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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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이용당하는 도구

세영과 지호가 도착했다는 태경의 말에 사랑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세영과 관련된 얘기를 들을 때마다 사랑의 감정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사실 사랑은 세영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대표님 혼자 공항에 가도 되지 않나요? 제가 가도 별 의미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태경은 사랑의 손을 꽉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같이 가자. 겸사겸사 저녁도 먹고.” 둘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탓인지 사랑은 태경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그대로 맡을 수 있었다. 살짝 떫고 쌉싸름한 향이었다. 태경의 말투는 대부분 차분하고 큰 기복이 없는 편이었다. 가는 길에 사랑도 창밖으로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웠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태경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한 레스토랑으로 사랑을 데려갔다. 겉으로 봐도 일반 식당처럼 보이지 않았고, 고급스럽고 내밀하게 꾸며진 곳이었다. 성지호와 강세영은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다. 태경은 사랑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물잔을 건네받는 사랑은 속마음이 약간 불편해졌다. 그녀는 도대체 태경이 왜 자신을 세영 앞으로 데려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태경 씨의 새 애인이라고 말해도 이상할 텐데... 그리고 태경 씨는 마음속에 강세영을 첫사랑으로 깊이 간직하고 있고...’ ‘태경 씨 마음이 변해서 더 이상 강세영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강세영과 마주쳤을 때 누군들 마음이 편하겠어?’ ‘하지만 강세영을 좋아하지 않는 건... 태경 씨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태경 씨는 까다롭고 어느 정도 집착과 결벽증까지 있어서 한 번 목표를 정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성에 차는 사람이잖아.’ 심씨 가문의 적장자인 심태경은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해 보여도,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였다.사랑이 잠시 여러 생각에 잠긴 사이 점점 아랫배가 뻐근해져 왔다. 꾹 참고 있었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따뜻한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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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아까는 왜 화냈어?

세영은 돈을 써서 의사를 매수해 사랑이 임신한 사실을 알아냈다. 세영은 귀국 후, 태경이 혼인신고한 상대가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속이 뒤집혔다. ‘왜 하필 그 애야? 마치 악령처럼 내 앞에 나타난 강사랑!’ 세영은 사랑이 한 달 반 넘게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병으로 그렇게 오래 병가를 낼까?’ 그녀는 태경에게 우회적으로 물어봤지만, 태경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세영은 더 궁금해졌다. 그녀는 많은 돈을 써서 결국 사랑이가 입원한 병원을 알아냈다. 세상에 돈으로 열지 못할 입은 없으니 세영은 사랑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영은 손을 닦으며 조소를 머금었다. “강사랑, 아직까지 그 사람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좋은 점이 뭐니?” 세영은 서서히 다가서며 비꼬았다.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후회만 하게 될 거야.” 사랑은 태경이 이 사실까지 세영에게 알렸다는 생각에 몸이 얼어붙으며 창백한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그 사람과 어떤 관계든 너와는 상관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 강씨 가문의 대단한 세영 아가씨가 나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사랑은 미소를 지었다. “설마 세영 아가씨가 본인 엄마처럼 세컨드가 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세영은 ‘세컨드’라는 사랑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지만,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야, 강사랑. 너무 자만하지 마.” 세영은 사랑의 얼굴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어 불쾌했다.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담담하고 무감각해 보였다. 세영은 또 악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술로 몸까지 상하는 일이었는데, 심태경은 그런 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어. 미안해하는 마음도 없었지.” 사랑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괜찮아. 난 심태경의 아내 자리만 있으면 돼.” 사랑은 세영을 밀어내고 천천히 화장실을 나섰다. 다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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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난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사랑이 견딜 수 없었던 건 태경이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세영에게 말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태경 씨... 정말로 내 마음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분을 참아내며 발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랑은 이빨을 꽉 깨물고 침묵하는 쪽을 선택했다. 차 안에 얇고 희미한 안개처럼 연기가 피어오르고, 태경의 담배 냄새조차 씁쓸하게 느껴졌다.태경은 손을 뻗어 사랑의 얼굴을 제 손가락으로 돌려세웠다. 약간의 힘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게 하며 붉어진 눈과 창백한 얼굴을 응시했다. 입에서 쏟아내려던 거친 말이 어느새 태경의 목구멍에서 조용히 사라져갔다.“강 비서, 정말로 세영을 그렇게 싫어하나?”“싫다고는 할 수 없죠.” 사랑은 솔직히 말했다. 불필요한 감정을 쏟는 건 오히려 낭비라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분을 보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대표님도 이미 느꼈겠지만, 아마 강세영 씨도 저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 거예요.”사랑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지겨웠다. 그녀의 턱은 태경이가 잡고 있는 손 때문에 조금씩 아파왔다. 태경의 손가락은 마치 삐쩍 마른 나뭇가지처럼 뼈가 앙상지만, 또한 차갑고 단단했다. 사랑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제 턱을 잡은 손을 좀 놓아 주실래요?”태경은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며 다그쳤다. “확실하게 말해.”사랑이 얼굴을 돌리려 하자, 태경은 더 세게 그녀의 얼굴을 잡아당기며 다시 되돌렸다. “뭘 피하는 거야?”사랑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강세영 씨를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되돌아가세요. 저한테는 관여하지 말고요.”태경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어디 가든 내 마음이야.”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그 냉담한 눈빛만으로도 태경의 얼굴은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태경의 차가운 태도는 사랑에게 더 강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너는 이유도 없이 나한테 차갑게 구는데, 나는 그 이유도 못 물어봐?”사랑은 그와 싸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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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모든 걸 다 해결할 거야

사랑은 태경이 N시로 자신을 데려온 이유가 일을 돕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그녀를 호텔에만 머물게 했다. 태경은 사랑에게 문서를 준비하라거나 회의에 참석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사랑은 오히려 여유로워서 좋았고, 심심하지도 않았다. 태경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사랑은 어젯밤 먹은 진통제가 약간 수면 효과가 있었는지 아침에도 잠이 덜 깬 듯 머리가 무겁고 몽롱했다. 그녀는 태경이가 일어나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희미하게 느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태경은 떠나기 전, 마치 사랑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것 같았고, 그녀에게 호텔에 잘 있으라고 조용한 속삭임으로 당부했다.사랑은 그렇게 순순히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태경도 그녀가 매일 무엇을 하는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사랑의 외삼촌은 여전히 복역 중이었고, 형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이었다. 그녀는 외삼촌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와 약속을 잡고, 면회를 준비했다.사랑이 매년 외삼촌을 면회할 기회는 많지 않았고, 외삼촌도 항상 조카인 사랑을 그다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머니 남청연의 일을 알리지 않은 것도 과연 외삼촌이 견디지 못할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남씨 가문의 핏줄은 이제 정말 몇 명 남지 않았다.사랑은 나가기 전 화장을 했고, 안색이 좋아 보이게끔 거울 앞에서 웃어 보이며, 외삼촌이 자신이 잘 지내지 못한다는 걸 눈치채지 않길 바랐다.시내에서 N시 교도소까지는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창밖 풍경이 점점 황량해졌다.사랑은 30분을 기다려서야 외삼촌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랑의 외삼촌인 남준혁은 여전히 젊었다.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였다.남준혁은 원래 부모님에게 가장 사랑받는 막내로, 구김살 없이 자란 소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남준혁도 단번에 어른이 되어야 했다.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남준혁은 어느새 자란 조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왜 왔어? 오지 말라고 했잖아?”사랑은 짧게 대답했다. “마침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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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결벽증

사랑은 태경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소파에 깊숙이 눌려 거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태경의 차가운 시선이 마치 얼음처럼 날카롭게 사랑의 얼굴을 훑어 내려갔다. 그가 사랑의 침묵에 더욱 불만을 품은 듯, 눈빛 속에 점점 살기가 더 선명해졌다.사랑은 이런 태경의 모습이 무서웠다.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의 불만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았다. 태경은 사랑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가까이 끌어당겼다. “말해.”사랑은 태경이 말하는 ‘남자’가 외삼촌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변호사 이세훈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는 태경에게 외삼촌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고, 이세훈의 존재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태경은 비록 사랑에게 애정은 없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민감하게 굴었다. 그는 사랑이 낯선 남자와 가까이 지내는 걸 싫어했고, 심지어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도 불편해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자신의 친구라면 조금 나았지만, 사랑에게는 다른 이성을 만나는 자유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사랑은 태경의 가까워진 얼굴을 바라보며 들었던 공포심을 누르고, 심호흡을 하며 차분하게 물었다. “대표님, 지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죠?”태경은 사랑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무정하게 옆으로 밀어내며 차갑게 돌아섰다. 곧이어 사랑의 얼굴에 사진들이 날아들었다. 종이의 모서리가 사방으로 날카로웠지만, 사랑은 사진이 부딪쳐오는 아픔보다도 수치심을 더 크게 느꼈다.사랑은 손을 덜덜 떨며 바닥에 흩어진 사진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사진들은 모두 그녀와 이세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각도를 교묘하게 잡아 마치 두 사람이 애정 행각을 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사진 속에서, 사랑이 세훈에게 다가가 웃으며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느 장면에서는 마치 세훈과 얼굴을 맞댄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사랑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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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제 내 말 좀 잘 들어

사랑의 속눈썹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물안개 너머 태경의 표정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아마도 지금 이 남자... 냉정하고, 차가운, 모든 걸 초연한 듯한 얼굴이겠지.’‘늘 나에게 예의와 격식을 갖출 때는 그랬지.’그러나 사랑은 이미 태경의 성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태경이가 곁으로는 온화하고 무심해 보였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사람이었다.사랑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젖은 몸을 움켜쥐며 가늘게 떨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주세요, 제가 스스로 할게요.”태경은 눈을 아래로 내려 사랑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젖은 옷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여성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의 사랑은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고, 옷은 흐트러져 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오히려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태경이가 욕실 문을 닫자, 긴장으로 굳어졌던 사랑의 몸이 조금씩 이완되었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계속 쏟아져 내렸고, 욕실에는 수증기가 가득 찼다.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눈물과 물방울이 함께 흘러내렸다. 이를 악물며,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울었다.잠시 후, 사랑은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 젖은 옷을 벗어 던졌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랑은 물속에서 일어났고, 욕실 안에는 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밖에 있는 태경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모든 게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심정이었다. 태경 앞에서 더 이상 자존심을 지키려 하지 않아서 욕실 수건을 간단히 몸에 두르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별도의 휴게실인 듯했다.사랑은 태경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물었다. “전화해서 호텔 서비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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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계속 뭘요?

태경은 일할 때 항상 목표가 분명하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랑은 그가 왜 굳이 이세훈을 만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곁으로는 단순히 식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에 태경이 세훈에 대해 뒷조사라도 할까 봐 걱정스러웠다.그녀는 괜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태경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사랑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태경의 말을 따라,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최선이었다.사랑은 속으로 이를 악물고 결심한 듯 천천히 태경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다리 위에 몸을 살짝 기대앉았다. 가녀린 팔로 태경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에게 조금 기대었다.태경은 아무 움직임도 없이 사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담긴 웃음은 차가운 비웃음이었다. 사랑의 어색한 행동은 태경의 눈에 쉽게 읽혔고, 서투른 매혹이 오히려 티가 났다.사랑은 용기를 내어 태경의 얼굴에 가만히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댔다. 달콤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 “태경 씨, 일 마치면 우리 C시로 돌아가요. 굳이 이 변호사님을 만나러 갈 필요 없잖아요.”그녀의 향기는 은은한 재스민을 연상케 하는 맑고 고요한 향이었다. 지금의 사랑은, 피부는 희고, 붉게 물든 눈가가 사랑스러워 보였다.태경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가볍게 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사랑의 피부에 닿자, 그는 살짝 물러섰다. “생각해 보지.”사랑은 여전히 불안해서, 확실한 답을 듣고 싶었다. 그녀는 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려 다리 가까이로 끌어오며 조심스럽게 태경의 입가에 키스했다. “태경 씨, 부탁이에요.”사랑은 세훈이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태경은 사랑의 손가락을 가볍게 잡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너는?”사랑은 잠시 망설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외삼촌의 일에는 아직 세훈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두 사람은 완전히 인연을 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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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냥 사과해

사랑은 태경이 방금 세영과 가격 경쟁을 벌인 것이 그저 세영을 놀리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았다. 사랑은 마음속에 있던 말을 삼키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세영과 자신이 얽히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태경이 선택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 세영일 터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었다. 포기하면 정말로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강세영이 우리 엄마의 유품을 돌려줄 리는 없을 테니까.’사랑은 심호흡을 하며 용기를 내어 태경의 팔을 잡으며 속삭이듯 물었다. “대표님, 아까 하신 말씀 아직 유효한가요?”그녀는 뭔가 부탁이 있을 때만 이렇게 태경의 곁에 다가가고 그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태경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뭘 원해?”사랑은 내심 불안했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그 에메랄드 목걸이 세트, 정말 예쁘더라고요.”사랑도 순간에 말문이 막혔다. 특히 태경의 미소 띤 눈빛이 자신을 바라볼 때 더욱더 쑥스러워졌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싸긴 하죠.”태경은 사랑의 붉어진 뺨을 바라보며 가볍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겼다. “너도 그걸 원해?”사랑은 잠시 망설였고, 그 한마디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자신이 참으로 비참하게 느껴졌다. 남의 호의를 구걸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결국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정말 마음에 들어요.”사랑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주먹을 꼭 쥐었다. 그 고통 때문에 사랑은 오히려 더 냉정할 수 있었다.태경은 결코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사랑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른 건 더 없나?”그리고는 단호하게 덧붙였다.“그건 안 돼.”이 답은 사랑에게는 놀랍지 않았고, 이미 예상했던 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다른 건 없어요.”태경은 깊은 시선으로 사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썰미는 좋네.”사랑은 순간적으로 그 목걸이가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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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술 마시는 걸로 할까요?

사랑은 조용히 눈을 들어 세영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내 인생에 지금까지 겪어온 수치를 얼마 많은데 오늘 하루 안 참는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것도 없어. 한마디 말로 하는 사과 그게 뭐 별거라고.’“강세영 씨, 미안해요.”사랑은 손바닥을 꽉 쥐며 속에 차오르는 쓰라림을 억누르고, 담담하게 사과했다. 사과의 말을 내뱉고는 사랑도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아무런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굴었다.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금세 눈물을 거두고 미소를 지었다. “됐어요, 됐어요. 이걸 왜 강 비서님 탓으로 돌리겠어요? 제가 굳이 물어본 거잖아요. 오히려 사과를 하게 만들어서 제가 너무 까다롭게 보이겠네요!”세영은 마치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대범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지호는 그런 세영의 미소를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넋을 잃었다. 지호는 그동안 세영이 웃는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모습은 왠지 친근하고 익숙했지만, 예전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지호는 세영에게 깨끗한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눈물이나 닦고 웃어라.”세영은 스스럼없이 손수건을 받아들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성지호, 그렇게 굳은 얼굴 좀 풀어주면 안 돼? 다른 사람들이 보면 겁먹는다니까.”그녀는 이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처럼 많이 웃어봐. 그럼 훨씬 멋져 보일걸.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낭비하면 안 되지.”지호는 세영의 말에 응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됐어?”세영은 만족스럽지 않은 듯 대답했다. “나쁘지 않네.”지호는 원래 잘 웃지 않았다. 세상에는 지호에게 기쁨을 줄 만한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본래 어둠 속에서 살아갈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지호에게는 세영이가 밝은 빛 속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그는 세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호는 자신이 평생 세영을 위해 살아갈 운명이라고 믿고 있었다.태경은 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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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왜 이제야 왔어?

사랑의 몸은 술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태경의 한마디가 그녀를 얼음 구덩이에 빠뜨린 듯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와인이 목구멍까지 차며, 목을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심해졌다.얼굴이 창백해진 사랑은 떨리는 손으로 태경의 손에서 손가락을 떼어냈다. 이제는 더 이상 태경에게 기대지 않기로 결심하며, 그가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강세영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고, 성지호도 마찬가지야. 게다가 심태경까지 나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아!’ ‘허! 이 사람들 다 나를 괴롭히고 있어.’술에 취해 머리가 혼란스러운 사랑은 떨리는 손으로 따뜻한 물을 조금 마셨지만, 식도와 위에서 느껴지는 타오르는 고통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카드 게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랑은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이 일었고, 카드 따위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빈 와인잔에 와인을 가득 따르며 말했다. “이제 그만 할래요. 제가 졌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거실은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세영의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는 서서히 굳어졌고, 지호는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며 깊고 어두운 눈빛을 드러냈다.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한 그의 눈 속에는 폭풍전야의 고요가 감돌았다.태경만이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사랑을 바라보며 비웃음 섞인 눈빛을 보냈다. 마치 아무 가치 없는 물건을 흥미롭게 구경하듯.사랑은 한 잔을 비우고 다시 와인잔을 채워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녀는 강하게 마셨고, 와인잔을 힘주어 움켜쥔 손가락은 하얗게 변했다. 얇고 가는 사랑의 손가락에 핏대가 섰다.병 안의 와인이 모두 비워지자, 사랑은 비틀거리며 이들 앞에 섰다. 머리가 혼란스럽고 온몸이 흐느적거렸지만, 가까스로 소파를 붙잡고 중심을 잡았다. 그녀는 힘겹게 물었다. “이 정도면 됐나요?”세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태경이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날카롭고 차가운 음성으로 보디가드에게 지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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