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냉전, 이혼을 말하자 그의 눈이 붉어졌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윤호의 얼굴은 그의 아버지 고성태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올해 60세가 된 고성태는 여전히 미남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김미영은 그런 윤호를 보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넌 네 아빠 손톱만큼도 따라잡을 수 없어.” 윤호는 말문이 막혔다.G시에서는 고성태가 얼마나 유명한 애처가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예전에 김미영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때 방옥자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고씨 가문의 자식들은 왜 점점 못나지는 걸까!” 윤호는 웃으며 은하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이제 손주며느리가 있으니까 손자는 필요 없다는 거예요?” 방옥자는 은하의 손을 잡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손주며느리가 훨씬 낫지. 너랑 비교할 것도 없어!” 윤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보다 훨씬 낫죠.” 김미영은 윤호의 말을 듣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 둘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방옥자는 윤호를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지금 누구 앞에서 깝죽대는 거야?” 은하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고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김미영은 은하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어디 아픈 거 아니니?” 그제야 은하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방옥자는 은하를 보며 마음 아프다는 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말랐니, 은하야? 오랜만에 봤는데 얼굴이 반쪽이 됐네. 밥 꼭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알겠지?” 은하는 방옥자의 따뜻한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할머니.” 윤호의 시선은 내내 은하를 향해 있었다. 그가 지나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자 은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그와의 시선을 피하려고 애썼다. 그 후, 윤호는 고성태를 만나러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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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윤호는 물을 잠그고도 은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은하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이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은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고윤호 씨...” “쉿, 조용히 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거야?” 은하는 고개를 돌리고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 “아니요. 그러니까 날 놔줘요.” “왜? 아직도 이혼하고 싶어?” 은하는 침묵했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이 바로 대답이었다. 이에 윤호는 화를 내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 “정말 끝까지 가봐야 적성이 풀리나 봐?” 은하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식어버렸기에 이혼을 고집하는 거야.’“할머니가 너를 정말 아끼는 건 알지? 네 욕심 때문에 할머니가 마음 상하는 걸 보고 싶은 거야?” 은하는 그의 말에 움찔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그럼 방금 하려던 말은 뭐였는데?” “어머님과 할머니는 달라요. 난 단지 우리가 헤어지기로 했다면, 적어도 두 분에게 말씀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윤호는 그녀의 허리를 더 꽉 안았다. “마르긴 했네. 내가 널 먹여살려주겠다는 데 왜 스스로 고생하려고 해?” 은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 힘으로 스스로 살아남을 거예요.” 윤호는 콧방귀를 뀌며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게 너 자신을 더 괴롭게 만드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 적 있어?” 은하는 그의 비꼬는 듯한 말을 듣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건 당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에요. 이제 날 놔주세요!” 윤호는 그녀의 반항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은하는 당황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럼 어서 놔주세요.” “내 얼굴에 뽀뽀하면 놔줄게.” 은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 정말 뻔뻔한 사람이네요!” “자기 아내에게 뽀뽀를 요구하는 게 왜 뻔뻔한 거지?” “당장 이거 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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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어떻게 이런 일이...” 방옥자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김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은하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성태 역시 윤호를 향해 약간의 불만이 섞인 시선을 보냈다. “너도 알고 있었어?” 고성태의 질문에 윤호는 은하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듯 낮게 웃었다. ‘뭐 때문에 웃는 거지?’은하는 고개를 숙인 채 끝내 침묵을 유지했다. 방옥자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기에, 결국 이런 핑계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이혼을 결심한 이상, 임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없었다.“난 왜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몰랐던 거지?” 윤호가 마침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말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방옥자는 한숨을 내쉬며 은하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은하야. 요즘 의학 기술이 얼마나 발달한데! 분명 방법이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은하는 방옥자의 예상치 못한 배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 “은하야, 괜찮아.”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방옥자는 은하를 방으로 데리고 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미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윤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은하랑 싸웠니?” 윤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김미영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김미영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손끝으로 군자란을 만지작거렸다.“예전에 은하가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어. 그런데 오늘은 너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더라. 네가 뭘 잘못했길래 그래?” 윤호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눈썰미가 정말 대단하시네요.” 김미영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나는 은하 성격이 너무 온화해서 널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 하지만 지금 보니 상황이 좀 달라졌네.” 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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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윤호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은하의 서투른 연기는 방옥자를 속일 수는 있어도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아이를 원하지 않는 건 저예요.” 고성태는 윤호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만약 윤호가 아이를 원했었다면, 결혼한 지 3년 동안 아이가 없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고성태는 담담하게 한마디를 건넸다. “네 할머니 연세가 적지 않으시잖아.” 윤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안의 라이터를 이리저리 돌리며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한편, 방옥자는 방 안에서 준비해 두었던 보석을 은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은하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 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 방옥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하야, 얼른 받아. 이건 원래부터 너에게 주려고 준비한 거란다. 사실 너희가 아이를 낳으면 줄 생각이었지만, 조금 일찍 줘도 상관없잖니. 내 마음이니 받아. 안 그러면 정말 섭섭할지도 몰라.” 은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숙여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걸 진짜 받을 수는 없어. 좀 이따 나간 뒤 고윤호한테 주면 그만이야.’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래, 우리 착한 은하.” 방자옥은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두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씨 저택에 올 때 따로 왔다면, 갈 때는 함께 가는 것이 당연했다. 차에 올라탄 은하는 상자를 윤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할머니께서 주신 건데, 너무 귀중해서 받을 수 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맡아주세요.” 윤호는 단번에 상자 속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이건 할머니께서 손주며느리에게 준 물건이야.” 은하는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곧 손주며느리가 아니게 될 거잖아요.” 윤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받기 싫으면 왜 받은 거야?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속으로는 기뻤나 보지?”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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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은하는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자신이 이 자리에 나온 게 옳은 선택인지 의심되었지만, 장유연이 자신을 발견한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은하는 한숨을 내쉰 뒤 유연에게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장유연 씨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거죠?” 유연은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하 씨, 뭘 마실래요?” 은하는 그녀가 자신을 ‘은하 씨’라고 부르는 순간 마음이 불쾌했지만 이를 드러내진 않았다. “됐으니, 절 따로 부른 이유를 말씀하시죠.” 유연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은하 씨...” 그러나 은하는 그녀의 말을 단번에 잘랐다. “유연 씨, 절 사모님이라고 불러 주시죠.” 그 말에 유연은 잠시 멍해졌다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모님이라,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그녀의 얕잡아보는 듯한 말투에도 은하는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전 같았으면 치욕과 분노로 상처받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혼인관계증명서라도 보여드릴까요?” 유연은 그제야 조금 긴장한 듯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여전히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당신도 잘 알잖아요. 윤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은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고윤호 씨는 저를 사랑하지 않지만 저랑 결혼을 했잖아요. 설마 고윤호 씨가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유연는 미소를 짓더니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죠. 윤호는 저를 엄청 아껴주거든요.” 은하는 손끝을 세게 누르며 조용히 되물었다. “그런데 왜 당신이 아니라 저랑 결혼을 한 거죠?” “당신...”유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예전에 윤호에게 은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윤호는 그저 온순하고 말을 잘 듣는 여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유연은 은하를 휘두르기 쉬운 꼭두각시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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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은하는 천천히 사진을 내려놓으며 장유연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유연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간청하듯 말했다. “은하 씨, 제발 이 삼각관계에서 물러나 주세요. 저랑 윤호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은하는 유연이 간절히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우스웠다. “장유연 씨, 저희 부부 사이에 끼어든 사람은 당신이에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저더러 물러나라는 거죠?”유연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를 악물며 대꾸했다. “사랑에는 순서가 있잖아요. 만약 은하 씨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윤호가 왜 당신과 결혼했겠어요?” 은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적 없어요.” “전 그런 적 없어요.”은하는 그날을 떠올렸다. 처음 용기를 내어 윤호와 대화했을 때, 그녀는 분명히 물었다. “고윤호 씨, 여자친구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윤호가 대답했다. “없다면?” 윤호의 대답은 명확했기에 은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은하는 깊은숨을 내쉬며 차분히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결혼하기 전에 고윤호 씨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확실하게 물어봤어요. 그리고 고윤호 씨는 없다고 대답했죠. 그래서 그 말을 믿고 결혼을 결심한 거예요. 그 대답만으로도 그 당시 두 분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지 않나요? 아니었으면 고윤호 씨가 어떻게 저와 결혼했겠어요?”유연은 입술을 깨물며 은하의 시선을 피했다.“맞아요. 그때는 제가 해외 일로 자주 다니느라 윤호와 잠시 떨어져 있었어요. 그 사이에 오해가 생겨서 헤어진 것처럼 보였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그 틈을 타서 저희 사이에 끼어든 거죠. 윤호는 늘 제가 춤을 포기하고 돌아오길 원했어요. 윤호는 절 화나게 만들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거예요!”“그렇다면 저한테 찾아올 것이 아니라, 고윤호 씨를 찾으러 가셨어야죠! 결혼을 결정한 건 고윤호 씨였으니까요.”유연은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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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두 사람이 다투던 모습은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다. 그날 밤, 네티즌들이 한바탕 더들썩해졌다. 은하의 신분까지 공개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순식간에 LM그룹 공식 SNS 계정은 은하를 비난하는 댓글로 가득 찼다. [이은하, 당장 유연한테 사과해!] “일단 실시간 검색어부터 삭제하세요. 대응은 하지 마세요.” 은주는 전화를 끊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은하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은하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언니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 은하는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난 밀지도 않았어. 오히려 그 여자가 먼저 나를 잡아당겼다고. 그런데 영상에는 그게 제대로 찍히지 않았어.” “은하야, 언니는 널 믿어. 걱정하지 말고 언니한테 맡겨.” 그때 은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호가 걸어온 전화였다.은주는 화면을 힐끗 보고 물었다. “받을래?” 그러나 은하는 고민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뿐만 아니라 윤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해버렸다. 이를 본 은주는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위로해주었다. ...GN그룹.정민도 실시간 검색어를 삭제하려 애썼지만 이미 상황은 너무 커져버렸다. 유연은 젊고 유망한 무용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기에 팬클럽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대표님, 실시간 검색어는 어느 정도 삭제되었습니다. 사모님 쪽은...” 윤호는 자신이 차단된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곧 차가운 눈빛으로 정민에게 물었다. “장유연은 언제 돌아온 거지?” 정민은 잠시 멈칫한 뒤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불찰입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그렇다고 GN그룹의 비서실장으로서 매일 한 여자의 동선을 감시할 수는 없잖아.’그때, 유연이 느닷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해요. 그냥 친구끼리 장난치다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해명 글이 올라오자,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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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유연은 숨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숨겨야 하는 거지?” 영지는 물 한 잔을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가 무용계에서 충분히 입지를 다질 때까지만 참으세요. 그때쯤 되면 사람들이 알아도 어때요? 결국 고 대표님께서 언니를 지켜주실 거고, 언니는 실력으로 인정받으면 되는 거잖아요.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유연은 컵을 받아들며 눈빛을 반짝였다. “머리가 참 좋네.” “저는 언제나 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유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핸드폰을 열어 조금 전 올린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 타이밍에 글을 지운다면 사람들은 유연이 의도적으로 은하를 몰아가고 있었다는 걸 눈치 챌 가능성이 높았다. “기다려 봐. 내가 원하는 건 결국 다 손에 넣을 거니까.” “전 언니가 반드시 해낼 거라고 믿어요.” 비록 실시간 검색어는 삭제되었지만, 유연의 팬들은 여전히 그녀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 팬들은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변장을 한 뒤 LM그룹의 주차장으로 몰려갔다. 은하는 주차장으로 나오자마자 온몸에 페인트를 뒤집어썼다. “나쁜 년, 돈 많고 권력이 있으면 다야? 네 까짓게 뭔데 우리 유연을 괴롭힌 거야!” “사과해! 당장 사과하라고!” 은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엉망이 된 모습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은주는 즉시 은하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당해도 싸지! 퉤!” 소녀들은 비웃으며 은하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은주는 몸을 숙이며 은하를 보호하려 애썼고, 곧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경비원!” 그제야 경비원들이 달려와 소녀들을 붙잡으려 했으나, 소녀들은 모두 교묘히 도망쳐버렸다. “대표님, 경찰에 신고할까요?” 은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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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정민은 빠르게 움직여 은주를 가로막았다. 윤호는 별다른 말 없이 어깨 위의 은하를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 은주는 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마침 윤호가 차창을 내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사람을 내가 데려가겠다는데 문제 있나요?” 은주는 말문이 막혔다. 어쨌든 은하가 아직 그의 아내인 것은 사실이었기에, 은주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당사자인 은하가 거부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은주는 결국 윤호의 차 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윤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창문을 올려버렸다.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차가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은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깜짝 놀란 표정을 보였다.정민은 이미 조수석에 올라타 있었고, 차는 빠르게 출발했다. “멈춰요! 내릴 거예요!” 은하는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뒷좌석의 칸막이를 두드렸다. 정민은 재빨리 칸막이를 올렸다. 윤호는 아무 말 없이 은하를 자신의 품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옷을 벗기려 했다. 은하는 그의 손등을 세게 내리쳤다. “손대지 마세요!” 윤호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은하가 하도 세게 내리친 바람에 손등이 불에 덴 듯 뜨거웠다. 윤호는 고개를 들어 은하의 붉어진 눈가와 분노로 이글거리는 표정을 마주했다. “고집을 부리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야?” 은하는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 “주먹도 쓸 줄 알아요. 한번 맞아볼래요?” 윤호는 그녀의 말에 숨이 막힐 듯 답답함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들어올리며 쏘아붙였다. “유연의 다리에 부상이 있었던 건 알긴 해? 정말 다치기라도 했다면, 네가 책임질 거야?” 은하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나는 책임 못 져요. 하지만 당신은 가능하겠죠? 장유연 씨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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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윤호는 은하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보며 칸막이를 내렸다. “병원으로 가.” 정민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쳐다보며 대답했다. “네, 대표님.” 그러나 은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집에 가고 싶어요.” 정민은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모님, 병원에 들러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페인트에 이상한 것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은하는 입을 열었지만,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녀도 피부에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기에 그 페인트가 분명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할 생각은 없었다. 윤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은하는 스스로를 사랑할 것이었다. 윤호는 그녀가 얌전해진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왜, 얼굴이 망가질까 봐 겁나?” 은하는 바로 받아쳤다. “맞아요. 어쨌든 저는 이 얼굴로 먹고사는 사람이잖아요. 얼굴이 망가지면 어떻게 새로 출발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겠어요?”정민은 숨을 크게 들이쉬지 못한 채 조용히 운전대를 잡았다. ‘그동안 늘 순종적이고 얌전했던 사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지신 거지?’ 윤호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고,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벌써 미래까지 계획해놨네. 대단해.” “고 대표님처럼 둘 다 손에 넣으려는 것보다는 못하죠.” 은하의 말에는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이 담겨 있었다. 정민은 핸들을 꽉 잡으며 몰래 땀을 닦았다. ‘사모님께서 완전히 달라지셨네.’윤호도 그녀의 말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곧 은하가 조금 전 자신에게 차갑게 쏘아붙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호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이마를 짚었다. “나랑 장유연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은하는 차갑게 웃은 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 윤호는 그녀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믿지 않는 거야?” 윤호가 물었지만, 은하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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