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00 챕터

제61화 어떤 친구?

사랑은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비록 너무나 지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택시를 잡아 무심코 주소 하나를 불렀다. 아직 시간이 그렇게 늦지는 않았고, 주말에는 상점 영업시간도 한 시간 더 연장되곤 했다. 지금 그녀는 발뒤꿈치가 너무 아파 고통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미 살갗이 벗겨져 피가 맺혀 있었기에 사랑은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바닥을 걸었다. 발바닥이 조금 차갑기는 했지만 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사랑은 근처의 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녀는 약간 뒤죽박죽된 머릿속을 잠시나마 정리하며 그곳에 앉아 있었다. 카페 직원에게 머리끈을 하나 빌려 머리를 묶고 나니 축축했던 머리카락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사랑의 깨끗하고 단정한 얼굴이 더 돋보였고, 피부는 창백하지만 붉은 입술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카페 영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그녀는 킬힐을 다시 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태경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핸드폰 화면이 잠시 빛나더니 곧 꺼졌다. 사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태경 역시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사랑은 별다른 의미 없이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마치 자신이 화를 내기라도 한 것처럼 여길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저 약간 지친 상태였고, 잠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오늘은 세영의 생일이라서, 태경이가 일부러 전화를 걸어 준 것만으로도 사랑에게 태경의 반응은 아주 의외였다. 사랑의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세영의 생일 파티는 전혀 관심 밖이었다. 방금 전 구정헌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 일을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다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카페 영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 계산을 마치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태경이 아직 강씨 가문 저택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태경은 자신보다 먼저 집에 와 있었다. 거실에는 밝은 불빛이 가득했고, 태경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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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생일이 언제야?

태경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직장에서 태경은 사랑의 상사였고, 사랑이 진행하는 모든 업무는 그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퇴근 후에도 이 사랑 없는 계약 결혼의 절대적 권력자는 태경이었고, 모든 결정은 이 남자가 내렸다. 사랑은 반항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손과 발은 차가웠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냉기가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사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표님의 말씀이 맞네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래요. 다른 남자와 데이트했어요. 그게 문제라면, 다음엔 안 그럴게요.” 태경은 사랑의 이런 무심한 태도를 가장 싫어했다. “강사랑,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사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태경은 냉정하고 감정 없는 사업가였고,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다 태경의 의도와 목적이 숨어있었다. 태경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도 편할 수는 없었다. 사랑은 오늘이 강세영의 생일이었으니 태경의 기분이 좋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분명 약속을 어긴 것은 본인이면서 왜 되려 나를 ‘불성실하다’라며 탓하는 것 같지?!’ 사랑은 약간 어지럼증을 느꼈다. 아마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맞은 비 때문일 것이다. 원래도 허약한 체질인 그녀는 조금만 방심해도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났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때문에 사랑은 눈앞에 있던 남자가 희미하게 번져 잘 보이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에 평소와 다르게 붉어지기 시작했다.결국 사랑은 조용히 말했다. “심태경 씨.” 사랑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묘하게 나른했고, 발음도 명확하지 않았다. 태경은 사랑의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해주며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마에 손을 대 보았다. 사랑의 이마에 댄 손에서 열감이 충분히 느껴졌다. 사랑이 열이 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태경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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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상사와 애인

사랑이도 가끔 자신의 병약한 체질이 싫었다. 비라도 조금 맞기만 하면 고열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그녀는 잠을 설쳤고, 밤새 꿈을 많이 꾸면서 온몸이 후끈거려 땀까지 흘렸다. 사랑은 몸 위로 덮은 따뜻한 이불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누군가 손과 발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더워서 땀을 줄줄 흘렸지만, 몇 번을 더 버둥거려도 단단히 이불 속에 갇힌 채였다. “너무 더워요...” 그녀는 괴로운 나머지 힘겹게 중얼거렸다. 옆에 있는 태경이 무언가 말을 했지만, 그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사랑이 눈을 떴을 때 몸이 끈적거려 불쾌했다. 밤새 땀을 많이 흘린 듯했고, 두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태경은 그녀보다 먼저 깨어 이미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사랑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고, 태경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넥타이를 마무리하면서 조용히 물었다. “좀 괜찮아졌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열 시였다. 태경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사랑은 어젯밤 일에 대해 기억이 희미했지만, 태경과의 관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태경 씨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 “좀 나아졌어요.” 사랑이 대답했다. 태경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열이 이미 내린 상태였다. 사랑은 그의 시선을 피하고 먼저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저, 좀 씻을게요.” “그래, 다녀와.” 사랑은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욕실에서 나오니, 태경은 아직 떠나기 전이었다. 태경은 사랑의 옷차림을 한 번 훑어보았다. 딱 맞는 정장 차림에 그녀의 몸매는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사랑은 어젯밤 열이 났던 탓에 얼굴빛이 창백했고, 생각이 조금 느릿했다. “어디가 문제예요?” ‘평소에 출근할 때 늘 이렇게 입었고, 전혀 문제 될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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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당장 죽는 거 아니잖아?

오늘 아침, 강 비서가 심 대표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회사 내 모든 부서에 퍼졌다. 심지어 아침에 심 대표가 강 비서를 직접 대표 전용엘리베이터에 타라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구석구석 퍼졌다. 원래부터 일부 직원들은 강 비서와 심 대표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여겼지만, 심 대표는 늘 일에 철저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일에 섞는 일이 전혀 없었기에 냉정하고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그의 성격상 사내 연애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사랑은 아침부터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몇 개의 이메일을 처리하고 태경의 향후 일정을 정리한 후,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침에 억지로 감기약을 먹은 탓인지 약 기운에 졸음이 몰려왔다. 사랑은 사무실에서 졸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아직 칸에서 나오기도 전에,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말했잖아, 강 비서가 심 대표 내연녀라고.” “나는 전혀 몰랐는데.”“너도 참 둔하네. 심 대표가 강 비서한테만 좀 다정하잖아.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 한 여자가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덧칠하고는 계속 말했다. “게다가 강 비서는 원래 디자인 전공이었는데, 대학 때 표절한 전력이 있대. 그런 사람이 우리 회사 정식 채용 절차를 합격하기는 어려웠을 거야.” “네 말에도 일리는 있네.” 함께 있는 여자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심 대표 같은 남자와 엮이는 거라면, 그저 숨겨진 내연녀라도 나는 좋아.” 또 다른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결국 강 비서도 능력 있는 거지. 예쁜 얼굴로만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잘 모셔야지. 그렇게 순종적이니까 심 대표가 그렇게 그 여자를 아끼는 거겠지.” “그런데 강 비서가 언제 버려질런지 모르겠네. 만약 결혼이라도 꿈꾸고 있다면 그건 그냥 꿈이지.” “강 비서 출신이면 절대 심 대표의 배우자 못 되지.” “그러니까 가족으로 맞아들일 수 없는 여자야.” 사랑은 화장실 칸 안에서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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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내가 좋아하는 타입 아니야

“네.” 사랑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진심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은 애당초 꿈도 꾸지 않는 게 맞다는 걸 사랑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사랑은 한 번 태경의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뻔한 적이 있었다. 결혼 초기, 사랑이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일 때였다. 태경은 그녀에게 세심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그의 그 세심한 배려 속에서 사랑은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태경은 사랑을 작은 아파트에서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왔고, 직접 이사를 도왔다. 그때 사랑은 대학을 막 졸업한 참이라 학교에 남을지 거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태경이 직접 그녀와 함께 학교로 가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게 도와주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사랑이 병원에 갈 때에도 항상 데려다주었고, 모든 일을 신경 써 주었다. 심지어 어두운 밤에 태경의 침대 위에서조차 때로는 충동적으로 사랑을 향한 힘이 제어되지 않을 때, 사랑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삼켜야 했다. 그럴 때면 태경은 사랑을 달래기 위해 귀한 키스를 해주고,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대며 속삭였다. “아프면 날 물어.”그때 사랑의 눈물은 절반은 고통이었고, 절반은 감당할 수 없는 태경에 대한 진심이었다. 태경은 고개를 숙여 사랑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품에 안아주었다, 마치 귀중한 보물을 대하듯.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은 태경이도 자신에게도 조금의 진심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혹시 시간이 흐르면서 태경도 자신에게 조금씩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파티 후에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사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경 씨, 당신... 당신...”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는데, 술 때문인지 방 안의 난방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태경도 약간 취한 듯 넥타이를 풀고 사랑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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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그냥 비서일 뿐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랑은 졸음이 밀려와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 깨어나 보니 어느새 자신의 머리가 태경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차는 이미 공항에 도착해 있었고, 사랑은 멍한 상태로 태경의 손에 이끌려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들어섰다. 태경은 2인분의 식사를 주문했다. 사랑은 배가 좀 고팠다. 비록 양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태경은 사랑이 칼과 포크를 다루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걸 알고, 자신의 음식 일부를 잘라 그녀 앞에 내밀었다. “먹어.” “고마워요.”사랑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라운지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간단히 점심을 마치자 곧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사랑의 모든 서류와 신분증은 태경의 손에 있었고, 심지어 그녀와 태경의 결혼서류도 태경이 보관 중이었다. 평소 그는 결혼서류를 집안 서재의 서랍에 넣어두고, 사랑은 그걸 잠깐 본 게 전부였다. 비행 시간은 길지 않아 약 두 시간가량이었지만, 사랑은 비행기에서 또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또다시 태경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사랑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착했나요?” 태경은 그녀에게 덮어둔 담요를 정리하며 말했다. “응, 내리면 바로 호텔로 갈 거야.”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사랑은 그의 말이 천천히 들렸다. “알겠어요.” 그녀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며 물었다. “오늘 밤에 만찬 같은 일정이 있나요?” 그녀는 태경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턱선과 부드러워 보이는 표정이 이 남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했다. 태경은 사랑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그냥 간단한 저녁 식사 자리야.”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술은 안 마셔도 돼.” 사랑은 태경의 가슴에 기대어 잠시 머물렀다. 사실 태경은 외부의 모임이나 만찬에서는 사랑이 술을 마시는 걸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 있을 때 태경이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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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그만하자

“너 비서 꽤 괜찮네.” 허재원이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진 한 마디였지만, 그의 의도는 진심 어린 칭찬이었다. 허재원과 심태경은 예전에 해외 유학 시절에 알게 된 친구였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태경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미모는 정말 눈에 띄는 수려함을 지녔다. 재원이 간단히 덕담을 건네더니 본론으로 들어갔다. “강씨 가문 쪽 그 사건은 쉽게 해결될 거야. 걱정하지 마.” 사랑은 ‘강씨 가문’라는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원이 말하는 강씨 가문이 혹시 강남복을 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태경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한 ‘강’ 씨 성을 가진 다른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수고했어.” “별말씀을.” 오늘 재원은 약혼녀를 데려왔다. 그 아가씨도 사랑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활기찬 아가씨였다. 재원은 태경과 사랑에게 자신의 약혼녀를 소개했다. “내 약혼녀, 이름은 조진아이고.” 진아는 발랄한 성격으로 보였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심 대표님이시죠? 재원 씨가 전에 심 대표님에 대해 이야기 많이 하더라고요.” 태경은 재원의 약혼녀가 이런 타입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진아는 갓 대학생이 된 듯한 순진한 느낌이 들었다. 진아는 태경 곁의 사랑이가 신경 쓰이는 듯 물었다. “이분이 심 대표님의 여자친구인가요?” 태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사랑이 먼저 나섰다. “아니에요, 저는 심 대표님의 비서입니다.” 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아, 그렇군요.”하지만 진아의 속삭이는 소리가 작아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다. 사랑이 말을 꺼내자 태경은 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고요하고도 어두웠다. 진아는 사랑이 정말 비서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걸 보면 완벽한 재벌가 부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원에게 듣기로 태경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그녀는 사랑이 태경의 아내일 거라 여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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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태경의 눈에 서려 있던 감정과 욕망이 그 순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몸을 빼내며 뒤로 물러났다. 사랑의 뒤에서 느껴졌던 거대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그녀는 별다른 의도 없이 단지 사실을 평온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이 거래에서 사랑과 태경의 위치는 본래부터 크게 차이가 있었다. 태경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고, 거래의 시작도, 규칙의 제정도 그가 결정했다. 모든 일은 그의 말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사랑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태경은 굳이 사랑의 임신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일은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전에 말했듯이, 결국 다치는 것은 사랑의 몸이었으니 이제 사랑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생각은 없었다. 사랑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계속 할 건가요?” ‘아니라고 대답하면, 빨리 자고 싶다. 너무 피곤해.’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는 태경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억제된 목소리에 담긴 무관심이 묻어났다. “안 해.” “네.”사랑은 가볍게 답하며 이불을 단단히 끌어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태경에게 등을 돌린 채 금방 잠들 것 같았지만, 의식은 막연히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고, 또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교차했다. ...그때 어린 사랑과 태경이 납치당했던 그 보름간의 시간은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두 사람을 납치한 범인은 성격이 난폭했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하여 사랑과 태경을 함부로 폭행하곤 했다.처음에는 사랑도 소리 내지 못하고 울기만 했지만, 만약 소리를 내면 그 납치범의 더 폭행은 더 거칠어지기 일쑤였다. 그때 태경은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사랑을 나름대로 보호해 주었다. 어린 태경은 몇 번이나 사랑 대신 납치범의 주먹을 맞아 주었고, 일부러 납치범을 자극하여 사랑을 구해내려고 했다. 어린 사랑과 태경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는 작은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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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고백했어?

사랑은 지금 자신과 태경의 관계가 무엇인지 명확gl 설명할 수 없었다. 데이트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동반한 것도 아니었다. 태경이 차를 몰며 목적지를 물었다. 사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차분히 외할머니의 집주소를 불렀다. 몇 년 만에 가보는 곳이라 사랑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천천히 가요. 차는 골목 어귀에 세워야 해요.” 태경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사랑의 기분이 어젯밤보다 한결 나아 보였다. “응.”그는 짧게 응답했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태경이 살짝 웃음을 짓자, 길고 매력적인 눈매가 살짝 올라갔다. 그의 진심 어린 미소는 마치 장난기 가득한 여우 같은 매력이 넘쳤다. 그는 말했다. “세영이도 예전에 N시는 사람을 잘 기른다고 했지. 틀린 말은 아니네.” N시의 물과 바람은 부드러우며 바람도 따뜻하고, 햇살도 온화했다. 사랑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이 말도 역시 예전에 내가 태경 씨에게 했던 말인데.’ 태경은 C시 출신이고, 사랑은 N시에서 자라온 사람이라 N시가 최고라고 여겼다. 예전에 두 사람이 그 폐공장에 갇혀 있을 때, 둘은 지루함을 달랠 방법이 없었으니 태경도 사랑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때 태경은 C시가 더 좋다고 고집을 부렸고, 사랑은 N시가 최고라며 어린 마음에 그와 논쟁을 벌였다. N시의 물이 사람을 잘 길러서 여자애들은 다들 피부가 맑고 곱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년 태경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가 좋다고 하면 다 좋은 거야? 증거는 있어?” 어린 사랑은 태경의 계략에 말려들었고, 스스로 어리석게 태경이 만든 ‘함정’에 뛰어들었다.“내 피부가 아주 좋잖아! 못 믿겠으면 만져봐.” 사랑은 태경에게 다가갔지만, 상대방 손이 등 뒤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아, 만질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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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어

태경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사랑은 비록 예쁘지만, 너무 내성적이고 순종적인 성격이라 쉽게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속에만 간직했을 것이다. 그는 살짝 비웃으며 의례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좀 아쉽네.” 사랑은 손에 쥔 낡은 메모지를 꽉 쥐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는 소녀의 감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때 내가 태경 씨 이름을 적지 않은 게 다행이네.’ 대신, 그때 사랑은 작은 글씨로 ‘STG’라고 태경 이름의 이니셜만 적혀 있었다. 종이 구석에 작게 숨기듯 적어둔 이름이었다. 사랑은 고개를 떨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아쉬울 것도 없어요.” 태경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은 입술을 꽉 다물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애잔하게 느껴졌다. ‘강사랑은 그때 분명히 그 남학생을 무척 좋아한 것 같고, 지금 이 순간조차 그 기억 때문에 감정이 흔들리고 있네.’ 태경은 지금은 사랑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었지만, 남자의 본성 때문인지 그녀가 다른 사람을 좋아했던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가볍게 물었다. “왜 고백하지 않았어?” 사랑의 눈에 살짝 물기가 맺혔지만, 감정을 삼키며 대답했다. “시간을 놓쳤어요.” ‘그때 내가 한발 늦었지. 아마 그게 인연이 아니었단 뜻일까?’ 납치 사건 후 사랑은 강제로 N시로 돌아와 한동안 숨어 지냈다. 외할머니 집에 홀로 남겨진 채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때 사랑의 어머니는 여전히 살아계셨지만 이미 건강이 나빠진 뒤라, 사랑은 이 집에 머물며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골목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사랑도 창가로 달려가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오빠’가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을 기다리며... 사랑의 일기장에도 처음엔 ‘그 오빠를 정말 좋아’한다고 적던 말이 점차 ‘언제쯤 나를 찾으러 올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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