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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날의 기억

희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의 차가운 기운은 인아를 순간적으로 굳게 만들었다. 그 차가운 기운에 압도된 인아는 당황하며 수화로 더듬거렸다.

“사, 사고 싶은 게 있어서요.”

희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뭘 사고 싶은데?”

인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옷을 사려고요, 당신한테 줄 옷을요.”

희도는 잠시 인아의 말을 곱씹듯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옷을 사주겠다고?”

인아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도는 그윽한 시선으로 인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강인아.”

그 오랜만에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인아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희도의 손길이 차갑게 인아의 뺨을 스치며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제는 거짓말도 능숙해졌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문서영한테서 이런 걸 배웠나?”

그 말을 듣고 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급하게 손을 저어 부정했지만, 희도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인아의 허리를 끌어안아 가볍게 입을 맞췄다.

“너무 긴장하지 마. 농담이야. 그래서, 어떤 옷을 사줄 건데?”

희도가 장난스러운 태도로 묻자 인아는 그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대답할 겨를도 없이 희도의 손은 이미 인아의 스웨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지퍼를 슬며시 내리기 시작했다.

인아는 불길한 느낌에 몸을 움츠리며 문 밖을 흘끗 보았다.

창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회색빛 하늘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인아는 몸부림치며 희도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두 손목을 단단히 잡아 반항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인아의 숨은 거칠어졌고, 간절한 눈빛으로 희도를 바라보았지만 희도는 단지 장난치는 듯한 태도였다.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그 태도가 인아를 불안하게 했다.

결국 인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자, 희도는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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