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서준이 어린 소녀를 데리고 희영의 방 문을 두드렸다. 희영이 문을 열자, 서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 선생님, 오늘은 작은 과제를 드리죠!” 희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 앞에 서 있던 소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수화로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서예요. 저와 제 친구들이 공연에서 춤을 출 생각인데, 춤을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이서는 옆 보육원의 아이인데 태어났을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서준은 이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 옆 보육원에는 이서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며칠 후에 좋은 사람들이 방문할 예정인데, 잘하면 입양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아이들은 괜찮지만, 이서와 몇몇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선생님을 찾지 못해서 희영 씨한테 부탁하러 왔어요.”희영은 보육원에서 자랐기에 입양의 기회가 얼마나 간절하고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할 일도 없었고, 매일 먹고 자는 것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희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서의 뺨을 만지며 수화로 물었다. “물론이지. 이서야, 어떤 춤을 추고 싶어?” 이서는 눈을 반짝이더니 기뻐하며 발레 동작을 취했다. “그럼 잘 찾아왔네! 허 선생님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거든!” 서준이 자랑스럽게 수화로 이서에게 말했다. 희영은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서의 손을 잡고 작은 별채를 나섰다.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하마터면 갑자기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칠 뻔했다. 희영은 이서를 보호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사람은 선홍색 고급 브랜드의 후드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고, 큰 모자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위쪽은 따뜻해 보였지만, 아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드러난 피부는 차가운 공기에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남자는 두 사람과 부딪힐 뻔한 것을 보고, 음침한 표정으로 희영과 이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희영은 창백하지만 잘생긴 남자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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