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459 챕터

제341화

눈앞의 노인은 노련하고 충성심 깊으며 일 처리 또한 빈틈이 없었다. 그는 석씨 가문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지금 나에겐 가장 골치 아픈 존재였다.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잘 가요.”석만호가 떠나고 나는 석씨 가문의 권력 분포도를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나는 분포도를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주방으로 갔다.점심을 만들어 먹은 뒤에야 나는 침실로 돌아와 권력 분포도를 집어 들었다. 분포도라고는 했지만 사실 문서에 가까웠다. 거기에는 석씨 가문이 전 세계에 걸쳐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표시되어 있었다.어쩐지 모두 석씨 가문을 두려워하더라니.실제로 석씨 가문에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나는 일어나 권력 분포도를 금고에 넣고 잠갔다. 금고 안에는 고풍스러운 반지 두 개도 함께 있었다.나는 반지를 꺼내 두 개를 겹쳐 안쪽을 보니 일련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모스 부호인가?잘 알지는 못했지만 관심도 없었다.반지를 다시 금고에 넣고 권력 분포도를 보니 ‘최고의 석씨 가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최고의 석씨 가문이라…석씨 가문의 뿌리는 석씨 가문 저택에 있었다.문득 머릿속에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금이 석씨 가문 저택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그렇다면 방금 본 숫자는 비밀번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이었다. 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금고를 잠갔다. 오후에는 태아 보호 주사를 맞으러 가야 했다.요즘에는 주사를 맞으러 갈 때마다 나는 반경우에게 전화를 했다. 고현성이 갑자기 나타나 괴롭힐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었다.경호원 몇 명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 동성에서 그럴 힘이 있는 사람은 반경우뿐이었다.요즘은 반경우 덕분인지 고현성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아니면 그가 약속을 지킨 것일지도 모른다.그는 내가 석지훈을 떠나면 가만히 놔두겠다고 했었으니까.반경우는 꽤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태아 보호 주사를 맞고는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듯 서둘러 떠났다.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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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강해온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석씨 가문의 비서가 돼주기로 했다. 나는 그와 함께 석지훈이 7년 동안 운영해왔던 그 회사로 향했다.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회사는 웅장하고 거대했는데 광활한 비즈니스 단지 전체가 석씨 가문의 소유였다.회사 책임자는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마중 나왔다.나는 회사 문 앞에서 용기가 없어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발을 내디뎌야 했다.나는 강해온의 팔을 잡고 석지훈의 옛 사무실로 향했다. 차갑고 절제된 색조의 인테리어는 영락없이 그의 스타일이었다.나는 사무실에 들어간 뒤, 모든 직원을 내보냈다.석지훈이 7년을 보낸 이곳에서 나는 마침내 견고한 껍질을 벗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음속에 슬픔이 밀려왔다.이제 내 곁에는 배 속의 아이밖에 없었다. 만약 아이가 무사히 세상에 나온다면...그건 이 아이의 아빠를 만난 것 다음으로 큰 행복일 것이다.소파에 한참 앉아 있다가 안쪽 방으로 갔다. 침대, 옷장, 바가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옷장을 열어보니 석지훈의 옷이 가득했는데 검은 정장과 흰 셔츠뿐이었다.나는 옷장 문을 닫지 않고 침대에 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두 시간 정도 짧게 잤지만 무척이나 편안했다.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문 앞에서 강해온과 책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미안해요.”책임자는 바로 답했다.“아닙니다, 가주님.”나는 책임자에게 강해온을 소개했다.“이분은 나의 전 비서입니다. 앞으로 회사의 모든 업무를 이 사람에게 알려주세요.”“알겠습니다, 가주님. 다른 지시사항은 없으십니까?”책임자가 물었다.“없어요. 몸이 좋지 않아 당분간 회사에 자주 오지 못할 거예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알겠습니다. 가주님의 안전을 위해 석씨 가문 사람들을 배치해 항상 가주님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고현성을 경계해야 했기에 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위험 요소도 배제할 수 없었다.“몇 명이나요?”“스무 명입니다. 모두 최고의 경호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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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수아 언니, 오빠는 아직 몰라요.][언제 말할 거예요?]윤다은은 답했다.[설날에 말하려고요.]설날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나는 석지훈의 곁에 있고 싶었다.정말 보고 싶었다.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휴대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멍하니 앉았다. 산후 도우미는 내가 우울해 보이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 있나요?”“아줌마, 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산후 도우미는 아이 아빠냐고 묻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보고 싶으면 만나러 가야죠.”“말씀처럼 그렇게 쉽나요.”나는 씁쓸하게 답했다.산후 도우미는 조용히 말했다.“요즘은 교통이 발달해서 아무리 멀어도 하루면 갈 수 있잖아요. 우리 때는 달랐어요. 남편이 일찍 죽었는데,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어요.”산후 도우미의 말에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설날에 비아드로 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석씨 가문의 전용기를 타고 갔다.동성에서 비아드까지는 네다섯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비아드 거리에 도착했지만 에르크에 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솔직히 석지훈이 에르크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를 찾기 위해 따로 알아보지도 않았으니까.나는 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아직 해가 높이 떠 있었다. 나는 주스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자 백화점에 가서 새해 선물을 샀다.값비싼 롤렉스 시계였다.시계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나는 경호원들과 함께 에르크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나는 경호원들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내렸다.커다란 저택은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누군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석지훈이 집에 있는 걸까?아마 집에 있을 것이다.나는 대문 앞에 서 있었지만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이며 나는 문 앞에 십여 분이나 서 있었다.마음속에서는 불안과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가 차갑게 대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혹시나 그가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면...심호흡을 하고 나는 마당으로 들어가 초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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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저택 안의 불빛은 여전히 환했으니 분명 누군가 있었다. 나는 다시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석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이제 두 시간 후면 새해에요.]그가 아직 이 번호를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석지훈은 답장이 없었다.손이 얼어 시뻘겋게 되자 나는 입김을 불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발밑의 쌓인 눈은 어느새 신발과 양말을 적시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임신 중인 내 몸은 더 이상 이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빨리 이곳을 떠나야 했다.더는 버틸 수 없어서 잠시 생각하다 다시 석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은 내 스물네 번째 생일이에요.]작년의 오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을 경험했다.그런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나는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잃었다 그것도 내 손으로 그를 떠나보냈다.보낸 문자는 답장 없이 텅 빈 메아리만 남겼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이제 석지훈과 나는 완전히 남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나는 더 이상 그 사람 곁의 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의 따뜻한 눈길도 다정한 손길도 이젠 내 것이 아니었다.이런 생각에 나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 숨쉬기조차 힘들었다.손으로 가슴을 꾹 누르며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슬픔은 더욱 깊어만 갔다.그때, 이층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올려다보니 냉랭한 표정의 원태웅이었다.그는 내 오빠이기 전에 석지훈의 동생이었다.그러니 그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석지훈의 행방을 묻고 싶었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창문에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났다.한씨 가문의 혼외자 한민수였다.그와 나는 나쁘지 않은 사이였는데 그 역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나는 나지막이 대답했다.“그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원태웅이 말을 받았다.“그 사람?”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굴?”석지훈을 찾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곤란하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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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탐스러운 눈송이가 하늘하늘 춤을 추며 내려앉고 있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고요하고 순수한 그 남자를 닮아 너무나 아름다웠다.운성은 비와 눈이 잦은 곳이라 예전에 나는 습하고 차가운 눈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는 이런 날씨가 좋았고 비아드의 눈 특히는 에르크의 눈이 좋았다.한 사람 때문에 한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이것은 돌아가신 석씨 가문의 옛 가주가 남긴 말이었다.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2층 창가에 서 있는 남자의 곧고 강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여전히 잘생겼지만 표정은 차갑고 냉정했다.그는 정말 별장 안에 있었던 거였다.눈을 깜빡일 수도,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이 찰나의 환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그러나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고 몇 초도 되지 않아 그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창가에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내가 본 건 환각이었을까?나는 손으로 배를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동성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눈을 뜬 건 다음 날 정오였다.새해라 산후 도우미도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우유를 한 잔 따라 소파에 앉아 카톡을 확인했다. 새해 인사 메시지가 많이 와 있었다.담현아의 문자가 눈에 띄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일 언니 집에 놀러 갈게요! 그리고 있잖아요. 민수 씨가 어제 나한테 자기 여자 하라고 했어요.]나는 웃는 얼굴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뭐라고 답했는데?]문자를 보내자마자 담현아의 답장이 왔다.[내가 뭐라고 답하겠어요. 난 내년 8, 9월이나 돼야 성인인데 민수 씨는 나보다 무려 열세 살이나 많잖아요. 엄마가 내 나이에 그런 사람 만난다는 거 알면 내 다리 분질러놓을걸요!]담현아의 문자를 보며 모처럼 웃음이 나왔다. 답장을 쓰려는데 다시 문자가 왔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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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내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고현성은 내 태도를 눈치챘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뭐야? 이젠 내 전화도 받기 싫은 거야?”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그럼 내가 받고 싶겠어요?”고현성과 나 사이의 모든 정은 그가 다 닳아 없애 버렸다. 정말 그가 지긋지긋했고 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연수아.”그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예전에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건 맞아. 하지만 난 계속 만회하려고 노력했어.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예전에 내가 그렇게 널 상처 줬는데도 넌 날 사랑하고 용서해 줬잖아. 근데 내가 혜원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널 구하려고 했을 때 왜 날 떠난 거야?”나도 그 질문에 대해 수없이 생각했었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깊이 사랑했던 건 사실이지만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두려워졌던 것이다. 게다가 그믐날 그날, 바로 그가 임지혜와 결혼하기 전날 밤, 나는 희망을 잃고 침대에 누워 죽기만을 기다렸다.사실 그때 이미 내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중에 다시 고현성을 용서할 수 있었던 건 단지 내 병이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나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고 손에 닿는 따스함이 간절했었다. 그래서 그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또다시 나를 밀어냈다.그때 나는 그에게 오혜원의 부탁을 들어주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그는 내 뜻을 거스르고 말았다.물론 그도 날 살리려고 그랬다는 건 알지만 오혜원과 나 사이의 악연을 생각하면... 내게 좋다는 명목으로 날 상처 주는 건 정말 견딜 수 없었다.고현성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지금까지 너무 많은 걸 용서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용서하지 못했어요. 당신이 혜원의 부탁을 들어준 건 내게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마지막 일격이었어요. 이젠 정말 당신과 다시 얽히는 게 두려워요!”게다가 나는 그의 죽음 때문에 그 일에 대해서는 용서하기로 했다.“그럼 석지훈은?”고현성은 갑자기 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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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저희는 석씨 가문 최고 경호팀으로 이전에는 석 대표님을 수행했었습니다. 방금 함 집사의 전화를 받고 여기서 가주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석씨 가문의 현 책임자 이름은 함승윤이었다.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덧붙였다.“운성에도 저희 석씨 가문의 사람이 있으니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스무 명의 경호원들은 그동안 암중에서 나를 보호했기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직 모두의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했다.“고마워요. 이건 세뱃돈이에요.”나는 가방에서 스무 개의 봉투를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운성에 도착하면 나눠주세요.”경호원 중 한 명이 그것을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가주님.”“갑시다. 운성으로.”고현성을 만나러 가는 이 순간에도 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운성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석양 아래 맑은 하늘이 펼쳐졌는데 운성에서 이렇게 좋은 날씨는 보기 드물었다.경호원들이 고 씨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 나는 차에서 내려 웅장한 저택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이것은 전남편의 집이었다.안에는 옛 지인들이 있었다.고씨 가문은 새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입구에는 색색의 등불과 대련이 걸려 있었다. 고 회장이 매년 직접 쓰는 대련이었다.“초인종을 누르세요.”내 말에 경호원이 초인종을 눌렀다.곧 누군가 문을 열었다.고씨 가문의 오랜 집사였다.한때 나에게 잘 대해주었던 사람이었다.사실 고씨 가문 사람들은 대부분 나에게 잘 대해주었다. 아마도 내가 고씨 가문에 하향 결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나를 본 집사는 놀란 표정이었다.“사모님.”나는 그의 말에 정정했다.“전 사모님이 아니에요.”그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오세요.”안으로 들어가자 놀랍게도 고정재와 윤다은 그리고 이혼한 지 오래된 고 회장님의 전처까지, 모두 자리에 있었다.이렇게 온 가족이 모인 것은 정말 오랜만일 것이다.그때 문득 고현성이 오늘 나를 부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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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오늘은 설날이었다. 다른 친척들은 오지 않았지만 집 안에는 가족들과 가정부들이 많았다. 그가 내게 던진 질문은 너무나 부적절했고 게다가 고현성 그 자신도 답을 알고 있었다.몇 년간의 부부의 정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아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응시했다.한참 뒤, 그가 먼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날 따라 올라와.”고현성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몇 미터 간격을 두고 그를 따라갔다. 내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고현성은 나를 2층으로 데려갔다. 엄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무슨 말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엄마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수아가 올까요?”아빠가 대답했다.“오겠지. 현성이 그 녀석은 믿을만해.”“그러게요. 우리 수아랑 이혼한 게 참 아쉬워요.”“아쉽긴 뭐가 아쉬워. 인연이 다한 것뿐이지.”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고현성이 이 기간 동안 부모님을 힘들게 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지내도록 배려했음을 알았다.고현성은 몸을 돌려 나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부모님 편하게 지내시라고 모셔온 거야. 내 부모님도 여기 사시니까, 네 분 어르신들 같이 계시면 더 좋으실 거잖아.”나는 나지막이 말했다.“내 부모님은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요.”“꼭 이렇게 가시 돋친 말을 해야겠어?”“그렇게 들렸어요? 그렇다면 내가 예전에 너무 물렀었나 보죠.”그가 조금만 약한 모습을 보여도 무너졌던 나였다.고현성은 더 이상 나를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문을 두드렸다. 엄마가 얼른 나와 웃으며 물었다.“수아 온 거야?”내 앞에 서 있던 고현성은 엄마가 나오자 옆으로 비켜섰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울면서 말했다.“미안해. 얼마 전에 우리는 널 밀어낼 수밖에 없었어. 이제 석씨 가문은 너의... 앞으로 아빠 엄마는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내가 석씨 가문의 대표라는 사실은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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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아빠는 연시혁이 만나는 여자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석씨 가문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후 부모님께 연 씨 저택에 먼저가 계시라고 말씀드렸고 내가 동성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면 모시러 가겠다고 했다.사실 동성에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 나는 그저 부모님께서 나중에 나 때문에 걱정하실까 봐 그랬다. 배 속의 아이 때문에...앞으로 내가 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니 부모님께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고현성과도 상의해야 했다.그가 어떤 조건을 내걸어야 부모님을 보내줄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윤다은이 저녁 먹으러 내려오라고 불렀다. 부모님이 먼저 내려가시고 윤다은은 내 팔짱을 끼고 뒤따라 내려오며 다정하게 물었다.“수아 언니, 임신했어요?”“어떻게 알았어?”나는 웃으며 물었다.윤다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언니 예전엔 되게 말랐잖아요. 배도 납작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짝 나왔잖아요.”“응. 난 임신했어.”내가 인정하자 윤다은은 내 배에 손을 얹으며 신기한 듯 말했다.“여기에 작은 생명이 있다니 상상이 안 돼요.”“나도 상상이 안 돼.”나도 웃으며 대답했다.하늘이 내게 다시 이런 기회를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윤다은은 손을 거두며 갑자기 말했다.“오빠는 아직 내 일을 몰라요.”나는 의아하게 되물었다.“응?”“내가 연애하는 거요.”순간 윤다은이 말했던 그 의사가 떠올랐다.내가 물었다.“그 의사 집에서는 알아?”“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 매일 바빠서 우리는 사귀는 사이여도 연락을 자주 하진 않아요. 근데 그게 이상하게 당연하게 느껴져요.”윤다은은 그 의사에게 매달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감히 묻지 못했다. 용기 내어 시작한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일깨워주기만 했다.“사랑한다면 더 소중히 여겨야 해.”놓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까.지금의 석지훈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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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고현성의 목소리에 조롱기가 섞여 있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 전화를 받았다.나는 기쁜 마음으로 불렀다.“오빠.”“나야.”수화기 너머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한 목소리였다. 한참 생각한 끝에 누군지 떠올랐다.한민영, 내 원수였다.나는 순식간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너야?”“새해 인사하려고.”“우리 사이에 그럴 만한 친분은 없잖아!”“하아, 지훈 씨 만나고 싶지 않아?”한민영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그 사람 어디 있어?”“한씨 가문으로 와. 기다릴게.”거절하려던 찰나 한민영이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한씨 가문의 주소였다.헬스투, 핀란드의 수도였다.나는 문자를 무시했다.지금은 임신 중이라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 게다가 한민영이 나쁜 의도를 품고 있지 않았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한민영은 어떻게 석지훈의 휴대폰으로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그게 마음에 걸려 계속 불편했다.나는 휴대폰을 들고 윤다은의 옆에 돌아와 앉았다. 다행히 그녀는 석지훈에 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식탁에 앉은 사람들 대부분은 석지훈을 알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이었다.고현성 외에는 아무도 새해 분위기를 망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엄마는 나를 방으로 불러 석지훈과의 관계를 물었다.“아까 너랑 지훈이랑 지금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석지훈과 나는 지금 헤어진 상태였다.하지만 내 뱃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석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엄마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나는 한숨을 쉬고 방을 나섰고 풀이 죽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 뒷마당으로 향했다. 매화꽃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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