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손가락은 추위에 얼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손목에 힘이 빠져 핸드폰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고, 뼛속 깊이 스며드는 서글픔이 사랑의 가슴에 가득했다. 마음속은 마치 텅 빈 벽처럼, 아무렇게나 두드리면 메아리만 돌아오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관객 여러분, 질서 있게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공연장 위쪽 방송에서는 여전히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고, 사랑은 정신을 차리며 태경에게 이해심 많은 답장을 보냈다. [네, 나는 괜찮아요. 일하는 데 방해하지 않을게요.] 간단하게 답장하고 나니,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사랑은 핸드폰을 꺼버리고 손에 쥐고 있던 티켓을 꼭 쥐고는 공연장 입구로 걸어갔다. ‘혼자 공연 보는 것도 괜찮아...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이상할 것도 없으니까.’ ‘그 사람... 원래 바쁜 사람이니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사랑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위로하며 ‘괜찮아’라고 되뇌었다. ‘정말 괜찮아. 단지 조금 실망했을 뿐이잖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공연장의 스태프는 사랑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사랑은 티켓을 건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스태프는 티켓을 받아 들고 두 장 중 한 장을 다시 사랑에게 건네주었다. 사랑은 손을 내밀지 않고, 그 티켓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용이에요.” 스태프는 사랑의 친구나 남자친구가 화장실에 간 줄로만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친구분 오시면 말씀해 주세요.” “네.”사랑은 짧게 대답했다. ‘그 사람... 오지 않을 거야.’ ...뮤지컬이 시작되었고, 공연은 약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사랑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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