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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김시후는 벽을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응급실로 들어갔다.

수술대에는 작고 마른 체구의 한 사람이 생기 없는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기다란 눈초리 아래에 있는 예쁜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미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묻어있던 핏자국이 깨끗이 닦여지고 병적으로 창백해 보이는 그녀의 작은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마치 샘가 옆에 핀 피안화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피안화는 이 세상의 소유가 아니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울 때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갈 운명이었다.

“서유야...”

김시후는 수술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몸을 숙여 목소리를 낮춘 후,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부드러운 울림이 곧 사라질 듯한 서유의 의식을 되살렸다.

그녀는 지친 눈을 느릿느릿 뜨고 마지막으로 송사월을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 월...”

서유는 간신히 이 두 글자를 내뱉었다. 의식은 분명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희미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입술 가까이 귀를 갖다 대고서야 김시후는 서유가 부르는 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여기 있어.”

그는 힘을 건네주기라도 하는 듯 서유의 손을 꼭 잡았다.

서유는 생명을 연장해 주는 마지막 산소를 들이마시며 떠듬떠듬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가... 혜... 잘... 부탁... 해.”

떠나면서 더 바랄 것은 없었다. 단지 그녀를 친동생처럼 여기는 정가혜가 평생 무사하고 건강하기를 바랄 뿐.

김시후는 고개를 숙여 서유의 이마에 입을 맞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

그러자 서유는 입을 다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사월아... 다음 생에는... 나 다시 잊어버리지 마.”

김시후는 순간 심장이 찌릿 아팠다. 질식할 것만 같은 통증이 사지를 꽉 조여 그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게 했다.

원래 어떤 아쉬움은 감당하기 어려운 법이다. 누군가의 날카로운 칼에 마음을 관통당한 듯 지금의 김시후가 그러했다.

말로 표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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