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잃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했다.“수아 씨한테는 아직 남은 날이 많아요, 아이들도 항상 수아 씨 곁을 지키고 있을 거니까 힘내요.”송이연의 위로를 듣고 난 나는 냉랭해진 아이의 팔을 부여잡으며 한참을 울다가 결국 기절해서 병실로 옮겨졌다.3일 뒤, 내가 눈을 떴을 때 현정우는 함승윤의 분부에 따라 아이들은 석씨 가문 묘지에 묻혔다고 알려주었다.“내가 아이를 낳았었나요?”하지만 내 질문에 현정우는 바로 말을 바꿨다.“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나는 이렇게 나 자신부터 속이기로 하고는 눈을 감고 말했다.“동성으로 갑시다.”현정우가 나가고 병실에 홀로 남은 나는 창밖에 펼쳐진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건 곧 밤이 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아무리 눈이 부셔도 어차피 밤이 되면 사라질 빛들이었다.하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나는 눈을 감고 아이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아가들아, 안녕.너희들만 떠올리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너희 생각을 이렇게 자주 하지는 못할 것 같아, 언젠가 엄마가 무뎌지면 그때 다시 너희들을 떠올려볼게.일 처리 하나는 빠른 현정우 덕분에 나는 곧바로 동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혹시라도 송이연과 인사를 하게 되면 승아를 보고 내 아이들을 떠올리기라도 할까 봐 나는 그녀 몰래 동성으로 떠났다.그렇게 8월에 태어난 사자자리의 아이들은 성도 이름도 얻지 못한 채 그곳에 잠들어버렸다....동성에 돌아간 뒤 나는 오피스텔에서만 묵으며 두 달 동안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타투이스트를 찾아가서 제왕절개를 한 자국 위로 리시안서스를 그려 넣었다.꽃잎이 한 겹 한 겹 쌓일수록 내 상처도 조금씩 가려지는 것 같았다.집에서 쉬는 두 달 동안 부모님, 윤다은, 고정재 등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상황을 물어왔는데 나는 그들에게 일일이 아이는 지키지 못했다는 답장을 보내주었다.짧디짧은 그 한 문장을 보낼 때마다 나는 영혼이 깎여나가는 고통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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