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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이번에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이승하가 응급실 문밖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말이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와같이 그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서유의 앞에 다가왔다.

그는 뼈가 도드라진 손가락을 내밀며 고개를 숙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유야, 나 왔어...”

이승하는 여태껏 서유에게 이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적이 없었다.

서유는 점점 의식을 되찾더니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인 사람에게는 환각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전 서유가 본 것은 자신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승하를 다시 보고 싶다 간절히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유가 정가혜를 보고 나서도 계속 응급실 밖을 응시하자 김시후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얼른 주서희에게 말했다.

“이 대표한테 전화해서 빨리 서유 마지막 모습 보라고 전해!”

주서희는 멈칫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라 바로 핸드폰을 꺼내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그녀는 이승하를 손꼽아 기다리는 서유를 보고 또 곧장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의 핸드폰 전원 역시 꺼져있었다.

결국 주서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힘없이 말했다.

“꺼져 있어요...”

목이 터져라 울던 정가혜도 서유가 이승하를 기다리며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다 문득 이승하의 개인 핸드폰은 절대 꺼져있지 않다고 했던 서유의 말이 떠올라 서둘러 주서희에게 전했다.

“서유 핸드폰에 이승하 씨 개인 번호가 있어요. 누가 서유 핸드폰 좀 가져다줄 수 있나요? 병실 머리맡에 있는 종이봉투 안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간호사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몸을 돌려 병실로 달려가더니 곧 서유의 핸드폰을 가져왔다.

주서희는 핸드폰을 받아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며 정가혜에게 물었다.

“비밀번호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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