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지훈을 집에 데려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먼저 청혼하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었다.만약 내가 그를 집에 데려간다면 부모님께서 결혼을 재촉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마치 내가 그와 빨리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일 테니, 반드시 막아야 했다.물론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와의 결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나는 대충 둘러댔다.“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직 급한 거 없어요. 제가 일정 잡으면 미리 알려드릴게요.”그러자 엄마는 만족한 듯 말했다.“이건 네 일만이 아니야. 시혁이도 있잖니. 나랑 네 아빠가 얘기를 좀 해봤는데, 시혁이도 연씨 가문의 자식이니까 네 아빠가 어른으로서 그 여자애랑 직접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해. 두 사람이 지금처럼 어색하게 지내지 않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엄마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돈 걱정은 하지 마. 연씨 가문이 운성시에서의 명망은 사라졌지만, 나랑 네 아빠가 몇억 원 정도 모아 놨단다. 그 돈으로 시혁이한테 운성시에 집을 마련해 주고, 예단도 준비해서 그 여자애랑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게 해 주고 싶어. 그래야 네 큰아버지한테도 체면이 서지 않겠니.”큰아버지는 그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부모님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아무래도 부모님은 송이연의 진짜 정체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굳이 그 사실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부모님은 진심으로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추진하려는 게 마음이 쓰였다. 게다가 연시혁도 연씨 가문의 사람이기에, 나 역시 내심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물론 그녀가 연시혁을 용서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여자로서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이 일에 있어서는 결과가 어떻든 송이연의 결정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나는 언제까지나 승아의 고모로 남을 테니까...“시혁 오빠가 자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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