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도는 밤새 침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침에 인아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집에 없었다. 인아는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토록 무기력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외면하는 듯한 느낌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인아는 일어나 억지로라도 죽을 끓여 두 그릇을 비웠고, 의사가 처방해준 약도 챙겨 먹었다. 인아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고,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갔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인아가 문을 열자, 희도의 비서인 장원호가 서 있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모님의 생일이라 대표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원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인아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랐다. 원호는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아는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원호는 다시 설명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생일을 위해 준비한 새 옷을 입으시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시길 원하십니다.” 인아는 순간 멈칫하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희도가 생일을 챙기겠다는 말이 단순한 형식적인 말일 줄 알았는데, 그가 진심이었다니. 이 상황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원호는 인아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사모님, 가고 싶지 않으신가요?”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 희도는 그녀의 소중한 것을 불태우고,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생일을 챙기겠다고 한다. 역시나 희도에게 있어서 인아의 감정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원호는 잠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사모님, 어쨌든 대표님은 사모님의 남편입니다.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대표님은 사모님의 보호자이십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인아는 그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원호를 바라보았다. 원호는 말을 이어갔다. “만약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고 계신다면, 사모님도 대표님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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