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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서유가 송사월을 탓하지 말라던 말이 떠올라 정가혜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지나치고는 물 뜨러 갔다.

김시후는 문 앞에 선 채 침대에 누운 작고 가녀린 서유를 바라보며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최대한 몸을 떨지 않으려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서유는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자 가혜가 돌아온 줄 알고 손을 내밀어 옷깃을 잡으려 했다.

“가혜야...”

옷깃을 잡기도 전에 크고 기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그녀의 손을 꼭 잡은 그 손은 살짝 떨고 있었다. 김시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떻게 말할지 몰라 그저 그녀의 손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서유는 그 손이 남자의 손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머릿속에 이승하의 차갑지만 잘생긴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서유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불렀다.

“사월아...”

김시후는 그녀가 아직 자신을 알아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알아보고 나서도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무너졌던 멘탈에 죄책감까지 더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더니 침대맡에 앉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서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위부터 아래로 그녀의 얼굴을 열심히 그렸다.

서유는 그런 김시후를 밀쳐내지 않고 만지작거리게 내버려두었다. 마음은 호수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한참 지나서야 김시후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서유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것처럼 처절하면서도 미련이 가득했다.

“응.”

서유가 대답하더니 되물었다.

“왜 돌아온 거야?”

김시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마음이 답답해서, 너 보러 온 거야...”

그는 요 며칠 마음이 너무 어수선했다. 무슨 일이라도 날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고 그녀를 찾아오고 싶은 충동을 잘 억제할 수가 없었다.

아파트로 찾아가 밤새워 기다렸지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서유와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기에 주서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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