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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주서희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병원으로 옮겨진 후였다.

주서희는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물..."

큰 손이 주서희의 뒤통수를 받치더니 물을 그녀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주서희는 그 물을 받아 마시고 갈증이 어느 정도 가시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물을 건네준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였다.

그 검은 눈동자와 눈을 맞추는 순간 주서희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공포가 어려있었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소준섭은 컵을 내려놓고 침대 머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 주서희를 바라보았다.

두려움을 담았던 주서희의 두 눈이 다시 냉정함을 되찾고는 소준섭을 향해 쏘아붙였다.

"여긴 왜 왔어요?"

소준섭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 서희 보러왔지."

그의 말투는 퍽이나 다정했지만 눈빛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우리 서희 소 씨 집안 나가서 얼마나 잘 사나 보려고 왔지..."

소준섭은 손을 들어 다 터진 주서희의 살결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것 봐. 얼마나 잘 지냈으면 멍까지 들었네"

주서희는 이미 그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습관이 되어 있어서인지 별생각이 없었지만 그의 손길이 몸에 닿을 때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웠다.

주서희는 고개를 돌리며 그 손길을 피하고는 말했다.

"다 봤으면 가요 이제. 나 쉴 거에요."

이 말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손길을 피한 데서 화가 난 건지 소준섭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소준섭은 주서희의 턱을 잡아당겨 저를 보게 만들고 말했다.

"우리 서희가 이젠 내가 무섭지 않나 봐. 그런 말투로 나한테 말을 다 하고..."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턱을 쥐어 잡힌 탓에 주서희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파요..."

그러자 소준섭의 손아귀에 힘이 조금은 풀렸다.

전에는 주서희가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그만두는 법을 모르던 사람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의아했다.

주서희는 고개를 들어 소준섭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눈에 담으니 평온한 주서희의 시선과는 달리 소준섭은 얼마 못 가서 눈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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