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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어둠이 깔리자 철문이 열렸고 유골함을 든 직원이 걸어 나왔다.

“서유 씨 화장 끝났습니다. 가족분들은 유골함 받아 가세요.”

그러자 김시후의 경호원이 즉시 다가가 유골함과 주민등록증을 가져왔다.

경호원은 유골함을 손에 받쳐 들고 허리를 숙여 반쯤 정신을 잃은 김시후에게 건넸다.

“대표님, 이만 서유 씨를 집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집으로 가는 길을 몰라...”

‘이승을 떠도는 외로운 망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감히 이 말까지는 뱉지 못했지만, 김시후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윽고 핏빛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유골함에 닿았다.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한 움큼의 재로 변했다고 생각되자, 그는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이때 하늘에서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날 밤처럼 콩알만 한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쳤다.

쏟아지는 비가 김시후의 머리카락과 뺨을 흠뻑 적셨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벗어 유골함을 덮었다.

애써 진정시킨 뒤 떨리는 손을 들어 유골함을 건네받으려 했지만, 몇 번이나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할게.”

소준섭이 유골함을 받으려 손을 뻗었지만, 결국 김시후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며 유골함을 받아내려 했다.

그렇게 안정된 후, 김시후는 유골함을 한사코 품에 꼭 안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서유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광풍이 불며 번개가 내리치자 그 빛 사이로 김시후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유골함을 꼭 껴안고 소준섭의 부축 하에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한 걸음 한 걸음 화장터를 빠져나갔다.

예전에 김시후는 어른이 되면 서유를 아내로 삼아 집에 데려오겠다 약속한 적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그녀가 황급히 세상을 떠났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유가 살아있든 죽었든, 김시후는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차가 구청에 들어섰을 때, 소준섭은 그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고 김시후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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