어딘가 소름이 돋으면서 꼭 지옥의 마녀가 하고 있을 모습 같았다.

"그래. 그냥 그 아이 방패막이였으니까 당연히 너를 협박하진 못하겠지."

여자는 휠체어에 기대앉으며 이 상황이 퍽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너 참 대단하더라. 나 몰래 여자도 만나고 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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