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눈썹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물안개 너머 태경의 표정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아마도 지금 이 남자... 냉정하고, 차가운, 모든 걸 초연한 듯한 얼굴이겠지.’‘늘 나에게 예의와 격식을 갖출 때는 그랬지.’그러나 사랑은 이미 태경의 성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태경이가 곁으로는 온화하고 무심해 보였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사람이었다.사랑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젖은 몸을 움켜쥐며 가늘게 떨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주세요, 제가 스스로 할게요.”태경은 눈을 아래로 내려 사랑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젖은 옷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여성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의 사랑은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고, 옷은 흐트러져 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오히려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태경이가 욕실 문을 닫자, 긴장으로 굳어졌던 사랑의 몸이 조금씩 이완되었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계속 쏟아져 내렸고, 욕실에는 수증기가 가득 찼다.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눈물과 물방울이 함께 흘러내렸다. 이를 악물며,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울었다.잠시 후, 사랑은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 젖은 옷을 벗어 던졌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랑은 물속에서 일어났고, 욕실 안에는 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밖에 있는 태경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모든 게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심정이었다. 태경 앞에서 더 이상 자존심을 지키려 하지 않아서 욕실 수건을 간단히 몸에 두르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별도의 휴게실인 듯했다.사랑은 태경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물었다. “전화해서 호텔 서비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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