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훈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가 운성시에 머물 곳이 없다고 생각해 우리 집에서 묵으라고 제안했었다.‘그때 왜 운성시에 집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 걸까? 설마 그때부터 나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걸까?’생각에 잠기다 나는 현정우에게 물었다.“석지훈 대표님이 특히 좋아하는 게 있어요?”현정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리시안셔스가 맞을까요?”나는 웃으며 물었다.“대표님, 여자에게서 장미꽃을 받아본 적은 있나요?”현정우는 짧게 대답했다.“없습니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정우 씨, 지나가는 길에 꽃집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낮, 석씨 가문 별장의 서재.한민수가 경쟁사를 상대할 방법에 대해 설명하던 중, 석지훈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평소 같았으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겠지만, 발신지가 운성시라는 걸 보고 잠시 망설였다.운성시는 연수아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였다.그는 몇 초간 고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누구십니까?”“석지훈 씨, 저는 수아의 엄마입니다.”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석지훈은 통화의 목적을 짐작했다.그의 얼굴에 잠시 긴장한 기색이 스쳤다.“어머님, 안녕하십니까...”서재에 있던 한민수는 그가 ‘어머님’이라는 말을 꺼내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그의 기억 속에서 석지훈이 누구를 ‘어머님’이라 부른 적은 없었다.심지어 아버지의 첩들이나 한민영의 어머니조차도 ‘작은방 사모님’이나 ‘사모님’이라고 불렀을 뿐이었다.게다가 ‘안녕하십니까’라니, 이런 정중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더욱 낯설었다.‘석지훈이 이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과거 석지훈이 연수아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어도, 한민수는 단순히 그것이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 순간, 한민수는 깨달았다.석지훈은 연수아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을 자기 가족보다 더 소중히 여길 정도로.“석지훈 씨,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야 석지훈 씨의 연락처를 찾을 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