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요.”현정우는 명령을 들은 뒤 나와 함께 우성으로 향했다.차가 고속도로에 막 진입했을 때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도심으로 갈수록 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운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축축하고 추웠지만 이 도시에는 나의 많은 추억이 담겨 있었다.나는 이 도시에서 자랐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 도시를 깊이 사랑하셨다.왜냐하면 나의 친어머니로 알려진 그분과 아버지가 바로 이곳에서 만나셨기 때문이다.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아마 친어머니를 매우 사랑하셨던 것 같다.하지만 왜 두 분이 함께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문득 운산이 생각났다.석만호는 운산이 내 아버지의 삶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었다.아마도 그것이 나의 친어머니와 관련된 것 아닐까 싶었다.나는 조수석에 앉아 현정우에게 말했다.“운성에서 떠나기 전에 운산에 꼭 가야 하니까 내가 까먹으면 알려줘요.”“알겠습니다, 가주님.”우성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연씨 가문 저택에 도착하니 마침 엄마가 요리하고 계셨다. 부모님은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너무 놀라셨다. 엄마는 얼른 내 손을 잡고 앉게 하더니 다정하게 말씀하셨다.“많이 힘들었지?”엄마의 말 속 의미를 알기에 나는 이 슬픈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엄마, 무슨 요리하는 거예요?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네가 집에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 그래서 네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치킨 커리하고 가리비 그리고 호주산 랍스타를 만들었는데 내 예감이 맞았네.”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이미 만들어진 치킨 커리를 보고 나는 기뻐하며 말했다.“역시 우리 엄마가 나를 제일 잘 알아.”“가서 네 아빠랑 얘기 좀 나누고 와. 음식이 다 되면 부를게. 맞다. 수아야, 오렌지 주스 마실래 아니면 망고 주스 마실래?”“달콤하게 오렌지 주스요.”엄마는 웃으며 말했다.“너 참 안 변했구나.”맞다. 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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