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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연지유는 그래도 박하선보다는 생각이 빨랐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면 이승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박화영이 서유가 죽고 난 뒤 이승하가 서유 무덤까지 찾아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하려 했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연지유도 마침 박하선과 같이 서유가 죽기 전 화장실에서 손을 댄 적이 있었다. 그때 이승하도 함께였었다.

그때 박하선이 서유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려고 하니 이승하가 나서서 말리기도 했었다.

박하선이 물러나지 않고 박화영에게 말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승하가 서유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박하선의 화가 누그러진 것이었는데 누가 그게 박씨 집안 사람들로부터 서유를 지키기 위한 연기일 줄 알았겠는가.

그런 천한 년이랑 5년을 붙어먹으면서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참 이승하다웠다.

지금은 서유가 죽었다고 거리낄 게 없는지 대놓고 저를 괴롭히고 있었다.

연지유의 머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 다시 들리자 연지유는 얼굴에 잔뜩 묻은 배설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욕부터 해댔다.

"이승하, 네가 나랑 결혼한다고 네 형이랑 약속했잖아.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거 네 형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연지유가 말을 마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승하는 또 누구야?"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연지유는 더러운 것까지 참아내며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승하는 보이지 않고 온통 낯선 사람들뿐이었다. 혹시나 이승하가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지유가 다시 외쳤다.

"웃기지 마! 너희 이승하가 보내서 온 거잖아!"

아까 말을 하던 남자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 아가씨 밑에 이사 하나가 우리 돈을 안 주고 도망갔어. 사람을 찾을 수가 없으니 그 윗대가리라도 잡아야지."

연지유는 잠시 멈칫하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저번 달에 우리 회사에 와서 행패 부린 게 너야?"

남자는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뭐 다른 사람들 돈도 가로챘나 봐?"

연지유는 그제야 그들의 말을 믿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지 다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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