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459 챕터

제371화

희망을 잃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했다.“수아 씨한테는 아직 남은 날이 많아요, 아이들도 항상 수아 씨 곁을 지키고 있을 거니까 힘내요.”송이연의 위로를 듣고 난 나는 냉랭해진 아이의 팔을 부여잡으며 한참을 울다가 결국 기절해서 병실로 옮겨졌다.3일 뒤, 내가 눈을 떴을 때 현정우는 함승윤의 분부에 따라 아이들은 석씨 가문 묘지에 묻혔다고 알려주었다.“내가 아이를 낳았었나요?”하지만 내 질문에 현정우는 바로 말을 바꿨다.“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나는 이렇게 나 자신부터 속이기로 하고는 눈을 감고 말했다.“동성으로 갑시다.”현정우가 나가고 병실에 홀로 남은 나는 창밖에 펼쳐진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건 곧 밤이 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아무리 눈이 부셔도 어차피 밤이 되면 사라질 빛들이었다.하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나는 눈을 감고 아이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아가들아, 안녕.너희들만 떠올리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너희 생각을 이렇게 자주 하지는 못할 것 같아, 언젠가 엄마가 무뎌지면 그때 다시 너희들을 떠올려볼게.일 처리 하나는 빠른 현정우 덕분에 나는 곧바로 동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혹시라도 송이연과 인사를 하게 되면 승아를 보고 내 아이들을 떠올리기라도 할까 봐 나는 그녀 몰래 동성으로 떠났다.그렇게 8월에 태어난 사자자리의 아이들은 성도 이름도 얻지 못한 채 그곳에 잠들어버렸다....동성에 돌아간 뒤 나는 오피스텔에서만 묵으며 두 달 동안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타투이스트를 찾아가서 제왕절개를 한 자국 위로 리시안서스를 그려 넣었다.꽃잎이 한 겹 한 겹 쌓일수록 내 상처도 조금씩 가려지는 것 같았다.집에서 쉬는 두 달 동안 부모님, 윤다은, 고정재 등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상황을 물어왔는데 나는 그들에게 일일이 아이는 지키지 못했다는 답장을 보내주었다.짧디짧은 그 한 문장을 보낼 때마다 나는 영혼이 깎여나가는 고통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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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오피스텔 주소를 보내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윤다은이 디저트까지 사 들고 집안으로 들어섰다.“디저트는 뭐하러 사와?”“그래도 빈손으로 올 순 없잖아요.”“고마워.”윤다은은 전혀 어색함 없이 알아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술 두 병을 골라내왔다.하지만 내 몸 상태를 걱정해준 건지 나에게는 한 잔만 따라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다 마셔버렸다.주량이 꽤 센 윤다은은 술을 두 병이나 마시고 나서도 나에게 농담을 건넬 정신이 남아있었다.그녀는 바로 일어나서 술을 한 병 더 꺼내왔지만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 한 병까지 마시고 나니 윤다은은 비로소 인사불성이 되어 내 옆에 쓰러졌다.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다은 씨, 우리 둘 다 참 불쌍한 것 같아.”한숨을 내쉰 나는 하얀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화장까지 진하게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경호팀은 그냥 여기 있어요.”“하지만 가주님 신변에...”“안 죽어요.”현정우는 나를 보며 당황했지만 단호한 내 명령에 토를 달지 않고 나에게 검은 우산을 건네주었다.8개월 전 그날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날 석지훈은 기어코 내 손을 놓아버렸다.제 처지가 우스워 헛웃음을 흘린 나는 바로 택시를 잡아 반 씨 가문으로 향했다.오늘은 반경우 누나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라서 반 씨 가문은 평소와 다르게 아주 북적거렸다.내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반경우는 나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좀 있다 담현우도 올 거야.”아까 담현아가 술 마시자고 연락한 일을 떠올린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현아도 와?”“걔는 금방 귀국했다고 힘들어서 안 온대.”반경우는 내가 건네는 우산을 받아들며 나에게 당부했다.“오늘 오는 손님 많으니까 얌전히 있어. 괜히 아무 말이나 하고 다녔다가 너만 손해 봐.”“지금의 내가 무슨 손해를 보겠어.”“하긴, 넌 이제 석씨 가문 가주니까 별문제는 없겠다.”나를 향해 웃어 보인 반경우는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고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정원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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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나는 말을 채 끝맺지 않고 담배부터 끈 다음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주님, 지시하실 일 있으십니까?”나는 스피커폰으로 돌린 채 입을 열었다.“유서정 씨 지금 반 씨 가문 저택에 있어요. 유서정 씨가 고현성 씨한테 했던 거 그대로 돌려주세요.”“네, 가주님.”내가 전화를 끊자 유서정은 벌써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앞으로는 사람도 봐가면서 건드려요.”지금의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만만하던 연수아가 아니었기에 상황파악을 마친 유서정은 무릎을 꿇고 내 치맛자락을 붙잡은 채 애원했다.“수아 씨, 나 한 번만 봐줘요. 한 번만 살려줘요...”나는 몸을 낮춰 유서정의 화려한 얼굴을 매만지며 말했다.“이제 겁이 좀 나나 봐요?”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오혜원이랑 짜고 내 사랑을 망친 것도, 고현성한테 최면을 건 것도 다 유서정 씨 본인이에요. 그런 짓을 했으면 죽은 듯이 살아갈 것이지 왜 내 앞에 나타나요. 그래놓고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 건 경우가 아니지.”유서정이 고현성한테 최면만 걸지 않았더라면 고현성이 그렇게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을 것이다.“연수아 씨만 아니었으면...”나는 유서정의 말을 자르며 내 할 말만 전했다.“나만 아니었으면 당신이 고현성과 결혼 했을 거라고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 고작 결혼 따위가 고현성 발목을 잡을 수 있었을까요? 그럼 내 지난 3년은 뭐였죠?”나한테 빌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느낀 유서정은 바로 담유미에게 사정해봤지만 담유미는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정원을 빠져나갔다.나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절망스러울 유서정에게로 다가가 속삭였다.“봐요, 이게 유서정 씨가 그렇게 믿던 우정이니까.”유서정의 팔을 차며 걸어가던 나는 2층에서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무표정으로 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1년 전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나를 복 있는 그에 나는 웃으며 물었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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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동성시는 운성에 버금갈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었는데 그 명성답게 지금도 소나기가 매서운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나는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고 내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자에 나는 하이힐을 신은 발로 땅을 디디며 말했다.“비켜주실래요?”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을 쓰고 있어 석지훈의 표정의 희미하게 보여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그때 그가 갑자기 손을 뻗더니 차가운 손바닥으로 뜨거운 내 볼을 매만졌다.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윤아야, 내가 미워?”석지훈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는데 내 마음을 불타는 것처럼 뜨겁기만 했다.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석지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처럼 이렇게 내 볼을 쓰다듬어 왔다.그에 화가 난 나는 뒤로 한발 물러나며 언성을 높였다.“누구신데 이러세요? 한 번만 더 제 몸에 손대시면 저도 안 참을 겁니다.”“나 기억 안 나?”내 말에 석지훈은 놀란 듯 물었지만 나는 입술을 말아 물며 그를 지나쳐갔다.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모르고 싶었다.그냥 다시는 그를 알고 싶지 않았다.그와 헤어질 때, 그에게 두 번이나 만남을 거절당할 때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커서 내 마음에는 이미 상처가 날 자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그냥 모른 척 자리를 떠나버렸다.디자인으로 등에 구멍이 뚫려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 내리는 비 때문에 안이 살짝씩 들여다보였지만 다행히도 오는 길에 사람은 얼마 없었다.오피스텔 단지에 들어선 나는 주위에 한 명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든 채 천둥이 치는 소리를 들었고 또 눈을 떠서 번개가 치는 것도 보았다.빗줄기는 마치 이 세상을 무너뜨리기라도 할 작정으로 거세져 갔다.나는 그 빗속에서 한마디를 남기고는 이만 집으로 들어갔다.“재미없어.”가뜩이나 재미없는 내 생활에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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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윤다은이 감정으로 장난을 친다고 원망하는 것 같은 남자의 말투에 나는 고개를 숙여 곤히 자고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밀조밀 박힌 이목구비가 아주 뚜렷한 얼굴이라 남자를 가지고 놀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았지만 짝사랑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을 것 같아 나는 한숨을 쉬며 방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함승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급한 일이 아니면 먼저 연락하지 않는 그를 잘 아는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가주님, 사람 시켜서 알아보니까 제왕절개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사라졌답니다.”“사라지다뇨?”어이없는 말에 나는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그 의사뿐만 아니라 남편, 그리고 두 딸 모두 상주시에서 자취를 감췄답니다. 가주님의 수술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가족 전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말이 안 되죠.”함승윤의 말에 나는 없던 경계심이 갑자기 생겨나며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의사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내 아이들을 죽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아이들은 살아있고 석씨 집안 묘지에 묻혀있는 건 그가 찾은 대체품일 수도 있었다.이런 상상이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왕자와 거지가 바꿔치기 되는 건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설정이었기에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일말의 희망을 보아낸 나는 바로 함승윤에게 계속 이 일에 대해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안 그래도 CCTV 영상을 돌려봤는데 의사가 수술 전에 고현성 씨를 만났더라고요.”“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3일 내고 보고해요.”“3일 안에 못 알아내면 뒷감당도 알아서 하셔야 할 거예요.”위협적인 내 말에도 함승윤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함승윤과의 통화를 마친 나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창가로 다가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고현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이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의사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난 뒤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한 나는 가슴이 다시 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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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난 뭘 기대한 걸까.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나는 그거라도 잡고 싶었다.막장 드라마의 클리셰일지라도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아이들이 무사하다는 것만 확인하면 내 심장도 다시 예전처럼 뛸 수 있을 것 같았다.“현성 씨, 아이들은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계속 부인하는 고현성에 나는 그에게서는 진실을 들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바로 고정재에게 문자를 보냈다.[내 아이들을 데려간 게 현성 씨인 것 같아요. 그 사람 지금 어딨는지 혹시 아세요?][미국에 있어.][고현성 씨는 당연히 사실대로 말 안 할 테니까 찾아만 주면 미국에 있는 우리 집안 사람 시켜서 최면을 좀 걸고 싶은데,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인 것 같아서요.][전에 하던 치료도 마무리 못 지었는데 지금 최면을 걸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야.]고정재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사실 이 모든 건 나의 추측에 불과했기에 고현성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나도 내키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때 고정재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걱정 마, 그 일은 내가 알아볼게.][고마워요.]답장을 마친 나는 바로 함승윤에게 연락했다.[의사 찾을 때 고현성 위치도 같이 파악해요. 미국에 있다는데 움직임 계속 팔로우하시고 확실한 증거 나오면 바로 최면시켜서 아이들 어딨는지 알아내요.]함승윤에게 그 문자를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아이들이 고현성 손에 있다고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고 허무맹랑한 착각일 뿐이라도 믿고 싶었다.여러 곳에 연락을 돌리고 난 나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이고 가만히 함승윤의 말을 곱씹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캄캄하던 앞날에 등불이 밝혀지는 것처럼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졌다.그렇게 밤을 지새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윤다은에게 아침을 차려주었다.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나를 보며 윤다은은 웃으며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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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윤다은은 나에게 스모키 메이크업을 추천했지만 나는 그저 무난한 브라운 섀도우를 바르고 입술에는 연한 레드컬러의 립스틱을 발라주었다.이렇게 정성 들여 화장을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역시나 스모키 화장을 한 윤다은은 입고 있던 하얀 원피스를 벗어 던지고 검은 나시로 갈아입으며 말했다.“우리 시밀러룩이에요 언니.”나를 웃게 만들려고 애쓰는 그녀의 노력이 보여서 나도 입꼬리를 올려주었다.그녀가 동성에서 해야 한다던 일은 아마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인 것 같았다.우리 둘은 다리가 저릴 때까지 쇼핑을 하고 나서 타투를 받으러 갔다.내 문신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윤다은이 나랑 똑같은 꽃을 그리고 싶다고 한 게 그곳으로 향한 이유였다.리시안서스를 그리고 싶어 하면서도 분홍색을 원하는 윤다은을 향해 나는 웃으며 말했다.“분홍색 리시안서스도 있을 거야.”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배가 아니라 어깨 쪽에 분홍색으로 물든 리시안서스를 그려 넣기로 했다.완성작을 보니 살짝 꺾인 잎사귀 끝머리가 대문자 M 같기도 했다.윤다은이 타투를 마치자마자 전에 나와도 통화를 한 적이 있는 이주원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왜요?”“금운시에는 언제 오는 거야?”“왜요?”윤다은이 의아한 듯 묻자 곧이어 남자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나 안 보고 싶어?”윤다은의 바로 옆에 서 있었던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윤다은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에 갈 거예요.”“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오늘 당직 없어요?”“괜찮아, 민준이랑 바꾸면 돼.”...그와의 통화를 마친 윤다은 미안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미안해요 언니, 의사 선생님이 빨리 오라네요.”윤다은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말투에서는 연애할 때만 묻어나오는 달달함이 한가득이어서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앞으로도 잘 지내.”윤다은 바래다주려고 함께 공항으로 간 나는 공교롭게도 라운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원태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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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한기를 뿜어내며 헛소리를 해대는 석지훈에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남자를 향해 말했다.“남자친구는 없는데 우리가 아직 친한 사이는 아니니까 연락처를 못 줄 것 같아요.”남자가 머쓱하게 자리를 뜨자 석지훈의 품 안에서 나온 나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우리도 친한 사이는 아니죠.”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나시 아래로 드러난 내 타투를 보던 석지훈은 하려던 말을 멈추며 입을 다물었다.그런데 내가 뒤돌아 걸어가려 할 때, 그가 다시 내 손목을 잡아 오며 물었다.“윤아야, 나랑은 아는 척도 하기 싫은 거야?”8개월 전의 나는 그를 무척이나 원했었다.임신 후에도 두 번이나 핀란드를 찾아갔고, 심지어 그가 감옥에 있을 때까지 더하면 총 세 번을 그 먼 곳으로 그를 찾아갔었는데 석지훈은 단 한 번도 나를 만나주지 않았었다.그래도 그 모든 건 내가 자초한 일이었기에 나에게는 그를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그리고 아이들도 내가 고집스럽게 낳겠다 한 것이었기에 그 또한 석지훈의 탓은 아니었다.그래서 나는 울먹이며 그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쪽 몰라요.”내 말에 석지훈은 두 눈을 내 얼굴에 고정한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 시선을 버티기 어려웠던 나는 빠르게 차에 올라타서는 그에게 잡혔던 손목을 빤히 바라보았다.그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팔이었다.그가 너무 보고 싶었고 또 그의 품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서운했다고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그에게 줬던 상처들이 떠올라 나는 다시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게 됐다.나와 그의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걸까.애석한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기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함승윤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때야 정신을 차리고 그의 보고를 들었다.“가주님, 그 주치의가 자살했답니다. 자식과 남편만 남겨두고 혼자 자살했대요. 그 이유는 다들 몰라서 실마리가 여기서 끊긴 것 같습니다.”“그럼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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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춤출래?”웃는 내 모습을 보던 반경우가 입을 춤을 제안하자 나는 자연스레 그와 처음 췄던 춤을 떠올리게 되었다.그때도 클럽에서 춤을 췄었는데 그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 첫 순간이었다.그날에 담배가 어떤 맛인지 알려준다고 반경우가 입으로 나한테 전해줬었는데 그게 어떻게 또 보면 내 첫 키스였을 것이다.하지만 그건 그냥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감정이 섞인 건 절대 아니었다.내가 고민하며 답을 못하자 그는 나를 끌고 무대 위로 올라가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반경우의 리듬에 맞춰 나도 가볍게 몸을 흔들자 그는 나에게로 다가오며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자기야, 오늘 너무 섹시한 거 아니야?”“떨어져, 내일 기사에 얼굴 박히고 싶어? 그럼 또 나만 욕먹잖아 꽃뱀이라고.”“그런 말을 뭐하러 신경 써.”내가 정색하며 말하자 반경우가 볼멘소리를 잠시 하던 반경우는 이내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내 허리를 잡아 왔다.“적당히 하라고.”내가 다시 한번 경고를 하자 그제야 나를 놓아준 그는 한 바퀴 돌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춤추는 건데 야박하게 진짜.”삐진 듯한 그를 달래기 위해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춤추는 건 괜찮은데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는 말란 얘기잖아. 나 또 욕먹기 싫어.”“알았어, 네 말대로 하자.”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나를 품 안에 가두는 반경우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나는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그냥 술이나 먹자.”그렇게 한참을 마시다가 내가 거의 취해가는데도 도착을 하지 않은 담현아에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미안해요, 차가 너무 막혀서 좀 걸릴 것 같아요.”“언제 도착해?”“삼십 분은 있어야 도착할 것 같은데요...”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나는 소파에 기대에 고개를 젖히고 3층을 바라보았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보여 반경우를 향해 물었다.“저건 누구야?”“누구?”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던 반경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언제 또 저기까지 간 거야.”“누군데 그래?”“석지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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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석지훈의 이름을 듣자마자 서둘러 눈을 감는 나를 보며 반경우는 속도 없는 사람이라고 혀를 찼지만 나는 그저 모른 척으로 일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담현우와 담현아가 도착했고 나는 취할까 봐 천천히 마시는 담현우와 또 오래도록 술잔을 기울였다.그렇게 한참 마시니 다시 어지러워진 나는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몸을 일으키자 반경우가 걱정스레 물어왔다.“혼자 갈 수 있겠어?”“당연하지.”자신만만하게 외치던 나는 한 발 내딛자마자 바로 담현아의 품속으로 고꾸라졌고 반경우는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젓더니 나를 안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의식이 없어 반항도 못 하는 나에게 반경우가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정확히 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석지훈이 안 내려오면 걔는 진짜 남자도 아니야.”“뭐라고?”“내가 지금 일부러 너랑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아.”어지러웠던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가만히 그에게 안겨있었다.그런데 반경우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품을 파고들었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한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 저한테 주세요.”“제가 왜 그래야 하죠?”“제가 부축한다고요.”“이제야 좀 안달이 나셨나 봐요.”곧이어 나는 반경우 손에 의해 다른 남자에게 안겨버렸다.그 남자의 품이 더욱 포근해서 나는 자연스레 남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고 남자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몇 걸음 떼지도 않았을 때 누군가가 남자를 불러왔다.“형, 이대로 가면 어떡해, 위에 분들 형만 기다리고 있는데. 다들 형 국내 세력 약한 틈 타서 형 눌러놓으려고 기회만 보고 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아예 틈을 보여주는 거잖아.”“이번 입찰은 포기할 거야.”남자의 대답에 다른 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형, 아직도 윤아 사랑해?”윤아가 누군지 남자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다시 상처받는다 해도 계속 사랑할 거야?”“원태웅.”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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