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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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그때 소년 태경은 어린 사랑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세월 동안, 사랑은 그 약속을 여전히 고집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적의 약속은 평생을 새기기에 충분했다.그 시절, 어린 사랑은 태경을 대신해 채찍질을 막아주었고, 너무 아파서 울지도 못한 채 눈물만 조용히 흘렸다. 아직 어린 나이로, 이를 악물고 참으며 소리 내어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때 태경의 두 눈은 가려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의 청각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태경은 벽 구석에 거의 쓰러지듯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야, 꼬맹이, 울고 있지?”사랑은 서둘러 눈물을 닦으며 부정했다. “아니야.”태경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다 들려.”“그래?”사랑은 약간 쑥스러워하며 하고 대답한 뒤 조용해졌다.잠시 후, 적막한 밤 속에서 태경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꼬맹이, 나가게 되면, 내가 널 지켜줄게.”그의 저음이 희미한 빛 속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지며 어린 사랑의 마음을 울렸다. 사랑도 조금 유치하게 답했다. “난 네가 거짓말할까 봐 겁나. 우리 손가락 걸자, 거짓말하면 너 죽는다.”태경은 피식 웃으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약속해.”...사랑은 가끔 스스로가 과거에만 매여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신만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 소년 태경을 한때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짧은 사랑, 그 조용한 약속도... 한때 사랑의 것이었다. 지금 사랑은 여전히 태경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뜨겁고 차가운 눈물을 흘리며 무언의 슬픔을 토해냈다. 얼굴은 눈물로 젖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사랑의 긴 생머리가 잉크처럼 태경의 어깨 위로 흐르며, 작고 섬세한 얼굴은 더욱 돋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그녀는 약간의 울음을 섞어 조용히 물었다. “왜 약속 안 지켰어? 왜 나를 속였어?”태경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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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연기하는 상대 배우일 뿐

불행히도, 사랑은 다음 날 아침 깨어났을 때 어제의 기억이 끊겨 거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숙취는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어렴풋한 단편적인 기억만 남았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뒷머리는 무겁고 아팠으며, 속이 여전히 불편해 아직도 토할 것이 남은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어젯밤 차 안에서 태경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를 붙잡고 울었던 것만 어렴풋이 떠올랐다.사랑은 침대에 앉아 한참 멍하니 있었다. 어젯밤 술을 마신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영 편치 않았다. 태경은 이미 방에 없었고,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새로 갈아입은 깨끗한 실크 잠옷이었다.기억의 몇 조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은 집에 도착했을 때 태경에게 토한 것 같았고, 집에 와서도 그를 놓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어젯밤 태경에게 무슨 실언이라도 했을까 봐 걱정되었다. 자신의 깊은 속마음에 있는 것들을 술김에 털어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사랑은 여전히 몽롱한 머리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집사 정화숙은 사랑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일어나셨군요. 대표님께서 해장차를 준비해드리라고 하셨어요.” 사랑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사랑은 어제 너무 많이 울었는지 눈도 여전히 아프고 코는 막혀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거울 속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고, 푸석푸석했다. 어젯밤 얼마나 울었던 건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한숨을 쉬며 얼굴을 씻고 거실로 돌아왔지만 사랑의 마음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그녀는 정화숙이 건넨 해장차가 담긴 잔을 받아들고도 마실 생각도 없이, 망설이다가 결국 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상대로 태경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랑은 현재 시간이 아침 10시인 것을 확인하고, 태경이 아마도 바쁘리라 짐작했다. ‘지금 회의 중이거나 계약서 검토 중일 수도 있어.’약 15분이 지나자, 사랑은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태경의 개인 번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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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참으로 미인이시군요

“아, 네.”사랑은 멍하게 앉아서 태경의 말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대답했다. ‘내가 어젯밤 정말로 태경 씨에게 불쾌한 말을 한 것 같아.’ ‘게다가 태경 씨는 여자가 우는 모습을 싫어하고, 약해빠진 모습을 성가셔하니까.’사랑은 더 이상 말로는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을 거라 판단하고 말을 아꼈다. “그럼, 전 이만 끊겠습니다.”태경은 무표정으로 전화를 끊다.ZP그룹 회의실.전화를 끊은 태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직원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계속하죠.”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한 부서의 부장인 이주한은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갔다. 이주한은 자신이 오늘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느꼈다. ‘내가 왜 하필이면 심 대표님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 업무보고를 하고 있더니...’“BES의 인수 작업은 아직도 평가 단계에 있으며, 회사 측에서는...” 이주한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태경이 그를 차갑게 끊었다. “평가에 몇 달을 줬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는 말인가?”이주한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표님, 상대 측의 조건 수준이 저희 예상보다 높아서 재평가가 필요합니다.”태경은 냉소적인 얼굴로 말했다. “협상이 안 되면 다른 사람을 붙여.”그의 말에 이주한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회의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태경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다는 듯 짧게 말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사랑은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시 낮잠을 자고 나서야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일어나 보니 열여섯 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고, 발신자는 전부 강남복이었다.그제서야 사랑은 주말에 한 번 집에 들르라는 강남복의 말이 떠올랐다. 강남복은 겉으로는 함께 식사를 하자는 제스처였지만, 사랑은 그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 즉, 강남복은 늘 그렇듯 사랑에게 ‘적당한 남자’를 소개해 결혼을 성사시키려 했다. 강남복에게 사랑은 마치 상품 같은 존재였다. 딸을 팔아 제값만 톡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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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언제까지 지켜줄 것 같나?

유정일은 늘 이런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는 데 능숙했다. 약효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사랑은 지독하게 기침을 하며 폐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유정일이 억지로 먹인 약이 어떤 종류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유 대표님, 이번엔 사모님께 들켜도 상관없나 봐요?”유정일은 아내를 유독 무서워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밖에서 아무리 함부로 행동해도 늘 아내의 눈을 피해서 외도를 저질렀다. 사랑의 말에 유정일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그것까지 네가 신경 쓸 건 없어! 감히 나를 협박하다니, 강 비서, 넌 참 대담하군.”사랑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심 대표님이 곧 저를 찾으러 오실 거예요.”이 말은 그녀가 지어낸 것이었다. 태경은 사랑을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오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태경은 사랑이 집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모를 것이다. 지금 사랑이 하는 말은 그저 유정일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유정일은 비웃으며 말했다. “심태경이 너에게 얼마나 신경 쓴다고? 너에게는 상사나 돈줄일 뿐이지. 그리고 오늘은 네 아버지가 널 내게 판 거야.”사랑은 몸에 점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럼 직접 심 대표님께 말씀해 보시죠.”유정일은 그녀가 입만 열면 태경을 언급하는 것에 짜증이 났다. 유정일은 태경과 심씨 가문을 절대 만만하게 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정일은 오늘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며 사랑을 짓밟을 준비를 했다.사랑은 유정일이 잠깐 방심한 틈을 타, 조용히 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을 아래로 뒤집어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손바닥 밑으로 감췄다.하지만 불행히도, 태경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절망감에 빠진 사랑은 살짝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유정일은 사랑의 작은 움직임을 간파하고는 즉시 그녀의 손을 거칠게 움켜쥐며, 끊긴 전화 화면을 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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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오늘은 병가 안 내도 되겠어?

몸이 온통 뜨거운 물 속에 잠긴 듯, 사랑은 손발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손은 뒤로 해서 넥타이로 묶여 있어서 아무리 몸부림쳐도 풀리지 않았다. 젖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침대 옆에 앉아 있던 태경은 무심한 태도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그의 표정은 말 없는 고문관과 같았고, 마치 사랑이 모든 것을 털어놓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지금 사랑은 마치 물을 갈망하는 물고기 신세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너무나도 강하게 저항한 탓에 묶인 손목에는 선명한 넥타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원래 사랑의 피부가 쉽게 자국이 남는 체질이라 붉은 자국이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사랑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말하는 속도도 조금 느려지며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오늘 밤 좀... 곤란한 일을 겪었어요.” 태경 앞에서 거짓말을 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사랑도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대충 둘러대며 상황을 설명했다. 사랑은 태경에게 자신과 강남복이 부녀 관계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태경이 자신을 사생아로 여기며 다른 눈빛으로 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남복은 사랑의 어머니 남청연과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의 존재 역시 부인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강남복의 입에서 나온 말 그대로 그저 의도치 않은 사생아일 뿐이었다. 엄수인이 강남복의 정실 부인이었고, 강세영은 강남복이 애지중지하는 천금 같은 딸이었다. “그래서?” 태경은 한결같이 여유 있는 태도로 물었다.방금 유정일은 억지로 사랑에게 약 세 알을 먹였다. 이미 사람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훨씬 초과했기에, 사랑이 지금까지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침대 시트를 얼마나 꽉 움켜쥐었는지 사랑의 손톱이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그때 그... 유정일을 기억하세요?” 사랑은 몸이 뜨거워져서 더 이상 참기 힘들었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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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운명적으로 이어진 천생연분

태경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피한 사랑은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약간 쉰 목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대표님, 이 문서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태경은 그녀의 회피에 굳이 끝까지 추궁하지는 않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문서를 가볍게 훑으며 한눈에 살펴보고 말했다. “모레 저녁 회의는 미루고, 다른 날로 다시 잡아.”사랑은 잠시 멈칫했다. “모레 저녁이라면...”ES그룹 고위층과의 저녁 식사 자리였다. ES그룹은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급성장한 첨단 기술 회사로, 인수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이제 마지막 세부사항 조율 과정만 남아 있었다. 사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경이 말을 잘랐다. “뒤로 미뤄.”사랑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태경이 이렇게 중요한 일정을 취소하는 건 반드시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업무가 아니라면 사적인 이유일 텐데, 사랑은 이 세상에서 태경이 이렇게까지 배려할 만한 사람은 오직 강세영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랑은 자신과 강세영의 차이를 깨닫고 잠시 마음이 헛헛해졌지만, 그런 감정은 금세 마음 깊이 묻었다. “그럼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이때 태경이 갑자기 사랑을 불렀다. “강 비서, 커피 한 잔 부탁해.”사랑은 익숙한 업무에 다시 몸을 맡겼다. 태경은 다른 사람들보다 사랑을 부리는 걸 특히 좋아했으며, 사랑이가 바쁘든 말든 커피는 꼭 그녀가 내려주길 원했다. 태경은 달콤한 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고, 늘 쓰디쓴 블랙커피만 찾았다. 사랑은 종종 태경의 인생에 즐거움이 빠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태경의 모습은 고등학교 시절의 화려하고 당당했던 모습과는 달리, 차갑고 고고한 달처럼 멀고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려온 사랑이 커피잔을 건네자, 태경은 아주 예의 바르게 말했다.“고마워.”“별말씀을요, 대표님.”사랑은 형식적으로 답했다. 이제 사랑도 왜 태경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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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내 아내니까

강사랑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강세영과 심태경의 마음속 위치를 비교하려 들지 않았다. 세영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걸, 굳이 구정헌이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랑은 무표정하게 정헌의 발을 하이힐로 살짝 밟고 그를 밀어냈다. “구 대표님께서는 제 일에 신경 끄시면 되겠습니다.” 정헌은 사랑의 얼굴이 자신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예전에 만났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정헌도 지금 단순히 사랑에게 끌리는 이유는 사랑의 외모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남자의 본성처럼, 손에 닿지 않을수록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손에 들어오면 바로 매력을 잃고, 버려지는 존재처럼.정헌은 사랑에게 약간 무례한 말을 내뱉었다. “강 비서는 남의 연애에 끼어드는 게 취향이야?” 사랑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구 대표님만큼은 아니죠.” 정헌은 사랑에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사랑이 날카롭게 자신을 비꼬고 있는 걸 눈치채고는 속이 쓰렸다. ‘지금 강사랑이 내가 자신과 태경의 결혼을 방해하는 ‘세컨드'라는 걸 비꼬는 거야?’이때 휴게실의 문이 몇 번 두드려졌다. 사랑은 회사에서 정헌과 어떤 일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면 소문이 날 게 뻔했다. 정헌은 애인이 자주 바뀌는 사람이라 사랑은 절대 이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누가 들어오려 하네요, 구 대표님 잠시 비켜주시죠.” 정헌의 눈에 사랑의 얼굴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전에는 이 얼굴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슬픔에 젖은 얼굴도, 지금처럼 살짝 화난 얼굴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문 밖에 선 사람은 현미였다. 그녀는 물컵을 들고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뜨거운 물 좀 받으려고요.” 사랑은 차분히 말했다. “아까 잠깐 실수로 문이 잠겼어요.” 현미가 두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정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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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정말 결혼했어?

사랑이 이미 결혼했다는 소식은, 오히려 그녀가 유정일의 아내에게 곤욕을 치른 일보다 더 큰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마치 커다란 폭탄이 터진 것처럼, 뉴스가 회사 안팎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유정일이 어떤 사람인지는, 업계 사람들 중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가 알았다. 그는 여자를 밝히는 사람으로, 예쁜 여자만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낙인이 찍혀 있었다. 예전에도 유정일이 회사 실습생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범죄를 저지르려던 악질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의 평판은 이미 바닥을 쳤기에 다들도 이런 일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유정일의 아내는 사랑의 말에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무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은 태경 곁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기에, 냉정하게 말할 때의 기세와 서늘함이 태경과 닮아 있었다. 사랑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모님, 만약 여기서 더 억지를 부리신다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유정일의 아내는 사랑의 기세에 잠시 위축되었지만 말은 여전히 거칠었다. “두고 봐!” 사랑은 동요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현미 씨, 우리 회사 보안요원을 불러주세요.” 유정일 아내는 보안요원에게 끌려나가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자리를 떴다. 그녀는 원래 사랑이 이렇게 만만치 않은 상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당당하고 단단한 사랑의 태도에 오히려 자신이 잘못 알고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보안요원을 여기까지 오게 할 필요 없어요. 내가 알아서 나갈게.” 사랑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조심히 가세요. 다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할 시간에 남편분 단속부터 잘하시는 게 어떨까요?” 유정일의 아내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입이 근질거려 참지 못하는 고양이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인간이었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유정일의 아내는 울분을 삼키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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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귀하게 자란 아가씨

사랑은 태경의 말에 놀라지도 않고, 창밖을 보며 살짝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대표님은 결국 원하는 걸 얻게 될 거예요.” ‘태경 씨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도 아니지.’‘이 세상에서 가장 강요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거니까.’ 사랑은 태경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그가 말할 때의 무표정 속 미묘한 감정까지도 기억했다. 사랑이란 감정이 찾아오는 계기는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필연’과 ‘느낌’만 있을 뿐이다. 사랑은 태경의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즉, 정말로 세상에는 첫눈에 반한 감정만큼 순수한 것은 없다는 사실. 그리고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 태경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심지어 태경이 사랑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사랑의 마음을 담담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도 더 이상 태경 씨한테 아무 미련도 없어. 태경 씨는 고등학교 때 우리가 만난 사이라는 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데...’‘설령 고등학교 시절에 태경 씨가 처음부터 사람을 잘못 알아본 게 아니더라도, 내 재미없는 성격 때문에 아마 나한테 금방 싫증을 냈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며 사랑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소복이 쌓인 도로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고, 상점 유리창에는 설맞이 장식이 붙어 있어 명절이 돌아오는 화려하고 활기찬 풍경을 자아냈다. ‘곧 새해가 오고, 난 또 한 살 더 먹네.’ ‘그리고 태경 씨를 만난 시간도 또 한 해가 늘어나네.’ ‘돌고 돌아, 우리 둘이 함께했던 시간이 흐른 세월을 돌이켜 보면,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걸...’ ‘이제는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길다.’‘고등학생 시절, 스쳐 지나가는 운명처럼 내 삶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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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나 혼자였어

사랑은 의심이 들었다.‘내가... 정말 강세영이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존재일까?’ ‘사실 강세영은 나를 위협적으로 여기지 않아도 될 텐데, 오래전부터 강세영은 결코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어.’ 살짝 고개를 돌린 채, 사랑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에게 그럴 자격 없는 거 알아요.” 태경은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사랑은 한 걸음 물러서며 말을 덧붙였다. “제가 헛소리를 했네요.” ‘태경 씨 앞에서 괜한 소리 해서 성가시게 했네...’ ‘나와 태경 씨는... 이렇게라도 평화롭게 지내는 현재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사실, 사랑은 태경의 마음이 변해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동안 태경 씨는 나에 대해 불쾌한 기억만 있었을 텐데, 나를 더 참아주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오랜 침묵 끝에, 태경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사랑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대체 왜 또 우는 거야?” 사랑은 유독 눈물이 많은 편이었다. 조금만 마음이 아파도 금세 눈물이 고이고 만다. 그녀는 이렇게 약하고 애처로운 자신이 늘 맘에 들지 않았다. 태경의 무표정한 말투에 가슴이 더 서러워지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사랑은 손으로 눈을 닦으며 코가 막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말아요.”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와 부드럽고 애절한 말투에 태경은 더는 사랑을 탓할 수 없었다. 태경은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답했다. “울지 마.” 사랑은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태경이 자신을 귀찮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기대할 것도 없었다. ‘태경 씨는 내 눈물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기 싫은 거니까.’ 사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녀는 욕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나서야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부었던 눈도 조금 가라앉았다.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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