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냉전, 이혼을 말하자 그의 눈이 붉어졌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7월 1일, 맑음. 입학 첫날, 그 사람을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그래도 괜찮아.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니까. 개학 첫날부터 기분이 너무 좋네. 이번 학기가 너무 기대되네!7월 16일, 흐림. 오늘 또 그 사람을 봤어. 하지만 난 몰래 숨을 수밖에 없었어. 왜냐면 한 선배가 그 사람에게 고백하고 있었거든. 그 사람은 고백을 거절하는 모습마저 왜 저렇게 상냥한 거지! 나도 나중에 고백했다가 차이기라도 한다면 엄청 속상하겠지.그래, 결심했어. 수능이 끝나면 고백할 거야! 9월 3일, 맑음 뒤 흐림. 한 달 넘게 그 사람을 보지 못했어. 외국에 유학을 가버린 거라네. 천재들의 뇌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 사람은 나처럼 돈 내고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을 좋아해 줄까? 하지만 우리도 꽤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을 거야!그 사람은 재능이 넘치고, 나는 얼굴이 예쁘잖아. 그럼 엄청 완벽한 조합 아닌가?“풉.” 윤호는 그 일기를 읽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일기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은하의 활발하고 유쾌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 속 은하는 항상 조용하고 온순하며, 때로는 지나치게 순응적이었다. 그런 은하와 이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소녀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윤호는 자기도 모르게 은하의 일기를 밤새도록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장만 남았다. 6월 29일, 맑음.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대담한 결정을 내렸어! 그 사람을 성공적으로 유혹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아. 이제 그 사람과 곧 결혼하게 될 거야. LM그룹은 이제 구제받을 수 있으니 아빠와 엄마는 이제 안심해도 돼. 난 언니와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거야. 그리고 곧 결혼도 할 거야! 사랑하는 아빠, 엄마. 하늘나라에서 나를 축복해 줄 거지?7월 8일, 맑음. 나 원하던 대로 결혼했어. 이제 행복할 거야.2월 26일, 소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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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정민은 머리가 어지러워진 기분이었다. “대표님, 저는 정말 사모님께 어떠한 사사로운 감정도 없습니다. 그저 사실만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계속 말해 봐.” 정민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대충 둘러대기 시작했다. “사모님은 집안이 출중하시고, 외모도 아름다우시며, 성격도 온화하시죠...” “고작 그깟 이유로 이은하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거야?” 정민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사모님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잖아.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정민은 오랜 시간 윤호의 비서로 일해왔기에 윤호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에 대한 사모님의 진심은 10년간 한결같았습니다. 이런 감정은 정말 드물고 귀한 것입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 말을 들은 윤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정민은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에는 입 조심해야겠어. 이런 말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에휴!’다른 한편, 은하는 은주를 대신해 계약을 하나 따낼 예정이었다. 회사 밖으로 나오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이은하?”가방 속에서 차 열쇠를 찾고 있었던 은하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정말 너구나, 이은하!” 은하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곧 남자를 알아본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준영 선배?” 배준영은 환하게 웃으며 은하에게 다가갔다. “그래, 나야. 후배님이 나를 기억해 주다니, 정말 영광인데?” 대학 시절, 준영이가 자신을 여러 번 도와주었기에 은하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농담에 은하는 살짝 쑥스러워하며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 “선배, 지금 절 놀리시는 거죠?” 준영은 그녀 뒤의 LM그룹을 보며 싱긋 웃었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요즘 언니 따라 일을 배우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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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은하는 윤호의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가 그렇게 유치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하는 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며 말했다. “핀 돌려주세요.” “지금이 좋아. 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들어.” 은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고개를 돌려 윤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불편해요. 핀 돌려주세요.” 윤호는 재미있다는 듯 은하를 바라보며 웃었다. “넌 이제 나한테 사사건건 말대꾸하는 거야?” 은하는 잠깐 멈칫하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듣기 싫으시다면 안 들으시면 되죠.” ‘어차피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잖아.’윤호는 가볍게 웃으며 창문을 내리더니, 은하의 핀을 바깥으로 던졌다.“그래, 안 들을 거야.” 은하는 순간 눈을 부릅떴다. 그의 엉뚱한 행동에 화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고윤호 씨,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그건 제 물건이에요! 왜 당신 마음대로 버리는 건데요?” 윤호는 창문을 다시 올리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이젠 말대꾸뿐만 아니라 나한테 소리도 지르네?” 은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당신이 먼저 제 물건을 멋대로 버렸잖아요.” “방금 네 말을 안 들어도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화를 내?”“당신!” 은하는 화가 난 마음에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머리끈을 꺼내더니 서둘러 머리를 낮게 묶었다. 윤호는 조용히 그녀의 모든 동작을 지켜봤다. 예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병원에서의 일이 떠오르며, 지난 며칠 동안 참아왔던 욕망이 다시 살아났다. 특히 은하의 가녀린 목덜미를 보자, 그날 밤의 기억이 또렷이 떠올랐다. 윤호는 입가를 살짝 손으로 가리며 표정을 숨긴 채 고개를 돌려 시선을 의도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은하는 윤호를 힐끗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 안에 놓인 서류 봉투에 적힌 단어를 보았다. 이혼.은하는 깜짝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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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은하는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서 조심스레 립스틱을 고쳤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방금 차 안에서 있었던 키스를 떠올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이혼 서류까지 준비해놓고, 왜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굴지?’ ‘날 정말로 우습게 보고 있나 봐.’“참, 나 며칠 전에 장유연의 공연을 보기 위해 H시에 갔었어! 와, 진짜 너무 예쁘고 춤도 엄청 잘 추더라.” “근데 나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봤는데, 장유연의 남자친구가 우리 G시 사람이래!” “G시 사람? 누군데? 왜 난 몰랐던 거지?” “누군가가 장유연의 남자친구가 자기 회사 대표랑 닮았다고 말했어. 고윤호 알지?” “그 사람, GN그룹 대표잖아? 그 소문 진짜야?” “그런 얘기가 돌고 있긴 한데 진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설마 거짓말이겠어?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은하는 세면대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화장실을 떠난 뒤에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은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이런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은하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VIP룸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와 여자를 합쳐 대략 열댓 명쯤 되는 듯했다. 은하는 그중에서 오늘의 목표를 단번에 찾아낸 뒤 다가갔다. “왕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은하라고 합니다. 이번에 이은주 대표님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왕이준은 은하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 대표님의 동생이신가요?” “맞습니다.” 왕이준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 눈빛 속에는 관심이 담겨 있었다. 은하는 그의 의도를 눈치채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이상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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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은하는 고개를 흔들고 싶었지만,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경수는 은하를 가볍게 안은 뒤 룸 안의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 “엄, 엄 대표님...” 왕이준은 머뭇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경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차가운 한마디를 남겼다. “왕 대표, 조심해야 할 거야.” 왕이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룸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겁에 질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숨죽였다. 윤호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 장면을 목격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은하를 안고 나가는 경수와, 창백한 얼굴로 쩔쩔매는 왕이준. 윤호의 표정은 이미 검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상태였다. 특히 은하의 취한 모습을 보자 그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나한테 넘겨.” 윤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령하는 듯했다. 경수는 눈썹을 살짝 찡긋거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은하를 내려다보며 흥미로운 듯 말했다. “난 너랑 뺏고 싶은 생각 없어.” 윤호는 경수의 품에서 은하를 받아 안은 뒤, 침울한 표정으로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실망이 뒤엉켜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날카로운 기세였다.경수는 옆에 서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은하 씨는 정말 예쁘신 것 같아.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하지.” 그 말에 윤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수를 노려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경수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내가 너랑 경쟁이라도 할까 봐 겁나는 거야?” 윤호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경고하듯 날카롭게 말했다. “내 사람한테 손대지 마.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말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경수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간만에 재미를 느낀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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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은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윤호의 손을 뿌리쳤다. “제 일에 상관하지 말고, 이거부터 놔요!” 그녀의 저항에 윤호의 시선은 그녀의 쇄골에 드러난 붉은 자국으로 옮겨졌다. 윤호의 얼굴은 즉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다. “왜? 사모님 역할이 지겨워져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은 거야?” 윤호는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며 얼굴을 가까이 했다. “오늘 내가 엄경수에게 너를 구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네가 어떤 꼴이 됐을지 생각은 해봤어?” 은하는 그의 말을 듣고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도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되든,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윤호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이은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은하는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뻔뻔하단 거야?’그러나 윤호는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또다시 차가운 말로 은하를 공격했다.“정신 좀 차려. 오늘 그 엄경수가 마침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내가 도착했을 때쯤 넌 이미 그 사람들 손에 농락되었을 거야. 이은하, G시에서 내가 널 지켜주지 않는다면 네가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은하는 오늘의 사건에 대해 반박할 수 없었다. 입을 다물고 눈을 감자,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이 윤호의 손등에 떨어지자 그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 윤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으며 조용히 은하를 쳐다보았다. 윤호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이기환이 병상에 누워있을 때도, 은하는 꿋꿋하게 버텼다. 그러나 은하의 눈물이 윤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손등 위의 차가운 눈물이 마치 뜨거운 불씨처럼 그의 피부를 태우는 것 같았다. 작은 소리로 흐느끼는 은하의 모습에 윤호는 마음이 약해져 한숨을 쉬며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차가웠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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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윤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은 뒤 말했다. “네가 들고 있는 건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혼 협의서야.” “무슨 뜻이에요?” 은하는 잠시 어리둥절한 못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곧 깨달은 듯 협의서를 급히 넘겨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했다. 역시나. 서명란은 텅 비어있었다.‘그럼 사인조차 하지 않은 협의서를 나한테 준 거야?’은하는 분노에 휩싸여 협의서를 윤호의 얼굴에 던지며 소리쳤다. “날 가지고 논 거예요?” 윤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 당장이라도 천둥이 내리칠 듯한 표정이었다. 정민은 이 상황에 깜짝 놀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누군가가 윤호의 얼굴에 물건을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정민이 한마디 꺼내려던 찰나, 윤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건데?”은하는 그의 뻔뻔함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놔주질 않는 거예요?” 윤호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땅에 떨어진 협의서를 집어 들었다. 몇 장을 대충 넘기던 그는 무심하게 말했다. “원래는 널 보내줄 생각이었어.” 그 말에 은하는 숨을 죽이며 그가 손에 쥔 협의서를 쳐다보았다.그러나 윤호는 곧 협의서를 두 손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를 침대 위로 던졌다. “하지만 잘 생각해 봐. 결혼을 먼저 구걸한 건 너였잖아. 그러니까 평생 본분 지키며 살아야지.”윤호가 간호사를 힐끗 보자 정민이 뒤에서 그녀를 살짝 다그쳤다. 정신을 차린 간호사는 다시 수액을 주사하기 위해 은하에게 다가갔다. “왜 내가 널 놓아주지 않는 건지 물었지? 좋은 질문이네. 그렇다면 나도 묻자. 네가 나한테 먼저 결혼을 요구했는데, 내가 왜 이제 와서 널 놓아줘야 하는 건데? 대답해 봐.”은하는 입을 열었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끝내 그녀는 한 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절 사랑하지 않으니까요.”윤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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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은하는 장유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매정한 모습을 본 윤호는 더욱 차가운 기운을 드러냈다.정민은 몸을 웅크린 채 숨을 죽였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최상의 선택이다. [윤호야?] 유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자, 윤호는 은하를 잠시 쳐다본 뒤 핸드폰을 들고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지만, 당부하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환자분, 이번엔 절대 주사를 빼시면 됩니다.” 은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폐를 끼쳤네요.” “괜찮아요. 푹 쉬시고 필요하시면 벨을 눌러주세요.” 간호사는 서둘러 정리하며 병실을 나섰다. 정민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께서 방금 위세척을 하셨기에 대표님이 죽을 준비해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나가주세요.” 은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정민은 움찔하며 물러섰다. “그, 그럼 이만 나가겠습니다.” “가져온 물건도 다 들고 나가요. 이딴 건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식사를 안 하시면...” “나가라고 했잖아요!” 결국 정민은 챙겨온 죽을 들고 병실을 나서야 했다. 그러나 곧 병실 밖 모퉁이에서 윤호를 만나게 되었다. 복도 끝에서 전화를 끊고 돌아서던 윤호는 정민이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왜 나왔어?” 정민은 난감한 표정으로 보온병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게... 사모님께서 드시기 싫다고 하셔서...” 윤호는 죽이 담긴 보온병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럼 굶게 내버려 둬.” 정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대표님은 다시 병실로 들어가실 건가요?” 윤호는 비웃듯이 말했다. “너도 쫓겨났는데 내가 들어가서 뭐 하겠어?” “회사로 가자.” 윤호는 뒤돌아 복도를 걸어갔고, 정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섰다. 두 사람은 정말 회사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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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은주는 은하가 손에 몇 장의 종이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집에 도착한 뒤, 은주는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것은 찢어진 이혼 협의서였다. 은주는 그 조각을 하나씩 맞추며 읽어 내려갔다. “은하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이혼 협의서는 왜 이렇게 된 거야?” 은하는 거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찢어진 협의서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나를 가지고 놀려던 거겠지.” 그러나 은주의 생각은 달랐다. 협의서의 내용을 읽어본 그녀는 그 조건들이 윤호가 직접 작성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윤호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런 조건을 넣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협의서는 찢겨졌고, 사인도 하지 않았으니 다시 붙여도 쓸모가 없었다. “오늘 정말 많이 힘들었지?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어.” 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기 전에 문득 멈춰 서서 물었다. “언니, 내가 정말 그렇게 못난 사람인가?” 은주는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넌 누구보다 용감해.” 두 자매는 몇 초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침대에 누운 은하는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평소라면 윤호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을 텐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잠을 설치게 되었다.한편, 윤호는 밤늦게서야 일을 마쳤다. 그는 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안쪽에 앉아 있던 경수와 송유준이 그를 쳐다보았다. 유준은 경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가 이겼으니 돈 내놔.” 경수는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유준에게 건넸다. 윤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들을 바라봤다. “나를 가지고 내기를 한 거야?” 그는 소파에 앉아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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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다음 날 아침, 은하는 이씨 저택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은하가 무거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자 은주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가 이혼하려는 걸 고씨 가문에서 알고 있는 건 아니지?” 은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직 몰라.”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은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어머니는 차가워 보이시지만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니셔. 그런데 할머니는 정말 잘해주셨어. 그래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은주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제안했다. “언니가 같이 가 줄까?” 은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오늘 회의 두 개 있다고 하지 않았어? 혼자 가도 돼.” “그래, 알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응, 알겠어.” ...점심 무렵, 은하는 고씨 저택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미영이 그녀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은하는 조용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 김미영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썹을 찌푸렸다. “얼굴이 왜 이 모양이야?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은하는 자신의 상태가 나쁘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렇게 몸이 약해서 어떻게 아기를 낳겠어? 주방더러 몸에 좋은 보양식을 준비하라고 할 테니 가져가.” 은하는 습관적으로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미영은 그녀의 나약한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은하야, 윤호의 마음을 붙잡으려면 아이부터 낳아야 해.” 이런 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은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집 안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하야, 왔어? 어서 들어와.” 은하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할머니. 저 왔어요.” 김미영은 그제야 은하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들어가 봐.” 방옥자는 은하를 반갑게 맞이하며 주방더러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호는 늘 가정에 무관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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