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00 챕터

제11화 누굴 믿을 것 같아?

태경은 사랑의 말을 무시하고, 집사에게 차 대시시키라고 했다.사랑은 그의 소매를 움켜쥐며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정말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요. 그냥 생리 온 것 같아요.”태경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요 며칠이 아닌 것 같은데.”계약 결혼이었지만, 두 사람은 부부로서 해야 할 일을 빼먹지 않았다.태경은 정상적인 남자였기에, 생리적 욕구가 있었다. 그를 만족하기엔 쉽지 않았는데, 어떨 때는 몇 번이나 사랑의 생리기간과 충돌되었다.사랑은 태경의 기억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얼굴을 살짝 돌리며 감히 태경의 눈을 보고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요즘 날짜가 그리 정확하지 않거든요.”태경은 사랑의 이마를 만졌는데 체온은 정상이었다.사랑은 그에게 안긴 채로 침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고, 배의 통증이 점차 사라지자, 사랑도 많이 편안해졌다.태경은 약 상자에서 진통제를 꺼내 건넸다.“약 먹고 자.”사랑은 멍하니 진통제를 받았는데, 알약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사실 지금의 태경은 확실히 친절하고 다정했다. 평소의 그는 냉정하고, 자제하고 또 까칠했으니까.잠시 후, 남자는 다시 사랑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사랑은 물컵을 받으며 나지막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함부로 약을 먹지 못했다.‘아이를 가졌으니 조심해야 되는데...’태경은 셔츠의 단추를 풀며 물었다.“왜 안 먹어?”사랑은 아무 핑계를 댔다.“이제 좀 나아졌어요. 의사가 진통제를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약에 의존성이 생기니까요.”태경은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고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 그는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졌다.사랑은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손바닥으로 배를 어루만졌다.‘아직 두 달도 채 안 되어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모르겠네.’사랑은 주말에 예약한 수술을 생각하니, 가슴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아이를 지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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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첫사랑

태경은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사랑은 키가 크고 훤칠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태경이 전화 너머의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전화할 때 그의 표정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차가웠던 미간이 점차 풀리면서 입가에는 담담한 미소가 떠오르고, 모처럼 부드러운 기색이 비쳤다.말없이 시선을 돌린 사랑은 침대 시트를 힘껏 쥐었다. 심장은 마치 갈기갈기 찢어진 것만 같았다.몇 분 후, 태경이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 사랑은 자신이 참을성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작은 얼굴을 들어 태경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강세영 씨 귀국했어요?”사랑은 이미 남에게서 세영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영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떠받드는 공주로 살았는데,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세영이 공항에 도착하자, 동창들은 이미 SNS에 사진을 올리며 그녀를 환영했다.태경은 가슴을 드러내는 짙은 색의 가운을 입고 있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랑의 눈빛에 은근히 숨이 막혔다.“응.”사랑은 침묵했다.‘나도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태경은 화가 났든 안 났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영원히 냉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방의 불을 끄고 침대 머리맡의 작은 등을 남겨두었다.사랑은 자신을 이불 속으로 숨기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삼키려 애썼다.침대에 누운 태경은 사랑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뜨겁고 단단한 그의 몸이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 둘의 몸은 서로 닿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친밀했다.남자는 코끝으로 사랑의 어깨를 가볍게 문질렀고,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태경의 손은 그녀의 배를 어루만졌고, 그 뜨거운 온도는 끊임없이 전해져 왔다.그는 낮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좀 괜찮아졌어?”사랑은 태경이 자신을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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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네 비서 편을 들어주는 거야?

사랑은 조용히 자신에게 말했다. ‘커피 한 잔 타는 것뿐이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사랑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준비해 대표님 사무실로 가져갔다.태경은 냉정하게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셔츠의 소매는 위로 말아 올려져 있었고, 드러난 하얀 손목조차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심심한 듯 손가락으로 펜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사랑의 시선은 소파에 앉아 있는 세영으로 향했다. 세영은 오늘도 눈에 띄는 빨간 벨벳 탱크톱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곱슬머리 덕분에 매력이 한층 더 강조된 모습이었다.세영의 미모는 화려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정교했고, 눈매에는 요염한 빛이 서려 있었다.지금 세영은 나른하게 태경의 사무실 소파에 엎드려 있었고, 다리를 꼬고 앉아 그의 책과 서류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심했던 것인지, 힐끗 한 번 쳐다보곤 바로 옆으로 던져버렸다.“태경아, 네 사무실은 왜 이렇게 검은색 아니면 하얀색뿐인 거야? 너무 밋밋하지 않아?” 사랑은 세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영이 당당하게 태경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으며, 사랑은 뜻밖에도 조금 부러움을 느꼈다.태경은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무실 안의 서류는 덕훈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세영은 오히려 마음대로 던져버릴 수 있었다.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세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썹을 들어올리며 붉은 입술을 의미심장하게 구부리며 미소를 지었다.사랑을 훑어보는 세영의 눈빛은 무척 차가웠다.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감추며 일부러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태경에게 물었다.“이 사람이 네 비서야?”대답을 듣기도 전에, 세영은 천천히 일어서서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태경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왜 이렇게 예쁜 비서를 쓰는 건데?”세영의 비아냥에 익숙해진 태경은 사랑을 보더니 먼저 나가라고 했다.태경은 자신의 사생활이 들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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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울지 마

사랑은 세영과 화장실에서 다툴 생각이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영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두 팔을 끼고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태경이 널 사랑하기라도 하니?”사랑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태경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침대 위에서도 그에게는 그저 욕구를 발산하는 도구일 뿐이었다.태경은 아마 예진 같은 여자들에게는 약간의 감정이라도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거나, 성격이 마음에 들었거나. 오래 사귀지 않았어도, 태경은 그 여자들을 어느 정도는 아낀 적이 있었다.하지만 사랑을 대할 때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그저 계약을 이행하는 동료에 불과했고, 부부로 가장해야 할 배우일 뿐이었다. 태경은 사랑에게만큼은 유독 감정이 없었다.학교 다닐 때부터 태경은 세영과 사귀기 전에도 여자친구가 많았다. 모두가 눈에 띄게 아름답거나 몸매가 뛰어난 미녀들이었다. 태경은 얌전하고 줏대 없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붉은 장미처럼 열정적이고 화려한 사람들에게 끌렸다.사랑은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날 사랑하든 말든, 전혀 중요하지 않아. 난 상관이 없으니까.”세영은 웃기 시작했다.“그래?”말하면서 세영은 앞으로 걸어갔고, 하이힐을 신고 있어 사랑보다 키가 더 컸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히며 웃으며 사랑에게 귓속말을 했다.“고등학교 때, 칠판에 붙인 그 연애편지, 네가 쓴 거지?”사랑은 주먹을 꽉 쥐고서야 진정을 할 수 있었다.이 일은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녀는 거의 잊어버렸다.졸업하기 전, 사랑은 용기를 내 고백의 편지를 썼고,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태경의 책상에 집어넣었다.그들은 귀족 학교를 다녔기에 교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나중에 태경은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그의 책상에 연애편지를 넣는 여자도 셀 수 없이 많았다.그러나 누가 사랑이 쓴 편지를 주웠는지, 그녀의 이름을 찢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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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냥 내 이름 불러

눈물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사랑의 눈물이 태경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사랑은 자신이 이미 이런 일로 상처받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그녀의 마음은 많이 아팠다.심하게 아픈 게 아니라, 마치 바늘이 천천히 찌르는 것처럼 괴로웠다. 그 바람에 사랑은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사랑은 깊이 숨을 쉬더니,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했다. 그녀는 조용히 사무실 문을 닫고, 비서실로 돌아왔다.그녀는 사인할 서류를 책상 위에 놓은 다음 새로 입사한 인턴을 불렀다.“대표님에게 서류 좀 보내줘. 내일 쓰실 거야.”인턴은 태경을 유난히 두려워했다. 평소에 회의를 할 때도, 뒤에 숨어있다가 가끔 태경을 훔쳐보곤 했다.동료들의 말을 빌리자면, 태경은 카리스마가 넘쳐서, 화를 내지 않고 웃어도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강 비서님, 저 정말 너무 무서워요.”인턴은 평소에 잡일을 하면서, 입사한 이래 대표님 사무실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사랑이 가장 대단하다고 느꼈다. 못 하는 것이 없고, 또 무엇이든 잘할 수 있었다. 회사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경의 사생활까지 해결할 수 있다니.사랑은 어쩔 수 없었다. “진 비서는?”인턴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얼른 대답했다.“진 비서님은 이 비서님과 같이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거예요.”“그럼 진 비서 기다리자.”“네.”...점심, 태경과 세영은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오후 두세 시가 되어도 태경은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침내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었고, 일을 끝낸 후, 핸드폰을 놀며 수다를 떨었다.사랑은 오후에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 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컴퓨터로 임신 중 주의해야 할 사항을 검색했다.밑에 수많은 건의가 튀어나왔다.사랑은 열심히 핸드폰으로 빽빽이 적었는데, 한순간 또 힘이 빠졌다.‘이 아이를 남겨둘 생각이 없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을까?’사랑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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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

사랑은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만 몰래 태경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태경의 부모님 앞에서 이름을 부를 때를 제외하면, 사랑에게는 그를 다정하게 ‘남편’이라 부를 기회가 없었다.심지어 밤에 그런 일을 할 때조차도, 그저 감정이 북받친 순간에만 작은 목소리로 태경의 이름을 부르며 살살 해달라고 애원할 뿐이었다.사랑은 침대 위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고생을 겪어야 했다. 태경은 힘이 너무 셌고, 소유욕도 지나치게 강했다. 심지어 그녀의 감정마저 통제하고 싶어 했다.사랑도 점차 깨달았다. 태경이 자신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불쌍하게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을...‘섬뜩한 괴벽이 있는 사람이야.’사랑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사랑은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옷장에는 비싼 치마가 많이 걸려 있었는데, 분기마다 신상품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회사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은 하나도 없어서, 사랑은 거의 입지 않았다.그녀는 빨간색 치마 두 벌을 골랐지만, 색깔이 너무 화려한 것 같아 다시 내려놓았다.결국 사랑은 벨벳 핑크색의 긴 치마를 선택했다. 진주 끈으로 허리를 감싸니 무척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치마는 몸에 잘 맞았지만, 등이 다소 노출되어 있었다. 사랑은 이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거의 입지 않았는데, 태경 역시 그녀가 이런 옷을 입고 정식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골라준 치마는 언제나 보수적이고 차분한 스타일이었다. 눈에 띄지도 않고,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는...사랑은 주의사항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임산부는 화장도 하지 말아야 하고, 하이힐도 신으면 안 된다는 것.그녀는 거울 속 화장기 없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래도 아름답다고 느꼈다.저녁 7시 30분, 사랑은 플랫슈즈로 갈아신고, 집안 기사에게 클럽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사랑은 코트로 자신을 꼭 감싸며, 차가운 손을 꺼내 태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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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네 아내한테 관심이 있나 봐

사랑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룸 안의 빛이 어두워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사랑은 저도 모르게 몸을 가볍게 떨었다.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엄지손가락은 지푸라기라도 쥐듯이 태경의 손을 힘껏 쥐었다.‘태경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야?’사랑은 갑자기 춥다고 느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그녀는 이까지 떨렸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가 태경의 마음을 맞힐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은 진심 같기도 또 농담 같기도 했다.태경은 어둡고 그윽한 눈빛을 하며 은근히 웃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 자신의 손을 꼭 잡도록 내버려두며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계속 내 곁에 있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 하나도 없어?”사랑이 억지로 소리를 냈다.“네.”사랑은 고개를 숙였고,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표정을 가렸다.정헌은 조용히 사랑을 바라보았는데, 그녀가 확실히 예쁘게 생겼단 것을 발견했다. 미간에서는 은근히 아름다운 정취가 스며들었다. 봄기운이 물씬 풍겨, 사람을 매료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정헌은 사랑의 이런 모습이 좀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무정한 남자였다. 심지어 고의로 그녀를 놀리고 싶었다.“다시 생각해 보지 그래?”사랑은 온몸에 추위가 몰려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기에 이 순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정헌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대신 나설 수 있는데.”그는 줄곧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사람이었다. 태경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정헌도 나름 잘 알고 있었다.태경 마음속에 없는 사람이라면, 태경의 앞에서 죽어도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건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았다.사랑은 정신을 차리고 냉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정헌은 점잖게 보이고, 말도 잘하며, 부드럽고 매너 있어 보이지만, 사랑은 그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편견은 어떻게도 숨길 수 없으니까. 사실 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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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요

정헌은 말을 한 다음, 자신이 정말 짐승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태경은 생각보다 차분했다.그는 눈을 들며 담담하게 평가했다.“그럼 네 안목도 좋은 편이네.”‘강 비서는 얼굴도 예쁘지, 몸매도 나쁘지 않지, 거기에 학력도 있고 성격도 좋지. 아주 많은 장점이 있는 사람이야, 요리 솜씨도 괜찮고.’태경은 남자가 사랑과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정상이라고 느꼈다.그는 여전히 태연했다.“그럼 난 기사에게 강 비서를 부탁할게.”정헌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경은 정말 감정이 없나 봐.’예전에 학교 다닐 때, 태경은 그야말로 무정한 사람이었다. 연애편지는 받지도 보지도 않고, 여자들이 자신을 위해 질투하고 싸워도,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오직 태경이 신경 쓰는 사람만이 그의 관심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정헌도 심심해서 물었다.“너희 둘 도대체 왜 결혼했니? 넌 강 비서를 좋아하지 않잖아.”태경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감정 때문에 결혼할 필요 없으니까.”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사랑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감정이 없으면 번거로움도 없으니까.정헌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래.”...집에 돌아온 사랑은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깊이 잠들지 못했다. 수많은 악몽에 시달려 한밤중에 놀라 깨어났다.스탠드를 켜고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날이 밝기 직전이었다.‘태경은 병원에 갔겠지. 강세영이 또 입원했으니까. 며칠 전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비아냥대던 사람이 그렇게 허약하다니, 정말 말도 안 돼.’사랑은 예전에 아내가 복수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자신도 복수를 배워,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랐다. 언젠가 자신도 여주인공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던 소녀에서 점차 무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신으로 변신하길 꿈꾸곤 했다.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혹했다.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지만, 유독 사람의 마음만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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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나도 모르게 그만

사랑은 농담을 할 기분이 아니었는데, 매사에 무척 진지한 그녀는 자존심 때문에 태경 앞에서만큼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난 다른 사람을 꼬시지 않았어요.”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진지하게 해석했다.태경은 눈썹을 들더니, 사랑의 부드러운 피부를 매만졌다. 조금만 힘을 주자, 하얀 피부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정헌이가 널 좋아한다고 말했어.”태경은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사랑은 그의 얼굴에서 불쾌 또는 관심을 찾아보려 했다.유감스럽게도 그런 건 없었다. 태경은 마치 이 일에 개의치 않은 것 같았다.사랑은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난 구 대표님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그녀는 불편함을 참으며 계속 말했다.“하물며 구 대표님에 곁에 미인이 그렇게 많으시니, 좋아하는 사람도 엄청 많으시겠죠.”태경의 엄지손가락은 여전히 사랑의 턱을 쥐고 있었다.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눈 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꼭 그렇지는 않아.”사랑은 말을 하지 않았다.‘구정헌이 오늘 저녁에 데리고 온 그 모델은 지난번 연회에 데리고 간 여자가 아니잖아. 여자를 물 마시듯이 바꾸는 사람인데.’태경은 눈앞의 사랑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히 눈길을 끄는 미모였다.그는 엄지손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사랑의 피부에 남긴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태경은 사랑보다 더 얌전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대해도 화가 나지 않는 것처럼.“강 비서,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나, 적합한 남자가 나타났다면, 먼저 눈여겨봐도 돼.”태경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사랑을 너그럽게 대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 앞으로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았다.사랑은 억지로 소리를 냈다. “고마워요.”태경은 또 주의를 주었다.“그러나 우리의 결혼이 지속되는 동안, 그 어떤 진도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알아요.”태경은 말을 마치자마자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 사랑은 미처 치우지 못한 약병을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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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수술

사랑은 태경처럼 뻔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태경은 웃으며 물었다.“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오늘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른하게 웃으니 마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사랑아, 낳고 싶지 않아도 낳아야 해.”사랑은 좀 화가 났다. ‘항상 마음대로 이런 농담을 하면서, 내가 어떤 심정인지는 전혀 배려해본 적이 없지.’위층의 침실은 객실 두 개보다 더 컸다. 가운데의 침대도 커서 네 사람이 같이 누워 잘 수 있었다.사랑은 아직도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는 의사의 말을 기억하고 얼른 배를 안았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태경은 사랑의 귀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널 원해.”사랑은 어쩔 수 없이 태경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 양복바지는 넓은 편이 아니라서, 그 부위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벨트의 버클은 무척 딱딱하고 불편했다.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잖아요.”태경은 사랑의 손을 잡았다.“강 비서, 낮에는 이런 일 하면 안 되는 거야?”사랑은 화가 나서 얼굴을 돌렸지만, 태경은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강요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태경을 가볍게 걷어찼다.“그만해요.”태경은 평소보다 차갑고 담담한 사랑 대신, 화났을 때의 그녀가 훨씬 사랑스럽다는 것을 발견했다.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고 있으니, 표정도 유난히 엄숙했다.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사랑은 숨을 쉬지 못했지만 또 자신이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것만 같았다.갑작스러운 키스에 머리가 어지러운 사랑은 여전히 이성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태경을 밀어냈다.“배고파요.”태경의 옷은 구기지 않았고, 옷차림이 무척 단정하고 점잖았다. 그는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내가 먹여주고 있잖아?”사랑은 태경을 마주할 때, 늘 말문이 막혔다. 간단한 말 한마디에 바로 얼굴을 붉혔으니까.그러나 사랑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내려가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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