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가 틀렸어요. 전 고 대표님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은하의 무모한 행동을 내버려 두었죠.” “무모한 행동?”윤호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되물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말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테이블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켠 TV 화면에는 은하가 대학 시절 환하게 웃고 있는 영상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은하는 천진난만한 모습과 밝은 표정을 가진 소녀였다. 윤호는 말없이 화면 속의 그녀를 응시했다. “이게 당신과 결혼하기 전의 은하예요. 밝고 활발한 아이였죠.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저는 은하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고, 웃음도 사라져 가는 걸 발견했어요. 그걸 보면서 제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고 대표님, 이 결혼은 은하에게 상처와 고통만을 가져다주었어요. 은하는 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저는 은하의 눈에서 진실을 알 수 있었어요.”“우리 가족의 소중한 아이가 이렇게 변한 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언니로서, 보호자로서 실패했어요.”은주는 영상을 껐고, 진지한 눈빛으로 윤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고 대표님께서 은하 말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은하의 진심을 생각해서라도 은하를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윤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은주를 바라보았다. 윤호의 눈빛은 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하는 위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서둘러 내려가지 못하고 계속 불안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불안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은하는 본능적으로 침대 옆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윤호였다. 그는 문을 닫고 잠갔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은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윤호는 한 걸음 한 걸음 은하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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