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은하의 서투른 연기는 방옥자를 속일 수는 있어도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아이를 원하지 않는 건 저예요.” 고성태는 윤호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만약 윤호가 아이를 원했었다면, 결혼한 지 3년 동안 아이가 없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고성태는 담담하게 한마디를 건넸다. “네 할머니 연세가 적지 않으시잖아.” 윤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안의 라이터를 이리저리 돌리며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한편, 방옥자는 방 안에서 준비해 두었던 보석을 은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은하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 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 방옥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하야, 얼른 받아. 이건 원래부터 너에게 주려고 준비한 거란다. 사실 너희가 아이를 낳으면 줄 생각이었지만, 조금 일찍 줘도 상관없잖니. 내 마음이니 받아. 안 그러면 정말 섭섭할지도 몰라.” 은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숙여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걸 진짜 받을 수는 없어. 좀 이따 나간 뒤 고윤호한테 주면 그만이야.’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래, 우리 착한 은하.” 방자옥은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두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씨 저택에 올 때 따로 왔다면, 갈 때는 함께 가는 것이 당연했다. 차에 올라탄 은하는 상자를 윤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할머니께서 주신 건데, 너무 귀중해서 받을 수 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맡아주세요.” 윤호는 단번에 상자 속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이건 할머니께서 손주며느리에게 준 물건이야.” 은하는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곧 손주며느리가 아니게 될 거잖아요.” 윤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받기 싫으면 왜 받은 거야?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속으로는 기뻤나 보지?”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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