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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이승하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에 힘을 풀었다.

서유가 이승에서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송사월과 정가혜 둘뿐인데 알량한 제 복수심 때문에 서유의 친구였던 사람들을 자신이 사는 지옥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눈에 가득 찼던 독기도 점차 사라져 다시 아무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승하는 감정을 추슬러가며 총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부인은 더 가증스러운 웃음을 지어가며 말했다.

"이게 네가 나한테 안되는 이유야. 너한테는 약점이 있잖아. 난 없는데."

총구 앞에서 구사일생한 남자가 그 말을 듣더니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승하가 물러났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는다 해도 누나라는 사람은 동생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었을 것 같다.

이승하가 더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굴자 그 여유로운 모습에 또 화가 난 부인이 손에 든 채찍을 매만졌다.

"내 말 잘 들어. 죽을 생각 따윈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또 자살 시도하면 나는 너를 따르는 사람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

"물론 안하연 그 아이처럼 죽이지는 않겠지만 감옥 들여보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야."

"아니면..."

부인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주서희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저 아이처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잠시 사라졌던 증오가 이승하의 눈에 다시 가득 차오르며 부인을 향해 말했다.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죽지는 못하게 하는 겁니까?"

부인은 채찍을 돌리며 이승하의 질문이 꽤나 흥미롭다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아직 재미를 다 보지 못했잖니. 그렇게 쉽게 죽게 놔둘 순 없지."

예전 같았으면 저 말을 듣고 속상하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유달리 평온했다.

아버지와 형이 죽고 난 뒤 어머니의 악행은 더 심해졌다.

지금 들고 있는 채찍을 버티다 못해 도망치면 그 끝은 늘 자살이었다.

하지만 약을 삼키든 약물을 주사하든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머니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치의 동정도 얻지 못했다.

그때는 마냥 어렸기에 그런 방법이라면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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