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냉전, 이혼을 말하자 그의 눈이 붉어졌다

3년의 냉전, 이혼을 말하자 그의 눈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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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고윤호는 단 한 번도 이은하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 오랜 세월 윤호를 짝사랑하며 그의 곁에 머물렀던 은하. 하지만 윤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첫사랑의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은하는 그제야 윤호의 마음속에 자신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윤호가 또다시 첫사랑을 위해 자신을 외면하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은하는 더 이상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애쓰고 비굴하게 매달려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낀 것이다. 그 순간 은하는 더는 사랑 없는 결혼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처럼 이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윤호가 은하를 찾아왔다. “내 마음속엔 늘 네가 있었어.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윤호의 말에 은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와서 사랑이라니, 사랑이 대체 뭐길래?’ “처음부터 당신이 만든 거잖아.” ... 사실 윤호가 은하와 결혼한 이유는 단순했다. 은하는 예뻤고 순종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윤호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은 서로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계약 같은 관계였다. 은하는 GN그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힘을 얻었고, 윤호는 그녀의 몸과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얻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G시에서는 충격적인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했다. 영상 속에는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로 유명한 GN그룹 대표 고윤호가 전처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제 은하는 더 이상 윤호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윤호는, 그가 뒤늦게 깨달은 진짜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은하의 곁을 맴도는데...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 [재벌 vs 몰락한 명문가 아가씨 + 선 결혼 후 사랑 + 얼음 같은 남자의 뜨거운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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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속보입니다. 인기 무용가 장유연 씨가 한 남자와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현재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으로 열애설이 제기되고 있는데...]이은하는 뉴스를 듣고 고개를 들어 TV 화면을 보았다. 딱 봐도 그녀는 사진 속 남자의 뒷모습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고윤호, 은하의 남편이었다. '쓰읍...' 은하는 손가락 끝에 베인 상처를 보며 손가락을 입으로 '후' 불었다.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수 있지만, 은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사랑해왔던 사람이기에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은하는 최근 며칠 동안 윤호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윤호와 유연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반면 은하는 할아버지의 위독한 병세 때문에 마음 놓고 잘 수조차 없었다. 이때, 병실 문이 열렸다. 은하가 고개를 돌리자, 보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윤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윤호는 은하를 흘끗 본 뒤 담담한 눈빛으로 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이기환을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외국에 의사교수님과 연락했어. 내일 도착할 거야.”“고마워요.”은하는 고개를 숙이며 낮은 소리로 대답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호는 그녀의 침묵이 의외였는지 시선을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때 병실 TV에서 다시 뉴스 소리가 흘러나왔다. 윤호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이미 봤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윤호는 은하의 살짝 숙인 얼굴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윤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꿰뚫듯 바라보았다. “화났어?”은하는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그녀는 더욱 야위어 보였고 얼굴은 아주 창백하게 보였다. 게다가 고개를 들어 윤호를 바라보는 모습은 한층 더 연약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내가 화낼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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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속보입니다. 인기 무용가 장유연 씨가 한 남자와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현재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으로 열애설이 제기되고 있는데...]이은하는 뉴스를 듣고 고개를 들어 TV 화면을 보았다. 딱 봐도 그녀는 사진 속 남자의 뒷모습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고윤호, 은하의 남편이었다. '쓰읍...' 은하는 손가락 끝에 베인 상처를 보며 손가락을 입으로 '후' 불었다.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수 있지만, 은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사랑해왔던 사람이기에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은하는 최근 며칠 동안 윤호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윤호와 유연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반면 은하는 할아버지의 위독한 병세 때문에 마음 놓고 잘 수조차 없었다. 이때, 병실 문이 열렸다. 은하가 고개를 돌리자, 보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윤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윤호는 은하를 흘끗 본 뒤 담담한 눈빛으로 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이기환을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외국에 의사교수님과 연락했어. 내일 도착할 거야.”“고마워요.”은하는 고개를 숙이며 낮은 소리로 대답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호는 그녀의 침묵이 의외였는지 시선을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때 병실 TV에서 다시 뉴스 소리가 흘러나왔다. 윤호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이미 봤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윤호는 은하의 살짝 숙인 얼굴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윤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꿰뚫듯 바라보았다. “화났어?”은하는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그녀는 더욱 야위어 보였고 얼굴은 아주 창백하게 보였다. 게다가 고개를 들어 윤호를 바라보는 모습은 한층 더 연약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내가 화낼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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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호뿐만 아니라 유연도 놀란 듯 잠시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은하는 두 사람을 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응급실 문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윤호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고, 이마에는 핏줄이 살짝 드러났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냉정했다. 윤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는 찰나,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 의사는 복도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고 대표님, 사모님.” 유연은 '사모님'이 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져 얼굴이 어두워졌다. 은하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의사에게 다가가 의사의 손을 붙잡으며 간절히 물었다. “의사선생님, 할아버지 상태는 어떤가요?”의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비록 수술은 성공했지만 어르신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반드시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절대 화를 내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비록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 의식을 되찾으실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내일 깨어나실 수도 있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은하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귀에는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윤호의 눈빛도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은하를 바라보았다. 은하는 몇 번 휘청이더니 결국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의사는 놀라며 외쳤다. “사모님!”윤호는 얼굴이 어두워진 채 다가가 은하를 끌어안았다. 그는 은하의 차가운 얼굴을 손바닥으로 받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서 있지만 말고 뭐라도 해봐!”윤호는 은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유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윤호야...” 윤호는 그녀를 흘낏 보더니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 일은 임 실장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근데 나...” 유연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윤호가 은하를 안고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연은 주먹을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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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결국 저항은 무의미했다. 은하는 윤호에게 또 한 번 당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은하는 처참하게 망가진 채로 누워 있었다.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고, 눈꼬리는 마치 화장을 한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떨리는 속눈썹은 보는 사람의 심장을 간질이는 듯했다. 윤호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의 손이 은하의 축축한 머리카락을 걷어냈다. 은하는 윤호가 가볍게 손끝으로 건드리는 행동에도 두려워 몸을 떨었다. 그러나 더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가 싫다고 말을 할 때마다 윤호가 더욱 강하게 나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윤호는 아직 더 원하고 있었지만 은하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 평소와 같은 형식적인 행위가 아닌, 오늘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오히려 적성에 맞았던 것이다. 윤호는 은하가 부뜨럽고 약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건 정반대였다. “배고프지 않아? 뭐 먹고 싶어?” 윤호가 담담하게 물었지만 은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었던 것이다.윤호는 그녀가 겁을 먹은 걸 알고 있었고 그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약해졌다. 윤호는 은하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집안의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음식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는 옷을 정리하고 나온 뒤 은하를 욕실로 데려가 씻겨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때 전화가 울렸다. 윤호는 전화를 받고 난 후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알겠어.” 전화를 끊은 윤호는 침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은하를 보았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바로 나가버리지 않고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잠깐 갔다 올게. 아주머니가 올 거야.” 은하는 그의 말에 살짝 눈을 깜빡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윤호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진정하겠지.’윤호는 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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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은하의 입에서 또다시 이혼이라는 말을 듣게 된 윤호는, 예전처럼 감정이 폭발하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은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은하의 진지한 표정을 본 윤호는 비웃듯이 말했다.“진짜 이혼하고 싶은 거야?”은하는 손에 든 물건을 꼭 쥔 채 대답했다. 그녀는 이 결혼을 조용히 끝내고 싶었다. 모욕을 당하는 것도 상관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자존심을 버리고 매사에 조심하며 살아왔다. 이제 와서 마지막 한 번 더 구겨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은하는 자신을 한껏 낮춘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냥 이런 식으로 결혼을 유지하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윤호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마치 석양이 지고 나서 어둠이 깔리는 하늘처럼. “아무 의미 없다고?”은하는 몸을 숙여 손목시계를 윤호의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한 차가움이 스며 있었다. “처음부터 절 좋아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니 3년이 지나도 당신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없었겠죠.”윤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라이터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집안은 적막했다. 모두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장옥순도 거실에 없었다. 마치 이 넓은 저택에 두 사람만 남은 듯했다. 은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고개를 들어 윤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줄곧 은하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윤호는 담배 연기를 천천히 뿜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길고 날렵한 손가락 끝으로 담배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 움직임 속에 어딘가 쓸쓸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부터 널 결혼 상대로 고른 건 내 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지금 내 마음을 묻는 거야?”윤호는 소파에서 일어나 은하 앞에 다가섰다. 담배를 든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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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바닷가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정민은 백미러로 은하가 품에 안고 있는 파일을 힐끗 보았다. 윤호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혹시라도 말려들지 않으려면 은하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사모님, 설마 또 이혼 서류인 건 아니겠죠?”‘또요?’ 은하는 백미러를 통해 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어제 이혼 서류를 확인했어요?”정민은 헛기침을 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어제 받은 서류 때문에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셨어요. 그러니...”은하는 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은하는 품에 안은 파일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건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정민은 그 말을 듣고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대표님께서 오늘 사모님과 요트를 타기 위해 일부러 회의를 앞당겨 밤늦게까지 일하셨습니다. 분명 사모님의 기분을 풀어드리려는 겁니다. 그러니 대표님도 분명 사모님을 마음에 두고 계실 겁니다.”정민의 말에는 약간의 아첨이 섞여 있었다. 대표의 기분이 좋아야 직원인 그도 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시간을 일부러 내는 일조차 없었을 테니까. 은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인가요?”정민은 자신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를 떠올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죠!”...한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바닷가에 도착했다. 은하는 생각에 잠긴 채 요트에 올랐기에 그 요트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정민이 전화를 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요트는 크고 화려했다. 은하가 안으로 들어서자 듣기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소리를 따라가던 은하는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연주팀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모님,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은하는 품에 든 파일을 꼭 쥐며 시선을 돌려 고개를 끄덕였다. 선원의 안내를 따라 간 곳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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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은하는 그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리며 화를 냈다. “고윤호!” 윤호는 긴 손가락 끝으로 은하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은하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에 말했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난 싫다고 했잖아. 벌써 잊은 거야?”윤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조각같이 잘생긴 외모였지만, 은하는 오늘에서야 명문가 출신의 윤호가 이렇게 방탕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지 마세요. 말로 좋게 끝내면 되잖아요.”윤호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냉혹한 표정 대신 어딘가 음산한 기운을 띤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좋아. 그럼 일단은 내가 지난 3년간 LM그룹에 투자한 것과 LM그룹이 내 이름을 빌린 건 잠시 제외해 두지. 내가 3년간 너를 먹여 살리고 입혀주고 병원비까지 다 대주었는데, 이건 왜 빼먹은 거야?”은하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맞아요. 그건 따로 계산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결혼한 3년 동안 제가 당신의 아내로서 해야 할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는 데요?”윤호는 비웃듯 웃었다. “그래서 네 말은, 이 모든 걸 받는 게 당연하다는 거야?”은하는 그렇게 뻔뻔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3년 동안 은하는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항상 윤호의 눈치를 보고, 조금의 실수라도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윤호가 그녀를 원할 때는 순순히 윤호의 곁에 있어야 했고, 필요 없을 때는 공기처럼 조용히 있어야 했다. 고윤호의 아내이긴 했지만, 사실 필요 없으면 버려지는 애완동물과 다름없었다. 윤호의 얼굴은 이미 어둠에 휩싸였다. 은하는 그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러나 윤호는 갑자기 말했다. “보아하니 나한테 꽤나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다 해 봐.”은하는 입술을 꽉 깨물며 그의 옆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시선을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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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정민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무대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리를 다쳤다고 하는데, 자세한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다리를 다쳤다고?” 윤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서늘했다. “네, 그래서...” 정민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방해할 수밖에 없었다.윤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더니 잠시 멈춰 섰다. “너는 여기 남아.”정민은 그와 함께 따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멍해졌다. “네?”윤호는 방을 잠깐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데려다줘.”정민은 속으로 원망을 했다. ‘대표님, 이렇게 저만 이 폭풍 속에 남겨두시는 건 너무 하잖아요!’윤호가 나가자 은하는 방에서 나왔다. 그러나 정민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사모님,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릴까요?”은하는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 모든 준비, 임 비서님이 하신 거죠?”“그게...”정민은 부정하지 않았다. 윤호가 직접 준비했다고 해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장유연 쪽 준비도 다 자신이 한 것이고, 예외는 없었다. “장유연 씨가 망고를 아주 좋아했나 봐요?”정민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은하의 표정은 이미 모든 걸 알아차렸다는 듯 미소를 띠었다. “아쉽네요. 제가 망고 알레르기가 없었다면, 어떤 맛인지 한번 맛보고 싶었을 텐데요.”정민은 속으로 절규했다. ‘큰일 났어!’그는 은하가 자기 옆을 지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뒤따르며 말을 걸었다. “사모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필요 없어요.”“하지만 여긴 택시 잡기가 어렵습니다.”그제야 은하는 걸음을 멈추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이곳은 바다 위였다. 또다시 혼자 남겨진 것이다. “그래요. 그럼 부탁드리죠.”정민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정민은 자신이 잘못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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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은하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 그대로 이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별장에 있던 그녀의 옷과 보석들은 그대로 별장에 남겨져 있었다.은하의 전화를 받은 장옥순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윤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는 아무리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기에, 장옥순은 화를 참지 못하고 혼잣말로 투덜댔다. “그러니까 아내가 도망가는 거지. 자업자득이야!”은하는 이씨 저택으로 돌아간 다음 날, 곧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은주는 긴급회의를 열어 직원들에게 은하를 소개하며 그녀를 자신의 비서로 임명했다. 배워야 할 게 많으니 은주의 곁에서부터 시작하라는 의미였다. 회사의 모든 직원은 은주에게 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은하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모두 처음 은하를 보게 된 것이다.윤호가 결혼 당시 원했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그녀가 ‘완벽한 아내'의 역할만 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윤호는 은하가 외부에 얼굴을 비추는 걸 원하지 않았다. 3일 후, 윤호는 드디어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집안 곳곳을 둘러보아도 은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이은하는 어디 있지?” 장옥순은 몰래 눈을 홉떴지만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집에 안 계십니다.”“어디 갔는데?”장옥순은 슬쩍 고개를 들어 윤호의 표정을 살피며 사실대로 말했다. “3일 전에 이씨 저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윤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평소 나른하던 그의 눈빛은 차가운 냉기로 가득 찼다. 장억순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윤호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급히 덧붙였다. “제가 그날 대표님께 전화드렸지만, 제 전화를 받지 않으셨습니다.”‘왜 날 노려보고 난리야? 아주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간도 크네.”장옥순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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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정민은 방금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예상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 아주 오래전부터 대표님을 좋아하셨던 건가요?”정민의 물음은 의문형이었지만, 이미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은하는 오래전부터 윤호를 좋아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정민은 윤호가 아무 말 없이 그 사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그의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몇 년간 그의 곁에서 일해왔지만, 지금 이 순간 윤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정민은 조심스럽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이건 고등학교 몇 학년 때 사진인가요? 혹시 기억나시나요?” 누가 봐도 이 사진들은 모두 몰래 찍은 것들이었다. 사진 속 당사자인 윤호는 이런 사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윤호는 그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침 삼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고1.” 정민은 그 말을 듣고 숨을 들이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오래된 건가요? 그럼 거의 10년 전 일이네요!”정민은 사진 아래 놓여 있던 먼지로 덮인 일기장을 발견하고 말했다. “대표님, 여기에 일기장도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윤호는 천천히 다가가 일기장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있는 낡은 일기장이었다. 그는 잠금을 풀어 보려다 잠시 멈추고 정민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정민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은하의 생일이 언제인지 알아?”정민은 말문이 막혔다. ‘자기 아내의 생일도 기억 못 해서 비서한테 묻다니. 이러니 사모님께서 이혼하겠다고 하신 거지!’ 윤호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정민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3월 3일입니다.”윤호는 0303을 입력해 보았지만, 잠금장치는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점점 눈살을 찌푸렸다. 정민은 머뭇거리며 힌트를 던졌다. “대표님 생일을 한번 입력해 보시죠.”‘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열리자 정민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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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결국 제가 틀렸어요. 전 고 대표님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은하의 무모한 행동을 내버려 두었죠.” “무모한 행동?”윤호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되물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말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테이블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켠 TV 화면에는 은하가 대학 시절 환하게 웃고 있는 영상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은하는 천진난만한 모습과 밝은 표정을 가진 소녀였다. 윤호는 말없이 화면 속의 그녀를 응시했다. “이게 당신과 결혼하기 전의 은하예요. 밝고 활발한 아이였죠.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저는 은하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고, 웃음도 사라져 가는 걸 발견했어요. 그걸 보면서 제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고 대표님, 이 결혼은 은하에게 상처와 고통만을 가져다주었어요. 은하는 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저는 은하의 눈에서 진실을 알 수 있었어요.”“우리 가족의 소중한 아이가 이렇게 변한 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언니로서, 보호자로서 실패했어요.”은주는 영상을 껐고, 진지한 눈빛으로 윤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고 대표님께서 은하 말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은하의 진심을 생각해서라도 은하를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윤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은주를 바라보았다. 윤호의 눈빛은 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하는 위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서둘러 내려가지 못하고 계속 불안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불안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은하는 본능적으로 침대 옆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윤호였다. 그는 문을 닫고 잠갔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은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윤호는 한 걸음 한 걸음 은하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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