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459 챕터

제361화

담현아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나는 급히 그녀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밥 먹자."내 말을 들은 담현우는 분위기를 알아차리고서는 입을 다물더니 주방으로 와서 도왔다.다들 식탁에 앉은 뒤 나는 맥주를 가져왔다. 담현아도 술을 마시고 싶어 했지만 나는 담현아가 술을 한 잔도 버티지 못한다는 걸 떠올리고 급히 막으며 말했다."넌 아직 어려."담현아는 순순히 내 말을 듣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고정재를 제외한 남자들은 모두 말이 많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주제로 흘러갔고 반경우는 결국 화제를 나에게로 돌리며 물었다."우리 아기, 너희 석지훈은 왜 안 와?"반경우는 나와 석지훈 사이의 구체적인 사정을 알지 못했다.나는 잠시 생각한 뒤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핀란드에서 일하느라 바빠."내가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은 태도를 보이자 반경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대신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했다."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넌 지금의 현아보다 세 살 더 어렸잖아.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렸고 또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네. 이제 몇 달 뒤면 엄마가 된다니. 믿어지지 않아."반경우가 엄마라는 두 글자를 언급하자 나의 마음은 따뜻해졌고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모습이 몹시 기대되었다.나는 과일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너도 이제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리 잡아야지."반경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비혼주의자야."옆에서 이 말을 들은 담현아는 푸아그라를 먹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진정한 비혼주의자가 어디 있겠어? 그냥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났거나 좋아해도 마음을 얻지 못했겠지."담현우는 웃으며 물었다."현아야, 네 말은 경우가 좋아해도 얻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거야?"반경우는 담현아를 살짝 째려보며 위협하듯 말했다."너한테 줄 천만 원 아직 안 준 것 같은데?"담현아는 순간 화제를 바꾸더니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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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동성의 하늘에는 가벼운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고정재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정재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내가 너무 많은 걸 묻는 건 부적절해 보였지만 또 그와 오해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나는 신중하게 설명했다."현아가 말한 그 사람은 석지훈이에요. 현아는 석지훈의 보호 아래 자랐거든요. 현아에게 석지훈은 평생 따를 사람이에요. 다만 현아는 석지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어요. 그냥 일적으로 멘토이자 따르는 대상일 뿐이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고정재는 똑똑했기에 나에게 물었다."석지훈과 담현아가 어떻게 얽힌 거야?"모든 걸 캐물으려는 고정재의 태도에 나는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어 먼저 그에게 물었다."정재 씨는 현아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내 말을 들은 고정재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나는 고정재가 담현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나는 설명을 이어갔다."현아는 담씨 가문과 예전 석씨 가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소녀예요."예전의 석씨 가문은 석지훈의 세대를 뜻했다.고정재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석씨 가문이 왜 현아를 보호했는데?""고정재 씨, 현아는 천재 소녀예요."고정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뭔가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나는 간단히 말했다."많은 걸 어떻게 정재 씨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현아는 보통 사람보다 아이큐와 감성 지수가 높아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걸 볼 수 있고 생각도 더 예민하죠."고정재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조금 곤란하네."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요?"고정재는 천천히 눈을 떠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낮고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아는 어젯밤 분명히 나를 거절했어."나는 순간 멈칫했다. 평소에 냉담하고 차가운 고정재가 정말 어린 소녀 담현아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수십 년 동안 고정재를 쫓아다닌 윤다은조차 고정재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는데 고정재는 몇 번 보지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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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고정재는 인내심을 갖고 다시 물었다."그 사람이 누군데?"나는 원태웅이 전화로 담현아를 핀란드로 초대한 것이 한민수의 지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담현아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말했다."석지훈이죠. 원태웅은 석지훈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핀란드로 가야 해요."고정재는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담현아는 설명을 덧붙였다."석지훈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대요. 내가 딱 적임자죠."나는 담현아의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컴퓨터 분야의 얘기는 처음 들었다.그러나 담현아는 워낙 똑똑했기에 못 하는 게 없을 것이다.담현아는 지금 석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나는?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저 방관자일 뿐이다.고정재가 방을 나가자 다현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영재반과 예전 석지훈의 사람들이 모두 핀란드에 모였어요. 원태웅의 말에 따르면 나도 그곳에서 몇 달 머물러야 한대요."석지훈은 그의 인맥과 세력을 다시 구축하려 했다.나는 갑자기 담현아가 석지훈의 곁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담현아가 물었다."언니도 나랑 같이 갈래요?"두 번이나 핀란드에 갔지만 석지훈을 만나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현아야, 나는 석지훈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담현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왜요?""나랑 석지훈은 싸우고 헤어졌어."담현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함께하자고 하면 함께하는 거고.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고. 어른들의 감정은 왜 이렇게 장난 같아요?"나는 말문이 막혔다.담현아의 생각에는 내가 이미 여러 남자를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담현아가 나를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지만 고현성이든 석지훈이든 그 어느 관계도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게다가 이번에는 내가 석지훈에게 상처를 줬다."현아야, 나는 석지훈을 정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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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의사는 다른 산모들도 20주쯤 되면 다 하는 검사라면서 기형아 검사를 추천했지만 나는 왠지 불안했다.물론 태아 기형 검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그건 아무 일이 없을 때 얘기고 만약 아이에게 문제라고 생긴다면 연수아는 정말 마지막 희망까지 잃는 것이었기에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망설여졌다.그래서 나는 의사에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현정우를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와서 약을 먹으니 조금 가라앉은 통증에 나는 그대로 잠을 잤고 이튿날 아침 바로 상주시로 향했다.상주시에 도착한 나는 조민수와 새언니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일단 송이연이 있는 병원부터 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두 눈이 빨개진 채 계속 울고 있는 송이연이 보여 나는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승아는요? 아직도 수술 중이에요?”내가 승아라 칭하는 사람이 바로 내 조카인 승아였다.9시 9분에 태어난 걸 기념하기 위해 승구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다들 남자아이로 오해해서 송이연이 얼마 전에 개명한 이름이었다.송이연 뒤편으로 보이는 수술실의 등이 아직 꺼지지 않아서 물은 건데 그녀는 맥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승아 어젯밤에도 계속 토했어요.”“괜찮을 거예요.”내가 그런 송이연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자 늘 강인하던 그녀는 버팀목이 생긴 사람처럼 나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수아 씨, 나 이제 더는 못 버티겠어요. 6개월밖에 안 된 저 아이가 아파할 때마다 내 가슴이 다 찢겨나가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그때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승아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일도 없었을 텐데...”나는 온몸을 떨며 우는 송이연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아파 난 나는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고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요. 이연 씨도 승아한테 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잖아요. 그리고 승아도...”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던 나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승아 꼭 괜찮아질 거예요.”송이연은 그렇게 나에게 안겨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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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잘됐네요, 승아랑 이연 씨 같이 돌 볼 수 있어서.”내 손을 꽉 잡으며 말하는 송이연은 마치 힘내라고 나를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괜찮아요, 정우 씨랑 다른 경호원들도 있어서 난 알아서 잘 있을 수 있어요.”내 말에 송이연은 내 뒤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며 말했다.“그래도 다 남자들이잖아요, 난 또 유경험자니까 도움 될 거에요.”“고마워요.”송이연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되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니에요, 수아 씨 그럼 나 대신 우리 승아 잠깐만 봐줄 수 있어요? 나 회사 가서 일 처리하고 승아 골수 이식해줄 사람도 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당연하죠, 저도 사람 시켜서 알아볼게요.”송이연이 승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병실을 나가자 나는 바로 연시혁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아서 결국 문자를 남겼다.[어디야?]연시혁의 문자를 받기도 전에 석씨 집안 사람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가주님, 한민수 씨가 방금 돈 보내왔습니다.”“네, 강해온 씨는요?”“아직 집안 업무를 익히고 있습니다.”“그럼 저 대신 강해온 씨가 업무 빨리 익힐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함 집사님도 아시다시피 석씨 집안 가주들 옆에는 항상 믿을만한 비서가 있었잖아요. 강해온 씨는 제가 선택한 사람이긴 하지만 함 집사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석씨 집안에서 저를 도와 비밀리에 일 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에요.”석씨 가문의 책임자로서 지위가 내 바로 아래인 사람이 바로 함승윤인데 강해온이 갑작스레 등장해서 권력을 나눠 가지면 혹시라도 못마땅한 감정이 생길 수 있으니 나는 그를 다독이기 위해 일부러 말을 길게 했다.하지만 함승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대꾸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석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있어 와서 저도 할 일 못 할 일 정도는 가릴 줄 압니다. 석만호 집사님이 강해온 씨가 가주님 따라서 집안에 들어올 테니 잘 가르치라고 당부도 하셨는걸요.”함승윤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연수아에게 자신의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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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무슨 일입니까?”그때 잠에서 깬 승아가 울며 칭얼대자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며 함승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석지훈 씨가 두 달 전 본인이 석씨 집안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윤 비서를 시켜서 진짜 신분에 대해서 알아봤답니다.”두 달 전이면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바로 전이니 그때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석지훈은 나에게는 단 한 번의 언질도 없었고 자신의 미래가 어떨지 뻔히 다 알면서도 나를 막지 않았다.그저 나에게 석씨 가문을 돌려주기 위해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는 이런 헌신적인 사랑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나를 석씨 집안에 들일 수 있었을 텐데 석지훈은 일부러 나와의 인연을 끊으려고 이토록 잔인한 방법으로 내 손에 모든 걸 쥐여준 것이다.그래서 내가 두 번이나 핀란드에 찾아갔을 때도 나를 만나주지 않은 것이다.석지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왔지만 나는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말을 이었다.“앞으로 그 사람에 관한 건 보고 안 해도 돼요. 출산 전 까진 상주시 병원에 있을 테니까 사람 시켜서 석씨 가문 자료 좀 보내주세요.”“제가 직접 가져다드리겠습니다.”“네, 그럼 수고해주세요.”전화를 끊고 난 나는 현정우를 보며 물었다.“함 집사는 지훈 오빠를 언급할 수 있어도 경호팀은 그럴 수 없죠?”“저희 스무 명은 더 이상 그분을 입에 올릴 수 없습니다.”“아쉽네요. 오빠를 옆에서 지켜주었으니 그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게 경호팀인데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도 경호팀이니.”담담히 웃으며 내뱉는 내 말에 현정우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나도 더는 말하지 않고 승아를 달래고 있었는데 때마침 연시혁이 문자를 보내왔다.[지금 상주시야.]문자를 확인한 내가 승아를 현정우에게 넘겨주자 그는 혹시 힘을 주었다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엉거주춤한 자세로 승아를 꼭 안고 있었다.나는 곧바로 연시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마자 입을 열었다.“상주시 어디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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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그냥 이것저것 팔고 있지.”담담히 대꾸하던 연시혁은 이내 말을 덧붙였다.“학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일밖에 없더라.”“그런 것도 다 경험 쌓는 거니까 도움 될 거야.”“나는 안정된 직업을 찾고 싶어. 이연이가 나 용서 안 해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내가 아이 아빠잖아. 혼자가 아니니까 적어도 내 일 하나는 잘 해내야지. 아직은 내가 이연이랑 우리 딸 볼 자격이 없겠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내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이연이가 결혼을 안 했다면 나 꼭 우리 이연 다시 데려올 거야.”“승승장구하는 게 쉽진 않을 거야.”송이연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다시 데려오는 것도, 아무런 뒷배경도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내 말에 공감하는 건지 연시혁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물었다.아이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한 송이연 때문에 나는 순발력으로 거짓말을 꾸며냈다.“나 골수 이식해야 된다는 데, 좀 도와줄 수 있나 해서 왔어.”단도직입적인 내 말에 연시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너 또 무슨 병 걸렸어?”“이번에는 백혈병이라네.”“너도 참 사는 게 힘들겠다. 자궁암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백혈병이야. 어릴 때는 신장이 문제더니.”연시혁은 말로는 나를 나무라면서도 결국에는 기증에 동의해줬다.나와 그의 사이는 늘 이랬다.우리는 서로 투덕거리면서도 진짜 한 가족처럼 끝까지 서로의 손만은 놓지 않는 사이였다.병원에 가서 적합성 검사를 마치고 나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던 연시혁은 마침 간병인에게 안겨있는 승아를 보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이연이 닮지 않았어?”연시혁의 말을 들은 나는 일부러 간병인을 향해 손을 저어 보이자 그는 나를 아는체하지 않고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갔다.“너 승아 본 적 없어?”간병인의 어깨에 얼굴을 걸친 채 웃고 있는 승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연시혁이 아쉬운 듯 답했다.“응, 이연이가 못 보게 해서.”송이연이 마음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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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보통 임산부들은 12주에 건강검진을 하거든요. 혹시 쌍둥이나 세쌍둥이를 임신했을 수도 있는데 안 궁금하세요?”의사도 그냥 경우의 수를 제시한 것 뿐이기에 나는 의연하게 말했다.“기형아 검사할게요.”내가 침대에 눕자 초음파검사를 시작한 의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만에 입을 연 의사가 쌍둥이라는 말을 할 때 나는 정신이 멍해지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그래서 나에게 태아 심박을 들어보겠냐고 물어보는 의사에 나는 그게 뭐냐는 멍청한 질문까지 해버렸다.“너무 기뻐서 정신 못 차리는 거 아니에요?”“우리 아기 심장 소리 말씀하시는 거예요?”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의사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묻자 의사는 나에게 청진기를 건네주며 말했다.“네, 와서 들어보세요.”청진기를 귀에 꽂으니 미약한 아이의 심장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는 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들어 본 소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이게 두 아이의 심장 소리예요?”“자세히 들어봐요.”내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청진기를 계속 끼고 있어 봐도 두 아이의 심장 소리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그 소리들은 이미 내 마음 깊은 곳에까지 와닿아 있었다.기형아 검사를 마치고 산부인과를 나온 나는 뒤에 있던 현정우를 보며 말했다.“기형아는 없고 오히려 쌍둥이래요. 애들은 다 건강한데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나는 내가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가장 의문이었다.그런 내 우려를 보아낸 듯 현정우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가주님, 아이들은 괜찮을 겁니다.”“네, 괜찮아야죠.”얼마 뒤 연시혁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자 나는 바로 송이연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그가 골수를 기증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송이연은 기뻐하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시혁 씨가 언제 검사를 한 거에요?”“며칠 전에 내가 백혈병 걸렸다고 거짓말하고 검사시켰거든요. 그래서 시혁이는 승아가 아픈 거 몰라요.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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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걱정 마세요 엄마.”엄마의 안색이 안 좋아지자 나는 아빠를 보며 말했다.“아빠, 엄마 데리고 이만 돌아가 보세요. 아이 낳고 나서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지금은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했고 부모님이 있으면 고현성에게 마음대로 짜증 낼 수도 없었기에 나는 일단 그들부터 돌려보내려 했다.그리고 미국에 가서 치료를 했다고 한들 잘됐는지도 모르기에 나는 늘 그의 다른 인격이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다.지금까지 이를 악물며 버텨왔으니 끝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어야만 했다.그러기 위해선 요주의 인물은 고현성을 만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내 강한 의지를 보아 낸 아빠는 엄마를 데리고 나가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너는 항상 자기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으니 우리한테 돌아가라고 하는 것도 다 생각이 있어서겠지. 그럼 우린 이만 가볼 테니까 무사하다는 연락만이라도 해줘.”“고마워요 아빠.”부모님이 나가자마자 나는 현정우를 불러들였다.“부르셨습니까 가주님?”“앞으로 보름 동안은 이곳에 아무도 들이지 마세요.”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상해 가는 몸에 나는 보름도 되기 전에 수술대 위에 누워야만 했다.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서도 의사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부터 살려요.”“힘 아껴야 하니까 말씀 그만 하세요.”자연분만은 어려운 몸이었기에 나는 마취를 하고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마취제 때문에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산모 출혈이 너무 심합니다!”“빨리 출혈부터 잡아!”...고현성은 병실을 빠져나가 의사에게로 향했다.“당신 석씨 집안 사람이지?”“그런데요?”“내가 4개월 동안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거든.”목적성이 다분해 보이는 고현성의 말에 의사는 자연스레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왜 제 뒷조사를 하신 거죠?”“아이 나한테 넘겨.”고현성이 가리키는 아이는 연수아가 낳을 아이들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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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수술을 하는 동안 나는 아주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아직 걸을 줄도 모르는 아이 둘은 기어 다니고 있었고 옆에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앉아있었다.그렇게 네 식구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달콤한 꿈이었다.“수아 씨, 눈 좀 떠봐요...”꿈결에 나를 부르는 한 목소리를 들은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물었다.“아이는요?”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간호사는 봉합을 하며 말했다.“일단 봉합부터 하고 나가면 애들 볼 수 있을 거예요.”곧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그제야 안심하며 웃을 수 있었다.당장이라도 내 아이들을 품에 안고 싶은 마음에 나는 입이 귀에 걸린 채 VIP 병실로 향했는데 송이연은 줄곧 빨개진 눈을 한 채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큰 눈물방울이 매달려있는 그 눈을 보며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우리 애들 예뻐요?”“네, 엄청 예뻐요. 그렇게 예쁜 아이들은 처음 봐요.”“둘 다 딸이에요 아니면 아들이에요?”“일남 일녀에요.”“그런데 이연 씨는 별로 기뻐 보이지가 않네요.”나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하고서도 기쁘게 웃어 보였다.“너무 힘드네요. 상태가 안 좋아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애들도 신생아실에 있어야 하니까 볼 수가 없잖아요. 저 얼른 자고 몸 회복해서 만나러 가야겠어요.”기절하듯 잠든 나는 또다시 아까 그 꿈을 꿨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없이 석지훈만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윤아야.”꿈속의 남자는 나를 부르며 나에게 손짓했지만 두 번이나 그를 보러 핀란드까지 간 나를 거절한 남자였기에 나는 그에게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혹시 또 상처를 받게 될까 무서웠던 나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때 차가운 표정을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윤아야, 애들은?”그 질문에 깜짝 놀란 나는 순간 눈을 떠버렸고 송이연은 놀란 나를 진정시키며 손을 잡아주었다.“무슨 악몽이라도 꾼 거예요?”“애들은요?”송이연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묻자 불길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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