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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너...”

그가 한마디 내뱉자마자 그녀가 손에 닿은 술병을 들어 그의 이마를 내리쳤다.

유리가 깨지는 순간 그의 얼굴에 술이 쏟아졌고 술병을 든 그녀의 손등에도 상처가 났다.

붉은 피가 흘러내려 그의 이마에 방울방울 떨어졌고 그의 피와 섞여서 침대로 굴러떨어졌다.

새빨간 피가 새하얀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였고 그의 눈도 점차 빨갛게 변해버렸다.

정가혜가 가녀린 여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사나운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정가혜,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말했잖아요. 사람은 여러 가지 면이 있는 거라고. 선배가 본 건 내 모습의 일부일 뿐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시트의 술병 조각을 주워 그의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놀란 그는 그녀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머리가 빙빙 돌고 시선이 흐려졌다.

술병에 머리를 맞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이를 악문 채 자신의 위에 앉아 있는 그녀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날 죽이려는 거야?”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사이가 끝났다는 걸 말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만약 선배가 또다시 나한테 못된 짓을 한다면 내 손에 있는 유리 조각이 선배의 목을 찌르게 될 거예요.”

그녀가 그의 목숨을 걸고 협박할 줄은 몰랐다. 이때, 그녀가 몸을 숙이더니 새빨간 눈으로 그를 빤히 노려보았다.

“난 고아예요.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어서 죽으면 그만이에요. 두려울 게 없다는 뜻이죠.”

그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독설을 내뱉고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스박스에 있던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핸드폰을 쥐고 간신히 몸을 겨누며 유리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심형진이 머리를 감싼 채 뒤쫓아왔다.

“정가혜, 나랑 있는 100일 동안 넌 나한테 한 번도 설렜던 적 없어?”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심형진은 벽을 짚고 몇 발짝 걸어오다가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세를 바로잡고 그녀를 쫓아오려는 순간 엘리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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