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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그의 손이 얼굴에 닿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놔줘요. 선배가 무슨 조건을 제시해도 다 들어줄게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잡고 미친 듯이 지문을 눌렀다.

비상경보를 켜거나 화면을 열어 숫자 1을 입력하려고 했다.

바로 서유한테 전화가 가기 때문에 1만 누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형진이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핸드폰을 빼앗았다.

“이연석한테 전화라도 하게?”

그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정가혜, 그 사람은 이미 너 포기했어. 널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헛된 꿈 버려.”

그가 그녀의 핸드폰을 집어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던져버렸다.

그 아이스박스에는 술도 있고 얼음도 있고 물도 있었다. 핸드폰은 그 안으로 떨어지자마자 이내 화면이 어두워졌다.

어두워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잃었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연석 씨를 찾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어요. 이 모든 건 선배의 열등감 때문에 생긴 착각이에요.”

스스로 이연석을 이길 수 없다는 열등감에 계속해서 이연석을 언급한 것이다.

“마음대로 생각해. 결국 그 인간의 여자가 지금 내 아래 누워있으니까.”

말을 마친 그가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는 그녀를 덥석 잡았다.

“착하지, 말 들어. 움직이지 마...”

그는 몸이 나른한 그녀를 밑에 깔고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풀어 주었다.

온몬이 뜨거워지고 정신이 흐릿해진 그녀는 이성을 끝까지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힘으로는 그를 밀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있다고 해도 그녀한테는 그럴 힘이 없었다. 그녀는 흐릿한 눈동자를 굴리며 방안의 환경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정원의 중심에 있는 유리방이었고 창문도 없고 전체가 밀폐되어 있는 곳이었으며 밖에서는 안을 볼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탈출하려면 정문으로 나가야 하지만 그가 있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아이스박스를 한 번 쳐다본 후 시선을 다시 심형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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