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은 머리가 어지러워진 기분이었다. “대표님, 저는 정말 사모님께 어떠한 사사로운 감정도 없습니다. 그저 사실만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계속 말해 봐.” 정민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대충 둘러대기 시작했다. “사모님은 집안이 출중하시고, 외모도 아름다우시며, 성격도 온화하시죠...” “고작 그깟 이유로 이은하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거야?” 정민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사모님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잖아.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정민은 오랜 시간 윤호의 비서로 일해왔기에 윤호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에 대한 사모님의 진심은 10년간 한결같았습니다. 이런 감정은 정말 드물고 귀한 것입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 말을 들은 윤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정민은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에는 입 조심해야겠어. 이런 말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에휴!’다른 한편, 은하는 은주를 대신해 계약을 하나 따낼 예정이었다. 회사 밖으로 나오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이은하?”가방 속에서 차 열쇠를 찾고 있었던 은하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정말 너구나, 이은하!” 은하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곧 남자를 알아본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준영 선배?” 배준영은 환하게 웃으며 은하에게 다가갔다. “그래, 나야. 후배님이 나를 기억해 주다니, 정말 영광인데?” 대학 시절, 준영이가 자신을 여러 번 도와주었기에 은하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농담에 은하는 살짝 쑥스러워하며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 “선배, 지금 절 놀리시는 거죠?” 준영은 그녀 뒤의 LM그룹을 보며 싱긋 웃었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요즘 언니 따라 일을 배우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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