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허락을 받아야 돼?

“맞네요. 거의 잊어버릴 뻔했어요.” 사랑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태경은 결혼 전에 미리 건강검진을 해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바보인가 봐... 왜 심태경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했던 거지? 내 문제는 정작 이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오히려 나 혼자만 깊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잖아...’사랑은 속으로 어리석은 자신을 자책하며 눈을 감았다.그녀가 잠잠해지자, 태경도 피곤하다는 듯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차 안은 소름 끼칠 만큼 고요했다.사랑은 몸도 마음도 지쳐서 옆에 있는 남자를 신경 쓰지 않고, 하이힐을 벗고 맨발을 바닥 매트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창문을 바라보며 등받이에 나른하게 몸을 기대더니, 천천히 눈을 감는 모습이 마치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차는 이내 집 마당에 멈춰 섰다. 하지만 태경은 사랑을 깨우지 않고 한동안 조용히 그녀와 함께 차 안에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차갑고 창백해진 얼굴을 돌려, 어둡고 깊은 눈동자로 사랑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태경은 분노에 찬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이 불길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태경은 지호와 사랑의 너무 허물없는 말투에 몹시 신경이 쓰였다. 사랑의 과거에 대해 지호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둘이 정말 오래된 사이였구나.’태경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기억하기로, 사랑과 지호는 모두 N시 출신이었다. ‘그럼 둘이 N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C시에서 다시 만난 거네...’태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호가 강사랑에게 냉담하게 대할수록, 두 사람의 관계가 뭔가 점점 더 이상하게 보여.' ‘지호 이 녀석은 원래 누구를 미워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인간인데...' 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만졌다.그의 엄지손가락으로 점점 더 강하게 사랑의 얼굴을 쥐었다.지금
Read more

제52화 내가 두 번은 못 데려가겠어?

사랑은 태경이 좀 전에 차 안에서 자신을 안을 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기억상실증에 걸린 바보처럼 살고 있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사랑은 문득 고개를 들어 맑고 또렷한 눈동자로 태경를 바라보며 말했다. “굳이 먹여줄 것까지는 없어요. 제가 알아서 먹을 수 있으니까요.” 태경은 긴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사랑의 턱을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입 벌려.” 사랑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사람이 예전에도 한 번도 나에게 음식을 먹여준 적이 없었는데, 오늘 밤 이 사후피임약만큼은 꼭 자기 손으로 내 입에 넣어야겠다?’‘설마 지난번의 실수를 두려워하는 걸까? 꼭 내가 삼키는 걸 직접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모습이었어.’ ‘결국, 이 사람은 여전히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거지.’ 사랑은 고개를 돌렸다. 태경의 엄지손가락은 허공을 갈랐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두 사람은 묘한 침묵 속에서 대치하는 듯했다. 사랑은 핏기 하나 없는 입술로 태경을 쳐다보지도 않고, 침대 시트를 꼭 쥐고 있었다. “좀 있다가 먹을게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경은 뭔가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의 무거운 눈빛으로 말없이 사랑을 응시했다. 침묵 속의 시선은 사랑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최근 사랑 역시 기분 좋을 일이 딱히 없어 태경도 더 이상 그녀에게 예전처럼 고분고분한 모습을 기대할 수 없었다. 사랑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심 대표님, 좀 있다가 먹으면 안 되나요?” 또 한참 동안 고요함이 이어지며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태경은 갑자기 사랑의 턱을 꽉 잡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살짝 비웃음이 서렸다. “강사랑, 혹시 내가 널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의 손아귀에 사랑의 턱이 아려왔다. 사랑의 턱을 쥔 태경의 엄지는
Read more

제53화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사랑도 왜 그런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전에는 사후피임약을 먹어본 적조차 없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럽기만 했다.얼굴과 목에 조금 가려운 느낌이 들자 사랑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긁기 시작했다. 태경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아 뒤로 제압하며 말했다. “긁지 마. 피부가 다 벗겨질 수도 있어.” 사랑은 불편한 기색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너무 간지러워요.” 태경은 그녀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가 한 손으로는 사랑이 움직이지 않게 손을 제압하며 말했다. “가려워도 참아야 돼.” 거실의 약상자에는 항알레르기 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태경은 사랑을 소파에 앉히고, 다시 얼굴을 긁으려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결국 그는 사랑의 손을 뒤로 돌려 묶기 위해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손목에 단단히 묶고, 약을 찾으러 가면서 사랑에게 경고했다. “얌전히 있어.” 사랑은 태경이 매듭을 풀리지 않게 묶는 기술이라도 배운 건지 궁금했다. 자신의 손목에 묶인 넥타이는 꽉 조여져 도저히 풀리지 않았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소용없었다. 태경은 항알레르기 약을 찾아 돌아왔다.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사랑을 보며 다가가 그녀를 일으켰다. 그는 사랑의 입술을 조심스레 벌리고 약 두 알을 넣어준 후, 다시 그녀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병원으로 데려다 줄게.” 사랑은 약을 먹었지만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얼굴이 여전히 가렵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다. 그녀는 태경의 품에 몸을 웅크렸다. 밖에서 부는 바람은 차갑고 거셌다. 사랑은 추워서 떨며 태경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몸이 아파서 마음도 함께 약해진 걸까? 사랑도 전혀 태경에 대한 방어 없이 태경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마치 그를 자신의 남자라 여기며 기대고 있는 것 같았다. 태경은 사랑을 자신의 외투로 감싸고 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를 앉혔다. 그는 차를 몰아 병원으로 직행했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은 강사랑이라
Read more

제54화 특별한 사람

강남복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심씨 가문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심씨 가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단한 집안이었다. 사랑은 궁금했다. ‘강세영이 지금 어떻게 심태경과 결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지...’ 지난번 사랑이 태경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그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강남복이 힘을 주어 따귀를 때리자 사랑의 뺨이 꽤 아팠다. 사랑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참는 데 익숙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병원비를 내준 적 없는 아버지였으니, 이제는 강남복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사랑은 씁쓸하게 웃었다. “태경 씨가 세영이를 그렇게 깊이 사랑하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을 텐데요.” 사랑의 말을 들은 강남복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도 세영이 병을 회복하고 귀국하면 태경과의 결혼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태경은 세영과 결혼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강씨 가문에도 두 번 이상 온 적도 없었다.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강남복은 C시에서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강남복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사랑은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와 연기를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강남복의 손에는 사랑의 어머니를 죽이려고 시도해온 증거들이 쥐어져 있었다. 또 사랑의 외삼촌을 모함해 자산을 착복하려 했던 증거도 강남복의 금고에 있었다. 그리하여 사랑은 강남복을 얼마나 증오하든,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강남복은 사랑의 얼굴을 응시했다. ‘내가 말은 별로 안 하지만, 이 딸의 얼굴은 확실히 예뻐서 쓸 만할 거야.’사랑은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물려받아 섬세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풍겼고, 게다가 특별한 매력까지 더해져 있었다. 강남복도 사랑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음을 떠올리자 눈빛이 깊어졌다. 얼마 전 강남복은 운 좋게 유정일과 식사자리를 함께
Read more

제55화 남편을 화나게 하지 마

사랑은 태경의 진심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태경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세영이는 달라,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야.” 짧은 한 마디 말... 하지만 이 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거운 진실이었다.사랑은 태경의 말 속에 경고가 숨어 있음을 알아챘다. 태경은 사랑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강세영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캐묻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태경은 사랑을 품에 안고 있었다. 서로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치 은하수가 가로막은 것처럼 끝없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퇴원하기 전, 태경은 사랑을 데리고 알레르기 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는 급하게 태경의 손에 전달되었다. 사랑은 바깥에서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전에 그녀가 디자인을 도와준 적이 있던 여자애가 연락을 해왔다. [언니, 우리 사촌 오빠한테 언니의 연락처를 보냈어요. 오빠가 별장을 하나 리모델링 해야 하는데 책정된 수당이 꽤 괜찮아요. 만나서 한 번 이야기 나눠볼래요?] 사랑은 앞으로 보름은 회사에 다시 출근할 계획이 없었다. 태경이 따로 재촉하지 않아서 굳이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고마워요.] 문자를 막 보낸 후, 태경이 결과지를 들고 사랑에게 다가와 건넸다. 사랑은 대충 보았다. 일부 약물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산물도 먹지 못한다. “감사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로 돌아가나요?” 태경은 사랑의 손을 잡아 열 손가락을 맞물려 깍지를 꼈다. “먼저 집으로 가자.” 사랑은 그를 더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는 택시 타고 갈게요.” 태경은 사랑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랑이 손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세게 그러쥐었다. “나도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가는 길에 데워다줄게.” “네.” 아침 출근 시간이라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 막혔다. 평소에는 20분이면
Read more

제56화 설마 사랑 언니가 마음에 드는 거야?

다음 주 월요일, 태경이 정한 최종 날짜였다. 사랑은 태경의 마음을 바꿀 수 없었다. 이 남자는 겉으로 보기엔 말이 통할 것 같지만, 사실 그저 겉보기에만 그랬다. 당연히, 이런 위치에 오르기까지 태경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사랑은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다. “그래도 저는 사직하고 싶어요.” 태경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 돈 준비되면 언제든 떠나도 돼.” 사랑은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으니 결국 참지 못하고 태경을 발로 밟았다. 하지만 그녀가 신은 건 슬리퍼였고, 태경의 발등에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다. 태경은 그녀의 허리를 세게 움켜쥐며 무릎을 더 깊숙이 밀어넣었다. “죽고 싶어?” 사랑은 그를 밟고 나서야 속이 풀렸다. “회사에 돌아가도 일 제대로 못하면 대표님은 저에게 뭐라 하지 마세요.” 태경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이지. 강 비서 능력은 누구나 인정하잖아.” 시간이 꽤 늦어졌다. 태경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기로 했다. 사랑이 화를 내며 삐져 있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태경이 사랑의 얼굴을 감싸고 다시 깊게 입맞춤을 했다. “회사에서 피곤하면 내 휴게실에서 쉬어도 돼.” “알겠어요.” “그리고 당분간은 돌아다니지 마.” 사랑은 그의 말에 고분고분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늘 따로 자신의 계획을 세워왔다. “네, 알겠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늘 밤엔 병원에 가서 엄마를 봐야 해요.” 태경은 그녀가 이런 일로 거짓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빨리 다녀와.” 조금 전에 사랑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성하윤과 약속한 시간이 오후 3시였다. 지금은 약속 시간이 이미 빠듯했다. 하윤이 사랑에게 보내온 주소는 호수 근처의 고급 빌라 단지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나 권세가 있는 사람이었다. 사랑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Read more

제57화 강사랑은 내 아내야

지호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태경은 회사에서 회의 중이었다. 핸드폰의 메시지 알림음이 짧게 울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회의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아무도 대표의 개인적인 메시지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다. 회의 중에는 참석자 가운데 그 누구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긴장으로 등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셔츠가 등에 들러붙어 끈적거리고 불쾌했다. 부하 직원들은 오늘의 제안에 대해 대표인 태경이 만족한지 아닌지를 알기 어려웠다. 그의 표정으로 태경의 마음에 드는지 판단해보려 애썼지만, 태경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태경은 무심히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 번 두드리다 그쳤다.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오늘은 야근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태경은 짬이 나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문자 메시지의 발신번호의 주인은 성지호였다. 거기에는 짧고 강렬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 사랑이와 잤어.] 태경은 그 문장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맑았던 그의 얼굴이 서서히 차갑게 식어갔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농담으로 여겼겠지만, 지호라면 말이 달랐다. 태경이 아는 지호는 자신이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경은 잠시 생각한 뒤, 지호의 메시지를 무시했다. 지호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태경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태경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결벽증의 소유자였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건드린 것을 더럽다고 여길 것이 분명했다. 지호도 사랑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어딘가 천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태경은 지호에게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마치 지호가 사랑을 건드린 일이 태경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호는 갑자기 흥미를 잃었다. 상대가 걸려들지 않으니 자신의 유
Read more

제58화 첫 데이트

뮤지컬 티켓 두장 다 VIP 석이었다. 연석이고 모두 최상의 시야를 자랑하는 좌석이다. 게다가 뮤지컬 거장 웨버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귀한 기회였다.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였지만 태경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태경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누군가가 티켓을 그의 손에 쥐여주기 마련이었다. 사랑은 티켓에 적힌 공연 시간과 장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도 조금은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록 구하기 어려운 티켓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보다 공연장 앞에서 태경과 세영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사랑은 평소의 냉정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와, 손을 들어 태경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3초 후, 하이힐을 신은 사랑이 조용히 태경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티켓을 태경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대표님, 말씀하신 티켓입니다.” 태경은 별로 관심 없다는 듯 그녀를 쓱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근무 힘들지 않았어?” 사랑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사실 힘든 것 별로 없었다. 오늘은 사랑이 할 일이 거의 없었고, 자잘한 일조차 몇 가지 되지 않았다. 태경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에게 손짓했다. “이리 와.” 사랑은 잠깐 망설였다. ‘여기는 회사인데 대표실이라도 언제든지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을 건데...’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뭐 하려고요?” 태경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면 와.” 사랑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대표님, 곧 누가 들어올 수도 있어요.” 태경은 짜증 섞인 소리를 내며 말했다. “들어와도 다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올 거야.” 사랑은 태경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천천히, 마지못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걸까?’ ‘설마 여기서 또...?’ 하지만 태경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부부생활은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충
Read more

제59화 기다리지 않아도 돼

사랑은 살아오면서 남자와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은 긴장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현미는 계약서의 검토를 끝내고 퇴근 시간쯤에 여유가 생기자 의자를 끌어 사랑 옆에 바짝 다가앉았다. “사랑아, 이번에 너 복직하고 나서 심 대표님의 기분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아.” 사랑은 현미가 과장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모르는 척했다.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현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투로 말했다. “진짜야. 오늘 아침 회의 때, 완전 봄바람이 불더라니까.” 사랑은 아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그런 분위기를 알지 못했다. 현미의 반응에 별로 개의치 않고 대신 현미를 보며 물었다. “현미야, 너 올해 몇 살이라고 했지?” 현미가 약간 놀라며 답했다. “만으로 스물두 살.” 현미는 올해 막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명문대학 출신에 수백 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재였다. 사랑도 사실 현미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함께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사랑은 긴장되어 떨리는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 “연애는 해봤어?” “당연하죠.” “그럼 너는 남자친구랑 데이트할 때, 주로 뭐해?” “그냥 밥 먹고, 쇼핑하고?” “아, 그렇구나.” 현미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사랑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 그리고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퇴근 시간 지났어, 얼른 집에 가서 쉬어.” 현미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며 유리문 안에 있는 사무실을 가리켰다. “대표님은 아직 안 나가셨어.” 예전같으면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사랑도 남아서 일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현미가 갑자기 물었다. “사랑아, 몸은 정말 괜찮아?” 두 달이나 병가를 냈던 터라 사람들은 사랑의 병이 꽤 깊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은 작은 가방을 들며 대답했다.
Read more

제60화 괜찮아요

사랑의 손가락은 추위에 얼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손목에 힘이 빠져 핸드폰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고, 뼛속 깊이 스며드는 서글픔이 사랑의 가슴에 가득했다. 마음속은 마치 텅 빈 벽처럼, 아무렇게나 두드리면 메아리만 돌아오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관객 여러분, 질서 있게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공연장 위쪽 방송에서는 여전히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고, 사랑은 정신을 차리며 태경에게 이해심 많은 답장을 보냈다. [네, 나는 괜찮아요. 일하는 데 방해하지 않을게요.] 간단하게 답장하고 나니,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사랑은 핸드폰을 꺼버리고 손에 쥐고 있던 티켓을 꼭 쥐고는 공연장 입구로 걸어갔다. ‘혼자 공연 보는 것도 괜찮아...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이상할 것도 없으니까.’ ‘그 사람... 원래 바쁜 사람이니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사랑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위로하며 ‘괜찮아’라고 되뇌었다. ‘정말 괜찮아. 단지 조금 실망했을 뿐이잖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공연장의 스태프는 사랑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사랑은 티켓을 건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스태프는 티켓을 받아 들고 두 장 중 한 장을 다시 사랑에게 건네주었다. 사랑은 손을 내밀지 않고, 그 티켓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용이에요.” 스태프는 사랑의 친구나 남자친구가 화장실에 간 줄로만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친구분 오시면 말씀해 주세요.” “네.”사랑은 짧게 대답했다. ‘그 사람... 오지 않을 거야.’ ...뮤지컬이 시작되었고, 공연은 약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사랑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을 바라보면서
Read more
PREV
1
...
45678
...
1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