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희도는 인아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며 고개를 돌려 연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병원에 데려다줄게.” “하지만...” 연서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희도의 차가운 시선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희도가 겉으로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감정이 스며있었다. 연서는 그 차가운 감정을 느끼고는 더 이상 불평하지 못했다. “발 아파, 나 좀 안아줘.” 희도는 인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서를 아무렇지 않게 안아 올렸다. 연서는 희도의 목을 감싸며 고의적으로 도발적인 눈빛으로 인아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봐, 난 너랑 달라.’ 희도는 연서를 안고 인아를 지나쳤다. 그의 발걸음이 멀어질 때, 그가 지나가며 일으킨 바람이 인아의 귀 옆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다. 인아는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떨리는 듯했다. 희도가 떠난 후, 방 안의 분위기는 차가운 정적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용국이 조심스럽게 인아에게 다가갔다. “형수님, 괜찮으세요?” 인아는 고개를 떨군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슬픔을 담고 있었다. 용국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다정하게 안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괜찮을 수 있을까? “형은 진짜 바보예요! 형수님,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모두가 인아가 희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정작 희도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인아를 단지 가족처럼만 여겼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용국의 말대로, 이는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오빠, 나 병원 좀 데려다줘. 피가 너무 나는 것 같아.” 서영은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서준은 그녀를 노려보며 화를 억누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정신이 드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어!” 서영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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