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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서유가 그런 자신을 비웃다가 갑자기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에 미친 듯이 기침했다. 순간 입에서 피가 거품처럼 뽀글뽀글 나오더니 산소마스크를 꽉 채웠다.

“서유야!”

김시후는 하얗게 질리더니 얼른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 그러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티슈를 꺼내 산소마스크를 벗기고는 기침으로 나온 피가 섞인 가래를 받았다.

피가 티슈를 타고 뼈마디가 선명한 그의 손에 떨어진 순간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다른 손을 내밀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려 했지만 닦을수록 피는 점점 많아졌다.

빨간 피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옷과 베개를 적셨다.

군데군데 묻어 있는 피에 김시후는 심장이 아파졌고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떨고 있었다.

간호사는 비상벨을 듣고 얼른 주치의와 원장을 모셔 왔다.

주서희는 심하게 기침하는 서유를 보고는 바로 의사들에게 응급실로 베드를 옮기라고 했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병실로 달려왔다가 허둥지둥 다시 빠져나갔다. 김시훈만 그 자세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온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김시훈은 그렇게 손에 피를 가득 묻힌 채 굳어버렸다.

크고 웅장한 몸은 지금 이 순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깊은 바다에라도 빠진 것처럼 허우적댈 힘도 없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껴온 사람이 정말 떠난다는 걸 지금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를 떠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지 모를 무언가가 자꾸만 손등에 툭툭 떨어졌고 이미 말라붙은 피를 적셨다.

정가혜는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김시후를 마주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에 대한 원망도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서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옆에서 보아온 터라 잘 알고 있었다. 비껴간 5년만 아니었으면 둘은 무사히 평생을 함께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법, 하느님은 그들을 엇갈리게 한 것도 모자라 지금 서유의 목숨마저 앗아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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