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진심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은 애당초 꿈도 꾸지 않는 게 맞다는 걸 사랑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사랑은 한 번 태경의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뻔한 적이 있었다. 결혼 초기, 사랑이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일 때였다. 태경은 그녀에게 세심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그의 그 세심한 배려 속에서 사랑은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태경은 사랑을 작은 아파트에서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왔고, 직접 이사를 도왔다. 그때 사랑은 대학을 막 졸업한 참이라 학교에 남을지 거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태경이 직접 그녀와 함께 학교로 가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게 도와주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사랑이 병원에 갈 때에도 항상 데려다주었고, 모든 일을 신경 써 주었다. 심지어 어두운 밤에 태경의 침대 위에서조차 때로는 충동적으로 사랑을 향한 힘이 제어되지 않을 때, 사랑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삼켜야 했다. 그럴 때면 태경은 사랑을 달래기 위해 귀한 키스를 해주고,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대며 속삭였다. “아프면 날 물어.”그때 사랑의 눈물은 절반은 고통이었고, 절반은 감당할 수 없는 태경에 대한 진심이었다. 태경은 고개를 숙여 사랑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품에 안아주었다, 마치 귀중한 보물을 대하듯.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은 태경이도 자신에게도 조금의 진심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혹시 시간이 흐르면서 태경도 자신에게 조금씩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파티 후에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사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경 씨, 당신... 당신...”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는데, 술 때문인지 방 안의 난방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태경도 약간 취한 듯 넥타이를 풀고 사랑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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